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적 지원에는 조건이 필요 없다! 정부는 북한 수재민 지원 훼방 말라!
 
지난 9월 2일 함경북도 두만강 유역에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였다. UN에 따르면 138명이 죽고 400명이 실종되었고, 이재민이 12만 가구 이상 발생하였다. 북한 당국이 ‘해방 후 처음 겪는 대재앙’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이재민들은 집이 무너지고 식량 ‧ 약품 ‧ 옷가지조차 크게 부족한 상황에 처해있다. 다가올 겨울을 생각하면 고통과 피해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민중들의 기본적인 삶을 지켜내기 위한 인도적 지원에는 다른 조건이 있어서는 안 된다. UN은 함경북도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2천820만 달러가 필요하다며 국제사회를 상대로 북한 수재민 지원 자금 모금에 나섰다. UN기구들과 국제적십자사, 유럽 비정부기구 등도 구호 활동을 시작했다.
 
남한에서도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가 지원활동을 위해 북한주민 사전접촉신고서를 통일부에 제출하였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시민사회와 야3당도 정부, 민간 차원에서의 지원 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9월 9일 5차 북핵실험과 무관하게, 북한 주민들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새누리당은 “5차 핵실험 등 핵 도발을 중단하지 않으면 지원은 없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의 북한주민 사전접촉신고서 수리를 거부하며 민간 차원의 지원마저 차단하고 나섰다. 남북교류협력법은 북한주민 접촉을 ‘신고’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신고서 수리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이를 막은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그간 보수세력이 북한 인권 운운해 온 속내를 보여준다. 수십 만 명의 북한 주민들의 생존권이 직접적으로 위협받고 있음에도 이러한 상황에 대한 조치는 온데간데없다. 심각한 상황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북한 당국은 수해가 났음에도 민생에 상관없는 핵·미사일에 비용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북한 당국을 비난하는데 이용할 뿐이다. 걸핏하면 북한 주민의 인권을 들먹이던 여당 의원들과, 거금의 지원금을 받으며 활동해온 수많은 자칭 북한인권단체들도 침묵하기 바쁘다.
 
정부는 북한 수재민 지원 훼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 인권 담론이 그저 북한 지도부를 압박하기 위한 허울 좋은 구실이었을 뿐 북한 주민의 삶에 대한 진정한 개선 의지는 전혀 없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일 뿐이다.
 
또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북제제 자체가 결과적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협할 것이라는 것을 이번 계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인식할 필요가 있다. 4차 핵실험 이후 2270호 UN 대북제재 안은 경제제재가 주민들에게 부정적인 인도주의적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이는 공문구일 뿐이다. 이라크, 에티오피아 등의 역사적 사례들은 경제제재가 민중의 삶과 경제 복구력을 장기적으로 파괴한다는 것을 증명해왔다.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엄청난 재난 앞에서도 ‘추가적인 대북 제재 필요’만을 목 놓아 외치고 있는 남한 정부를 보면, 대북제재 역시 그러한 비극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16. 9. 22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