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사고는 인재고, 반복되는 인재는 범죄다
-삼성전자 평택공장 물류창고 붕괴 사고에 대한 논평-
 
지금까지 삼성그룹 전자부문 사업장에서 일하다 직업병에 걸렸다는 의심 신고를 한 사람들은 320여명에 달한다. 삼성이라는 회사가 이미 커다란 산재 왕국인 셈이다. 하지만 삼성은 직업병에 대해서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문제 해결을 외면하고 있다. 그 결과 생산 현장의 직업병 발생뿐만 아니라 삼성의 곳곳에서 수많은 산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월 19일 오전 삼성전자 평택공장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또 다시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공사장 발판이 무너지면서 1명이 사망하고 4명의 건설 노동자가 중경상을 입고 입원 치료 중이다. 이미 평택 삼성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에서는 외부로 알려진 대형 사고만 여러 차례다. 지난 2016년에는 11월 29일, 12월 8일, 9일 간격으로 연달아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망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삼성전자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2016년 사고도 공기를 3개월이나 단축하면서 무리한 진행한 공사일정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플랜트건설노조도 19일 성명을 통해, “무리하게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강도 높은 노동을 강요하고 있는데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이 소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자 생명을 무시하고 오로지 속도만 내세우는 삼성의 안전 관리가 결국 또 한 명의 소중한 생명을 빼앗은 셈이다.
 
이번에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하청노동자라는 사실은 중요하다. 연합뉴스 등 언론보도에 의하면 사고지점 주변에서 다른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이 대부분 하청노동자였다. 이들은 각각의 자기 작업 이외에는 다른 작업을 알지도 못하고, 신경 쓸 수도 없었다.
 
삼성전자 공장 건설노동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삼성전자 생산직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하청업체 노동자 등 외주 인력의 사망사고가 늘고 있다. 지난 2013년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공장 불산누출, 2014년 수원사업장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 등에서 사망한 사람은 모두 하청업체 노동자들이었다.
 
삼성의 생명경시 풍조와 안전관리 소홀, 외주 하청 경영방식이 노동자들 죽이고, 또 죽이고 있다. 삼성은 반복되는 노동자들의 죽음에 사과하고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삼성전자 생산현장에서 죽고 병든 직업병 피해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그룹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우려스럽다. 이번 삼성전자 물류창고 사망 사고의 근본적 책임은 삼성의 미흡한 안전관리, 생명을 경시하는 경영방식에서 비롯된 인재다. 이번 한번이 아니라 반복되는 인재라면 그것은 범죄다. 반복되는 범죄라면 처벌 받는 것이 마땅하다.
 
삼성에서 최소 320여명의 노동자가 백혈병 등 직업병에 걸려 죽고 병들어 신음하는 이유는 삼성의 잘못된 안전관리를 처벌하지 않고 묵인했기 때문이다. 삼성 건설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는 기업과 경영진은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그것이 삼성이라도 말이다. 고용노동부와 사법 당국은 철저하게 조사하여 관계자와 삼성을 엄중 처벌하라.
 
또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동안 수없이 벌어진 산재사망에 대해 기업과 경영책임자에게 가해진 처벌이라고는 고작 벌금 몇푼에 그쳤다.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은 산재살인을 막을 수 없다. 영국 등 사례에서처럼 중대재해에 대해 기업과 경영책임자를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하여야 산재사망을 막을 수 있다. 국회는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요구해 온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하루빨리 제정하라.
 
2018년 3월 20일 삼성노동인권지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