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시행령을 폐기하고 안전사회를 만드는 노력을 다시 시작하자


세월호참사 이후에도 우리는 수많은 참사를 마주했다. 고양터미널과 장성요양병원 화재참사를 겪었고,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를 경험했다. 501오룡호는 베링해에서 침몰했고 아직 실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가거도에서도 헬기가 추락했다. 지금 한국은 사고공화국이다. 과거 참사의 진실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책임자들이 처벌되지 않아서 세월호참사에 이르렀던 것처럼, 세월호참사의 원인을 제대로 밝히고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다른 참사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세월호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우리 세대의 가장 큰 소명이다.

우리는 세월호특별위원회의 안전사회소위원회가 ‘안전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기틀을 닦기를 원했다. 안전사회로 나아가려면 이윤보다 생명, 효율보다 안전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확인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하여 정부와 기업, 언론 등 사회 전반이 총체적으로 반성하고 개혁해야 한다. 그래서 과거의 대형 재난사고의 원인과 진상규명, 재방방지대책이 적절했는지를 검토하고, 안전보다 이윤추구를 앞세우는 법제도와 정책, 관행을 철저하게 조사하여 대책을 마련하기를 바랐다. 시민과 노동자의 알권리와 참여권을 보장함으로써 시민이 안전사회의 주체가 되도록 정책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런데 3월 28일 정부가 내놓은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시행령은 이런 시민들의 바람을 완전히 짓밟았다. 이 시행령이 공무원들이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통제하도록 만들어놓은 근본적인 한계는 차치하고라도 안전사회와 관련한 내용은 특별법의 취지 자체에 위배되는 내용들이다. 우선 안전사회 소위원회를 ‘과’로 격하시켰다. 그리고 안전사회소위원회에서 다뤄야 할 내용은 4.16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사항으로만 좁혀버렸다. 해상사고, 특히 세월호참사와 연관이 있는 안전대책만 점검하라는 내용이다. 세월호참사를 발생시킨 우리 사회 전반의 제도와 관행, 법을 검토하여 대책을 마련하는 활동을 철저하게 봉쇄했다.

이것은 이 정부가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방해할 뿐 아니라, 안전사회를 건설하자는 시민들의 바람도 무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는 세월호참사 이후에 안전대책을 내놓겠다고 했고, 3월 19일 산업자원부 산하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안전산업발전방향’을 내놓았다. 내용을 보면 안전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산업에 투자하는 것이고, 안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중복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한다. 이 정부는 ‘안전’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의 불안한 마음까지도 돈벌이에 동원하려는 것이다. 그러니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축소하고 방해하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지금도 ‘규제완화’를 외치며 안전규제도 허물어뜨리려고 한다. 사람의 생명보다 이윤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정책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길은 시민들 스스로가 주체가 되는 길이다.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를 무력화하는 시행령을 당장 폐기하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우리는 힘을 모을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의 힘으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를 다시 세운다 하더라도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진짜 힘은 특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시민들에게 있다는 점을 다시 인식하고 위험에 알권리와 참여할 권리를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15년 3월 31일
노동건강연대 사회진보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일과건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환경운동연합


세월호 특별법 무력화하는 정부의 시행령안 즉각 폐기하라

위원회 독립성 훼손할 의도 명확, 시행령이 아니라 간섭령, 훼손령
제정과정에서 독립기구인 특조위 의견 묵살, 조사범위와 인력 대폭축소
위원회 조사활동을 정부 파견 공무원이 통제하도록 설계



오늘(3/27) 해양수산부가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시행령안은 특별조사위원들이 제안한 시행령안을 완전히 묵살한 전혀 새로운 안으로서, 주로 위원회와 위원들의 역할을 약화시키고, 사무처의 인력과 예산을 축소하며, 위원회 사무처의 주요 직책을 정부 파견 고위 공무원이 장악하여 조사대상이 되는 기관의 공무원들이 특조위를 사실상 통제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과 특조위를 무력화하는 정부의 시행령안을 즉각 폐기하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독립기구이고, 특히 조사대상이 될 수 있는 기관으로부터의 독립성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위원회의 본질적 특성은 조사위원들이 논의와 결정으로 업무를 결정하고 진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행령안은 조사대상이 될 수 있는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이 각 위원회의 실무를 장악하고 지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위 두 가지 기본 원칙 모두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 즉, 파견된 조사대상이 되는 부처의 공무원이 진상규명, 안전대책, 지원 관련 소위의 업무를 담당할 공무원을 사실상 지휘 감독함으로써 독립성을 훼손시키고, 각 소위 소속 위원들의 논의와 결정이 집행되는 과정에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여 위원들의 역할을 축소시킬 수 있다. 시행령안은 세월호 특별법의 애초 제정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있다. 시행령안의 세부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무처 산하에 기획조정실을 새로 두고, 그 실장을 고위 공무원으로, 기획조정실장 산하 기획총괄담당관 역시 일반직 공무원으로 보임함으로써 기획조정실장과 기획조정담당관이 위원회 및 각 소위 업무를 조정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반면 각 진상규명, 안전사회, 지원 관련 3개 소위 위원장은 상임위원임에도 불구하고 국, 과에 대한 감독권을 갖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사무처장과 관련 부서에서 파견된 공무원이 조직을 장악하고 법에 따라 위촉된 위원들은 도리어 파견 공무원 중심의 사무처에서 한차례 걸러진 사안만 다루도록 함으로써 위원들의 역할을 위축시키고 독립성을 제약하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둘째, 진상규명 소위의 사무기구만 국으로, 나머지 안전소위와 지원소위 산하 사무기구는 과로 격하시켰다. 진상규명이 가장 중요한 과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안전과 지원 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국을 과로 격하시킬 이유가 없다.

셋째, 해수부가 내놓은 시행령안은 진상규명국의 조사1과장(조사업무분야 중 핵심으로 특검, 청문회, 조사보고서 등 관할)을 파견된 일반직 공무원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진상조사의 핵심 역할을 조사대상이 되는 정부기관에서 파견된 공무원에 맡기겠다는 것은 진상규명을 하지 말자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진상규명과 관련하여 조사 범위를 ‘성역 없는 진상조사’가 아니라 ‘정부의 진상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로 축소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런 시행령안을 만든 관련자들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철면피들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역없는 진상조사와 독립성이다. 이것은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넷째, 특조위의 출범 시 인원을 90명으로 한정하며, 상임위원을 제외한 직원 구성을 민간과 공무원을 1(43):1(42)의 비율로 한 것 역시 납득할 수 없다. 애초 특별법은 120명 이내로 위원회의 정원을 정한 것은 특조위 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인원을 규정한 것이다.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기간은 1년이고 연장을 해도 1년 6개월이다. 한시적 조직이 처음부터 인력을 제대로 갖춰 출범하지 않는다면 새로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정원을 25%나 줄여 출범하고 실무진의 50%를 민간전문가가 아닌 공무원이 담당하게 하겠다는 것은 진상조사를 어떻게든 방해하려는 책동이 아닐 수 없다.

다섯째, 이번 시행령 입법예고 과정에서 정부와 해수부는 독립기구인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특별조사위원회(이하 세월호 특조위) 위원들과 제대로 된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령을 공포했다. 독립기구로 위원회를 만든 것은 예산과 조직에 있어서도 일정한 권한을 주어 독립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이다. 이런 국회의 입법 취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한 것은 정부의 직권남용이 아닐 수 없다.

여섯째, 특조위가 시행령안을 2월 중순 제출했음에도 시간을 끌다가 4․16 1주기를 앞두고 부랴부랴 특조위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시행령안을 발표한 것도 모자라, 입법예고기간을 10일로 대폭 축소하여 입법예고하는 것은 일방통행식으로 박근혜 정부안을 따르라고 겁박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결론적으로 입법예고된 해수부의 시행령안은 특조위의 독립적인 위상을 무력화하고 위원회 활동을 정부 입맛대로 체계적으로 통제하고자하는 안이다. 이 시행령안으로는 위원들이 특별법이 정한 독립적인 진상규명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최소한의 독립적이고 효과적인 활동을 할 수 없다. 이것은 시행령이 아니라 통제령이며 간섭령이다. 정부가 제시한 안은 전면 폐기되어야 한다. 416특별법은 국민 600만명 서명이라는 전무후무한 국민운동에 힘입어 여야합의로 탄생한 법이다. 이 법에 따라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는 독립적인 국가위원회이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과 국민은 정부가 특별법의 정신을 이런 치졸하고 일방적인 방식으로 파괴하는 것을 절대로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