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민 단속추방 정책의 역사와 문제점
 
정영섭 (국제·이주팀, youngsup1974@gmail.com) 2019년 6월 7일
 
※ 이 보고서는 2019년 4월 29일 ‘살인단속 규탄 및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 씨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미등록 이주민 단속실태 파악과 대안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한 발제문을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요약>
본 보고서는 역대 한국정부의 미등록 이주민 단속추방 정책이 역사적 시기마다 어떻게 변화를 해왔는지 살펴보고 그 문제점과 대안적 방향을 논의한다. 초기에 1987년 전후로 들어오기 시작한 이주노동자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정책이 없었고 묵인했다. 저임금 노동력에 대한 기업들의 요구가 커지자 정부는 1990년대 초에 산업연수생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노예연수생’제도라고 거센 비판을 받았듯이 산업연수생제도는 노동자로 인정을 하지 않고 아무런 법적 권리가 없는 제도였다. 사업주들은 여권 및 통장압류, 폭언, 폭행, 임금 미지급 등 갖은 인권유린을 저질렀다. 이에 연수생들은 너나없이 사업장을 이탈했고 2003년에 이르면 거의 80%가 미등록 체류자가 된다. 노무현 정부가 2003년에 고용허가제를 도입했고(‘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2004년부터 실시했는데 이 제도를 조기에 안착시키고 미등록 체류자 숫자를 대폭 줄이기 위해 강제 단속추방이 본격화되었다. 그 자체로 인권침해이자 인간사냥과도 같은 단속추방은 무수한 사상자를 낳았다. 단속과 관련되어 직·간접적으로 사망한 이주노동자가 서른 명에 달한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은 ‘표적단속’에 시달렸다. 미등록 체류자인 노조 간부들은 거의 해마다 단속되었고 소송 등을 통해 다투어보기도 전에 내쫓겼다. 단속추방은 미등록 체류자뿐만 아니라 모든 이주민에게 영향을 끼친다. 이주민들은 대개 체류기간이 짧고 체류지위가 불안정한데, 단속의 공포는 언제 어디서든 이주민이 법적 비자 지위를 잃지 않기 위해 주어진 차별적 법·제도 속에서 순응해야 한다고 내면화하는 악영향을 낳는다. 이는 사업장 내에서 이주노동자의 협상력을 박탈하는 효과도 있다. 사업주에게 밉보이면 비자를 잃을 수 있으니 아무리 힘들고 열악해도 참으라는 신호를 준다. 단속은 또한 이주민의 연대와 결속을 파괴한다. 노조 간부를 표적단속 하여 노조파괴를 꾀했고, 공동체 리더나 문화활동가까지 단속하여 비판적 목소리 자체를 봉쇄하고 연대를 깨뜨렸다. 이러한 단속추방은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단속추방 정책을 중단하고 합법화를 비롯한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