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청산, 평화 위협 체제 청산 없이 새 시대 없다
 
‘장미 대선’ 국면이 열렸다. 각 당 대선주자들은 소리 높여 온갖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오리무중인 중요 쟁점이 있다. 사드 배치 문제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이 몰래 사드 발사대를 한반도에 들여온 것이 지난 3월 6일, 롯데 골프장 지질조사 장비를 반입하려는 것을 성주 소성리 주민들이 온몸으로 막아낸 것이 3월 29일이다. 이렇듯 졸속 배치 준비가 계속 시도되고 있고, ‘조기 대선 전 배치’설까지 새어나오고 있다. 박근혜정권 퇴진행동이 사드 철회를 적폐 청산 6대 긴급현안으로 꼽았을 뿐만 아니라, 박근혜 게이트 이래로 사드를 반대하는 여론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유독 사드 청산 이야기는 정치인들 입에서 좀처럼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핵무장’까지 운운하는 위험천만한 ‘안보 장사’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새누리당 시절부터 사드 배치를 적극 찬성해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사드는 북핵 막는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니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사드 배치, 독자적 핵무장을 줄기차게 주장해 온 것을 스스로 자랑거리로 삼는 판이다. 핵무장까지 운운하는 이들의 후안무치한 안보 장사만 보더라도 이들이 대통령이 되어봤자 박근혜와 다를 것이 없음은 분명하다. 북핵 비판의 정당성을 스스로 깎아먹고 있음은 물론이다.
 
‘강한 안보’ 프레임만 있고 ‘평화 구상’은 없다
 
‘어차피 새누리당’ 세력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정권 교체’ ‘새 시대’를 이야기하는 후보들까지 사드를 묵과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이다. 3월 26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9차 TV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는 “북핵에 대한 다른 대비책이 없다. 북핵이 완전히 폐기되면 좋지만 고도화되는 상황 속에서 마땅히 대안사항이 없으니 사드도 (한반도 안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효용을 떠나 심리적으로라도 (사드가) 안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국민이 믿는다", "특히 사드가 주로 주한미군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한미동맹 관계라 우리 안보에도 도움되는 것"이라고 설명을 달았다. 그동안 사드 문제에 대해 ‘절차상 문제’ ‘전략적 인내’ 같이 알 수 없는 말만 이어온 것에 비해 구체화된 입장이다.
 
그러나 가장 유력한 제1야당 대선후보일 뿐만 아니라 가장 당선 가능성이 유력한 후보의 발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무책임한 발언이다. 어떻게 평화와 대화, 군축으로 나아갈 것인지는 말하지 못하면서 북핵에 대한 대비책은 사드뿐이라고 말한 것은, 그동안 본인이 말해온 남북관계와 동북아 평화에 대한 ‘복안’ 따위 갖고 있지 않음을 자인한 셈이다. 사실상 사드 찬성 입장으로 가까워진 것뿐만 아니라, ‘강한 안보’ 등의 발언을 보면 결국 근본적으로 ‘우리 안보’ 프레임 자체를 극우세력과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가장 유력한 안철수 의원은 최근 보수언론에서 ‘보수 표심 모을 후보’로 띄워주는 이유를 증명이라도 하듯, 마음대로 ‘사드 배치 반대’ 당론까지 깨고 사드 배치 찬성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사드 배치는 국가간 합의라 정권이 바뀐다고 뒤엎을 수 없다”는 주장인데, 지난 해 7월 “정부의 일방적 사드배치를 비판한다”고 한 것을 생각하면 어이없는 일이다. 일방적으로 추진한다고 비판해놓고, 어찌되었든 일방적으로 미국과 약속을 하고 왔으니 자기가 그 약속을 지켜주겠다는 것 아닌가. 더구나 주장 자체가 사실이 아니다. 한미 간 정식 합의문 같은 것은 없다. 한미 소장급이 서명, 양국 국방장관이 승인한 <한미 공동 실무단 운용결과 보고서>뿐이다. 이는 국가 간 법적 권리와 의무를 창출하는 조약도, 정치적 합의에 머무르는 기관 간 약정조차 아니다. 강행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을뿐더러 얼마든지 물릴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사드 배치는 그야말로 근본 없는 일일 뿐이다.
 
3월 30일, 정치권 5당 원내대표들의 합의대로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 중단 촉구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중국의 경제제재와 민족감정 부추기기는 지나치고 문제가 있다. 그러나 문제의 궁극적인 원인은 사드 배치에 있다. 전날 성주 소성리 주민들은 롯데 골프장에 무단 반입되는 장비들을 온몸으로 막았다. 이렇듯 아무런 제대로 된 절차나 의견수렴도 거치지 않고 강행되고 있는 사드 배치 졸속 추진에도 목소리를 내어야 할 것이다.
 
평화와 민주주의의 새 시대를 열자
 
사드 문제는 그저 하나의 사안이 아니다. 우리는 북한을 빌미로 우리의 목소리를 탄압하는 상황,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 군사경쟁과 긴장을 이미 지겹게 겪어왔다. 지배 세력은 이런 식으로 분단 이후 지난 70년 간 남한 체제를 유지해 왔다.
이제 달라져야 한다. 박근혜와 함께 이 사회를 지배하던 자들의 실상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사드를 반대하는 여론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는 성조기를 펼치지만 촛불집회에는 사드를 반대하는 푸른 평화의 깃발이 함께 한다.
 
세계는 점점 위험한 곳이 되어 간다. 각지에서 경쟁적으로 군비를 강화하고 있고, 외국인을 혐오하는 세력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얻고 있다. 사드 배치가 완료되면, 이미 사드를 둘러싸고 동아시아에서 생겨나고 있는 혐오감정과 군비경쟁 역시 그 흐름에 가세하게 될 것이다. 사드 배치를 철회하는 것에서부터 억압과 전쟁을 멈추고, 평화와 민주주의를 시작해야 한다. 사드를 청산하고 민중 억압, 평화 위협 체제를 청산하는 작업 없이 새 시대, 새 세상은 올 수가 없다.
 
2017년 4월 1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