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미안하게도 너 없이 2015년 평가를 하고 있다.
니가 한 일들을 평가 목록에 올리다보니 난 미안한 마음 뿐이구나. 정말 훌륭했다 송민영 국장.
오늘 새벽에 미루고 미뤄두던 조직실 평가 문서를 썼다. 너라면 뭐라고 평가 했을까. 계속 되물으며 평가안을 작성했다.
역시 너의 필터를 통해 조직실원들의 의견을 종합했던 평가안은 훌륭했다. 아마 그냥 내 기질대로 썼다면 분란이 일었을 게다.
걱정 담당 민영아, 갈등담당 난, 이제 내 담당을 너로 인해 내려 놓으려 한다. 옳은 선택인지 모르겠으나, 그냥 그래야겠다.
그젠 자리 재배치를 했다. 니 자리를 비웠다. 또 미안하다. 니가 있어야 할 자릴 난 하나하나 채우고 있구나. 니 자릴 그대로 비워두질 못하는 못난 나와 우리 조직을 원망해도, 우린 니 자릴 채워야만 하겠다. 미안하다.
니가 자본론 세미나, 소득불평등 세미나, 노동운동 전략 세미나, 재벌비판 세미나 등을 메모한 공책을 보았다. 잘 정리했더라. 그리고 경제위기와 고용체제, 일본 노동시장 관련 책에 니가 마지막까지 읽어 놓은 페이지를 확인했다. 그 와중에도 꽤 많이 봤더라. 안 봤을 줄 알았는데. 정말 애통하다, 민영아. 이걸 토론할 기회가 있었더라면. 미안하다.미안해.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주제곡 중 하나인 걱정말아요 그대에는 이런 가사가 나오더라. 지나간 건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겠죠.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고 말해요. 니가 남겨 놓은 후회, 우리가 후회 없이 꿈꿀께. 니가 하고 싶었던 운동, 우리가 남김 없이 할께. 니가 좀 더 살았더라면, 더 했을 그 운동을 생각하면, 난 너무 원통해서, 아직도 운다. 그게 또 미안하니 어쩌니.
난 니 자리를 앞에서 보는 게 힘들어, 니 자리로 이동했다. 난 내 운동이 네 짧은 삶에 위안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미안하게도 니 사업에 대한 구체적 평가안은 여기 올리지 못하는 구나. 정말 너 없는 평가는 쓸쓸하다.
니가 남겨놓은 일들을 처리하다보니 더 너의 빈자리가 보여 매일매일 힘들다. 난 내 인생이 이렇게 많이 전화로 길게 이야기해 본 적이 없다. 다 니 덕이다. 넌 정말 대단했구나. 대단했어. 그래서 난 더 미안하다. 니가 대단한만큼 난 원통하다. 이걸 어쩌면 좋으니.
12월 31일이 종무식이고, 1월 4일이 시무식이다. 종무도 시무도 너 없이 하겠지만, 씩씩하게 하련다. 민영아. 난, 이 모든 게 슬프다. 미안하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