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약가 상승을 야기하고 제약회사에 특혜를 주는 약가제도 개편안을 철회하라!


박근혜 정부는 약값인상 통해 제약회사에 특혜를 주는 약가제도 개편을 단행하겠다고 나섰다. 보건복지부가 작년 12월 17일 입법 예고한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령 안과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이 올해 2월 2일 입법 예고한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의 평가 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안이 그것이다.

약제비 증가는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2년 4.8조원이던 약제비는 2011년에 13.4조원까지 증가하였다. 2012년 일괄약가인하제로 약제비가 일시적으로 하락한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약제비 상승의 주된 원인은 높은 약가에 있다. 2006년 약제비 적정화방안과 2012년 일괄약가인하제도와 같은 그간 약가제도의 정비는 비록 실패했지만 높은 약가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번 약가제도 개편은 약가를 오히려 상승시키고 제약회사에 특혜를 주는 정책이다.

첫째, 정부는 효과나 안정성, 편의성 면에서 개선된 신약의 경우 약가를 현재보다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예고했다. 기존에 약가를 결정하는 기준은 비용 대비 효과가 적절한가를 평가하는 '경제성평가'였다. 정부가 제시한 새로운 방안에 의하면, 비용 대비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약일 지라도 약가를 높게 책정할 수 있게 된다. 한정된 보건의료재정으로 고가 신약의 급여와 약가를 결정해야 하는 환경에서 경제성을 생략한 평가는 제약회사에 특혜를 주는 정책이다. 더욱이 경제성평가를 하는 다른 국가 중에서 '편의성 개선'을 약가에 반영하는 경우는 없다.

둘째, 경제성평가 없이 대체약제 가중평균가 90%를 수용한 약제의 경우 약가협상 없이 등재할 수 있는 '신속등재절차'를 추가 운영한다고 밝혔다. 경제성평가를 생략한다는 것은 기존 약제에 비교해 나아진 바의 유무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효능을 모르는 약도 대체약제 가중평균가 90%에 책정해 준다는 것은 근거 없는 특혜이다. 또한 약가협상을 생략한다는 것은 약가제도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며 약가 상승을 야기할 것이 뻔하다. 최동익 의원실이 작년 11월 보도한 자료에 의하면, 약가협상을 통해 약가는 14.1% 낮아졌다. 제약회사들은 이 제도를 악용하여 협상 시 대체약제 가중 평균가의 90% 이하로 등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약제들만 '신속등재절차'를 신청할 것이다.

셋째, 정부는 희귀질환치료제에 대해 'A7국가 최저약가' 수준에서 경제성을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A7국가의 약가를 기준으로 약가를 책정하는 방식은 2006년에 없어진 방식이다. 2010년 기준으로 A7국가의 GDP는 우리보다 평균적으로 200%이상 높다. 2007년 이후 약가협상 도입과 함께 약가참조국을 OECD국가 및 대만, 싱가폴로 확대함으로써 우리나라와 경제적으로 비슷한 국가로 변경하였다. 또한 A7국가의 희귀질환치료제의 치료효과 대비 지불비용은 일반약물의 수십 배에 이른다. A7국가 중 하나인 영국에서는 고평가를 받은 11개의 희귀의약품 중 8개는 보험급여에 대해 부정적 권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넷째, 정부는 수출 신약의 ‘사용량-약가 연동제도’를 생략하고 약가 인하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사용량-약가 연동제도는 의약품의 실제 사용량과 의약품의 가격을 연동한다는 의미로, 의약품의 사용량이 많아지면 약가를 인하하는 정책이다. 약가가 인하되면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도 줄어든다. 약가인하 대신 환급으로 변경될 경우 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없어지게 된다. 2012년 감사원 자료에 의하면 이 제도는 약가조정폭이 제한적이어서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를 개선하지는 못할망정 제약기업의 혜택을 위해 공적인 혜택마저 포기하라는 것이 정부의 행태이다.

국민의 건강권 보장은 어디에도 없고 제약회사에 특혜를 몰아주는 정부가 국민을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약가상승을 야기하고 그로인해 건강보험재정을 악화 시키고 국민의료비도 증가시킬 이번 입법 예고는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


2015년 2월 27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