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1일, 보건복지부는 신의료기술 사후 평가안과 관련된 두 가지 법령인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이하 신의료기술평가 규칙) 일부개정령」과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요양급여 규칙) 일부개정령」을 모두 공포하였다. 이 개정령들은 임상시험을 거쳐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는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지 않고 먼저 환자에게 사용한 다음, 1년 후에 신의료기술평가를 받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각각 올해 6월과 8월에 일주일씩 입법예고했던 내용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작년 11월에 임상시험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는 신의료기술평가를 면제시켜주는 요양급여 규칙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적이 있다. 그러나 식약처 품목허가와 신의료기술평가는 관점과 목적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서로 대체불가하며 해당 의료기기로 시술받은 환자에게 나타날 부작용의 위험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올해 6월에 입법예고 된 신의료기술평가 규칙 개정령안은 신의료기술을 평가없이 먼저 사용하고, 1년 후에 평가받는 사후 평가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1년이든 한 달이든 안정성과 유효성을 제대로 검증받지 않은 의료기기를 환자의 몸에 사용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심지어 이 개정령안은 제대로 된 입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입법예고 되었으며, 의료법 등 상위법령 위반의 소지도 있었다. 이후 8월에 입법예고 된 요양급여 규칙도 행정절차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비상식적으로 짧게 잡는 등 문제가 많은 법안이었다.
이에 대해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개정안을 비판했으며, 신의료기술 사후 평가안과 관련된 의견서를 보건복지부로 보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개정안들을 공포하면서 입법예고 결과 특기할 사항이 없었다고 간략하게 서술했고, 각 단체의 의견서에 대한 답을 주지도 않았다.
9월에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는 신의료기술 사후 평가안의 문제점과 관련해 야당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아무런 해명이나 개선없이, 국정감사를 받은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해당 개정안들을 공포했다. 시민들의 목소리에 전혀 귀기울이지 않는 안하무인 행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박근혜 정부는 노사정 야합을 통해 마음에 들지 않는 노동자들을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고, 노동자들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할 수 있도록 하며,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최장 4년까지 늘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노동개악을 통해 노동자들의 목을 조르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제는 그들이 상처입고 병들었을 때 임상적 안전성•유효성 검증 절차도 거치지 않은 의료기기를 들이대 무료 임상시험 대상으로 삼을 생각이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를 노예로 부리다 병들면 마루타로 삼을 속셈이다.
환자들의 몸은 의료기기 업체의 이윤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신의료기술 사후 평가안을 당장 중단하고 재개정안을 입법하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