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기를 끊고 하늘로 오른 노동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함께하면 승리한다고 했습니다. 함께 하겠습니다.

어느새 13일째 입니다.

의식하지 않았던 하루의 일상이었는데,

지난 13일은 ‘저 위에 사람’이 있음을 잊지 않기 위해 애쓰며 보낸 하루하루였습니다.

‘늘’ 생각하지 못하고, ‘문득’ 생각날 때 부끄럽고,

평안한 일상이 동지들에게 미안하고 죄스럽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쏜살같이 지나간 시간이었겠지만,

하늘 위 그리고 그 밑을 지키고 있는 동지들에겐 속이 타들어가는 시간이었을 겁니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기까지 한 4월의 날씨라 더 걱정입니다.

바람이 불지 않고 비라도 오지 않길 바랄뿐입니다.

솔직한 마음을 말하자면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폐 보다 동지들의 건강이 더 걱정입니다.

사람답게 살아보겠다고 시작한 노동조합이고 농성이니 꼭 건강하게 내려와야 합니다.

 

저마다 서 있는 곳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다르다고 합니다.

매일매일 광화문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겠지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광화문 광장은 어떤가요?

1700만 촛불이 타올랐던 광장이었고, 발 디딜 틈이 없었던 광장이었는데,

새삼 광장이 휑하게 보이지는 않을지, 그래서 고립감을 느끼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동지들, 비워야 채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지난 박근혜 4년을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싸워왔고,

그 불씨가 밑불이 되고 마중물이 되어 1700만 촛불도 타올랐습니다.

광화문 광장으로 한 발자국 들어올 수조차 없었던 시간이 불과 6개월 전입니다.

이제 그 시간이 상전벽해가 되어 우리는 지금 광장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다시 광장을 채우고 광장을 들끓게 할 것입니다.

 

동지들, 결국 우리가 승리할 것입니다.

생사의 각오로 곡기마저 끊고 하늘로 오른 동지들의 결단과 결기는

더 많은 현장과 지역으로 확산될 것입니다.

단지 대통령 바꾸려고 촛불 든 것이 아니기에

동지들이 투표를 넘어 투쟁으로 노동자의 요구를 쟁취하자고 절규하듯이

비정규직, 정리해고, 노동악법 철폐와 노동3권 쟁취 그리고 최저임금 1만원까지

노동자 모두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대투쟁이 광장과 거리에서 터져 나올 것입니다.

아니 그렇게 만들 것입니다.

 

가슴에 품고 올라간 요구 그 어느 하나 피눈물 나지 않는 것이 있겠습니까?

 

비정규직 철폐하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었다고 한순간에 쫓겨난 아사히 동지들,

법원 판결로 불법파견이 확인되었음에도 정규직화를 거부하는 자본에 맞서 투쟁하는 현대차 비정규직, 동양시멘트 비정규직 동지들의 피눈물이 담긴 요구입니다.

 

정리해고 철폐하라!

악질자본의 공장폐업과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하는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동지들,

‘장래에 올 수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는 정리해고도 정당하다’는 기가 막힌 대법원의 판결에 굴하지 않고, 10년 넘게 투쟁하고 있는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한 맺힌 요구입니다.

 

노동악법 철폐하라! 노동3권 쟁취하자!

헌법이 보장하고 보호하는 노동조합이지만 단지 민주노조라는 이유로

그것을 파괴하기 위해 복수노조로, 징계와 해고로, 학대와 괴롭힘을 일삼지만 헌법과 노동법 그 어느 하나도 보호막이 되지 못하는 노동지옥 현실에 맞선 세종호텔 노동조합의 투쟁은 오늘 노조파괴에 맞서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들의 투쟁이기도 합니다.

 

노동법은 있으나 노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은 아직 없습니다.

노동의 권리를 요구하며 노동법을 제대로 지켜라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형법으로 처벌받고, 민법으로 손해배상을 받는 세상입니다.

우리 모두는 이런 세상을 바꾸자고 촛불을 들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투표로 세상이 바뀐 역사는 없습니다.

가장 먼저 보장되어야 할 노동의 권리가 가장 먼저 짓밟히는 역사를 되풀이 할 수 없습니다.

 

만원행동은 동지들과 함께 싸울 것입니다.

최저임금 1만원과 비정규직철폐를 위한 사회적 총파업을 통해

더 많은 노동자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동양시멘트지부 김경래동지, 세종호텔노동조합 고진수동지,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오수일동지, 콜텍지회 이인근동지, 하이텍알씨디코리아 김혜진동지,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장재영 동지

함께하면 승리한다고 했습니다. 함께 하겠습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또다시 강탈당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우리 모두의 승리를 위해 끝까지 연대하고 투쟁하겠습니다.

동지들 사랑합니다. 건강해야 합니다. 투쟁!

 

2017년 4월 26일

고공단식농성투쟁 지지와 연대를 위한 '만원행동'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