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e-In, Rise up! 한국의 노동자·민중이 마이클 브라운과 에릭 가너를 비롯해 미국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은 모든 이를 추모하며 미국 경찰폭력반대운동에 연대한다.

2014년 8월 9일,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18살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Michael Brown)은 백인 경찰 대런 윌슨(Darren Wilson)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였다. 이 사건은 미주리 주를 비롯해 뉴욕, 시애틀, 캘리포니아 등 미국 여러 지역에서 대중적인 시위를 촉발했다. 수개월 동안 지속된 시위는 대배심에서 윌슨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뉴욕에서 에릭 가너라는 또 따른 흑인 남성을 불법적인 목조르기로 살해한 경찰에 대해서도 불기소 결정을 내리자 더욱 강렬해졌다. 경찰들은 최루탄과 최루액을 사용하여 시위 대오를 수차례 과잉 진압했고 수백 명을 연행했다.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미국 경찰의 야만적인 모습을 목격한 한국의 노동자와 민중은 큰 충격을 받았다. 동시에 용감하고 헌신적으로 저항하는 미국 유색인의 투쟁에 큰 영감을 받고 있다. 이에 에릭 가너가 죽음을 당한 지 5개월째인 오늘, 우리는 미국과 세계 곳곳의 민중들과 함께 경찰 폭력 희생자를 위한 추모와 분노의 날에 함께 참가한다.

경찰 폭력은 미국의 구조적인 인종주의와 군사화에서 유래하는 제도적인 문제이다.

미국의 경찰들은 처음 일을 시작할 때부터 유색인을 잠재적인 적으로 간주하며 스스로를 방위군으로 인식하고 행동하도록 훈련을 받는다. 경찰청의 방침에 따라 유색인들이 사는 지역을 중심으로 마약 단속과 불심검문을 진행하여 유색인을 범죄화하고, 이를 통해 상업화된 형무소에서 강제노역을 할 인력을 공급해 수익을 창출한다. ‘깨진 유리창 법칙’에 기반한 순찰 정책(broken windows policing)을 통해 경찰들은 비폭력적인 경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유색인을 표적 단속하여 이들을 어렸을 때부터 살던 동네에서 쫓아내고, 그 지역을 부유한 백인들의 거주지로 재개발될 수 있도록 한다.

언론에 의해 보도된 퍼거슨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의 모습이 이라크 전쟁의 이미지와의 유사한 것은 결코 우연한 것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은 해외에서 테러전쟁을 수행하면서 국내전쟁(war at home)을 동시에 벌였다. 소위 ‘국토안보 강화의 필요성’을 구실로 하여 치안 통제를 위한 감시 기술과 대테러 경찰부대를 위한 연방 자금 지원이 확대됐다. 군부대 출신 인력, 무기 및 기술이 이전되고, 경찰과 군이 교차 훈련을 실시하고 SWAT팀(특수공격대)을 일반 경찰 활동에 활용하는 등 미국 경찰은 철저히 군사화되었다.

현재 미국은 이와 같은 군사화된 경찰 제도와 활동 방식을 수출하고 있다. 뉴욕과 로스앤젤리스 경찰들이 이스라엘, 콜롬비아, 필리핀 등 미국의 전략적 이익과 연관된 지역에 파견되어 해당 국가의 현지 경찰을 훈련시키기고 있다.

퍼거슨이나 뉴욕에서 발생하는 경찰폭력은 미국의 역사적 인종주의와 현재의 군사주의에서 유래한 독특한 현상이다. 그러나 이는 한국사회에서도 낯선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유색인 공동체들이 현재 겪고 있는 극단적으로 군사화된 경찰의 활동은 미국이 해외에서 저지르는 전쟁과 점령, 군비확대의 한 결과이다. 한국 민중들은 이와 같은 미국의 ‘외교정책’을 많이 경험해 보았다. 우리는 60년 넘게 미국의 군사주의를 경험했다. 한미연합훈련과 미사일 방어망 구축,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에서 나타나는 미국 경찰 폭력의 다른 얼굴이다.

미군정과 한국전쟁 시기부터 한국사회는 미국 군사화와 더불어 미국식 인종주의를 학습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사회에는 한국의 고유한 인종주의적 제도가 형성되고 있다. 매일 출입국관리소의 급습과 차별적인 법제도, 일상적인 모욕을 견뎌야 하는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은 미국 유색인들의 처지에 공감할 수 있으며, 따라서 인종주의적 경찰폭력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이주민, 인권 및 노동단체들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미국의 경찰폭력반대운동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보수언론들은 미주리와 뉴욕, 캘리포니아에서 벌어지는 시위를 폭동으로 묘사한다. 이에 대해 우리는 몇 건의 단발성 사건을 제외하면 이 시위는 전체적으로 질서 있고 비폭력적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확인하며, 이 시위가 갑작스러운 폭동이 아니라 오히려 반인종주의 활동가들의 수십 년에 걸친 노력의 결과라는 점에 주목한다.

오늘 우리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민중들과 함께 경찰들이 쓰러진 에릭 가너에게 응급처치를 하지 않고 방치한 7분을 상징하는 7분의 다이인(die-in)을 진행한다. 이 행동을 통해서 우리는 미국 경찰폭력 반대운동에 우리의 연대를 표한다. 또한 우리는 한국에서의 군사화, 인종주의에 맞써 싸우고, 부유하고 힘이 있는 자들이 자행하는 생명 경시에 맞서 더욱 힘차게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2014년 12월 1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울경인이주노동조합, 외국인 이주 노동운동협의회, 국제민주연대, 친구사이, 민가협, 인권교육센터‘들’, 빈곤사회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아시아의친구들, 민변국제연대위원회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경기이주공대위, 공익인권법재단공감,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노동자연대,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사)한국불교종단협의회인권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서울경인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아시아의창, 연구공간 수유+너머,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방송(MWTV), 인권단체연석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전국빈민연합, 전국철거민연합, 전국학생행진, 지구인의정류장, 천주교인권위원회,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이주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