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의료기기 자회사 설립허용을 철회하고,
교묘한 의료영리화 계획 추진을 중단하라!


박근혜 정부의 영리자회사 설립을 통한 의료영리화 계획에 대한 흑심이 다시 드러났다. 11월 2일,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4개 부처가 미래 유망 의료기기의 개발과 사업화 전략을 담은 '바이오 미래전략2(의료기기)'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는 의료기기 개발을 위해 병원에 의료기기 자회사를 두고 개발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정부는 이번 자회사 설립 허용 취지를 병원의 풍부한 임상경험을 활용하고 병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도모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이번 발표는 지난 4차 투자활성화 대책 때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하려했던 병원의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을 의료기기분야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의료기기 개발 지원계획을 오는 2020년까지 세계 7대 의료기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의료기기산업을 발전신다는 핑계로 정작 국민들의 건강을 희생하고 의료비 부담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미 병원 영리자회사 허용은 부대사업 확대를 통한 의료상업화 및 병원 외부로의 수익 유출 등 많은 문제점이 알려진 바 있다. 이번 발표에 따라 의료기기 관련 병원 자회사가 설립될 경우 병원들이 해당병원의 자회사가 개발한 의료기기를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사용을 권할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한국의 의료환경, 특히 수직적일 수밖에 없는 대형병원 의사와 환자들의 관계 및 의료기기 관련 지식에 대한 접근성 차이를 고려할 때, 환자들은 자신이 치료받는 병원 의사의 권유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지난 9월 21일 정부가 발표했던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와 이번 발표내용을 함께 고려할 때, 환자들이 겪게 될 문제는 단순히 비용의 증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은 신의료기기에 한해, 보건의료연구원 산하 신의료기술평가의원회의 신의료기술평가를 1년간 유예하고 곧바로 의료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에 대해서 기존 신의료기술 평가가 평균 1년의 과정이 필요한데 반해 식약처의 품목허가는 80일이면 받을 수 있어서 이 기간동안 해당 의료기기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는지 꾸준히 의문이 제기되어 왔으며, 실제로 2011부터 2013년까지의 신의료기술 평가결과, 임상시험자료가 있는 의료기기 26건 중 8건이 안전성 및 유효성을 인정받지 못한 바 있다. 병원의 의료기기 자회사 설립이 허용되고, 신의료기술 평가유예제도가 적용된다면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은 충분히 안전성이 입증되지도 않은 의료기기를 병원의 처방에 따라 쓸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대부분 비급여로 지정된 의료기기 사용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의료에 관한 정책들이 늘 그랬듯, 이번 발표 역시 대형병원과 연계된 일부 재벌기업들이 병원과 의료기기를 통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을 확실히 열어주겠다는 것일 뿐이다. 이미 SK텔레콤과 서울대학교 병원이 합작하여 설립한 '헬스커넥트'는 이번 의료기기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이 발표되기 전부터 자체적으로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브랜드를 붙이는 방법으로 수익사업을 벌여왔으며 그 과정에서 환자들의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등의 부작용도 발생했다. 정부는 이러한 편법적인 자회사의 운영을 눈감아 주더니, 지난해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함으로써 모든 병원에서 영리자회사 설립을 허용하여 영리행위가 가능하도록 했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제외되었던 부대사업인 의료기기사업을 가능하게 만드는 내용인 것이다.

4차 투자활성화 대책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병원 영리자회사 허용 및 부대사업 확대, 메디텔 추진, 그리고 이번 의료기기 자회사 설립허용까지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영리화 정책의 목적은 하나다. 국민들의 건강과 의료비를 담보로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새로 임명된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원격의료를 통한 의료산업화에 대해 확고한 지지를 표한 바 있고, 분당서울대학교병원장 시절, 중동 지역에 의료시스템 수출을 적극 추진해 온 의료산업화의 대표주자다. 이미 정부는 국민들의 건강은 안중에 없고 의료기기 사업이 가능한 일부 재벌기업들의 이윤추구만 도와주려 하는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 국민들을 기만하지 말고 당장 의료기기 자회사 설립허용을 중단하라.


2015년 11월 4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