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26명의 죽음 사과· 해고자 전원복직 촉구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문

아난드 회장이 지금 여기 사라진 26켤레 신발을 보았다면 대화는 시작된 것이다!

오늘 우리는 쌍용자동차 26명의 사라진 신발을 들고 이 곳에 서 있다. 공장을 활보하던 낡은 작업화와 동료들과 즐겁게 뛰놀던 운동화다. 욕실에서 사라진 동료의 슬리퍼와 신발장에 남겨진 아내의 구두다. 7년 전부터 홀로 남겨진 신발은 지난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가 70m 굴뚝에 오른 날, 26켤레로 늘었다. 마힌드라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이후에도 죽음은 멈추지 않았다. 우리는 오늘 이 신발을 들고 이 곳에 섰다.

아무 잘못도 없이 청춘을 바친 공장에서 쫓겨나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려보지 않은 사람은 26켤레의 신발을 알 수 없다. 열심히 땀 흘린 일터에서 버려져 죽음의 문턱에서 휘청거려보지 않은 사람은 70m 굴뚝의 절규를 이해하기 어렵다. 세상에 의지하고 손 내밀 곳 없는 낭떠러지에 매달려보지 않은 사람은 오체를 땅바닥에 내던지는 절규를 헤아리지 못한다. 7년의 세월, 쌍용자동차 회사는 사라진 26켤레 신발을 외면하고 70m 굴뚝을 비웃고 오체를 던진 찢겨진 육신을 모른체 했다.

인도에서 존경받는 그룹인 마힌드라 아난드 회장이 한국에 왔다. 인도에는 “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기 전에는 그 사람의 발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깊은 마음이 담긴 속담이다. 아난드 회장이 절망의 늪에 빠지고, 낭떠러지에 매달린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신발을 신어보지 않으면 해고자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없다. 우리가 신차발표회장 앞에서 사라진 쌍용차 26명의 사라진 26켤레 신발을 들고 있는 이유다.

지금 한국의 양심들이 마힌드라가 인수한 쌍용차의 70m 굴뚝에 응원을 보내고 있다. 해고자들이 만든 쌍용차 신차 티볼리를 타고 싶다는 목소리가 전국을 메아리치고 있다. 인도의 석학 가야트리 스피박, 노엄 촘스키, 슬라보예 지젝 등 세계적 석학들이 굴뚝을 향해 “그대들이 올라간 굴뚝은 세계 비추는 등대”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영국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간디의 맨발을 알고 있다. 인도의 기업 마힌드라 아난드 회장이 해고자들의 피어린 신발과 굴뚝을 외면하고 한국을 떠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난드 회장이 오늘 사라진 26켤레의 신발을 보았다면 대화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1월 14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을 방문하는 아난드 회장이 찾아야 할 곳이 어디인지 분명해졌다. 굴뚝을 향해 수많은 양심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눈에 눈물이 없으면 그 영혼에는 무지개가 없다”는 또 다른 인도 속담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우리의 요구>

하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은 쌍용차 26명의 죽음 앞에 사과하라!
하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은 쌍용차 해고자를 모두 복직시켜라!
하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은 쌍용차 굴뚝농성 농성자를 만나서 해결하라!
하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은 쌍용차 해고자와 대화에 나서라!

2015년 1월 13일(화)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