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건설 현장 이주노동자 강제 추방 사건에 대한 이주공동행동 성명] 

건설 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단결이 진정한 대안이다

 

지난 11월25일 전주의 한 건설현장에서 벌어진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과정에서 8명이 단속됐고 5명이 강제추방 당했다. 강제추방은 이주노동자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반인권적인 일이다. 그런데 민주노총의 조사 결과 이 단속이 전국건설노조 전북건설지부 간부들의 요구로 이뤄졌으며 행정기관의 단속에 적극 조력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동안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오랫동안 투쟁해 온 이주노동자들, 단결과 연대를 건설하기 위해 힘써 온 모든 이들의 노력에 역행하는 것으로 비판 받아 마땅하다.

 

더 열악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연대하고 함께 투쟁하는 것이야말로 민주노조운동이 추구해야 할 가치이다. 이주노동자들,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불안정한 신분 때문에 많은 권리를 침해당하고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도 쉬운 처지에 놓여있다. 정부는 자의적으로 정한 체류기간과 체류자격, 사업장 이동의 자유마저 박탈한 고용허가제 등 이주민을 통제하는 정책을 통해 일부 이주노동자들에게 미등록 딱지를 붙여 차별과 탄압을 정당화한다. 따라서 미등록 체류를 문제 삼아 배제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옥죄는 차별적 정책에 맞서 함께 싸워야 한다.

 

특히 정부가 저임금과 실업에 대한 불만을 이주노동자 탓으로 돌리며 이주노동자를 공격하는 상황에서 이런 사건은 앞으로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얼마 전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이주노동자가 저소득 노동자의 임금과 일자리를 위협한다며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지 않으면 정부의 이간질이 노동현장에 더욱 잘 먹혀들어 이주노동자들이 큰 고통을 당할 것은 물론, 노동운동이 정부와 기업주들에 효과적으로 맞서는데도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는 건설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건설노동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상시적인 고용불안,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진정한 원인은 건설 현장에 만연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가장 밑바닥을 형성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역시 피해자다. 따라서 이주노동자를 배척하는 것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이런 구조를 유지하며 이득을 얻어 온 기업주들과 이를 묵인하고 뒷받침해 온 정부에 맞서 싸워야 한다. 이미 건설 현장에 일정한 수를 형성하고 있고 건설노조에도 수백 명이 조직돼 있는 이주노동자와 단결이 깨진다면, 노동조합의 힘이 약화돼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해결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위해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건설노조가 참석한 간담회에서 건설노조는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이주노동자는 내국인노동자와 공존의 대상이며 단속/추방할 대상이 아님을 상호 확인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약속이 지켜질 수 있도록 재발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후속 조처와 진지한 노력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불법고용 근절’ 요구가 미등록 이주노동자 고용을 문제 삼는 방향으로 이어져 온 만큼 이와 같은 요구는 적절치 않다.

 

건설현장에 만연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 정부와 사용자들의 이간질 모두에 맞서 함께 투쟁하면서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조와 내국인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가야 한다. 이주노동자들도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노조의 힘을 키우고 노동조건과 노동자 권리를 향상시키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주공동행동은 정부와 사용자들에 맞선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면서, 그것이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가 단결해 함께 싸우는 올바른 방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2017년 1월 4일

이주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