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의원의 ‘여성 노동’ 비하 발언에 대해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다.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화가 되어야 하는 거냐.” 국민의당 이언주의 의원의 말에는 ‘여성 노동’에 대한 뿌리 깊은 멸시와 비하의 의미가 담겨 있다. 
 

“밥하는”

아저씨들은 여성 운전자와 시비가 붙을 때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집에 가서 밥이나 해!’ 이 말에는 여자는 나돌아 다니지 말고 집에 있는 게 적절하며, 밥 짓기는 바깥일에 비해 하잘 것 없는 일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밥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여성들이 오래도록 해 온, ‘집안일’이라 불리는 것들이 대개 그렇다. 해도 티가 안 나는 단순 노동의 반복이지만, 누군가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삶은 유지될 수가 없다. 
 

“동네”

더구나 밥 짓는 노동의 장소가 단체 급식소라면, 그것은 더 이상 간단한 일이 아니다. 여성 노동자들 사이에서 급식소 일은 ‘노가다’에 비유될 만큼 힘든 중노동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급식노동자들이 크고 무거운 식재료와 식기를 사용해 일하느라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린다. 
 
단체 급식소의 탄생은 여성의 사회 진출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 학교 급식소는 동네의 수많은 어머니들이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던 노동을 덜기 위해 만들어졌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밥 짓는 노동’은 우리 동네가 굴러가기 위해 필수적인 일이다. 

학교 급식소 노동자들은 노동자인 동시에 그 지역의 시민이고, 많은 경우 학부모이다. 그들은 내 자식 같은 학생들 입에 들어갈 음식을 만든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일한다. 
 

“아줌마”

한국은 성별 임금 격차가 36.6%에 달하는 국가다. 성별 임금 격차가 확연히 벌어지는 시점은 바로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겪은 후다. 남성 평균 임금을 100이라고 보았을 때, 20대 때는 여성 평균 임금이 같은 나이 대 남성의 85이지만 30대는 70, 40대는 52, 50대는 46 수준으로 떨어진다. 
 
결혼 이후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특히 밥 짓기, 돌봄, 청소 등의 노동은 ‘원래부터 여자들이 하던 일’, ‘단순하고 하찮은 일’이라는 인식 때문에 애초에 저임금의 비정규직 일자리로 만들어졌다. 

집에서 밥 짓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가족을 돌보는 것도 모자라, 집 밖에 나와서도 비슷한 일을 저임금 비정규직이 되어 수행하는 것은 대한민국 많은 ‘아줌마’, 즉 기혼 여성들의 삶의 모습이다. 
 

“파업”

2000년대 들어 많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 파업을 했다. 청소 노동자, 마트 노동자, 생산직 노동자, 그리고 이번에 이슈가 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까지.

이언주 의원은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에게 ‘미친놈들’이란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고 “반찬값이나 벌러 나온 아줌마들이 무슨 파업이냐”, “집에 가서 애나 보라”고 비아냥대는 이들은 예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손을 멈추자 세상이 멈췄다. 그들의 파업은 “우리의 노동은 반찬값이 아니다”, “나도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자 한 명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과정이었다. 
 

“정규직”

이언주 의원은 정규직이 무슨 대단한 사람만 될 수 있는 특권이라도 되는 듯이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규직 고용의 원칙은 그 노동자가 ‘상시·지속적 업무’를 하고 있느냐다. 애초에 제대로 된 임금과 고용을 보장하여 채용했어야 하는 일자리임에도 각종 꼼수로 파견, 도급, 용역, 기간제, 특수고용노동자 등 비정규직을 고용해 온 것이 지난 20여 년 한국 사회의 풍경이었다. 그것을 바로잡자는 것이 지난 6월 30일 파업에 나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였다. 

이언주 의원의 발언을 계기로 여성 노동의 사회적 가치, 노동자 파업의 의미, 정규직 고용의 원칙을 다시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