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퀴어문화축제 개최를 환영하는 시민사회단체 공동성명

인권과 다양성을 위한 열린 광장,

혐오에 맞선 퀴어문화축제를 시민사회의 축제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들이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맞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말하고, 자긍심을 높이는 행사이다. 17년 간 열려온 이 축제를 통해 시민들의 인식 또한 변화해왔고 참여폭도 넓어졌다.

 

2014년, 어버이연합 등은 세월호 추모 기간이라며 퀴어문화축제의 행로를 가로막았다. 후에 이들이 세월호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는 집회에 앞장섰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이다. 2015년 퀴어문화축제는 경찰의 집회신고 줄 세우기 및 행진 불허 통보, 보수단체의 반대집회 및 축제에 대한 위협 등 수많은 장벽을 넘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최측 추산 3만 명에 이르는 성소수자와 시민들의 참여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이는 퀴어문화축제를 지지, 지원하는 수많은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로 가능했다.

 

지난 달, 한 보수단체의 일원이 법원에‘퀴어문화축제 공연·음란행위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퀴어문화축제가‘성적수치심’을 유발한다며 수 백 개의 단체들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해마다 그 이유를 바꾸어‘가장 큰 사회적 해악’으로 성소수자를 매도하는 데 분주했던 차별 선동가들은 그들도 이 땅을 밟겠다며 6월 8일부터 퀴어퍼레이드 전날인 10일까지 서울광장에서 <대한민국 살리기 예수축제>를 열며, 11일까지 동성애 회개추방 기도회, 대한민국살리기 금식기도성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이같이 보수개신교계 및 반성소수자단체에서는 퀴어문화축제를 막고 방해하며 혐오와 차별의 선동을 지속하고 있다.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방해집회, 기독자유당의 반인권적 선거 공약, 성소수자 및 HIV/AIDS에 관한 거짓 정보의 유포는 성소수자 및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에 대한 위협으로까지 증폭되고 있다.

 

한국사회는 지금, 혐오를 용인해온 것에 대한 공동의 반성과 이에 대한 진정한 대안이 필요하다. 강남역에서 벌어진 여성 살해 사건이 가르쳐주었듯, 여성, 장애인, 이주민 등을 겨냥한 혐오의 표출은 반드시 누군가로 하여금 폭력을 행사하도록 만드는 끔찍한 현장이 될 수 있다는 경고에 귀기울여야한다.

 

이에,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혐오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거부하며 껍데기뿐인 대안을 제시하는 국가기관, 소수자들을 대상으로 혐오와 폭력의 선동을 지속하는 보수단체들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성숙을 가로막는 문제임을 직시한다. 그리고 혐오와 차별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만들고 인권과 다양성을 열어젖히는 퀴어문화축제를 시민사회의 축제로서 연대하고 참여할 것이다.

 

2016년 6월 11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및 연명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