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624호 | 201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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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의 ‘희생양’이 아니라 공공철도의 파수꾼으로

철도 노동자의 민영화 저지 투쟁에 연대하자

정책위원회
지난 6월 말, 끊임없는 반대 여론을 외면하고 국토교통부는 철도 분할 민영화를 내용으로 하는 철도산업발전방안을 발표하였다. 이 방안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지난 8일에 코레일과 공동으로 철도공사의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위한 합동 T/F팀을 발족하고, 본격적인 민영화 절차를 밟으려 하고 있다.
요금 인상, 재벌 특혜, 안전 위협, 공공성 훼손 등 철도 민영화의 부정적 효과는 다양하지만 철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노동조합 운동에 미치는 악영향 역시 매우 크다. 세계 각국에서 철도 민영화가 추진될 때 가장 큰 반대 세력이 철도 노동자들이었던 이유는 이들이 민영화의 반민중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기 때문이다.


민영화의 서곡, 경영합리화

2000년대 이후 철도산업 구조개혁이라는 이름하에 철도 노동자 쥐어짜기가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어왔다. 공사화를 전후하여 내부 경영원리를 민간 기업 경영 지표에 맞춘다며 노동비용절감을 위한 인력감축과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한 철도 전 부문의 개편이 진행되었다. 특히 이명박 정부 하의 철도 선진화 계획은 공기업 비효율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에 따라 2009년 당시 철도 문외한 허준영 사장은 취임 한 달 만에 5,115명의 정원을 감축했는데 이는 정원의 15%를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었다.
신규 사업도 느는데다 부족한 인원으로 운영을 유지하려니 노동강도는 높아졌다. 구례사업소를 통째로 넘기는 것을 시작으로 민간위탁도 대대적으로 진행되었다. 노동조합의 지속적인 반대 의견에도 화물 1인 승무가 추진되었고, 차장 승무는 생략되었다. 현장 인력은 없는데 본사, 지역본부의 관리 인력만 늘어나서 역무원보다 관리자가 많은 철도역이 속속 생겨났다. 선진화라는 미명하에 관리되는 현장에서는 서비스 인증제, 실적 쌓기를 중심으로 하는 개인평가, 불규칙한 근무체계와 강제적인 순환전보로 인해 노동자들이 중압감을 호소했다. 정비 주기는 길어졌고 안전 인력은 부족하였으며 4시간 연속수면도 허락되지 않는오송 시설과 같은 철도 현장에서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었다. 언론에서 ‘사고철’이란 지탄이 이어지자, 회사는 오명을 벗겠다며 책임자 징계에 혈안이 되었고 오버런(정차 위치를 지나치면 퇴행하는 것) 불가 조치 등을 취했다. 그 동안 안팎에서 시달리는 것은 철도 노동자들이었다. 이것이 ‘철밥통 고액연봉자’, 공기업 재정악화의 주요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철도노동자의 실상이다.

민영화의 결과: 근로조건과 고용지위 악화

민영화가 되면 지금보다 철도 현장은 일하기 훨씬 살벌해질 것이다. 해외의 사례가 이미 잘 보여주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본격화 하며 철도, 통신, 발전 등 주요 국가기간산업의 노동자들은 집중 포화를 맞았다. 민영화 이전에 매각 가치를 높이는 사전작업으로 대량 구조조정이 빈번했고 아웃소싱과 유연한 근무형태의 확대, 고용지위 악화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 철도의 경우, 민영화 이후 위탁운영회사들이 입찰 당시 약속한 투자를 회피하였고 수익이 나지 않는 도시간 여객 철도 서비스가 중단됨에 따라 대규모 해고가 이뤄졌다. 호주에서는 노동자들이 해고되지는 않았지만 가스 민영화로 인해 영세자영업자로 전락하거나, 계약직, 파견, 시간제 노동자로 변모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에게 민간부문으로의 소속 변경, 자회사로의 이직은 근무 여건과 지위 하락을 의미했다.
민영화는 단순히 임금과 노동조건 뿐 아니라 직무, 직제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쳐 다기능화․ 복합직무화를 유도하기도 한다. 노동강도를 올리는 극단적인 다기능화의 예로 JR 서일본 철도의 경우를 들 수 있다. 기관사 1인 승무로 차장을 겸해 열차를 운행하여 오전, 오후 편성이 달라지는데, 차량 분리 작업과 차내 청소는 물론 매표 업무까지 담당한다.
철도 민영화 실패의 대표사례 영국에서는 여객 운행회사들이 한정된 햇수동안만 운행권을 불하받은 까닭에 ‘단기 수익성’에 집착하여 장기적 노사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매우 공세적인 노동비용 절감 조치를 취했다. 노무 관리는 강화되었고 연공과 숙련수준에 따른 호봉, 집단적 일괄적 임금인상 대신 성과급제와 개별 계약제가 도입되었다. 일부에서 임금 향상 있었지만 이는 구조조정을 통한 다른 노동자들의 희생, 근로시간 연장과 노동강도 강화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만 가능했다.

민영화의 결과: 고용관계의 개별화와 노동조합의 약화

민영화 이후 민간의 경영기법이 도입되면 노사관계, 노동조합의 활동 조건 또한 변화한다. 영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 강력해진 철도노동조합들을 견제하기 위한 각종 조치들이 단행되었다. 영국에서는 1995년 본격적인 철도 민영화 이후 국철(BR)과 맺은 단체교섭이 민간 기업들에 승계되었으나 이후 모두 변형되었다. 전국수준의 단협이 약화되거나 아예 없어지는 등 단체교섭 구조가 분권화‧파편화되었다. 외주화 확대로 인해 노조의 대표성도 약화되었고, 회사의 분할로 인해 노조도 쪼개져 임금교섭과 파업의 영향력도 약화되었다.
민영화 이후 완전히 노동조합 활동 조건이 뿌리 뽑히는 경우도 있었다. 뉴질랜드 철도에서는 위스콘신사가 인수할 당시 ‘무노조 원칙’을 조건으로 요구했고 실제로 관철시켜냈다.
이렇듯 민영화 이후에는 노사 긴장 유발 요인이 더 많아졌지만 노동조합의 대응력은 취약해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찾지 않고 같은 동료들을 찾지 않게 된 것,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의 토양이 파괴된 것이 민영화가 만든 그늘이었다.

우리의 최대 무기, 철도 노동자의 단결

철도노조가 철도민영화를 철회시켰던 2003년 투쟁 이후 10년이 흘렀다. 역대 4대 정권이 갖은 방식으로 철도를 흔들고 탄압해왔지만 10년간 민영화가 유예된 것은 철도노동자의 싸움 덕분이었다. 지난 투쟁으로 발생한 해고자들이 아직도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음에도 또 다시 민영화로 인해 노동자들의 대량 희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달 철도민영화저지를 위한 총파업찬반투표가 89.7%의 압도적 찬성률로 가결되었고, 7월 1일에는 KTX 기장 전원과 열차팀장들이 집단적으로 수서발 KTX 운영회사 전직거부를 선언했다. 철도노동자들이 다시 한 번 강력한 민영화 저지 투쟁을 결의한 것이다. 전 조합원이 전직 거부를 선언하고 일손을 놓으면 어디서도 철도는 움직이지 못한다. ‘국민의 발을 볼모로’ 한다는 정부와 자본의 비난에 맞서 ‘국민의 생명을 걸고’ 앞장서서 싸우는 철도노동자 투쟁에 힘껏 연대하자. 국민의 뜨거운 반대 여론과 광범위한 사회적 연대가 승리의 지렛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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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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