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투쟁, 노조답게 하자!
재벌체제에 맞서는 노동자운동의 도전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권 구조조정의 반동성
 
박근혜 정부는 6월 9일 해운업 및 조선업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조선3사와 현대상선 등 재벌대기업들이 조선 및 해운부문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12조원’을 마련해 지원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세금이나 국채 발행을 통한 재정지출 방식이 아니라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기반삼아 자원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예산편성이나 국채 발행은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책은행의 자본확충펀드 방식을 활용하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 박근혜 정권이 여기에 사활을 걸었던 것은 △재벌대기업의 손실을 국민이 부담할 의사가 있는지, △손실을 야기한 사업주와 정치권은 누구며 어떻게 책임을 물릴 것인지, △노동자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구조조정 방안은 정당한지 등을 간접적으로나마 국민들에게 일일이 묻고 싶지 않아서다. 이런 논란을 뒤로 하면서 국민경제의 자원을 다시 한 번 재벌대기업으로 몰아준 것이다.
 
노동자만 손실을 떠안는 구조조정
 
조선업·해운업 위기란 정부와 재벌의 산업 현대화 실패, 즉 해양 플랜트 실패, 해운업 세계화 실패에서 비롯한 것이지만, 정작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현대상선 최고경영자 몇몇의 경영권과 대우조선 비리에 연루된 정·재계 인사 몇몇만 교체되었을 뿐이었다. 다시금 재벌대기업으로 소유·경영권이 집중되고, (금융)채권단은 구조조정 전 과정의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자신의 손실을 메운 뒤, 투자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한다. 일련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바뀐 것이라고는 전혀 없다. 
현대중공업 분사, 삼성중공업의 인원 감축, 대우조선해양의 특수선 산업 매각 등 일련의 구조조정과정이 웅변하듯, 채권단이 손실을 메우는 사이 노동자들은 또 정리해고·계약해지 등 고용조정을 수용할 것을 강요받고 있다. 노동자에게만 손실을 전가하는 구조조정 과정 역시 바뀐 것은 없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도,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때도, 노동자들은 양보하고 국민들은 채권단과 재벌들의 손실을 메워줬다. 2016년에도 또, 그래야 하는가? 
 
재벌체제, 근간을 흔들어야 한다
 
국민경제를 볼모로 재벌의 부채를 지탱해주고, 손실을 메워주는 악순환을 중단시키려면, 재벌체제의 근간을 흔들어야 한다. 노동자의 숙련과 기술 축적보다는, 저임금 (하청) 비정규직을 활용하면서 수익을 남기려는 행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재벌 계열사 간 순환출자 방식으로 경영권을 유지하고, 최근에는 심지어 국민연금까지 이용해 경영권을 방어하고 친족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행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재벌 대기업에 대한 정치적 지원만이 한국경제가 살길이라고 외치며, 다시금 더 국민경제를 늪에 빠뜨리려는 지배계급의 행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노동자의 생존은 뒷전으로 한 채 채권단의 이해만을 반영한 구조조정 행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이 과제는 원하청 공정거래, 이익 공유제, 소액주주운동 등 경제민주화 수준의 재벌 개혁으로는 진척시킬 수 없다.
 
재벌 투쟁, 노조답게 하자
 
노동조합에겐 이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 있다. 바로 노동자의 집단적 교섭권이다. 기업별 수준을 넘어 민주노총·산별노조 차원에서, 하청 바지사장이 아니라 원청 진짜사장을 상대로, 실질적인 지배 개입력을 가지고 있는 재벌그룹사를 상대로,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투쟁을 통해 재벌사들을 교섭 자리로 끌어 앉힐 수 있다면, 노동자운동의 여건은 크게 달라진다. 재벌체제를 움직이려는 거대한 지렛대에 노동조합운동이 작용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금속노조의 그룹사 교섭 투쟁을 주목하는 것은 이와 같은 연유에서다. 하지만 동시에 그룹사 교섭 투쟁에 우려를 표명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자동차 부품사,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괄할 수 없다면, 그 작용점에 힘이 가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노동운동에서도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사슬의 정점에 있는 초국적 대기업에게 납품하청업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후퇴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묻고, 전 세계 흩어져 있는 하청 공장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노동표준을 제도화하려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노동운동은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 하청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을 조직하도록 돕는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원청 삼성을 상대로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 및 노조 활동 보장을 받아내려는 요구에, 유성지회 노동자들이 현대기아차 그룹을 상대로 사과를 받아내려는 투쟁에, 조선업 구조조정에 맞서 조직화 사업을 서두르는 활동에, 공단 조직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려는 흐름에 주목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재벌투쟁을 금속노조가 노조답게 하는 방법…  우리는 이미 모두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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