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하청노동자 고공농성 100일 대량해고 중단․블랙리스트 철폐 100인 기자회견
 
 
취업이 이토록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되는 건 지금은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일할 능력 여부와 상관없이 내몰린 사람들이 노동시장에 쏟아져나와있고 그들을 뽑아서 쓰는 힘이 고용주들에게 있다. 애초에 강자와 약자의 관계임으로 사회는 약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여러 조치들을 만들었고 그 중 하나가 노동조합이다.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있으나 보장되지 않고, 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조항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노동자들의 유일한 선택은 그래서 노동조합이다. 그러나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 필요한 것은 알지만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블랙리스트 때문이다. 블랙리스트 때문에 짤리고 재취업하지 못하고 지역을 떠나는 동료들을 통해 노동조합을 하면 안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2014년 말부터 2017년 5월까지 현대중공업에서만 2만713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해고됐다. 구조조정은 약자인 노동자들에게만 벌어진다. 해고되지 않은 노동자들은 원청의 구조조정과 기성금 삭감으로 불법적인 무급휴직, 임금삭감을 당하고 있다. 다쳐도 말하지 못한다. 지난 5월 1일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이후를 보라. 사고 당하고 나서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회사를 나와야 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의 잘못된 것을 제기하고, 법에 명시된 것을 지켜달라고 요구하고, 다치면 다쳤다고 말하는 노동자들을 뽑지 않기 위해 블랙리스트는 만들어지고 운영되고 있다. 그런 노동계 블랙리스트는 정권이 8번 바뀌는 동안 이어져왔고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가로막아 왔다.
 
지금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아래위로 흔들리는 고가도로에 올라 피말리는 고공농성을 시작하게 됐는가. 현대중공업 때문이다. 조선소에 횡행한 블랙리스트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소속 조합원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업체 폐업을 통한 해고, 고용승계 배제, 다른 사내하청업체 취업 원천 차단 등 불법행위가 벌어졌지만 현대중공업은 블랙리스트 존재 자체를 부인한다. 노동계 블랙리스트가 시작된 지 40여년이 됐지만 제대로 된 진상조사도 강력한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
처벌되지 않는 행위임을 아는 원청사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한 사람,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자들을 따로 관리했다. 조선소 사내하청노동자로 일할 때 꼭 필요한 출입증을 내주지 못하게 ‘에러’가 나는 ‘까만 화면’으로 표시했다. 그렇게 현대중공업은 조합원 솎아내기를 통해서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해고된다, 조합원이면 사내하청업체 취업은 포기해야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현중사내하청지회는 현대중공업 앞 노숙농성을 진행했고, 2017년 4월, 2명의 노동자가 하늘로 올라갔다. 전영수 조직부장과 이성호 대의원이다. 7월 17일 오늘은 ‘대량해고 중단! 하청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염포산터널 고가도로 고공농성에 돌입한 지 98일 째다. 7월 25일이 되면 노숙농성 1년이 된다.
우리는 박정희 정권 말미 1978년 동일방직 노조파괴로부터 시작된 노동계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정권에 와서 노동계를 넘어 문화계로, 전 사회로 확산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이 사회의 적폐가 된 블랙리스트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침해하고 있는 블랙리스트가 작성되어 운용되는 데는 조선소 원청업체가 가진 노동조합을 불온시하는 태도가 가장 큰 이유다. 다단계하청구조에서 하청업체에서는 원청의 그런 태도를 무시할 수 없음을 이유로 편승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그런 업체들을 처벌하지 않음으로 묵인하고 있다.
 
땅에 발 딛지 못하고 고공에 올라간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이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으로 갈 때까지 그들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우리는 온 힘을 다해, 노동시민사회의 힘을 모아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오늘의 100인 선언을 기점으로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와 국정감사를 추진할 것이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업체의 부당노동행위 엄중조사로 불법부당한 블랙리스트 운영을 한 업체들을 처벌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노동3권을 훼손하는 조선소의 행위는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우리는 불법 부당한 것을 바로잡겠다는 모든 이들의 힘을 모아 다시금 희망버스를 조직하고 촛불을 들것이다. 우리 모두는 블랙리스트가 철폐되고, 노조할 권리가 온존히 되돌려 지고, 대량해고가 중단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고공농성 노동자들을 이제 땅으로, 조선소로!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 조선소 블랙리스트를 지금 당장 폐지하라!
 
 
조선하청노동자 대량해고저지를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조선하청 블랙리스트철폐, 대량해고저지 100인 선언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