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563호 | 2012.04.30

다시 민주노조답게, 총파업을 조직하자!

122주년 노동절을 맞이하여

정책위원회

민주노총은 4.11 총선 이후 총파업 투쟁 계획을 재확인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지도부를 밟고 가라”며 총파업을 호소했다. 하지만 지역과 현장에서는 8월 총파업 투쟁이 또 한 번의 선언으로 그칠 것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 여소야대는 실패했고 현장에서의 투쟁 준비는 부족하며 투쟁과제에 대한 여론 쟁점화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지도부의 일방적인 총선방침 밀어붙이기는 조직에 깊은 갈등과 분열의 골을 남겼다. 따라서 여소야대를 전제로 수립되었던 민주노총 투쟁계획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우선되어야 한다. 민주노총 총선대응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확인하고 2012년 투쟁 계획을 바로 세워야 한다.

노동정치 실종을 자초한 무원칙한 야권연대

민주노총은 이번 총선에서 정책협약 체결 및 후보지지·지원활동을 통해 야권의 정당, 후보들과 어느 때보다 밀착된 관계를 가졌다. 심지어 “민주통합당이 1당이 되도록 협력하고, 민주통합당의 노동정책을 지지한다”는 굴욕적인 정책협약까지 맺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정작 총선에서 민주노총의 주요 요구는 부각되지 못했고 노동정치는 실종되었다. 노동법 전면재개정, 비정규직, 정리해고, 노동자 투표권 등은 총선 이슈에서 주변으로 밀려났다.
한편 민주노총 집행부가 민주통합당을 포함한 야권단일화 후보에 대한 지지, 통합진보당으로의 비례투표 집중을 내용으로 하는 총선방침을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는 과정에서 노동운동은 분열되었다. 한미 FTA를 체결하고 비정규직법을 개악했으며, 노사관계로드맵을 만든 민주당, 국참당 등 구 집권 세력을 지지하는 방침은 노동자가 납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역과 현장에서는 심각한 갈등과 혼란이 야기되었다.
그 결과 민주노총과 노동자운동은 존재감을 상실했다. 노동자도시 울산, 거제, 창원에서조차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 후보들은 모두 낙선했다. 울산에서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은 2010년 지방선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당득표율을 보였다. 노동정치의 실종과 무원칙한 야권연대가 야기한 결과였다. 이후 정치방침, 대선방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잘못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현장과 지역에서 투쟁을 복구하자

다시 현장과 지역으로부터 노동조합의 힘을 복구하고 투쟁을 조직하여 전국적 전선으로 묶어내면서 자신감과 힘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총선을 통해 드러났듯이, 자신의 힘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정치권 활용 전술은 전혀 힘을 발휘하지도 못할뿐더러 지역과 현장 노동자들의 패배감과 사기저하를 심화시킨다는 점을 중요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총선 시기 갈등과 분열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으로 비판적 평가를 겸허히 수용하고, 다시 단결과 투쟁의 동력을 모아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우선 쌍용자동차 투쟁과 언론노조 파업을 사수하면서 6월에 예정된 건설노조와 화물연대의 공동투쟁으로 전선을 확대해나가자. ‘죽음을 딛고 노동해방 그날에 꼭 살리라’는 동지적 결의로 쌍용차 노동자들의 피눈물을 함께 씻자. 지역거점별로 마련된 분향소를 중심으로 5월 19일 범국민추모대회를 대대적으로 조직하자. 이러한 흐름을 이어 유류세 폐지 및 기름값 인하,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핵심으로 하는 6월 건설-화물 공동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하자. 아울러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를 활용한 사측의 민주노조 탄압을 분쇄하고 장시간-야간노동을 철폐하기 위한 현장 투쟁을 엄호하자. KTX 민영화에 맞선 철도 노동자 투쟁도 노동자 전체의 지지가 필요하다.

불신과 냉소를 넘어, 실질적인 투쟁동력을 복구하자

당면 투쟁의 성패가 8월 말 총파업 투쟁을 좌우할 것이다. 지역과 현장에서는 8월 총파업 투쟁이 성사되겠냐는 불신이 팽배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총연맹과 금속, 공공 등 주요 산별연맹 지도부부터 투쟁을 확대하고 현장을 조직하겠다는 의지와 계획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동시에 지역과 현장에서 분투하는 간부와 활동가들은 지도부와 ‘뻥파업’에 대한 냉소를 넘어 현장 간담회와 지역 연대 투쟁을 조직하면서 총파업의 실질적인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사실 총연맹의 여소야대 올인 전술과 무관하게 수많은 헌신적인 지역과 현장 활동가들이 총파업을 조직하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있다.
122주년 노동절을 맞는 민주노총의 현실은 선배 열사들에게 송구스러울 정도로 좋지 못하다. 정권과 자본의 공세 속에 현장이 갈가리 찢긴 탓도 있지만, 노동해방과 평등사회 건설이라는 민주노조 운동의 정신을 잃어버린 탓이 크다.
늦었지만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자. 노동자의 해방은 노동자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한다는 각오로 무너진 현장을 복구하고 민주노조의 긍지를 다시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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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기사는 '사회화와노동' 노동절 특별호 1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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