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안녕! 잘 지내고 있어?
언니 그제 그제 금요일에는 인천지부 송년회를 했어. 이번 송년회 때는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와서 게임도 하고 선물도 교환하고 하면서 정말 재밌었어.
예년에 비해 요새 바쁜 일이 많아서 급하게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그래도 아림이랑 둘이서 잘 해냈어.
나는 아주 멋지게 사회도 잘 봤는데 작년 송년회 때 언니가 와서 멋진 포토존도 만들어주고 함께 술 마셨던 기억이 자꾸 떠올라서 언니 생각을 많이 한 날이었어.
언니 나 요새는 잘 살고 있어.
좋았다 나빴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와중이 아니라, 지난 3년 반의 힘든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서 나를 지금의 자리까지 밀어낸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 답답하고 앞이 깜깜할 때 언제까지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하나 그만두지도 잘 하지도 못하면서 답 없는 생각만 많이 했는데.. 뭔가가 쌓이고 있긴 있었나봐.
누구보다도 날 많이 걱정해준 사람 중 한 명이 언니인데.. 지금 내 모습을 언니가 못 봐서 너무 아쉽고 슬퍼.
언니가 참 많이 기뻐하고, 같이 어떻게 잘 해볼까 얘기도 많이 할 수 있었을텐데.
언니. 언니 사고 소식을 들었던 날, 나는 전원회의에 처음으로 소견서를 제출했어.
'인천지부 운동의 평가와 과제' 라는 제목의.. 3장짜리 짧은 문서였지만 그걸 쓰려고 밤새 고민을 했었어. 약 1년 전에 인천지부에 대해 매우 비관적으로 평가했던 것과는 완전히 상반되게.. 그렇게 힘들다고 하면서도 내가 왜 그만두지 못했는지 내가 자각하지 못했지만 인천지부가 무엇을 쌓아왔는지에 대해서 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는 심정으로 썼어. 인천지부 그만두면 다른데서 잘 할 것 같은데 왜 안 그만두냐고 언니가 많이 답답해했잖아.. 나 스스로도 잘 설명이 안되었던건데 이제야 쓸 수 있게 되었어. 그런데 결국 그걸 언니는 보지 못했네. 언니가 휴가에서 돌아오면 맨 먼저 말해주고 싶었던 놀라운 소식도 있었는데 말하지 못했네.
올 해 여름에 언니가 힘들었을 때, 동인천 와서 닭강정이나 먹자는 내 댓글에 바로 언제 볼까?하고 말해줘서 고마웠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언니랑 둘이서 데이트를 할 수 있었어 좋았어.
언니, 요즘도 하루에 몇 번씩 언니 생각이 나. 언니의 장례식 이후로 아침에 속이 쓰려서 눈도 반짝 잘 뜨고 지각도 거의 안했다? 그 이후로 금연했던 사람들이 막 담배 피우는 것도 다 알고 있지??ㅎㅎㅎ 사람들이 송민영의 저주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데..ㅎㅎ 나는 매일 아침 빨리 일어나서 열심히 잘 살라고 언니가 말하는 것 같아
잘 살게.
열심히 살게. 지켜봐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