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를 만든 체제’를 끌어내리자!
표리부동 새누리당 갈팡질팡 민주당? 믿을 건 민중들의 단호한 투쟁뿐!
 
대형 폭탄의 뇌관이 터졌다. 청와대와 그 측근들이 재벌들과 벌인 온갖 비리와 추문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국민들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콘크리트 지지율은 무너진 지 오래다. TK에서조차 ‘더는 못 믿겠다’는 분위기가 민심 전반에 팽배하다.
 
어제 박근혜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검찰 수사 받겠다, 국민 앞에 사과한다, 최순실 개인의 비리였을 뿐이다> 등 예측에도 못 미치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 뭘 잘못했다는 것인지 모호했고, 이번 게이트를 개인 문제로 치부했다. 특검과 국정조사, 김병준 총리 지명 철회 등 야당의 요구 역시 무시했다.
 
이는 국민에 대한 명백한 기만이다. 최대한 시간을 끌고, 전통적 지지층에겐 읍소와 거짓눈물을 통해 반감을 회복시키려는 것이다. 지지율 5퍼센트로 바닥을 쳤으니 조금씩 회복해 ‘하야’를 피하고, 훗날을 도모하겠다는 속셈이다.
 
권력의 하수인 검찰 믿는 바보는 없다
검찰 수사 역시 쑈에 불과하다. 그동안 재벌과 부패권력에 대해 솜방망이 수사로 일관했던 검찰이 갑자기 수사를 제대로 할 거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순실·안종범을 뇌물죄가 아닌 ‘직권남용죄’로 기소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재벌들 역시 박근혜 게이트의 공범이다. 심지어 삼성은 최순실의 가장 훌륭한 후견자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권력과 재벌 자본 사이에 추악한 뒷거래가 세상을 망가뜨려온 것이다. 보수언론과 정치인들은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특히 조선일보는 내각 개편을 비롯한 구체적인 수습방안까지 제시하면서 야당에겐 수습책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여느 정당들보다 적극적인 정치 행위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것이다.
 
하지만 보수언론들은 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키고, 이 정권의 기업 규제완화 등 친재벌 정책 여론을 형성하는데 누구보다 혁혁한 공을 세워온 공동정범이다. 지난 4월 총선이 친박 주도 새누리당의 참패로 끝나자, 이대로는 보수정권 재창출이 어렵다 보고 친박 내치기로 방향 전환을 한 것이다. 그들에겐 재벌을 위한 정권 재창출이라는 ‘큰 그림’이 있다.
 
밍숭맹숭 야당
파국적 상황에서 야당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사태 초기 민주당은 ‘하야 요구’를 거부하며 거리로 나선 시민들을 비아냥거렸다. 민주당은 밍숭맹숭한 입장으로 박근혜와 최순실 개인만 비난하며 사태를 끌고 가면, 내년 대선에서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했던 셈이다. 헌데 민주당이 요구했던 거국내각 구성을 여당이 받으면서 난처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마저도 뻔뻔하게 여야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이를 받으면 민주당에겐 잘해야 ‘똔똔’인판이 될 게 뻔하다. 그때서야 아차 싶은 민주당은 다시 발을 빼고 있지만 어리석게도 기세를 빼앗긴 셈이다.
박원순과 이재명 등 야권 대권주자 일부는 ‘하야’ 목소리에 힘을 실기 시작했다. 이에 질세라 안철수까지 가세했다. 국민 여론은 ‘즉각 하야’에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9년 내내 무능했던 야당이 초유의 정국에도 안이하게만 대응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이제 변수는 민중들의 저항
안개로 가득했던 정국이 분명해지고 있다. 이제 정국의 변수는 오직 하나, 민중들의 타협 없는 저항뿐이다. 민주당 김종인마저 ‘변수는 촛불’이라고 말한 바 있다. 조선일보와 비박계는 거리에 쏟아져 나온 시민들의 함성과 투쟁이 어떤 양상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판단할 것이다. 박근혜가 퇴진한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멀쩡해진다는 보장은 없다. 한국 사회가 통치의 위기(레임덕)와 사회적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지배계급 스스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들이 말하는 개헌을 한다고 해서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썩어빠진 정치인들이 사라질 리 만무하다.
 
뻔한 거짓말에 속아선 안 된다. 썩은 물은 그대로인데 담는 그릇을 바꾼다 해서 변하겠는가? 문제는 변화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그것의 타이밍을 누가 결정하는지에 달려있다. 지난 4년 우리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세월호 참사와 대북 관계파탄이 이뤄지는 걸 봤고, 경기 침체와 실업난 속에서 고통 받았다. 가난한 이의 삶은 끊임없이 추락했고, 부자들만 풍족한 사회로 바뀌었다.
이 체제의 공범인 정치인과 언론이 우리 삶을 바꿔줄 순 없다. 오직 우리 스스로만이 거짓말로 가득한 이 시스템을 엎고, 우리의 삶을 구원할 수 있다. 박근혜가 아니라, ‘박근혜 정권을 만든 체제’를 뒤엎는 싸움을 펼치자.
물론 오늘 투쟁만으로 저들이 물러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가오는 민중총궐기를 향해 가차 없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 전 국민적 저항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일터와 학교에서, 거리와 광장에서 썩어빠진 나라를 바꾸는 투쟁을 시작하자!
 
 
재벌이야말로 사태의 공범이다
 
경제민주화 기억나세요?
지난 대선의 화두는 단연 ‘경제민주화’였다. 소득불평등과 가계부채에 허덕이던 민중들의 분노는 새누리당마저 ‘고민하는 척’ 하게 했다. 빨간 옷을 입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좌클릭이라는 분석까지 생겼다.
 
그러나 공약을 파기하다 못해 정반대로 뒤집기까지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어느 순간 ‘경제위기’와 ‘노동개혁’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열심히 일하던 민중들에게 불어 닥친 쉬운 해고와 평생비정규직, 세대 간 싸움을 부추긴 임금피크제와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성과를 내라는 성과퇴출제. 그 결과 우리 사회는 ‘헬조선’과 ‘수저론’이 지배하는 비극을 4년간 맞이했다.
 
재벌대기업을 향한 대중적 변화 열망에 긴장한 재벌대기업은 박근혜 대통령을 당선 직후 찾아가 물었을 것이다. 여느 때처럼. 누구와 거래하면 되오? 비선라인을 통하라.
 
삼성이 꼼짝 못하고 있는 이유
재벌대기업의 더러운 행각들이 밝혀지고 있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자금을 갖다 바친 재벌대기업은 53곳, 774억 원에 이른다. 이와 별개로 삼성은 최순실 독일 회사에 35억 원, 롯데는 재단 출연과 별도로 70억 원, K컬처밸리에 1조원 가까이 투자하기로 한 CJ, 세무조사 무마를 요구한 부영그룹. 포스코·KT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에게 ‘억’소리 나는 금액이지만, 그들에게는 ‘옜다’의 의미일 뿐이다. 권력에 빌붙기 위한 보험이든, 특혜와 불법·탈법을 위한 대가로든. 박근혜와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묵인하는 조건으로 재벌세상·민생파탄을 합의한 거래였다.
재벌대기업은 손 안대고 코 풀 방법을, 더 쉽게 배를 채울 가장 빠른 길을 찾은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노동개악 5대 법안, 기업구조조정특별법(재벌특혜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민영화법)과 같은 전경련의 청부입법안과 민생 구하기 입법이라고 적힌 ‘재벌 구하기’ 입법추
진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꺼이 서명운동에 동참하며 거래를 성사시켰다.
 
공범인 재벌이 이제는 돈을 뜯긴 피해자로 둔갑하고, 박근혜·최순실만을 정신 나간 사람으로 몰아세워 빠져나가려 한다. 헬조선 4년 간, 온 몸으로 고통 받으며 버텨온 민중들의 삶은 또다시 기만당할 처지에 놓여있다.
 
‘또 다른 박근혜’를 찾아서?
미르·K스포츠 모금담당을 했던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재단설립 추진자로 안종범 수석을 지목했고, 안종범은 박근혜 대통령을 지목했다. 본인들 스스로 연결고리를 시인한 셈이다.
박근혜는 퇴진당하지 않더라도 내년 말에는 임기가 끝난다. 그러나 재벌의 권력은 임기가 없다. 박근혜가 물러가도 재벌대기업 세상을 도려내지 않으면 헬조선은 지속 될 것이다. 그들은 ‘또 다른 박근혜’를 만들어 낼 것이다.
심화되는 소득불평등, 국민경제와 괴리된 재벌대기업만의 성장과 독주를 멈춰야 한다. 전경련 해체와 함께 헬조선을 만든 죄, 재벌대기업이 민생파탄을 사주한 죄를 반드시 물어야 한다. 그 길만이 노동자의 삶과 노동 그리고 일상에 진정한 변화를 만들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