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문] 민주파괴와 민생파탄에 맞서야 합니다! 노동개악을 막아냅시다!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설계하는, 희망으로 차 있어야 하는 이 연말, 우리는 차가운 겨울 바람을 맞으며 이 정부와 국회에 민주주의와 민생을 위한 결단을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대선 당시 해고 요건을 강화하고,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겠다고 공약했던 박근혜 정권이, 노동자들의 거센 반대와 수많은 국민들의 우려를 낳고 있음에도 소위 ‘노동시장 구조개편’ 정책을 계속 강행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소위 ‘노동시장 구조개편’ 관련 법안과 행정지침 개정안은 장기근속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저성과자’라는 이름아래 마음대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하며, ‘해고 위협’으로 인해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 비인간적 차별로 고통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실상의 노예 상태를 2년 더 연장하는 명백한 노동 개악입니다.
이러한 노동 개악이 강행된다면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넘어 모든 노동자들에게 ‘해고 위협’이 가해지고, 이로 인해 더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이 강요될 것이며, 그 끝은 노동법도, 노조도, 아무런 권리도 없이 노동자들이 ‘해고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됐던, 그리하여 아동 노동과 18시간 노동과 같은 비인간적 착취가 만연했던 처참했던 19세기 자본주의 사회로의 퇴행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노동 개악에 노동자들과 국민들이 찬성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드러났습니다. 11월 14일 개최되었던 집회에 무려 13만명의 국민이 모였고, 2차, 3차로 대규모 집회가 이어졌으며, 야당과 시민사회도 노동개악 관련법안의 처리를 반대하면서 결국 관련 법안 처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대통령은 응당 국민의 반대에 귀를 기울여, 더 많은 사회적 논의를 위해 법안의 강행을 중단하고 대화와 토론의 장을 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노동개악이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허황된 주장을 강변하며 국회 내, 사회적 논의 대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압박하고, 국민의 반대를 차벽과 살인 물대포로 진압해 백남기 농민을 중태에 빠뜨렸으며, 민중총궐기 주최 단체들에 대해 무차별 수사를 벌였고, 심지어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소요죄’ 혐의를 적용하는 등 비이성적 공안탄압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국내 굴지의 재벌 계열사에서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23세의 노동자가 ‘희망퇴직’을 신청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말이 ‘희망퇴직’일 뿐, 이것이 사실상의 ‘해고’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아무도 없습니다. 증언에 따르면, 회사는 희망퇴직을 거부한 이들의 회사 출입을 차단하고, 아무런 업무를 주지 않고, 화장실 사용을 제한하고, 휴대폰 사용을 금지시키는 등 각종 비인간적 꼼수를 통해 사실상 퇴직을 강요하였다고 합니다.
이렇듯 주요 대기업에서조차 20대 노동자가 희망퇴직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로 마련한 재원을 청년고용에 투여한다”는, ‘권고’에 불과한 합의가 지켜질 리 없습니다.
이렇듯 각종 꼼수와 편법을 동원한 ‘사실상의 해고’가 만연한 상황에서, ‘일반해고제’가 도입된다면 이제 사측은 노골적으로 ‘저성과자’라며 마구잡이 해고를 강행할 것이 분명합니다.
또한, ‘재계약’을 빙자한 해고의 위협으로 인해 비인간적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용기간 제한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라고 강요하는 것에 다름아닙니다.

경제위기를 임금 삭감과 해고, 비정규직화 등 노동착취로 대응하는 것은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와 국민에게 전가하고, 국내 재벌들이 고통 분담을 회피하려 시도하는 것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수십 년 간 국민으로부터 받을 지원은 다 받고, 져야 할 책임은 항상 회피해 온 재벌들의 행태는 이제 시정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노동 개악을 저지하기 위한 민주노총의 농성과 총파업 투쟁을 지지하며, 박근혜 정부에게 즉각 노동개악 강행 시도를 중단하고, 민주노총과의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우리는 ‘소요죄’ 적용 등 민주노총과 집회 주최측에 대한 공안탄압의 중단과, 지난 민중총궐기 당시의 과잉 진압에 대해 대통령 사과, 경찰청장 사퇴,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국민과 함께, 이 정권의 불통과 오만, 민주파괴와 민생 위협에 끝까지 맞설 것입니다.

2015년 12월 28일
시국선언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