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595호 | 2013.01.09

더 이상의 죽음을 막자! 투쟁을 조직하자!

1월 19일 비상시국대회로 결집하자

정책위원회
노동자의 죽음

대선 직후부터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현대중공업사내하청 이운남 열사, 한국외대 이호일, 이기연 열사 등 노동자의 죽음이 이어졌다. 1월 8일에는 쌍용차 평택공장 안에서 한 노동자가 목을 매었다 발견되어 현재 중태 상태이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더불어 쌍용차 노동자의 쾌유를 기원한다.
공교롭게도 대선 직후 이러한 안타까운 죽음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그 죽음들의 직접적인 원인은 노조와 조합원에 대한 사측의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과 가압류, 민주노조 파괴공작, 해고의 고통과 생계난, 다른 노동자의 죽음에 의한 심리적 충격 등이다.
근본적으로는 박근혜의 당선이 노동자운동을 더 힘들게 만들어 각자가 어렵게 싸우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절망과 공포가 작용한 것, 또한 박근혜 당선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권 5년 내내 탄압받고 배제되고 짓밟혀온 노동자의 처지가 지속되는 상황, 통합진보당 사태로 붕괴한 노동자 정치세력화, 지도집행력이 현저히 떨어진 민주노총 등 노동자운동 내외부의 비관적 상황이 그 원인일 것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누적되어 온 노동배제, 노동탄압의 문제가 안타까운 죽음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근본적 원인에 대한 투쟁을 박근혜 정권 하에서 펼치고 민주노조 운동 내부의 혁신과 단결을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더 이상의 노동자 죽음을 막고 노동자를 살리는 투쟁을 시급히 전개해야 할 것이다. 당면 투쟁과제를 우선 살펴보자.

1월5일 '다시 희망만들기' 행사에 참여한 노동자, 시민들이 울산 현대차 명촌 주차장 천의봉, 최병승 두 농성자가 81일째 농성하는 철탑 아래서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금속노동자)

노동자를 죽이는 괴물

우선 상상을 초월한 노조탄압 문제가 있다. 특히 복수노조가 합법화된 이후로 사측이 직장폐쇄→용역투입→어용노조설립→민주노조 고립으로 이어지는 전술을 쓰면서, 민주노총에 소속된 노조와 조합원에 대한 징계, 해고, 폭행, 임금차별, 손배가압류 등 그야말로 적대시 정책이 극에 달해 있다. 현대차비정규직의 경우 2012년 8월, 11월, 12월 파업 과정에서 사측의 관리자, 경비대, 용역경비 등이 투입되어 비정규직 간부를 폭행·납치하고 조합원들을 폭행하는 작태가 비일비재했다. SJM에서는 용역들이 마치 전쟁터마냥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무기를 휘둘러 유혈낭자한 무법천지를 만들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말살시키려는 자본과 이를 방조하고 조장하는 국가정책의 야만성에 그 원인이 있다.
또한 손배가압류 문제도 심각하다. 최강서 열사의 유서에도 “태어나 듣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이라는 손배가압류 액수가 적혀 있다. 금속노조 집계에 따르면 1월 현재 산하 노조의 손배 청구액수가 약 709억 원, 가압류 청구액수가 48억 원에 달한다. 쌍용차지부 손배 약 232억 원, 가압류 약 29억 원, KEC지회 손배 161억 원, 한진중공업지회 손배 158억 원(민주노총에는 1억 원),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 손배 94억 원, 전주비정규직지회 손배 22억 원, 가압류 1억 원, 아산비정규직지회 손배 16억 원, 유성기업 손배 40억 원, 그리고 한국쓰리엠, 발레오만도, 진방스틸, DKC, 보쉬전장, 상신브레이크, 만도 등 투쟁사업장 어느 곳이든 손배가압류가 걸려 있지 않은 곳이 없는 상황이다. 손배가압류는 10년 전 2003년 1월 9일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와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 등 한 해 내내 이어진 열사들의 죽음으로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었다. 노동쟁의에 대해 자본이 거액의 손배가압류 칼날을 휘두르면서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쌍용차와 현대차비정규직 투쟁으로 대표되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는 동전의 양면처럼 노동자를 옭죄고 있다. 수출-재벌 중심의 한국 자본주의 구조에서 저성장 시대에 자본은 노동력 비용 절감과 노동력의 신축적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해고의 자유와 비정규직 사용의 자유를 지속적으로 추구해 왔다. 그러나 이는 노동자에게는 생계의 파탄과 저임금 및 노동강도 강화를 의미할 뿐이다. 이로 인해 이미 쌍용차에서는 23명의 희생자가 발생하였고, 현대차비정규직에서도 수많은 열사와 징계, 해고자들이 발생했다.
이렇듯 노동자를 죽이는 괴물의 실체는 분명하다. 더 이상 죽음을 당하기 전에 괴물에 맞설 운동의 무기를 마련해야 한다.

노동현안 비상시국회의

지난 12월 24일 민주노총이 비상시국회의를 제안하여 26일에 준비모임이 열렸다. 잇따른 열사들의 죽음이 상징하는 엄중한 시국을 반영하듯 31개 단체 50여 명이 참석하여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약칭 노동현안 비상시국회의)를 결성하기로 했고 1월 4일에 57개 단체 80여 명이 참석하여 비상시국회의를 공식적으로 결성했다. 비상시국회의는 1월 5일 ‘다시 희망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전국에서 버스를 타고 울산 현대차비정규직의 철탑 고공농성장과 부산 한진중공업 투쟁 현장에 가서 집회를 개최했다. 희망버스라고 이름 붙이지는 않았지만, 많은 이들이 희망버스가 다시 시동을 건 것으로 생각했다. 짧은 준비 기간이었으나 3천여 명의 대오가 결집하여 연대를 실현했다.
비상시국회의는 ‘한진중공업 손배가압류 철회,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정규직화, 쌍용차 정리해고 철폐, 유성 민주노조 탄압중단, 공무원 해고자 복직 등 당면한 노동문제의 해결과 철탑 등 고공농성 노동자들의 무사귀환’을 당면 목표로 삼고 있다. 노동자의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시국회의의 목표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상황은 열사들의 죽음과 주요 노동 이슈가 결합되어 있는 국면이고, 시기적으로는 박근혜 정권의 출범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비상시국회의는 우선 정권 출범 시기까지 당면 현안 투쟁을 비상하게 조직할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단위는 역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라고 할 수 있다. 1월 8일 열린 시국대토론회에서도 희망버스와 같은 사회적 연대만으로 현 상황을 돌파할 수 없고, 무엇보다 조직된 노동조합 운동이 투쟁의 동력과 기반을 만들어내고 투쟁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민주노총은 한진중공업 손배가압류 철회, 쌍용차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 현대차 비정규직 정규직화, 유성기업 노조탄압 중단, 공무원노조 해고자 복직을 5대 긴급현안 요구로 하여 총력투쟁을 한다는 방침이다. 비상시기에 맞게 체계와 조직력을 긴장감 있게 복구해야 할 것이다. 금속노조 역시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 3대 이슈 해결을 걸고 1월 말 총파업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각급 단위 노조 활동가들과 제 노동자 민중운동 세력이 비상한 상황에 맞는 긴장감을 가지고 투쟁 조직화에 나서야 할 때다.

1월 19일 비상시국대회로 결집하자

현 시기의 투쟁 조직화가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민주노조 운동의 향방에 시금석이 될 것이다. “민주노조 사수하라. 손해배상 철회하라. 지회로 돌아오세요 동지들. 어떻게 지켜낸 민주노조입니까? 꼭 돌아와서 승리해주십시오”라는 최강서 열사의 처절한 요청에 민주노조운동은 어떻게 화답할 것인가? 절망과 공포를 걷어내고 어떻게 자신감을 회복할 것인가? 중차대한 질문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 출발점은 1월 19일 5시 서울역광장에서 열릴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 노조탄압 분쇄 비상시국대회’이다. 이 날 3시에는 용산참사 4주기 추모대회도 예정되어 있다. 더 이상의 죽음을 막고 노동자를 살리는 투쟁을 벌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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