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회견문 >

지난 해 9월, ‘현대적 형태의 인종주의·인종차별·외국인혐오 및 이와 관련한 불관용에 관한 UN특별보고관(이하 UN특별보고관)’은 우리 정부의 초청으로 대한민국을 방문하여, 각 지역과 기관을 방문하여 조사활동을 진행한 바 있다. UN특별보고관은 6월 30일 제네바에서 열린 UN인권이사회에서 보고서를 발표하였으며, 여기에는 우리 사회의 이주민 인권 현실과 각종 차별, 그리고 제도 개선을 위한 권고안이 담겨 있다.
안타깝게도 UN특별보고관은 대한민국의 이주민이 겪고 있는 인종차별과 노동착취의 실상에 대해 우려를 표하였으며, 제도적 개선과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평가하였다. 주요 평가와 권고 사항은 다음과 같다.

결혼이주민과 다문화 가족 정책: 별거 또는 이혼의 경우, 결혼의 결과 또는 지속기간, 그리고 결혼관계에서 태어난 자녀의 유무와 관계없이 대한민국 국적 남성과 결혼한 이주민 여성에게 체류의 안정성을 포함한 동등한 권리 부여를 권고한다. 또한 가정폭력, 성적 학대, 인신매매 또는 다른 형태의 폭력의 피해자인 외국인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리에 대해 통지를 받고 재판에 대해 적절히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과 폭력의 여성 피해자들은 원하는 경우 국내에 합법적으로 남아있을 권리가 주어져야 할 것을 권고한다. 그리고 ‘다문화가족’의 정의에 이주노동자 가족이나 중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및 중앙아시아 국가의 동포 가족과 같은 다른 형태의 이주민 가족이 포함되지 않고 있다. 특별보고관은 정부가 다문화 가족의 정의를 확대하고 외국인 간 또는 민족간 결합을 포함시켜 현재 다문화가족법에 따른 사회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할 것을 권고한다.

고용허가제 : 비자 종류의 복합성과 다양성, 출신국을 기반으로 한 차별,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제한, 최대 체류 허용 기간에 대해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특히 고용허가제 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을 없애고, 고용주가 서명하는 고용변동신고서 없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근로기준법을 모든 이주노동자에게 전면 적용하며, 특히 노동시간, 휴게시간 및 주휴수당과 관련된 사항을 적용할 것을 권고한다.

농업분야 이주노동자 : 고용노동부가 정기적으로 모든 농장을 점검하여 근로기준법과 고용허가제 계약을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근로기준법 56조에 따라 초과근무 수당 전액을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

선원 이주노동자 : 대한민국에 등록된 선박에 근무하는 경우 정부가 공해(公海) 어선에서의 한국인 선원과 외국인 선원 간에 성과급 차등 지급 등 차별적 임금 적용에 대해 제재해야 한다.

난민 : 2012년 포괄적 난민법의 제정을 환영하며, 난민인정 여부를 더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할 것을 권고한다.

미디어 : 방송사, 특히 텔레비전 방송국들이 프로그램에서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를 방지하기 위한 분명한 지침을 마련하라는 권고를 이행해야 한다.

인종적 차별과 혐오행위 처벌 : 형사법을 개정하여 인종차별을 범죄로 규정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범죄의 중대성에 따라 적절한 형을 선고하고, 다른 범죄가 일어난 경우 인종차별이 가중처벌 사유가 될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에게 적절한 배상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인터넷 상의 혐오발언과 외국인 혐오행위 방지 및 철폐를 위해 강력한 규제와 처벌을 해야 한다.

우리는 UN인권이사회에서 발표된 이 보고서의 전반적인 내용에 공감하며, 이 땅의 이주민들이 처한 비인간적 차별과 착취의 실체가 UN 차원에서도 우려를 낳고 있음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또한 지금까지 정부가 안이한 태도로 일관하며 이주민 정책에 대한 치적을 늘어놓으며 차별정책을 합리화하는 태도로 일관해왔던 것에 대해 분노를 감출 수 없다.
이제라도 정부는 현행 고용허가제 하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강제노동과 노동착취에 시달리고 있음을 인정해야 하며, 수많은 독소조항으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다문화가족의 범위와 지원을 확대하고, 결혼이주여성의 체류 안정과 폭력 피해 이주여성의 체류를 보장하여야 한다. 난민(신청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점증하는 인종혐오 행위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없이 수수방관해 왔음을 통렬히 반성하고 즉각 관련 법률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이미 2012년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정부가 미디어,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를 감독하여 인종적 우월에 기반한 견해를 전파하거나 외국인에 대한 인종적 혐오를 선동하는 개인 또는 집단을 찾아내 행위자들을 기소하고 적절하게 처벌할 것을 권고한 바 있으나 정부는 이를 외면해왔다.

헌법 제6조 제2항에는 ‘외국인의 법적 지위는 국제법과 국제조약의 범위 내에서 보장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을 강제노동의 희생양으로 전락시키고 있으며, 이주민이 당하는 인종차별도 외면하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변명과 책임회피를 벗어나 인권협약을 제대로 이행하라는 UN인권기구의 권고에 대해 실질적인 이행에 나서야 하며, 조속한 시일 내에 제도개선과 법률 제정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주민 수가 185만을 넘어서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러한 상황을 외면하고 있는 정부에 책임을 촉구하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연대하여 싸워나갈 것이다.

<우리의 요구>
이주노동자를 착취하는 고용허가제를 전면 개정하라!
인종차별과 인종혐오 금지를 위한 법률을 즉각 제정하라!
UN이주노동자 권리협약을 즉각 비준하라!
이주여성의 안정적인 체류를 보장하라!

2015년 7월 2일
UN 인권이사회 인종차별 특별보고관 보고서 발표에 관한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 참가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