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두고두고 생각하는데 11월에 햇과메기 출하되자마자 같이 과메기 먹어서 참 다행이에요. 그날 저는 핸드폰을 물에 빠뜨려서 돈이 좀 깨지고 불편했지만, 빽빽한 일정에 무리를 해서 낮부터 과메기에 사케 한잔 하고, 서사무엘 공연 갔다 온다는 언니를 기다렸다가 2차, 3차까지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마포 농수산물 시장의 가성비 좋은 숙성회를 발견하자마자, 일주일만에 언니를 데려갔던 것도 잘한 일 중 하나.
비 오는 날 전철 버스 갈아타면서 언니 집 가서 언니 어떻게 해놓고 사는지 본 것도 다행. 저 이사하자마자 우리 집에 데려왔던 것도 다행.
제주도 여행 갔다가 김포공항 내리자마자 연락해서 홍대에서 만나 술 마시며 혼자 게스트하우스 여행가라고 강추했던 것도 잘한 일.
언니가 있어서 기대기만 하고 언니가 있으니까 불평불만도 좀 더 늘어놓고 그랬던게 너무 미안했어요. 그래서 내가 잘한 게 뭐가 있을까 좀 찾아봤어요. 결국 이 것들도 다 제가 힘내기 위한 생각들이겠지만.
언니. 누군가가 내 마음 속에 영원히 살아 있다는게 무슨 말인지 조금 알 것 같아요. 앞으로도 언니랑 같이 가고 싶은 곳은 너무 많이 생기겠지만, 언니는 섬섬옥수 예쁜 손가락으로 술잔을 들고 도레미파'솔'톤으로 '짠~'하면서 재밌게 지내고 있을거라고 믿으니까 괜찮아요. 나중에 만나서 같이 놀면 너무너무 좋을 것 같으니 괜찮아요. 언니, 또 편지 쓸게요. 춥지 않게 지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