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683호 | 2014.10.30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끝까지 밝혀줄께!

세월호 참사의 구조적 원인과 정부 대책의 문제점

정책선전위원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200일이 다 되어간다. 지난 10월 29일 295번째 사망자 황지현 양의 시신이 197일을 기다린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아직 9명의 실종자가 남아있다. 유가족과 시민들이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외치는 동안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있었고,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가 있었다. 검찰은 해경 몇 명을 사법처리하는 꼬리 자르기로 국가의 책임을 묻지 않았고 감사원 감사도 청와대에 대해서는 언급도, 자료공개도 없었다. 검찰과 감사원이 나서 정부 책임을 면제해 준 꼴이다.
정작 박근혜 정부는 규제완화‧민영화와 같은 정책기조는 변함없이 유지하는 가운데 문제투성이 안전대책만 내놓았다. 정부가 낸 대책은 대형선사와 안전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즉 안전 문제에 대한 권한과 능력을 더욱 더 민간기업에게로 넘겨 안전한 사회를 도모하겠다는 것이었다.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안전규제 완화 문제는 6개월이 넘도록 해결하지 않은 채, 오히려 안전대책을 안전산업 육성 경제정책으로 둔갑해 안전 규제 완화를 고착시키고 있다. 또다른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이제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밝히고, 정부의 정책기조와 안전대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구조적 원인을 왜 밝혀야 하는가

개인 책임만 사고의 주요원인으로 인식하면 사고의 재발방지가 어렵다. 한국에서는 대형사고가 일어나도 대부분 사고에 직접적으로 관계된 담당자와 현장 소장 등 하급 관리자 정도만 실제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사고로 인해 기업의 누군가가 처벌받아도, 기업의 안전정책 자체는 별로 바뀌지 않는다. 이는 정부조직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몇몇 공무원들이 처벌, 징계, 직위해제를 당하더라도 규제완화, 민영화 기조는 물론 선박검사‧과적단속을 형식적으로 하는 관행조차 바뀌기 어렵다.
이런 한계는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참사(502명 사망)에서도 똑같이 반복되었다. 참사 백서는 참사 이후 대책에 대해 “부실한 건설사업의 근원이 되는 경제성 추구를 근본으로 하는 가격중심의 종속관계로 구속된 도급제도와 이로 인한 부실을 견제할 발주자/건축주의 역할과 상호작용에 대한 규명은 미흡”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지금도 건설산업에서 최저가 낙찰, 공기단축, 다단계에 걸친 하도급은 여전한 문제고, 최근 서울 잠실 인근의 씽크홀 역시 지하철 공사 시 부실시공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구조적 원인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면 엉뚱한 해결책이 나오게 된다. 우리나라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17개 센터 중 15곳은 항구 근처에 설치되어 있는 항만관제센터로 지방해양항만청 소속이고, 나머지 진도와 여수 연안관제센터는 해양경찰청 소속이다. 이원화된 구조로 인해 세월호 참사 당시 초기 연락이 가까운 진도 VTS로 가지 않고 제주 VTS로 갔으며 진도 VTS에서 일하던 해경 직원은 업무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쳤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결과를 낳은 VTS의 이원화는 2007년 12월 삼성-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태안기름유출사고)의 사후대책이었다. 기름유출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수익을 위해 무리한 운항을 하게 된 구조나, 사고를 일으킨 삼성에게 책임을 물을 다른 제도 등을 논의하는 것이 핵심이었지만, 엉뚱하게도 정부부처 간 힘겨루기가 되어 VTS업무만 이원화된 것이다.

정부의 선박 안전 규제완화가 참사를 불렀다

세월호 참사에서 제대로 밝혀져야 할 구조적 원인은 우선 선박 안전에 대한 규제완화 문제다. 2009년 이후로 전반적인 규제완화 기조 하에서 선박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되었다. 가장 잘 알려진 선령제한완화(25->30년)뿐만 아니라 카페리 과적 및 적재기준 완화, 여객선 엔진개방검사 완화, 점검 대상 선박 선령기준 완화 등이 2009-2011년에 걸쳐 이루어져졌다. 이 중 선령제한완화는 해운조합이 오랫동안 강력히 주장해 온 것이다.
다음으로 선박소유주 양벌규정 완화를 들 수 있다. 상법에 선박소유주책임제한이 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사업주가 유일하게 처벌받을 수 있는 양벌규정이 2009년 12월에 완화되었다. 양벌규정이 “사업주의 경영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사실 직접적으로 이익을 취하는 선주나 선사의 압력이 없으면 선장이 무리하게 과적‧과승을 할 이유는 없다.
정부가 의도한 것처럼 청해진 해운 등 해운자본의 경영의욕은 고취되었을 것이다. 안전규제 전반이 자신들이 요구한 대로 완화되고, 양벌규정까지 완화되어 선장에게만 책임을 지우고 자신들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확실한 신호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 원인으로 반드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청해진 해운이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행위를 강화한 동기가 된 것”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를 더욱 강하게 이어받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 자체가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필요한 안전규제를 다시 강화할 수 있다.

성과주의와 민간위탁이 사고대응 실패를 만들었다

해경의 무능한 대처도 핵심적인 문제다. 최소한의 규율도 없이 VTS 업무를 했고, 사고해역에 배치되었어야 했을 중형함은 모두 중국어선단속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해경대처의 문제에 대한 감사원의 조치내용은 관련자 징계 요구와 해양경창청장에 대해 인사자료를 통보한 것이 전부다. 하지만 이것으로 뿌리 깊은 관행과 해경업무의 관성이 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해경이 구조업무보다 중국어선 단속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변화시켜 온 이유는 정부부처 전반을 지배하고있는 성과주의다. 성과과 확연한 불법 어선 단속에 비해 안전업무가 뒤로 갈 수 밖에 없다. 지금은 해경 내부 관계자조차 “불법 중국어선 단속에 치중한 나머지 평소 인명구조 훈련에 큰 비중을 두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라 실제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강화할 방침” (<연합뉴스> 9월 10일자)이라고 하지만 성과주의 하에서 과연 이 기조가 계속될 수 있을지 믿기 어렵다.
그리고 2012년 수난구호법이 개정되면서 해경은 해난구조업무를 민간에 위탁하기 시작했다. 현행 수난구호법에 따르면 사고 책임선주는 사고 초기에 직접 구난구조업체를 선정하여 계약을 맺어야 한다. 구조업체 활동비는 우선 선주와 계약된 보험회사가 지급하고, 비용이 과다한 경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해 활동비를 선지급하고 선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게 되어있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는 우선 선주가 싼값에 구난업체를 찾으려 하거나, 이번 세월호 참사 때처럼 해경간부가 자신과 친분이 있는 업체를 소개시켜주게 된다. 어느 쪽이어도 구난능력이 우선시될 수는 없는 것이다. 대형참사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임무인데 정부는 이러한 구조업무 마저도 시장의 논리에 맡기고 있다.

내항 선원의 고용구조,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선장과 선원들은 제대로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러한 선원들을 또 만들어내는 구조가 남아있다면 이들을 처벌하는 없을 것만으로 사고 재발방지는 불가능하다. 청해진 해운은 비상시에 대비한 선내 비상훈련은 매 10일마다, 기름유출 대처훈련은 매월, 비상조타훈련은 매 3개월, 선체 손상 대처훈련과 인명사고 시 행동요령은 매 6개월 마다 실시하여야 했다. 그러나 이런 훈련이 규정대로 이루어졌더라도 계약직 선장과 4-12개월짜리 단기 계약직 선원들로 구성된 팀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리 없다. 징후 없는 대형사고는 없다. 대형사고는 사전에 존재했던 문제들이 동시에 발생할 때 일어난다. 이러한 징후를 잡아낼 수 있는 사람들은 결국 배를 직접 다루는 선원들뿐이다.
우리나라 내항 선원의 처우는 외항 선원보다 열악하다. 국내 내항여객선 선원은 총 802명(2013년 12월31일 기준) 중, 비정규직 선원이 602명(75%)이다. 특히 1급 항해사는 총 10명으로 8명이 비정규직이고, 그중 2명은 1년 미만 단기계약직이다. 이러한 고용구조 하에서는 훈련이 효과를 발휘할 수도 없고, 선원들에게 책임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고용구조 문제도 주요한 구조적 원인으로 다뤄져야 한다.

정책기조와 안전 대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

정부의 후속 대책인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대책>의 탄력운임제, 유류할증제는 선사의 이윤 보장은 확실히 해 줄 것이지만, 이윤이 보장된 선사가 자연스럽게 안전업무에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크게 이슈가 된 선령제한만을 다시 25년으로 되돌렸을 뿐, 규제전반이 강화된 것이 아니다. 안전점검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인력과 장비 등을 제대로 마련할지 의심스럽다. 또한 낙도에 대한 준공영제는 ‘검토’하겠다고 하는데, 철도‧의료민영화 등 전반적인 민영화 기조 속에 공영제가 현실에 맞지 않다며 현행 유지를 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도,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안전산업을 육성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국민들은 국가의 구조업무를 방기한 데에 대한 분노가 컸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기는커녕 결국 안전을 시장논리, 기업책임으로 맡긴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언딘과 같은 사례만 추가로 만들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규제완화, 안전업무의 민영화라는 정책기조는 전혀 변한 것이 없다.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안전대책은 재고되어야 한다. 우선 국가재난안전관리체계는 책임과 권한이 일치하도록 재구성되어야 한다. 대통령의 7시간의 공백은 단순히 정치적 책임을 묻는 질문이 아니다. 선박사고는 2차, 3차의 희생자가 적지만, 화학공장이나 핵발전소 사고 같은 경우 대처가 몇 시간만 늦어도 다수의 심각한 2,3차 피해자가 발생한다. 사고수습 권한을 현장책임자 1인에게 주더라도, 현장에서 제대로 활동할 수 있게끔 국가 최고책임자가 구조를 위해 자원을 움직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국가재난안전관리체계의 재구성의 방향성은 책임과 권한의 일치이다. 한국은 권한은 위에 있어서 현장책임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지만, 사고가 일어났을 때의 책임은 아래가 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처벌이 필요하다. 기업이 위험한 행동을 멈추려면 안전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최대 약점이라 할 이윤을 압박하는 강력한 제도가 필요하다. 운항관리자의 출항정지권을 현실화하는 방안, 선원들이 위험하다고 판단할 경우 운항을 거부할 권한, 사고 발생 시 해당 기업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거나 최고경영자‧실소유주를 처벌할 수 있는 제도 등이 도입되어야 한다. 정부는 이런 기업의 탐욕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제어해야 한다.
주제어
정치
태그
선령제한 vts 안전대책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대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