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아.

오늘 네 추모 자료집 편집을 마쳤다. 추모 자료집이라니, 여전히 어처구니가 없다. 자료집 편집때문에 사진을 보는데 꼭 싣고싶던 장면에 너는 없는 일이 허다해 슬펐다. 넌 카메라 너머에서 우리를 보고 있었겠지. 분명 따뜻한 시선이었을거다. '프로필 사진 전문 찍사'라던 네 말 따라 모두의 표정은 너무 편안했으니까.

그간 추모게시판에 차마 글을 쓸 용기가 없었다. 용기가 없다기 보단 추모를 하기에 내 마음은 아직 일렀던 것 같다. 나는 매일 네 생각에 치어 지내고만 있어서 추모라는 것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더라. 다만 나는 오늘도 너 없는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슬펐다. 너 없는 2016년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슬펐다. 다이어리를 꼼꼼하게 쓰는 우리같은 사람들은 한해의 다이어리 장만이 큰일이었는데 네 2016년 다이어리는 어떤 모양이었을까, 그런 소소하고 쓸데없는 생각이나 주억거렸다.

최근 나는 네가 좋아했던 만화를 보러 만화방에 다닌다. '무한의 주인'이라는 만화 동호회에서 너는 '혈선충' 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했다지. 만화를 보니 혈선충은 사람을 죽지 않게 치료해주는 것이더라.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었어. 몇몇 이들에게 숙명처럼 심겨 질기게 그를 살게하는 것이었다. 꼭 너 같아서 미어졌다. 네가 심겼던 우리의 삶을 그래도 축복해 본다. 너는 정말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우리의 보루, 나의 마지막 위로받을 구석.

너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어. 네 숱한 사랑 고백에 나는 왜 그렇게 촌스럽게 응답했었는지 모르겠다. 남편한테도 사랑한다고 쑥쓰러워 잘 말 못하는 나는 너한테도 그랬지. 사랑하는 윤녕이를 외치던 네 말에 내가 어떻게 대답했던지 기억이 안 나 속상하다. 그냥 응응 나도 히히. 뭐 그러고 말았겠지. 미안해 민영아. 나 널 진짜 좋아하는데. 너 같은 친구 둘도 없다는거 아는데. 너 없는 하루 하루는 너 말고는 못할 얘기와 못할 사랑이 쌓여가는 하루하루 였다는거 아니? 이 수다를 언제 다 떨어야 할까. 언젠간 나누겠지 하고 미뤄보는게 오늘 나에겐 유일한 위로다.

민영아.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너 없는 올 해와 내년과 2018년과 2019년에도 과연 나는 괜찮은 사람일까. 네가 없는데, 너에게 받을 사랑이 없고 점검이 없는데. 그래도 나 진짜 괜찮은 사람일까. 나는 맨날 너만 보고 흉내내며 살았는데. 어떻게 살아야할까.

네가 떠나고 나는 한숨이 많아졌다. 이런 저런 생각과 답답한 마음을 만지는데 한숨같이 편한 것이 없더라. 백기완 선생님의 이 말을 참 좋아하는데 오늘 문득 생각난다. "한숨은 결코 주눅 든 심상이 아니다. 모자라는 산소를 보태려는 자연의 기지개"라는 말.

한숨으로 너를 잊으려는 것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한숨을 한 번 쉬고 다시 살아가볼게. 사랑하는 너를 기억하고 어루만지며, 하루하루가 꺼져가지 않도록 큰 기지개를 일으켜볼게.

내일은 네가 사랑하는 김탁언니랑 같이 널 보러 가기로 했어. 언니와 너와 함께 했던 때가 생각나고 네가 줄줄이 늘어 놓던 탁언니 자랑이 생각난다. 그냥 같이 놀기나 하면 좋을텐데 넌 어딜갔니.

보고싶다 민영아. 추모자료집 200페이지에 도저히 담을 수 없었던 너를 언제나 품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해줘. 사랑한다 내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