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자본만 배불릴 ‘제네릭 독점권’ 법안을 철회하라!


제네릭(복제약) 제약사가 특허권자에게 특허소송에서 이길 경우 그 제약사에게 9개월간 독점판매권을 부여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내달 1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월 24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김용익 의원이 각각 제출한 약사법 개정안을 병합 심의,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수정 의결했다.

제네릭 독점권은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특허소송에서 이겨 등록된 특허를 무효시킨 경우에 그 무효시킨 제약사에게 일정 기간동안 제네릭 독점판매권을 주는 제도이다. 당초 정부는 '약사법 개정안'을 내고 독점 판매 기간을 12개월 동안 부여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김용익 의원 등 일부 의원이 제네릭 독점권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해 정부 입법안에 제동을 걸었지만, 결국 9개월로 합의한 것이다.

정부는 한미 FTA 협정에 따라 오는 3월 15일 발효를 앞두고 있는 허가-특허 연계제도에 대비한 정책이라 밝혔으나 제네릭 독점권은 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특허 만료에 임박해 제네릭 제약사가 제네릭 허가 신청 시 특허권자에게 해당 사실을 통보하고, 이때 특허권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일정기간 제네릭 시판을 중단하는 제도이다. 허가-특허 연계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캐나다, 멕시코, 싱가포르, 호주, 중국 중 어느 국가도 제네릭 독점권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런데 정부는 이들 나라의 사례는 검토해 볼 생각도 하지 않고, 일부 제약사의 주장만 수용하여 제네릭 독점 권을 도입하려고 한다.

제네릭 독점권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만 도입하고 있으며, 심지어 미국조차 6개월만 독점기간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법안소위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제네릭 독점권의 80% 가량이 연 매출 1조원 이상의 대형 제네릭 회사들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제네릭 독점권은 소수 대형 제약 회사에게만 이득을 줄 제도임이 분명하다.

특허 소송에서 승소하였다고 해당 시장을 독식할 권리를 주는 것은 창작여부를 기준으로 독점권을 부여하는 헌법상 지식재산권 제도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이 제도는 제네릭 의약품의 활성화를 저해해 국내 중소 제약회사에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고, 의약품 접근성 저하와 건강보험재정 악화의 우려가 있는 등 여러 방면에서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다.

제네릭 독점권은 무효로 판명난 특허권을 연장해 주는 기이한 결과만을 낳을 것이다. 대형 제약 회사의 배만 불릴 정책이며, 그 돈은 국민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될 것이다. 결국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제약 자본에게 돈을 넘겨주는 꼴이다. 정부는 허가-특허 연계제도에 대비한 정책이라는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고 제네릭 독점권 법안을 폐기해야 할 것이다.


2015년 2월 26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