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약탈, 소리 없는 살인을 멈추라!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당을 깎고 수당을 없애고, 상여금을 빼앗아 월급을 반 토막 내는, 이것은 소리 없는 약탈이다. 조선소 하청노동자 앞에 놓인, 임금 삭감을 동의하라는 침묵의 빈 서명란, 조선소 종이쪼가리는 면도칼보다 더 날카롭다.
 
이것은 소리 없는 죽음이다. 청춘의 꿈과 땀내 가득한 조선소에서,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하루아침에 쫓아내는, 이것은 소리 없는 살인이다. 죽음의 경계에서 젊음을 바쳐 만들어낸 석유시추선이 떠나면 잘려야 하는, 뱃고동 나팔은 대포보다 더 끔찍하다.
 
세계1위 조선강국을 조선망국으로 만든 도적떼는 누구인가? 불똥 튀고 가스 마시는 숨 막히는 현장에서 용접기 하나, 그라인더 하나로 세계 최고의 배를 만든 하청노동자들인가? 아니면 청와대 사진사까지 내려 보내 곶감 빼먹듯 돈을 빼먹은 청와대와, 전세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즐기던 언론사, 가족 친척들까지 임원으로 앉혀 회사 돈을 개인 금고로 퍼갔던 재벌들인가?
 
오직 좋은 배를 만들겠다고 인생을 바친 노동자들의 착하디착하기만 얼굴을 보라. 민족 최대의 명절을 앞두고, 260명의 임금 27억 원을 받지 못해 진짜사장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찾아, 거제를 떠나 서울까지 올라와 울부짖는 저 조선소 하청노동자들. 삼성중공업은 아무 잘못이 없는가? 박근혜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선박과 해양플랜트 수주가 폭발해 조선산업이 활황일 때, 기술과 경험을 축적해야 할 때, 정규직 대신 하청을 썼고, 불법이 명백한 다단계 하청을 값싸게 부려먹으며 저가 출혈 경쟁을 일삼았던 재벌 조선소들, 이를 방치하며 불법을 눈감고 도리어 부추겼던 정부. 결국 기술은 축적되지 않았고, 품질은 떨어져 조선업을 몰락시킨 주범들은 입이 있으면 말해보라.
 
우리는 더 이상 소리 없는 약탈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소리 없는 살인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이 조선하청대책위를 결성한 이유는 앞으로 잘려나갈 5만 명이 넘는 하청노동자들의 고용을 지키기 위해서다. 일자리를 지키고 임금과 노동조건을 지키기 위해서다. 조선망국을 만든 재벌과 정부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조선소 뱃고동 소리가 소리 없는 죽음이 아닌, 노동자를 살리는 나팔이 되기 위해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