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낙인찍기를 당장 중단하라!


지난 3월 24일,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대상으로 연간 총진료비 및 다빈도 상병에 대한 안내서비스를 7월부터 시행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예시로 든 안내문을 살펴보면 해당 환자가 지금까지 의료비로 얼마를 지출했으며, 그 중 정부에서 지원한 금액,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평균 진료비용 등을 고지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의료급여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즉, 수급권자가 지출하는 의료비는 정부가 세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니 남들과 비슷하게 평균적인 수준으로 병원 이용을 줄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이 혜택 인식이 미흡하며 의료서비스를 과다 이용할 유인이 있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이 의료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 것은 그만큼 많이 아프기 때문이다. 2012년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표한 '보건의료 취약계층 건강보호 정책'에 의하면 가구주의 만성질환 유병률이 일반국민은 14.7%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의료급여 대상자는 65.2%, 차상위계층도 52.3%나 되었다.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은 아파서 가난해지고, 가난해져서 아픈 사람들이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에서 소개한 '재난적 의료비 지출이 빈곤화 및 빈곤 지속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에 의하면 의료비가 지출의 10%가 넘는 가정은 빈곤으로 떨어질 확률이 18.6%나 되었다. 이런 정도로 의료비를 쓰지 않는 가구가 빈곤선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의 3.2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가난한 사람들이 몸에 나쁜 음식을 먹고, 더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으며, 아플 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의료급여라 하면 100% 국가가 부담할 것 같지만 의료급여 1종이라고 하더라도, 본인부담금이 있고 비급여 의료는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에 실제 의료비 보장률은 90% 수준이다. 특히 입원 진료의 경우 비급여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제때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하고 병을 키우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가난과 질병의 악순환은 사회적 문제에서 비롯하며, 불평등과 빈곤을 양산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 모순을 반영한다. 공공부조 정책은 이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지만 드러나는 문제들을 최소한 완화라도 시켜야한다. 의료급여의 경우 빈곤과 질병의 악순환을 줄이기 위해 작동해야 한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아파서 병원에 다니는 사람에게 도덕적 해이라는 낙인을 찍고 세금을 낭비한다는 누명을 씌우고 있다. 이것은 ‘안내’가 아니라 ‘경고’이다.
최근 박근혜 정부의 행보를 보면 이와 같은 경고는 의료급여 환자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진료비로 쓰라고 낸 보험료를 아껴 건강보험 흑자를 적립하고만 있고, 입원비는 인상하고, 건강보험료 국고보조금은 줄이려는 행태는 더 이상 시민의 건강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모습으로 보인다. 나중에는 건강보험을 이용하는 환자들에게도 의료를 과다이용하고 있으니 이용을 줄이라는 통지서를 보낼지도 모른다.
연간 총진료비 및 다빈도 상병에 대한 안내서비스는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에게 모욕감을 주고 의료이용을 위축시킬 것이다. 의료급여의 기본 목적과 정신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인권침해적인 정책이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서비스를 폐기하고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낙인 찍기를 당장 중단하라!

2015년 3월 27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