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을 죽음으로 내몬 LG유플러스 고객센터 규탄한다. 
- 고인 앞에 사과하고, 살인적 업무환경 개선하라 -
 
“아빠, 나 콜 수 못 채웠어”
지난 1월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19세 콜센터 노동자가 생전에 아버지에게 보냈던 문자다. 고인은 전주지역 특성화고 학생이었으며 현장실습생 신분으로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에서 일했다. 19세 고등학생의 자살 소식에 많은 시민들이 애도와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다. 더군다나 살인적 업무 스트레스가 자살 배경임이 밝혀지면서 탄식을 자아내고 있다.   
 
고인은 ‘해지방어부서’, 일명 ‘SAVE팀’에 속해있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고객을 설득하는 일을 담당하는 부서다. 회사 내에서도 감정 소모와 업무 스트레스가 심하기로 유명해 ‘욕받이 부서’라 불릴 정도였다. 유가족의 증언에 따르면 고인은 근무한지 한 달 가량 지난 무렵부터 우울증에 시달렸고 상사들의 실적 압박, 고객들의 비인간적 대우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를 자주 호소했다. 야근도 잦아 정해진 퇴근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사측은 사망 원인을 노동자의 ‘개인 사정’으로 돌리고 있다. LGU플러스는 “업무와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고인은 열심히 근무해 촉망받는 실습생이었고, 상담실장의 면담결과 위험징후를 보이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우리는 이런 비상식적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심지어 고인 이전에도 이 회사에서 자살한 노동자가 한명 더 있었다. 2014년 한 노동자가 ‘회사를 고발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던 것이다. 단순한 사망사고가 아니며, 우발적 사건이나 개인사정도 결코 아니다. 
 
문제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LG그룹 총수일가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이 일회용품처럼 소모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의 업무를 대행한 LB휴넷의 대표이사는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조카인 구본완씨다. LG유플러스는 상담업무를 LB휴넷에 몰아줬다. LB휴넷은 LG유플러스를 통해서만 연 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왔다. 
 
LG유플러스는 기껏해야 20년, LB휴넷은 설립 8년차의 회사다. 그런데 고인은 212기로 입사했다. 약 2주마다 한 기수가 투입됐다는 계산이 도출된다. 그만큼 많은 노동자들을 ‘갈아 넣으며’ 실적을 쌓고 이윤을 창출해왔다는 뜻이다. 취업연계를 미끼로 얼마나 많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살인적 노동에 내몰려왔을지 아찔하다.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구본완 LB휴넷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져야 한다. 
 
지난해 한 지하철 하청노동자가 스크린도어 수리 중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을 때 많은 이들이 더 이상 이런 죽음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또 하나의 젊은 넋을 잃었다.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하청/알바노동자, 특성화고 실습생 등의 신분으로 취약한 노동조건에 내몰려 있다. 그리고 종종 삶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고 있다. 구의역에서 사고로 죽고, 넷마블에서 과로로 죽고, LG유플러스에서 스트레스로 죽었다. 분명 비정상적 사회다.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있어선 안 된다. 본 사건의 진실이 규명되고 근본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우리는 고인과 유족의 곁에서 함께 싸울 것이다. 재벌책임 공동행동은 LG유플러스/전북교육청/노동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LG유플러스 고객센터는 망자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고, 살인적·비인격적 노동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라. 
- 전라북도 교육청은 철저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특성화고 현장실습 제도에 대한 근본적 개선책을 마련하라. 
- 노동부는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위법사항에 대해 철저하게 처벌하라. 
 
2017년 3월 8일 
기술서비스 간접고용 노동자 권리보장과 진짜사장 재벌책임 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