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잘 지내고 있어요?

그날 이후로 저는 이국적인 푸른 바다 사진을 보면
언니 생각이 나서 마음이 너무 시려요-

저는 그동안
언니의 역할을 나눠갖는 회의를 하고,
언니 없는 종무식을 하고,
언니를 생각하며 엉엉 우는 사람들의 등을 토닥여주고,
언니의 활동사를 정리하는 글을 써서 <오늘보다>에 싣고,
언니의 추모자료집을 준비하며 언니가 남긴 기록들을 다시 찬찬히 훑어보고,
어제는 언니 없는 시무식을 했어요.

언니를 추도하고 언니의 영면을 빌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냥 정말로 언니가 그저 먼- 곳에 여행을 떠난 것 같아요.
어느날 뿅 하고 나타나서 초승달 눈으로 웃으면서 "수진아, 잘 있었어?" 할 것 같아.

그냥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려구요.
언니가 지금도 어디선가 즐겁게 지내고 있고,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언니, 나 며칠전에 지난 해를 돌아보니까 잘 한 게 하나도 없는 거 같아서
찌질함 폭발해서 막 내가 미워지고 괜히 사람들도 미워지고 그랬었거든요.
언니가 있었다면 술한잔 하면서 "야 황수진 이년아!" 하면서 쿨하게 몇마디 해줬을텐데...ㅋㅋㅋ
그러면 내 마음도 사르르 녹아서 또 좋다고 헤헤거렸을텐데....
"언니 말이 맞아요 내일부터 다시 힘 낼게요!" 했을텐데....

그런데 마침 그날 언니 추모자료집 때문에 언니 폴더를 쭉 봤거든요?
그거 보니까 언니는 올해 내내 나랑 똑같은 세미나를 하고, 똑같은 회의를 하면서도
어떻게 그렇게 모든 것을 열심히 정리하고 고민도 많이 하고 따로 공부도 많이하고 그랬어요?
와... 난 되게 날라리같이 했는데. 너무 부끄러워졌잖아요.
그거 보니까 내가 찌질함 부릴 자격이 없더라 ㅋㅋ
올해는 언니 몫까지 우리가 나눠서 하려면 저도 지금보다는 더 잘 해야되니까... 진짜 열심히, 제대로 살아볼게요!
그러고 나서도 징징대고 싶으면 언니 찾아가서 하소연 좀 할게요... ㅎㅎㅎㅎㅎ

언니, 오랜만에 수다 떠니까 좋다아-
49재때 보러 갈게요. 낮술 한잔 해요!
안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