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첫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안, 너무 미흡하고 안온하다.

- 보장성 강화를 위한 진전된 내용이 있으나, 여전히 미흡하다

- 2022년까지 70% 보장률 달성은 너무 더디다

- '공·사보험 연계 대책'이 아니라 건강보험만으로도 병원비 걱정 없게 하라는 것이 촛불의 요구다

 

오늘 문재인 정부의 첫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안을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을 높이 들었던 국민들 마음 속에는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나와 내 가족의 삶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나라다운 나라에 대한 간절한 열망”이 있었다며, “아픈데도 돈이 없어서 치료를 제대로 못 받는 일이 없도록”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보장성 강화안은 비급여를 통제하고, 국민의료비 경감을 위한 방안으로 과거 정권(이명박, 박근혜 정권)보다는 다소 진전된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다짐과는 달리, 아파도 돈 걱정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수준의 획기적 보장성 강화에는 한참 못미친다.

보장성 강화 기조가 보편적 보장성 강화에서 선별적 보장성 강화로 후퇴했다. 보편적이고 전 국민에게 적용되는 사회보험으로서의 건강보험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OECD 하위 수준인 한국 의료복지의 방향이고 국민들의 명령인데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문재인 정부의 첫 보장성 강화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1. 목표 보장률이 70% 수준인 것은 보장성 강화안으로 너무 미흡하다. 노무현 정부 때 80%,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75%와 비교해도 낮다. OECD 평균 보장률이 입원 90%, 외래 80% 수준이다. 물론 2022년까지의 단기 목표이긴 하지만, 장기적인 목표를 구현할 비전이 없는 것이 더 문제다.

 

2. 의료비 상한제는 구간 및 금액 하향이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의료비에 대한 적용 여부가 관건이다. 이번 안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자랑하는 예비급여조차 의료비 상한제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기존 박근혜 정부의 건강보험 상한제의 일부 구간의 금액 하향만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2012년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TV토론에서 비급여를 포함한 ‘100만 원 상한제’를 주장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3. 의료비 상한제의 경감 구간도 연소득 10%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너무 높다.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 모든 의료비를 포함해서 연소득 2% 수준을 넘으면 건강보험료 부담을 보장한다. 건강보험 급여범위 내에서만 시행하는 상한제도 문제인데, 이조차 연소득 10%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자랑이라고 해선 곤란하다.

 

4. 비급여를 예비급여로 전환하면 가격이 결정되는 장점이 존재한다. 또한 비급여의 사용내역과 통계가 축적되어 장기적으로 건강보험의 공적통제를 확립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예비급여는 여전히 본인부담 50-90%의 과다부담 급여다. 이런 본인부담금 차등급여를 최초로 도입한 것이 박근혜 정부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4대중증질환 국가보장 100% 공약을 지키는 시늉을 하기 위해 보편적인 급여화를 포기해서 초래된 일이다. 따라서 예비급여의 본인부담률도 대폭 낮춰야 한다.

 

5. 또한 본인부담 50, 70, 90 % 차등구간의 급여신설(예비급여)은 사실상 실손보험 시장의 고착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기존의 민간보험회사의 심사평가 요구를 수용한 방식으로 변질될 우려도 크다. 이를 “공․사보험 연계법을 제정” “공․사보험 협의체”로 해결하는 것은 이중의 수고이다. 획기적인 보장성 강화로 실손보험을 퇴출시키는 것이 온당한 방법이다.

 

6.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은 기본적으로 지불제도 개편을 하거나 비급여와 급여진료를 혼용되지 못하게(일본식 혼합진료 금지)하는 방법이 동반되어야 풍선효과 및 의료공급 왜곡을 막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비급여를 포함한 총 의료비에 대한 연간 본인부담 상한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예비급여는 도입 이후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크다.

 

7. 재정계획도 흑자규모에 비해 너무 미미하다. 정부 발표는 5년간 30조 원 가량 투입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이는 누적 수치일 뿐이다. 당장 내년까지 누적해서 3조7천억 원 규모이고, 그 다음부터는 신규로는 9천억 원 규모의 재원 투입만 밝히고 있다. 현재 21조 원 이상 누적된 건강보험누적흑자 규모와 매년 4조 가량 흑자가 발생하는 상황에 비추어 너무나 낮다. 현재의 재정규모 상 최소 내년에만 8조5천억 원 이상의 재정투입을 고려한 보장성 강화안이 제시되어야 옳다.

 

8. 제대로 된 보장성 강화안이라면, 상병수당 같이 OECD에서 한국만 없는 현금급여 도입을 논의라도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어야 하며,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공급계획에 대한 대략적 로드맵도 제시되었어야 한다.

 

보장성을 강화한다면서 국민의료비를 폭등시킬 각종 규제완화를 밀어붙이려는 것은 더욱 황당하다. 문재인 정부는 시민사회가 그동안 의료 민영화 법안으로 규정해 막아 온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을 끝내 추진하려는 듯하다. 이 악법들은 영리병원, 임상시험 규제완화, 민간보험사 건강관리서비스 제휴 등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의 규제완화와 의료 영리화 사안들을 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의 전면 폐기 입장을 명확히 하고, 모든 비급여를 포함한 실질적인 의료비 상한제 실시, 상병수당 도입 등 OECD수준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이루기 위한 계획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끝>

 

2017년 8월 9일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광주전남보건의료단체협의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서울YMCA 시민중계실,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