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수정안은 기만적 미봉책에 불과하다
- 문제점이 그대로 남아있는 원격의료 수정안


보건복지부가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수정해서 다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2월 10일 새누리당 소속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과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의 당정협의에서 결정된 내용이다. 수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강행하겠다는 큰 방향은 바꾸지 않은 채 생색내기 식의 미봉책만을 제시하며 문제를 보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입법예고 이후 지난 1개월 간 있었던 각종 의업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문제 제기를 무시하고 산업계의 이해를 위해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겠다는 행위다.

수정안에서는 크게 다섯 가지 보완책을 제시했다. 이것 모두 미봉책에 불과하다.

첫째, 원격의료만을 전문으로 운영하는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범사업에서 있었던 상급 종합병원 중심의 원격의료 구축 계획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보건의료체계 왜곡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둘째, 원격의료가 대면진료의 보완수단으로 활용되도록 주기적인 대면진료 의무를 규정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어차피 대면진료를 할 수 있는 상황이면 굳이 비싼 의료기기를 사용해 효과도 확실치 않은 원격의료를 병행할 필요가 없다. 원격의료가 비급여로 시행되면 환자에게 이중부담을 지우게 되고 급여로 시행된다 하더라도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는 것이다.

셋째, 원격진단 및 처방의 안전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초진이 가능한 질환과 진료가능한 의사를 제한적으로 규정하였다. 하지만 원격의료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초진이 가능한 질환을 제한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초진 당시에는 환자의 병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없고 원격의료의 경우 신체진찰이 불가능해 진단의 정확도는 더더욱 떨어진다. 예컨대 환자가 기침을 주소로 내원하였을 때 청진도 할 수 없는 원격의료로 환자의 병이 감기인지 폐렴인지 결코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초진의 대상을 경증질환으로 한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넷째, 대형병원 쏠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병원급을 이용할 수 있는 “수술․퇴원 후 관리가 필요한 재택환자”의 범위를 “신체에 부착된 의료기기의 작동상태 점검 또는 욕창관찰 등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로 제한하여 규정하였다. 하지만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라는 규정 자체도 애매한 것은 마찬가지다. 향후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으로 얼마든지 환자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다섯째, 의사-환자 간에 충분한 시범사업이 없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개정안 시행 전에 6개월간 시범사업을 할 수 있고, 보건복지부에서 그 결과를 종합하여 평가하도록 근거 규정을 추가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고작 6개월의 시범사업으로는 제도 시행을 결정할 수 없다. 원격의료의 주 대상인 만성질환의 특성상 의학적 치료효과를 6개월 만에 판단하는 것은 말도 안 되기 때문이다. 또 보건의료경제학자들은 원격의료의 비용-효과성에 대한 연구들이 대부분 2년 미만의 것들이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6개월의 시범사업으로는 의학적 유효성은 물론이요, 비용-효과성도 판단할 수 없다.

그 외에 향후의 시행 방향에 있어서도 문제가 많다. 보도자료에 의하면 의료계, 학계, 관련 단체 등 사회 각계가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구성하여 개정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한다고 한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의 꾸준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공청회 한 번 열지 않고 법안을 입법예고부터 했다. 제대로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하려면 개정안 자체를 폐기하고 원점부터 함께 논의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원격처방에 따른 건강보험 수가를 대면진료에 준하여 설정하며, 원격의료에 필요한 장비의 경우 비용이 부담되는 경우 따로 지원해 준다고 한다. 그럴 경우 효과도 확실치 않은 원격의료에 건강보험 재정과 정부 예산을 낭비하게 된다. 보도자료에서 보건복지부는 공공의료 확충 및 의료 취약지에 대한 정부 지원은 원격의료와 병행하여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하지만 공공의료 부문 내년 예산은 올해와 비교해 369억이나 축소되었다. 적어도 돈줄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공공의료 확충 계획에 찬성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원격의료에 필요한 엄청난 비용은 환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부담하게 하면서 정작 필요한 공공의료 혜택은 축소시키고 있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폐기하는 것이 옳다. 이윤 추구만을 위해 산업계와 정부가 짜고서 벌이는 돈놀이 판을 깨야 한다.


2013.12.11.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