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657호 | 2014.02.20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의 노림수

한미동맹 유지한 채 한반도 긴장 완화는 불가능하다

정책위원회
이산가족 상봉이 오는 20일부터 25일까지 이루어진다. 2010년 중단된 이후 햇수로 4년만이다. 작년 이맘 때 북한 핵실험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었음을 생각하면, 1년도 되지 않아 남북관계의 긴장은 상당히 완화된 것처럼 보인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제안과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이 맞물리면서 나올 수 있었던 결과다. 그러나 1월 6일 남한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제의 이후 2월 14일 군사훈련 일정과 관계없이 예정대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기로 합의하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북한은 상봉행사를 유보하고 적대적 군사행위 중단을 요구했고, 한국은 키리졸브·독수리연습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발표하면서 이산가족 상봉은 몇 차례 무산위기를 겪었다.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적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언사는 반복되지만, 실제 역사적으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정치적 의도와 맞물리지 않은 적은 없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주로 식량과 비료 지원 등이 연계되었고, 지난해 9월에는 금광산 관광 재개 논의가 연계되었다. 남한에게도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경협 추진 및 남북관계를 위한 정치적 의제였다. 따라서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박근혜 정부가 통일을 강조하는 정치적 의도에 대해 여러 분석이 나온다. 왜 갑자기 통일발언이 쏟아지고 있는 것일까.

[출처: 연합뉴스]

박근혜의 의도는 무엇인가

1월 6일 신년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해외언론과의 인터뷰와 기고문에서도 ‘통일대박론’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급변사태가 일어날 것을 가정한 흡수통일 구상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도 있고, 남북한의 물밑접촉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근거가 부족한 주장들이다. 먼저 장기적으로는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단기적으로는 북한 정권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한 대북강경책을 유지해왔던 박근혜 정부와 북한 간에 이미 의미 있는 접촉이 있었을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은 올 6월 진행될 지방선거 등을 겨냥한 국내 정치용일 가능성이 크다. 대선시기 복지담론, 당선 이후 외교안보와 종북몰이로 정국 주도력을 확보했다면, 이제 통일담론으로 이를 달성하려고 하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외교안보분야의 지지도가 높은데, 여기에 통일 의제까지 선점하면 오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반격할 의제를 빼앗는 셈이고, 지지율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 합의로 박근혜 정부는 이에 한발 더 가까워졌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 이후에도 남북관계가 개선돼 남북경협의 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바라겠지만, 이것이 절실하지는 않다. 만약 이번 이산가족 상봉이 합의되지 못했더라도 박근혜 정부로서는 손해를 볼 일은 없었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연계한 것을 비판하며 이후 대북강경책과 종북몰이의 명분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신년사에서 제안한 ‘통일대박론’은 그렇게 되도 좋고, 되지 않아도 좋은 제안이었던 것이다. ‘통일대박론’의 기만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평화를 위협하는 전쟁연습은 계속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미연합군사훈련과 관계없이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기로 한 북한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힌 것에서 알 수 있듯, 이번 힘겨루기에서는 남한의 의도가 관철되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진정 성공적인 첫걸음을 뗀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악순환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 이산가족 상봉과 연계하려 했던 한미연합군사훈련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와 직결된다. 한국정부가 연례훈련이자 방어훈련에 불과하다는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에 왜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인지 부터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것은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이 그 목적과 훈련 양상을 볼 때 방어 위주의 훈련이 아니라, 북한 침공을 위한 전쟁연습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은 한미연합군 작전계획 5026,5027,5029에 의해 규정된다. 작전계획 5026의 주된 내용은 북한 내 핵·생화학무기 시설과 지휘·통제시설 등 700여개에 달하는 표적을 ‘핀 포인트’ 공격으로 파괴하는 것이다. 작전계획 5027은 한반도 전면전 시나리오로서 1998년 선제공격전략 개념을 도입하였고, 2006년에 북한의 핵시설·미사일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전략으로 구체화되었다. 작전계획 5029는 북의 내부 소요나 천재지변과 같은 사태에도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북침을 가정한 대규모 전쟁연습은 북한의 불안감을 높인다. 또한 막대한 인원과 물자를 동원하는 맞대응 훈련을 하지 않을 수 없고, 훈련기간에 건설‧어업‧무역 등 군이 맡고 있는 다양한 경제적 역할까지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해마다 키리졸브 훈련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훈련 중단을 요구해왔다. 2009년에는 개성공단을 차단했고, 2011년에는 ‘서울 불바다’를 거론하고, 2012년에는 “거족적인 성전에 진입할 것”이라 밝혔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아 실시된 2013년 키리졸브 훈련을 맞아서는 한반도 정전협정 무효를 선언하여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호전적 한미동맹은 평화와 양립할 수 없다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과 같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연례적으로 열린다는 사실,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서 단 하루도 훈련일정을 옮길 수 없다는 박근혜 정부의 태도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같은 소위 한반도 평화구상이 한미동맹의 군사적 압박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사고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박근혜 정부의 구상은 힘의 압도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적을 굴복시켜 평화를 달성한다는 군사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다.
핵실험까지 불사하며 강경책을 구사했던 북한과, 대북강경책과 종북몰이로 정국주도권을 확보해왔던 박근혜 정부의 태도는 언제든 변할 수 있다. 양 국의 힘겨루기 방식은 전혀 변하지 않았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둘러싼 긴장도 전혀 완화되지 않았다.
평화를 위한 첫걸음은 군사적 우위를 바탕으로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쟁 위험을 고조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다. 한국의 평화운동이 매년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해 온 것은 이 때문이다. 한미동맹의 틀 안에서밖에 말을 움직일 수 없다면,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한반도 평화를 가져올 일은 없을 것이다.
주제어
정치 반전평화
태그
한미동맹 키리졸브 한미연합군사훈련 이산가족 통일대박론 독수리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