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

 

2001년으로부터 매해 동지(冬至), 우리는 홈리스 추모제를 진행해 왔다. 어둠이 가장 깊은 것이 홈리스의 삶을 닮았기 때문이다. 제일 깊은 어둠이 제일 깊은 고통을 사는 홈리스의 삶을 은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홈리스의 죽음만큼 홈리스의 현실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은 없다. 복지부에 따르면 서울지역 ‘노숙인 등’ 사망자수는 2013년 77명에서 2016년 111명으로 지속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노숙인시설의 보고에 따른 것으로 홈리스 사망자의 일부일 뿐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아직 홈리스 사망자에 대한 통계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다. 우리사회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 역시 문제다. 무연고사망자는 ‘무연고 시신 등의 처리 매뉴얼’에 따라 장례 없이 ‘처리’되며, 기초수급자의 경우 75만원에 불과한 장제급여로 연고자에게 장례를 치를 것이 강요되고 있다. 장제급여가 도리어 무연고사망자를 양산하는 형국이다.

 

주거의 보장 없이 인간다움을 말 할 수 없다. 그러나 복지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거리 홈리스는 1,267명으로, 서울시에서 일시집계조사가 정례화 된 2013년 이래 최고치에 이르고 있다. 더욱이 거리홈리스들은 도심이 고도화·고급화 되며 설 자리를 잃고 있고, 최 빈곤 거처인 쪽방은 건물주들이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영업 전략을 바꾸며 사라지고 있다. 개발 사업으로 인해 쪽방 전체가 멸실되는 일도 한 해가 멀다하고 벌어지며, 화재나 방음, 위생 문제 등 쪽방이 갖고 있는 전통적인 문제도 여전하다. 그러나 서울시와 국토부의 대응은 이와 같은 문제를 소폭 완화할 뿐 해결책으로서는 크게 미달하는 상황이다.

 

홈리스 상태를 벗어나도록 돕는 정책이 더딘 것과 달리 홈리스에 대한 형벌화 조치는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유화 되어가는 공공장소에서 거리홈리스를 ‘효율적으로’ 내쫓기 위한 전략적 조치들이 공공연히 감행되고 있으며, 노숙행위와 구걸행위에 대한 단속과 제재조치 또한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그러나 홈리스 권리보장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국가와 지자체는 이러한 현실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는커녕 불법화·범죄화 조치를 일반화하는 제도적 수단들을 강구해왔을 뿐이다. 이번에 진행된 2017 추모제 공동기획단의 거리홈리스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공장소 내 거리홈리스에 대한 퇴거조치가 만연함은 물론 서울시내 거리노숙지가 현격히 감소하며, 공권력은 물론 사법권이 없거나 민간에 고용된 주체들에 의한 시민권 제약이 일상화되고 있음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오는 동짓날, 올 해 세상을 떠난, 아니, 그들 중 우리가 파악할 수 있었던 154명의 홈리스를 모시고 추모제를 진행하려 한다. 병원과 시설, 쪽방과 고시원, 야산과 길 가 화단에서 유명을 달리한 홈리스의 원혼을 위로하려 한다. 겨울의 한파에 지지 않고, 이윤을 이유로 한 퇴거와 차별에 주눅 들지 않고, 예산을 이유로 한 방임에 무뎌지지 않겠다는 다짐을 벼리려 한다. 어둠이 가장 깊은 날, 홈리스의 인간다운 삶을 염원하는 자리에 각자의 온기를 모아 함께 연대하자. 

 

 

2017년 12월 18일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