너한테 쓰다 접은 마음 속 편지야 수십통이었는데, 이제야 이렇게 글을 쓴다. 늘 이렇게 좀 늦네 나는.
이번 주에 택배가 두 박스나 왔길래 뭔가 하고 봤더니 울 엄니가 사회진보연대 상근자들 갖다주라고 과일을 한박스 더 보내셨더라.
나는 어머니 자주는 못 뵈도 전화라도 자주 드리면서 이런저런 얘기까지 하는 편인데, 네 부음을 말씀드렸더니 엄청 슬퍼하시고 힘들어하시더라.
어머니 광주 계실 때 누룽지 말려 올려주시던거 같이 나눠먹던 친구라고. 얘가 못해도 한 솥은 먹었을 거라고 말씀드렸는데,
그렇잖아도 짠한 아들내미랑 같이 고생했던, 앞길 창창한 딸래미가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는 게 남일같지 않으셨나봐.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제일 힘들거라고, 뭐 보내줄 건 없고 과일이라도 나눠먹음서 건강 좀 잘 챙기라고 전하라시데.
그래서 오늘 사무실 얼른 다녀오려고.
내가 가끔 사무실 갈 때 과일이라도 사가면 무척 반겨주면서 바로바로 깎아 사람들을 불러모으곤 ㅇㅇ가 ㅇㅇ갖고 왔어요~ 같이 먹어요! 했던 게 자꾸 생각나던데. 요번엔 네가 없겠구나.
나 사실 네 빈소에 갔는데도 실감도 안나고 감정은 복받치는데 표현할 줄을 모르겠어서 되게 당황하기도 하고 난 왜 이모양인가 자책도 했는데
추도식 때 지원 선배의 추도사를 들으면서야 눈물이 펑펑 쏟아지더라.
네가 휴가 직전까지도 일하다 고생하다 간 것도 짠하고, 네 자리에 있던 바다 사진을 보며 이번 휴가를 얼마나 고대했을까 상상해보면 그 길지 않은 휴가 끝까지 즐기지 못하고 간 것도 짠한데, 무엇보다 네가 마지막으로 쓴 글의 첫 대목과 마지막 소절을 들으면서 나는 정말 펑펑 울었다.
네가 이렇게 허망하게 갈 애가 아닌데, 정말 해아할 것도 많고 봐야할 것도 많은데. 네 글에 담긴 고민과 진심과 의지만큼 우리가 짊어질 짐들은 이렇게 거대한데..
진범 선배의 글에서 봤던, 네가 떠나며 어떤 미래 하나가 사라졌다는 말을 자꾸 곱씹게 된다. 그리고 그 미래를 흉내라도 내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도 자꾸 생각하게 된다. 가늠조차 되지 않아 엄두조차 나지 않지만.
네가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면서 지낸다. 요즘. 그래서 사람들이랑 약속도 더 잡고 멍때리는 시간도 줄이고 일도 더 열심히 하려고 하고.. 지난 주에 진을 빼서인지 컨디션이 바닥인데 밥 꼬박꼬박 챙기고 잠도 챙겨가며 악착같이 살라고. 사람들 동기들 챙겨가며 아득바득 살라고. 그렇게 해도 흉내도 채 못내겠지만 너 걱정은 안 시킬게. 여유 생기면 힘들어 하는 다른 사람들 좀 잘 챙겨주라.
정말 보고싶다. 목소리라도 한번만 듣고 싶다. 많이 미안해. 또 많이 사랑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