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임금격차 축소!
저임금 여성직군 임금인상! 성희롱 성차별에 맞서자!
 
미투운동의 불길이 뜨겁게 번지고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아내와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강요받던 전통적 성역할에 대한 거부도, 낙태처벌에 대한 반대도, 성별임금격차에 대한 문제제기도 높아지고 있다. 1911년 3월8일, 변화를 향한 열망으로 여성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선 것처럼, 낡은 한국사회를 참지 않고 바꾸기로 결심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성별임금격차의 주된 원인 경력단절>
한국은 OECD 국가들 중에서 성별임금격차가 100대 64로 가장 크다. 그리고 성별임금격차의 주된 요인으로 경력단절이 지목된다. 여성들이 재취업할 일자리 대다수가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로 제한되어서다. 이 때문에 경력단절 이후로 성별임금격차가 급격해진다. 따라서 경력단절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성에게 양육이 전가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보육 인프라를 대폭 확대하고, 중소영세 사업장에서도 실질적으로 출산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남성육아휴직률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청년여성의 노동조건이 경력단절을 좌우한다.>
동시에 청년여성 노동을 주목해야 한다. 청년여성일자리도 경력단절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다. 경력단절 여성들이 직장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가 결혼과 출산일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은 틀렸다. 그녀들은 오히려 노동조건이 나빠서 그만뒀다고 이야기한다. 오래 다녀도 전망 없는 직장이라면, 차별과 성희롱이 일상적인 직장이라면 여성들이 육아와 직장을 병행할 이유가 없다.
 
<청년여성들을 일터에서 몰아내는 현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차별과 직장 내 성희롱이 청년여성들을 일터에서 몰아내는 현실이다. 채용과정에서부터 차별이 시작된다. 면접에서 여성에게 남자친구가 있는지, 결혼은 언제 할 것인지, 출산 계획은 있는지 묻기까지 한다. 취업이 되고나서도 여성은 결혼 출산으로 떠날 사람 취급하며 주변업무를 맡기고 승진에서 차별하는 일이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적인 폭력이 여전히 빈번하다. 그래서 여성들은 재계약이나 승진 등의 권한을 가진 남성 관리자들의 성희롱을 참거나 직장을 포기해야하는 기로에 서기도 한다.
 
게다가 첫 일자리에서부터 남성과 격차가 벌어진다. 20대 청년여성들이 집중된 직업은 교육과 보건서비스가 많은데 여성들의 전통적 성역할에 대한 낮은 가치평가가 이어져 노동조건이 열악해서다. 소위 여성 집중직군에 대한 저평가는 50대 이후의 청소 간병노동 등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20대 청년여성 노동에서도 확인된다. 20대여성노동의 현실은 경력단절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여성 저임금직군 임금인상하고 성희롱 성차별에 맞서자!>
성별임금격차 축소를 위해서 저평가된 여성집중 직군의 노동조건을 향상시켜야 한다. 경력단절 후 재취업하는 여성만이 아니라 청년여성들 상당수도 저임금 여성직군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중 62.7%, 초단시간 근로자 중 70.7%, 저임금근로자 중 63.4%가 여성이라는 현실이 이를 보여준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조합 결성을 통한 임금고용개선이 필요하다. 한편 직장에서 발생하는 성적인 폭력은 여성의 노동권과 존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미투의 흐름을 직장으로 확대하여 성희롱과 성차별에 맞서는 집단적 투쟁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가해자 처벌을 넘어 성폭력이 발생하는 구조를 성찰하고 근본적 변화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으로 만들어 가자.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과 차별에 맞선
#Metoo(미투) 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
 
지난 1월 말 현직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폭로는 그 자체로 용기있는 행동이었을 뿐만 아니라, #Metoo(미투) 운동을 확산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수많은 여성들이 “나도 피해자이다.(Me too)”라며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론화하는 실천에 나섰다. “당신과 함께한다(With you)”며 여성들의 용기에 힘을 보태는 #Withyou(위드유) 운동도 들불처럼 번졌다.
 
성폭력 피해자가 오히려 자괴감을 느껴야 하는 아이러니한 현실, 용기있게 행동에 나서도 또다시 좌절하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공고한 권력구조는 여성들이 피해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어렵게 했다. 그러나 2018년, 한국사회 여성들은 더 이상 혼자 자괴감을 느끼거나 좌절하지 않기로 했다. ‘피해자를 스스로 숨게 만들어 가해자들이 안전할 수 있는 세상은 이제 끝나야 한다.’는 성난 목소리는 성역을 가리지 않고 사회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우리 사회 가장 높은 권력을 누리는 검사 사회에서조차 여성은 성적 폭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충격은 문화예술계, 종교계, 학계 등 여러 분야를 거치며 더 큰 파장을 가져왔다. 110주년 3월 8일 여성의 날을 앞두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성폭력, 저임금, 고용불안 등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과 차별을 철폐하자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추방될 각오를 하고 성폭력 피해 사실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이주 여성노동자들 또한 용기있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폭로’만으로 바뀌는 것은 많지 않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만으로는 공허할 수도 있다. 그러나 Metoo 미투 운동은 수십 년 간 쌓여왔던 문제가 이제야 터져 나오는 하나의 현상이다. 이를 또다시 봉합하고 억압한다면 우리는 미래의 어느 날 더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오늘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가해자 개인에 대한 고발을 넘어 사회 구조 전반의 문제를 폭로하며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Metoo 미투 운동은 중단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한편 가해자가 유명인사가 아니라서, 생계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 없어서 등의 이유로 성폭력 피해사실조차 이야기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여전히도 많다.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여성노동자들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실천과 연대가 절실하다. 성폭력/성희롱 없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동조합은 여성노동자들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거듭나야 한다. 여성이 노동자/시민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성적 폭력의 대상이 되어온 일터와 사회를 함께 바꾸자! 여성들이 “Me too 미투!”라고 하면, 노동조합이 “With you 위드유!”라고 연대하자!
여성들의 꿈과 열망이 오히려 약점이 되는 사회, 여자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세상이 아닌 여성들도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을 110주년 3월 8일 여성의 날을 계기로 새로 써나가자. 여성들의 용기와 연대로 세상을 바꾸고 더 큰 꿈을 함께 꾸자.
 
 
낙태죄를 폐지하고, 여성의 낙태접근권을 보장하라
 
한국에서 낙태는 죄다. 낙태를 한 여성, 이를 도운 의료인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에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 법은 여성과 의료인에게만 책임을 물으며 임신‧출산‧양육에 대해 기본적으로 공동책임을 져야 하는 남성, 아이를 낳고 기르는데 사회적 책임이 있는 국가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
 
낙태접근권의 제한은 낙태율 감소에는 별반 기여하지 못하지만, 여성의 건강에는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낙태 금지는 여성들을 고비용의 안전하지 못한 시술 환경으로 내몬다. 루마니아에서는 독재정권 하에서 낙태가 불법화되자 100,000건의 출산 당 모성사망률이 21건에서 128건으로 증가했다. 한국에서도 2010년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임신중단 시술 병원 고발 이후 시술 비용이 치솟고 원정낙태가 증가했으며, 불법 복제 낙태약 밀반입이 시작되었다. 여성의 건강권을 위해서는 낙태죄가 폐지되어야 한다.
여성의 몸을 여성 스스로 통제하기 위해서도 낙태죄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여성의 성은 남성과 달리 임신‧출산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원치 않는 임신은 피임을 못한 탓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어떤 피임 방법이라도 실패의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낙태권은 열려있어야 한다.
 
낙태죄 폐지는 여성의 재생산권리 보장의 출발점이다. 한국은 지금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기 어려운 사회이다. 성관계, 피임, 임신, 출산, 임신중단을 비롯한 재생산 활동에 대한 권리를 위한 사회적 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낙태죄를 폐지하고 여성의 어려움이 무엇인지에 사회가 귀를 기울일 때 가능해 질 것이다.
 
낙태죄 폐지가 모성을 발휘하기 위한 사회적 조건과 책임을 강화하는 시작점이라면, 이는 결코 여성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남성과 여성이 자유롭고 책임 있는 관계를 맺는 사회, 아이를 낳고 기르기 좋은 사회는 우리 모두에게 좋은 사회다. 낙태죄 폐지를 통해 그 첫걸음을 내딛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