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사회는 안전한 사회로 전환하고 있는가?

세월호 참사 2주기에 부쳐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늘어만 가는 해양사고
 
2016년 4월 16일이면 세월호 참사 2년이다. 한국사회는 그날 304명의 생떼 같은 목숨을 왜 잃었는지 아직도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해경은 구조에 너무도 소극적이었고, 청해진 해운과 한국선급, 해경 모두 이러저러한 기록들을 숨기고 은폐하기 바빴다. 배가 침몰하게 된 경과, 배가 급히 우회전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설왕설래하고 있다.
구조의 실패 이유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의 부재, 정확한 침몰 과정을 규명하는 것의 곤란함… 지금까지도 진상규명의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는 건 이 때문이다.
 
자료 : 해양안전심판원 해양사고통계 (2015)

그러는 사이 우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한다. 해양사고 인명피해(사망․실종․부상)가 도리어 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당시 해양사고 인명피해자는 307명이었지만, 2015년에는 395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자료 : 해양안전심판원 해양사고통계 (2015)
 
인명피해자가 늘어난 것은 해양사고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2013년 당시 해양사고는 1,093건에 그쳤지만, 2015년에는 2,101건으로 크게 늘었다. 연안여객선 역시 늘어나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2010년부터 꾸준히 늘어나 2014년 51건, 2015년 66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연안여객선 사고 중 기관손상에 의한 사고가 2014년부터 크게 급증하고 있음을 유의하게 보아야 한다. 기관손상 사고는 선박 노후나 정비불량 및 관리소홀 등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2014년, 304명이 희생당하는 대형사고를 겪고도 우리는 여전히 침몰하는 한국호(號)에 타고 있다.
 

세월호의 침몰 원인과 안전대안
 
선원의 조타 미숙인지, 조타기(솔레노이드 밸브)가 고장 난 것인지, 세월호가 급격히 우회전하게 된 이유는 세월호가 인양되어야 알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대형재난 사고를 진단하고, 교훈을 새기면서 대책을 세우는 과정은 급변침 이유에 대한 진단, 그걸 바로잡는 것만의 문제는 아니다. 만일 운항 미숙이 문제였다면 일정한 변침(해상충돌을 피하려면 30도 대각도 변침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세월호는 소각도 변침을 여러번 반복하는 식으로 대각도 변침을 해야 했다.)에도 문제가 없도록 ‘안전한 배’를 만들고, '선원 교육 훈련', '안전 운항 준비’를 하는 것이 대책 마련의 기본이다. 조타기 오작동이 문제였다면 '노후선박 제한'. '안전 점검' 등 선박관련 안전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상식이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세월호는 애초 안전한 배가 아니었다. 불법 증개축으로 복원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4월 15일에는 평소보다 많은 화물을 실었으며 고박도 제대로 안 한 채 인천항을 떠났다.안전하게 항해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불감항성) 배였다.
게다가 해경이나 항만청 모두 세월호의 불법 증개축, 부실고박과 과적을 사전에 단속할 역량도 없었고, 정부는 이를 규제할 의지도 없었다. 연안여객선 중 노후 선박 비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해상사고 위험이 높아지지만 정부는 합리적인 설명도 없이 선령 규제를 완화시켰다.
 
 
또 다른 ‘세월호’, 한국사회는 안전해졌는가?
 
문제는 그런 ‘세월호’가 세월호 한 척이 아니라는 점이다.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노후선박이 지금 이 순간에도 전체 연안여객선의 35%나 된다. 2014년 당시 바다에서 침몰한 3척(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가 21년, 베링해 해상에서 침몰한 오룡호가 36년, 홍도 해상에서 침몰한 바캉스호가 27년) 모두 선령이 20년 넘은 노후선박이었다.
 
2013년 12월 기준 선령 20년 넘는 배가 24%였는데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지금 35%나 되는 건, 정부가 연안여객선 노후화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도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걸 의미한다.
애초 정부는 준공영제를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민간업체에게 결손보상금을 지급하는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러다보니 노후 여객선을 신규 선박으로 대체하는 방법도 “연안여객선 현대화 펀드”를 조성해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것이 불가능하다는 건 연안여객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다. 연안여객은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익성을 맞추려고 청해진 해운은 인천-제주 항로를 독점하려 했고, 그래서 싼 값에 노후선박을 매입해서 무리하게 개조한 뒤 과적운항을 일삼아 왔다는 걸 정부는 벌써 망각했단 말인가?
 
그 뿐인가? 세월호 침몰의 원인 중 하나인 해상과적 문제조차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정부는 고정식 계근대를 설치해 해상과적을 단속하려했지만, 운송사업자들과 지자체의 반대에 부딪혀 중단했다. 그리고 계량증명서 발급과 이동식 계근대로 과적 단속 방법을 바꾸었다.
하지만 이동식 계근대는 사실 쓸모가 없다. 한번 설치하는데 30분이나 걸리고,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일주일에 한번 하는 것도 힘들기 때문이다. 단속 시늉만 하는 것으로 그칠 뿐이다. 계량증명서를 받은 뒤 짐을 더 싣는 식으로 과적 단속망을 피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상으로 해상과적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보는 듯하다. 육상에서든 해상에서든 화물운임을 표준화하지 않는 이상, 과적경쟁은 제어할 방법이 없다. 운송사업주들이 과적을 종용하고, 과적해서 이송단가를 아끼는 화주들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
 
안전사고를 유발한 기업처벌 문제는 또 어떠한가? 청해진 해운과 유병언 일가는 안전교육을 제대로 시킨 적이 없었다. ‘과적은 위험하다’는 선원의 고언도 등한시했다. 그렇게 세월호가 운항되어 왔고 그래서 세월호가 침몰했는데, 안전운항에 소홀히 한 죄로 기업과 사업주들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지금도 여전히 없다. 해운법을 개정했다고는 하지만 당시에나 지금이나 청해진 해운에 부과할 수 있는 죗값은 1,000만원이 전부다.
다만 대형사고가 나면 면허 취소 등 엄중 처벌하겠다는 것 조항이 추가되었는데, (과실치사상죄를 묻는 것이 안전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듯) 사고가 나면 엄벌하는 사후약방문식 처벌로 안전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그 자체로 자가당착이다.
 
 
세월호 참사 2년, 안전한 사회로의 대전환을 준비해야
 
2015년 한 해 동안 해상사고가 늘어나고 피해자도 늘어났다는 사실은, 한국사회가 ‘세월호’라는 비극을 겪고도 무엇 하나 바뀐 것이 없다는 것을 웅변한다.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약속만큼이나 우리는 416이후 다른 한국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416 이전과 다른 한국사회… 선박 안전성 기준을 제고하고 과적․과승을 근절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 위험을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 환경, 노동자․시민 공동체, 국가 운영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근본적인 전환점을 찾아내는 것…,
2주기 이후 우리는 ‘세월호’를 인양하면서 우리가 승선한 한국사회를 안전한 곳으로 이끌어야 한다. 어떤 제도적 변화가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을지 찾아내야 한다. 대전환을 시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