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차별을 지속·강화하는 제3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 규탄한다
 
 
정부의 ‘제3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2018년 ~ 2022년)’(이하 기본계획)의 전체 내용이 지난 3월 6일 공개됐다. 이번 기본계획은 시행기간이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과 대부분 겹친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이주민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기본계획은 이주민을 선별 유입하고 통제를 강화하는 1, 2차 기본계획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주민의 국적, 재산, 학력 등에 따라 차별적으로 입국과 체류자격을 허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외국인 투자자나 그 가족에게는 거주나 영주 자격 부여 등 혜택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반면 이주노동자의 장기체류와 정주화를 더 어렵게 한다. 이런 보통의 이주민들은 투자자와 달리 내국인 일자리를 침해하고, 잠재적 범죄자이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인종차별적 편견을 조장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애초 3년이었던 고용허가제 체류기간을 9년 8개월까지 늘리고, 지난해에 ‘점수제’를 도입해 기간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해온 것은 정부 자신이었다. 그만큼 이주노동자들이 필요하고 한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 출연기관인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2011~2014년 인구 10만 명당 외국인의 검거인원지수는 내국인의 약 1/3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가 비준하겠다고 공약했던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제29호)이나 ‘강제근로 폐지에 관한 협약’(제105호) 등에 따르면 고용허가제는 폐지해야 마땅하다. 사업장 이동을 금지하는 등 이주노동자를 사업주에 종속시켜 강제노동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사업장 이동을 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주노동자들도 발생했다. 그러나 이번 기본계획에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은 없다.
 
농축산업을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제외한 근로기준법 63조, 이주노동자 임금을 삭감하는 숙식비 강제 공제 지침, 계절근로자제도 등 이주노동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또 다른 정책들 역시 폐기하겠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권역별 광역단속팀 확대, 신속 출동팀 운영, 이민특수조사대 확대 등 야만적인 미등록 이주민 단속추방은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단속 과정에서 이주민이 중상을 입는 사건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부분적인 개선안도 있지만 미흡하기 짝이 없다. 예컨대 이주노동자의 주거를 개선하겠다며 비닐하우스 숙소 제공 사업장에 신규인력을 배정을 배제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단지 비닐하우스만 아니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난 겨울에도 공장 컨테이너 기숙사 화재로 목숨을 잃거나 잃을 뻔한 사건이 잇따랐다.
 
결혼이주여성의 체류자격을 보장하는 문제에 관한 내용도 전혀 없다. 결혼이주여성들은 배우자의 신원보증이 있어야만 체류자격을 갱신할 수 있다. 그래서 가정폭력을 당해도 대응하기 힘들다. 불안정한 체류자격은 성폭력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국인 직장동료가 미등록 태국 이주여성에게 단속이 있으니 도와주겠다고 유인해서 성폭행하려다 안 되니 살해한 사건은 이를 잘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미투 운동의 열풍에서 배운 것이 없는 것인가?
 
연간 난민신청자가 1만 명에 근접했는데도 기본계획에 드러난 난민 정책은 형편없다. 지난해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2퍼센트에 불과했다. 역대 최저였던 박근혜 정권의 마지막 한 해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 난민 인정을 확대하고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은 없다. 난민 불인정 이의심사 제도를 개선하고 난민심사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하지만 이것이 곧 난민 인정 확대를 뜻하지는 않는다. 초안에 있었던 인도적 체류자의 의료보험 가입 문구도 사라졌다.
 
이처럼 기본계획은 ‘인권과 다양성 존중’을 비전으로 내걸고 있지만 이주민을 고통스럽게 해 온 정책들을 유지하거나 강화시켰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 기간 약속했던 미흡한 개선안조차 대부분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는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이런 정책들에 맞서 싸워나갈 것이다.
 
 
2018년 3월 21일
이주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