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아. 청주는 눈이 많이 왔어. 지금도 계속 오네.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에 사람들은 어깨를 움츠리고 종종 걸음치고 차들은 엉금엉금 거북이 걸음이다. 너를 만나러 가려고 기차타러 왔는데 열차도 출발 지연.

오늘 집을 나서는데 청주에 처음 내려왔을 때가 문득 생각나더라. 어둡고 춥고 눈이 많이 쌓인 그런 동트기 전 겨울 아침. 거처도 채 못 정하고 급하게 내려오게 되어 너의 방에서 지냈던 날들. 그게 벌써 오년도 더 된 일이구나.

너와 함께 했던 그 시간을, 정신없이 달려만 왔던 지난 순간들을 돌이켜보는 요즈음이야. 너의 갑작스러운 부재가 많은 반성과 다짐을 나에게 선물해주는 것 같다. 언젠가 너에게 먹을 걸 줬더니(설마 반찬이었을까?; 기억이 가물하다.) 빈 통이 아니라 다른 먹거리를 채워서 돌려줬던 너. 너는 그런 아이였지. 너는 이 세상을 떠나면서도 우리에게 큰 선물을 주고 가는구나.

후회와 미안함보다는 자기반성과 결의로 너 없는 시간을 살아가려고 한다. 잘 할 수 있을런지는 미지수. 언제나 그랬듯이 응원해 줘 민영아. 떠난지 49일이 되는 날 재를 올리는 것은 너를 이 세상에서 정말로 잘 보내주기 위함이겠지만, 너는 우리 젊은 날의 거울처럼 계속하여 우리를 비춰줄 것 같다.

좀이따 보자 민영아.

(*추모집이 나왔대. 려목이 윤영이 수진이 명교 유미 영글... 많은 이들이 공들여 만든 너의 책. 표지가 너무 예뻐서, 표지의 사진처럼 오늘도 눈이 온 날이라, 여기 올려본다. 다시 봐도...눈물나게 너무 이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