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명 강제 단속과 부상자 발생, 야만적 단속추방 중단하고 미등록이주노동자 합법화하라

 

문재인 정부 1년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인권변호사 이력을 내세웠고, 개헌안에서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바꿔 마치 이주민을 위하는 척 했다.

 

그러나 이주민의 현실은 여전히 추운 겨울과 같다. 지난 4월 25일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는 경북 영천시 소재 ㈜ 덕원산업에서 또다시 야만적인 미등록이주노동자 단속을 벌였다. 태국, 스리랑카, 필리핀 이주노동자 25명이 강제 단속을 당했고, 그 중 태국 출신 여성 이주노동자는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등 중상을 입었다.

 

이날 단속 과정은 진압작전을 방불케 했다. 승합차 3~4대가 공장 내로 들어오고 뒤이어 버스가 출입문을 막았다. 단속반원을 피해 도망가는 이주노동자들이 ‘공구 창고’ 창문을 넘어 뛰어내리다 무릎의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등 중상을 입었다. 그러나 출입국은 이를 아랑곳 않고 부상당한 이주노동자를 감금시켰고, 2박3일이 지나서야 병원에 데려갔다. 이후에도 대구출입국은 자신들이 책임지고 병원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보호일시해제를 결정해 환자를 사업주에 떠넘겼다.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는 적법한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 사업장 등에 들어가 미등록이주민 단속을 하려면 주거권자 또는 관리자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있음에도 이번 강제단속은 사전 동의 없이 진행됐다.

 

이번 사건은 정부가 최근 미등록이주민 단속을 대폭 강화한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 1월 합동 단속 기간을 연 20주에서 22주로 확대하고, 단속인원도 339명에서 400명으로 늘리고, 상반기 중에 4개 권역 광역단속팀을 6개 권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알려지지만 않았을 뿐 전국 곳곳에서 야만적인 단속으로 다치고 고통 받는 이주노동자들이 발생하고 있을 것이다.

 

정부는 단속을 강화하면서 ‘저소득층 취업 선호도가 높은 건설업종’을 특별히 언급하는 등 미등록이주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정당화하려 한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이 기피하는 열악한 일자리에서 한국 경제에 기여해왔다.

 

오히려 정부와 여당은 근로시간 단축을 제대로 하지 않고 최저임금 개악을 시도하는 등 일자리의 양과 질에 악영향을 끼칠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불만을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떠넘기려는 것에 우리는 반대한다.

 

강제 단속추방은 이주민의 인권을 크게 침해한다. 지난해 한국인 직장동료에게 살해당한 태국 여성 이주노동자의 사례는 가장 비극적인 사례였다. 가해자는 미등록이 신분이었던 피해자를 단속이 있으니 안전한 곳에 데려다주겠다며 유인해 성폭행을 시도했다. 그리고 피해자가 저항하자 살해했다.

 

이런 비극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 정부는 당장 단속을 중단하고 미등록이주노동자를 합법화해야 한다. 또한 부상자 발생에 대한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2018년 5월 13일

이주노동차 차별철폐와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이주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