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여성의 미래는 투쟁하는 여성의 힘으로 “임금을 인상하라!” “10시간만 일하자!”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보장하라!” “여성에게도 선거권을 달라” 3.8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 여성노동자들의 봉기에서 시작되었다. 자본주의의 발전과정에서 쉼 없이 일하고도 노동자, 시민으로서 그 어떤 권리도 누릴 수 없었던 여성들이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리고 현재 달력에 표기될 정도의 보편적인 ‘여성기념일’로 상징되고 있다. 그러나 104년 전의 여성들이 투쟁한 역사를 계승하는 것은 단순히 여성에게 꽃 한 송이 건네며 가사노동의 수고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것이 아니다. 또 몇몇 정치인들에게 여성의 삶과 미래를 맡기는 것도 아니다. 현재 여성을 억압하는 현실과 구조에 맞서 여성 스스로가 자신의 요구를 제기하고 이를 투쟁으로 쟁취하는 것이다. 저임금,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현실 전체 노동자의 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다.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정책으로 인해 계약직, 시간제 노동자가 늘어나고 ‘복잡한 고용형태’가 일반화되며 진짜 사장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일하는 노동자가 다수가 되었다. 또한 많은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으며,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 이런 상황은 여성에게 더 가혹하게 작동한다. ‘집안일은 당연히 여자가 해야지. 돈도 좀 벌어오고’라는 인식은 부족한 가계를 보충하기 위해 일하러 나선 여성의 60% 이상에게 비정규직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주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이유는 여성노동에 대한 저평가 때문이다. ‘여성에게 적합한 일자리’라 불리는 직종들은 그 동안 여성이 집안에서 수행해온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의 연장에 있는 일이다. 여성이 무급으로, 집에서 쉽게 해 온 일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여성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받았다. 게다가 여성노동자에게는 숙련과 전문성 외에 추가로 사랑과 희생, 봉사와 인내가 요구된다. 그래서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특수교육보조교사, 전화상담원, 간병인, 식당노동자, 마트노동자 등 여성노동자는 노동권을 입에 담는 것마저 금기시 되고 있다. 불안정한 고용형태와 열악한 노동조건은 부당한 인격적 대우로 연결된다. 민주노총이 지난 해 실시한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비정규직 일수록 더 많이, 더 강도 높은 성희롱을 당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또 나이와 상관없이 사장이나 관리자들에게 무시당하고 있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사례나 작년 투쟁에서 승리한 현대차 사내하청 여성노동자의 성희롱 사건에서 알 수 있듯, 불안정한 고용형태는 여성의 존엄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성노동자의 투쟁에 주목하자 이러한 현실에 맞서 여성노동자의 투쟁이 곳곳에서 조직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의 6개 대학 청소·경비노동자는 턱없이 낮게 책정되는 최저임금을 돌파하고자 집단교섭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투쟁은 최저임금 노동자의 요구를 대변하는 동시에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의 폐해에 맞선 투쟁으로 의미가 있다. 원청인 대학당국과 하청 용역업체는 어용노조를 세운 뒤 개악된 노조법을 활용해 창구단일화를 빌미로 교섭을 회피하고 민주노조를 파괴하려 한다. 그런 점에서 3월 한 달 동안 총력 투쟁을 결의하고 있는 청소·경비노동자의 투쟁은 전체 노동자 운동이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이를 계기로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를 통한 자본의 전략을 현장에서부터 깨는 싸움을 확장해야 한다. 보육교사의 투쟁에도 불씨가 붙기 시작했다. 그동안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도 불구하고 턱없이 낮은 임금을 받아온 보육교사들은 ‘교사의 소명’만으로 참으며 일 해왔다. 하지만 몇 년째 계속된 실질임금 동결, 그리고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보육교사 임금동결안은 보육교사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보육교사들의 투쟁을 계기로 간병, 요양 등 돌봄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사회적으로 알려내야 한다. 보수세력 마저 무상보육 정책을 수용하면서 보육제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보육노동을 제공하는 당사자인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중요한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동안 사회서비스를 확충하고 사회서비스 분야의 여성 일자리를 늘린다는 정부 정책이 사회서비스를 시장화하고 열악한 여성일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귀결되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비판해야 한다. 청소, 보육노동자 외에도, 매년 봄을 해고와 함께 맞게 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조직되고 있다. 또 장시간 노동 외에도 감정노동을 제공하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시달리는 마트 노동자의 투쟁도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거리에서 농성장을 지키는 재능학습지 교사들, 노조탄압과 정리해고에 맞서 싸우는 KEC 노동자의 투쟁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전 세계적으로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노동자계급이 형성되었을 때부터 여성노동자의 투쟁은 멈춤이 없었다. 저임금과 해고위협에 맞서, 생계를 위한 빵 한 조각을 얻기 위해, 성적 폭력에 대항하여, 전쟁과 독재정권에 반대하며 투쟁을 이어왔다. 한국에서 역시 1920년대 고무공장 여성노동자의 투쟁이 1970년대 민주노조 사수 투쟁으로, 그리고 지금 신자유주의와 빈곤에 맞서는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성의 삶과 노동의 권리를 위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에 주목하는 것이 바로 노동해방과 여성해방을 위한 첫 출발임을 기억해야 한다. 2012년 총대선 국면을 여성노동자 투쟁의 시기로 올해 총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정치에 환멸을 느낀 민심을 다시 얻기 위해 정당 통합, 인적 쇄신 등 선거 이벤트를 추진하면서 각종 복지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의 말대로라면 당장 내일이라도 우리 여성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질 것 같다. 일부 운동세력은 유권자 운동을 중심으로 민주통합당과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려 한다. 여성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도권 정치 안에서 법·제도의 변화를 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법·제도 개선을 위해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신자유주의 정책을 밀어붙인 세력과 연합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들은 노동유연화를, 특히 여성에게 저임금, 불안정노동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유연근무제의 도입이 오히려 불안정한 파트타임 일자리 양산에 기여했던 점, 사회서비스 확충이 결국 돌봄서비스를 시장화하여 돈벌이 수단으로 밀어 넣은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여성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몇몇 후보에게 실행이 불확실한 약속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투쟁과 연대로 정치인들이 고민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표몰이가 필요한 시즌에서는 사탕발림이 강해지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여성의 삶과 노동의 권리가 개선된 것은 정치인들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104년 전부터 투쟁해 온 여성들의 의지와 행동이 있었기 때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국의 여성노동자들이 서로를 조직하고 연대할 수 있는 자리를 기획하자 민주노총에서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은 전반적으로 낮다. 그중에서도 여성노동자의 조직률은 낮다. 여성노동자가 노동조합에 더 많이 가입하고, 노동조합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여성노동자가 여성으로서 겪는 어려움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으로 노동조합이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 또 노동조합은 여성노동자의 요구를 모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여성의 역할에 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는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 과제기도 하다. 1970년대의 여성노동자들은 민주노조사수 투쟁의 주역이었지만, 그녀들은 결혼과 가족 내 여성의 역할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래서 당시 투쟁의 주역들 대부분은 현재 노동자운동 내부에 남아있지 않다. 이후 1987년을 전후하여 전국적 투쟁을 만들었던 대공장 남성노동자가 현재 노동조합과 노동자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이는 단순히 어떤 성이 상징이 돼야 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노총이 주목하지 못했거나 혹은 외면하고 있는 여성노동권에 대한 인식과 지난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반성과 평가가 없다면, 민주노총은 ‘여성권’없는 반쪽짜리 노동권만 외치는 노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이 노동조합의 주인이 되기 위해 여성들이 노동자로서, 또 엄마이자 아내로서 살아가며 겪는 경험을 털어놓으며 주어진 현실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리고 각기 다른 직종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단결하고 연대할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보육교사나 마트노동자가 있지만 밤늦게까지 어린이집과 대형마트가 열려있길 원하는 여성노동자도 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간병노동자가 있지만 간병비 때문에 버거워하는 여성노동자도 있다.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면 같은 노동자이자 여성으로 이해 할 수 있는 지점이 생긴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돌봄노동의 사회적 책임 강화, 안정된 여성일자리와 생활임금 보장, 여성노동자의 정신적·육체적 건강권 보장 등 공동으로 자본과 정부에게 요구해야 할 내용을 만들 수 있다. 많은 노동조합에서 여성노동자를 조직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여성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여성 사업을 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한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투쟁을 지원하고 연대하는 것, 여성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는 것, 다른 투쟁 사업장이나 지역 차원의 연대투쟁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지금 특히 필요한 것은 여성노동자가 노동조합의 주인으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하는 기획이다. 작년과 재작년 서울에서 치러진 여성조합원대회와 같이 여성조합원들이 의기투합할 수 있는 공간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역별 여성조합원대회를 통해 여성노동자 공동의 요구를 만들고, 연대의 폭을 넓혀보자. 각 지역의 상황과 조건에 맞게 여성노동자들이 한 데 모여 우리가 누려야할 권리를 주장하자. 여성노동자가 노동조합의 주인으로 바로 서기 위해, 단결과 투쟁을 확대하기 위해 지역별 여성조합원대회를 조직하자.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의 3월 투쟁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합원,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조직되고 있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 노동조합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이하 약칭 서경지부)는 홍익대 투쟁으로 알려져 있는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들이 가입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만 가입된 조직은 아니다. 서경지부는 기업과 업종과 사업장을 초월하는 초기업초업종 지역지부의 위상으로 건설되어 있으며, 산하에는 청소 보안 등 시설관리 부문만이 아니라 학교비정규직과 보육교사, 보육노동자를 포함하여 문화예술 시설직 등 다양한 업종이 가입되어 있다. 2012년 2월을 거치면서 서경지부의 거의 전 부문에서 투쟁이 분출하고 있다. 대학 비정규직 사업장 집단교섭에 따른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이 포문을 열고 있으며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의 칼바람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보육노동자들은 보건복지부의 임금동결 지침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이 모든 노동자들의 투쟁을 묶어세우는 ‘생활임금 쟁취! 비정규직 철폐! 공공운수노조 여성비정규직 현장실천단’이 건설되었다. 그리고 이를 지지엄호하기 위한 여성비정규직 공동투쟁연대 역시 건설되었다. 이 실천단은 물론 서경지부의 조합원만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간병노동자를 포함한 공공운수노조 산하 다양한 조직이 포괄되어 있다. 하지만 이 실천단의 주력은 대학 비정규직 사업장 집단교섭을 포함한 서경지부 산하의 사업장들이며, 주된 투쟁의 쟁점 역시도 서경지부 조합원들의 투쟁이 제기하고 있다는 것도 명확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 연대의 명칭이 상징하듯이 투쟁하는 서경지부 조합원들은 모두 여성비정규직 이라는 이름으로 상징되는 노동자들이다. 이 글에서는 주되게는 서경지부가 진행하고 있는 2012년 상반기 집단교섭 투쟁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또한 지부 산하의 학교비정규직들의 현재 투쟁과 보육노동자들의 투쟁 역시도 일부 소개하려 한다. 또한 결론에서, 이러한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서경지부의 미래의 조직적 전망과도 긴밀한 연관이 있다는 점을 주장할 것이다. 대학 비정규직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집단교섭 투쟁 2011년 3월 8일의 기억 2011년 3월 8일, 고려대고려대병원연세대이화여대의 3개 대학, 1개 병원에서 일하는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전면 파업투쟁을 벌였다. 역사적인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여성노동자들이 총파업투쟁을 벌인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이들은 최저임금을 돌파한 시급 4,600원을 쟁취하고 공통의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당당히 승리를 거머쥐었다. 당시 이 투쟁의 의미와 성과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터다. 2012년 3월의 청소경비노동자들, 지금도 집단교섭 투쟁이 진행 중 지금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산하의 대학 사업장들은 2012년 상반기에도 집단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집단교섭에는 고려대, 고려대병원, 연세대, 이화여대만이 아니라 홍익대와 경희대가 추가되었다. 홍익대는 말할 것 없이 2011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홍대투쟁’의 주인공들이고, 경희대는 2011년 11월에 노조에 가입한 신규 사업장이다. 이번 집단교섭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최저임금은 그만! 생활임금 쟁취하자!>, <어용노조-창구단일화 노조탄압 투쟁으로 돌파하자!>, <진짜 사장 원청과 직거래하자!> 이 세 가지 목표는 현재 대학 사업장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비정규노동자들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여전히 자본은 청소경비노동자들을 최저임금으로 묶어두려고 하고, 악법을 활용하여 어용노조를 설립하고 현장을 탄압한다. 그리고 이 뒤에 진짜 사장인 대학자본이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재 이 집단교섭은 10차에 걸친 교섭 끝에 결국 최종 결렬된 상황이다. 사측은 노조의 최초 요구안인 시급 5,410원은커녕 임금동결을 주장하다가 결국 시급 100원 인상안을 내놓았고, 최종교섭에서 4,910원까지 내놓았지만 요구안에는 많이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각 사업장 현안 요구안은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했다. 더군다나 교섭 과정에서 각 현장마다 노조파괴를 위한 꾸준한 공작과 부당노동행위가 이어졌다. 결국 교섭은 결렬되고 쟁의조정신청이 진행되었고, 더 이상 교섭이 아니라 투쟁을 조직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임금 요구안 시급 5,410원의 의미, 최저임금 투쟁의 선도 포문 핵심 요구인 임금문제를 보자면, 이번의 집단교섭 임금 요구안은 2010년 전체 노동자 월 평균임금의 절반 시급단가였던 5,410원이었다. 이는 민주노총의 2011년 최저임금 투쟁 당시의 요구안이기도 했다. 2011년 상반기 집단교섭에서도 임금요구안은 2010년 최저임금 투쟁 요구안이었던 5,180원이었다. 이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의 결정 틀에 머물지 않고 민주노총의 요구안을 현장에서부터 쟁취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으며, 그 의미는 올해 역시도 마찬가지다. 이번 요구안은 이제까지 서경지부가 투쟁으로 쟁취해 온 길을 돌이켜 볼 때 쟁취 불가능한 목표만은 아니라고 여겨졌다. 무엇보다도 작년 덕성여대, 동덕여대의 청소노동자들이 집단교섭을 통해 시급 5,000원을 쟁취했으므로 현실적으로도 해볼 만한 요구였다.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시급이 저임금이라는 것은 오랜 세월 동안 바뀌지 않은 암묵적인 공식이었다. 또한 저임금노동자들은 무조건 최저임금 시급을 적용받는다는 것 역시도 이 사회의 암묵적 공식이다. 아직도 이러한 공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최저임금이 아니라 자주적인 노동조합의 집단교섭으로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임금이 결정되는 사례는 중대한 변화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최저임금 결정과정과 제도 전반에 걸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작년에도 그러한 조건은 동일했고, 당시 쟁취한 시급 4,600원은 최저임금 결정의 기준이 될 만큼의 사회적 파급력을 가질 수 있었다. 이는 당시 집단교섭이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의 노동자들의 통일된 시급과 단체협약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전체 청소경비노동자들, 나아가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요구를 대변하는 사회적 투쟁으로서의 역할을 해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것 때문에라도 이들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5,000원 이상의 시급을 얻어내는 것을 자본이 쉽게 수용할 리 없다. 청소경비노동자들의 투쟁의 결과가 전체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누구보다도 자본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리는 그러하기 때문에 이 투쟁에서 반드시 5,000원 이상의 시급을 쟁취해내야 한다. 자본도 우리도 이번 투쟁이 2012년에 펼쳐질 최저임금 투쟁의 시금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노동악법이 강요하는 부당한 현실을 돌파하자! 그러나 2012년 현재 청소경비노동자들은 2011년 교섭과 투쟁 당시보다 더 어려운 조건에서 교섭과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 7월 1일부터 발효된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라는 개악된 노조법을 활용한 어용노조가 건설되었고, 이를 활용한 원하청 자본의 부당노동행위가 계속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고려대와 고려대병원을 제외한 모든 집단교섭 사업장에 사측이 건설한 어용노조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창구단일화를 진행해야 하는 실정이다. 정말 심각하게 피부로 와 닿는 문제는 창구단일화 악법이 시행되면서 만들어 진 어용노조에 의해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과 조직분열이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연세대는 조합 탈퇴가 이어지면서 사측 주도의 어용노조가 2개나 건설되었고, 이 어용노조들은 지금도 사측의 지원 속에서 현장에서 서경지부의 활동을 비난하며 활개치고 있다. 연세대 전 조합원 중에서 30%가 넘는 사람들이 이 어용노조들로 떨어져나갔다. 이화여대는 7월 1일 시행 직후에 비조합원 중심으로 어용노조가 건설되었고 이들은 끊임없이 서경지부를 비난하며 자기 조직을 불리려고 노력 중이다. 홍대에서 노조를 탈퇴한 경비노동자들이 건설한 어용노조는 우리 조합원들에게 자기들이 회사와 합의한 낮은 임금을 우리 측도 수용하라는 어이없는 강요를 하는 등 반노동자적인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이런 과정 자체가 현장 조합원들의 피로를 가중시킨다. 심지어는 우리가 싸워서 얻어내는 더 나은 노동조건, 더 나은 임금이 저 기가 막힌 어용노조 조합원들에게 적용될 생각을 하면 더 힘이 빠진다. 실제로 언제부터인가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불만들은 “우리가 뼈 빠지게 싸워서 이기면 뭐하냐. 저 어용노조도 똑같이 적용 받을 텐데” 라는 것이다. 아마도 어용노조를 만든 자들이 가장 크게 노렸던 것이 이런 반응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복수노조를 활용한 자본의 노조 파괴 공작을 분쇄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집단교섭 투쟁은 매우 공세적으로 건설되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자본의 노조 파괴 공작은 시간이 지나면서 혼란은 어느 정도 잦아든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해결된 것은 아니며 어용노조를 활용한 사측의 노조 파괴 공작은 앞으로도 조금씩 방식을 달리하여 계속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면서 투쟁 전선을 흐릿하게 만들려는 사측의 의도는 더 이상 관철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명확하게 투쟁전선을 치고 조합원들을 이 전선에 결집시키는 것만이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책이며, 이를 통해서 우리의 요구를 쟁취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현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민주노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쟁의조정 과정에서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창구단일화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서 강하게 제동을 걸었다. 창구단일화가 진행되지 않으면 조정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게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입장이었다. 우리 서경지부는 이번 집단교섭이 공공운수노조 차원의 산별교섭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단사별 교섭에 적용하는 창구단일화를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노동위원회는 막무가내였다. 이 법이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가로 막기 위한 무기라는 사실을 몸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 법은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교섭권 행사 여부를 사측과 정부가 결정하게 만든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기 위해 노력할 권리마저 박탈하는 것이다. 이는 노동 3권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현재 서경지부와 각 업체들과는 여러 투쟁 과정 끝에 자율교섭을 합의한 상태다. 이는 창구단일화절차를 강요하는 노동위원회와 사측에 맞선 노동조합의 대안이다. 물론 법을 초과하는 쟁점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고 산별교섭으로 인정받은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하지만 자주적인 교섭권조차도 박탈당하기 일쑤인 현행법 체계 내에서 노동위원회와 사측이 한 발 물러서게 만든 성과라는 점 또한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시사하는 바도 크다. 분명히 법이 바뀌지 않는 한 내년에도 창구단일화라는 과정이 청소경비노동자들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이러한 한계에 묶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지금만큼의 자주적인 교섭권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조직력을 강화해내고 산별교섭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조직해내야 한다. 만일 이번에 노조 측이 투쟁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 노동위원회는 일방적으로 창구단일화절차를 고지하며 기각해버렸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직을 강화하고, 노동악법을 넘어설 수 있는 전망을 제시하면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그리고 결국 노동악법 철폐투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집단교섭 투쟁을 승리하고, 조합원들을 민주노조 운동의 주체로 세우자!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는 현재 이 투쟁 승리를 위한 총력투쟁 계획을 제출하고 있다. 물론 이번 서경지부 집단교섭은 물론 여러 모로 전년도보다는 쉽지 않은 조건에서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이 투쟁이 여전히 전체 노동자에게 유의미한 투쟁이라는 점은 여러 가지 지점에서 이미 확인되고 있다. 그렇다면 악조건을 어떻게 극복하고 승리하는 투쟁을 만들 것인가가 남은 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면한 투쟁을 승리로 이끄는 것만이 아니다. 투쟁 이후의 전망을 구체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번 집단교섭 투쟁이 어려워진 가장 큰 요인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통과로 시작된 노동악법을 활용한 자본의 공세였고, 그 과정에서 조직의 분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물론 자본의 공세는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공세가 먹혀들어갈 수 있었던, 우리 내부의 약점이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이에 대해 분명한 조직적 평가와 대안이 필요하다. 노동자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그리고 노동자 민중의 세상을 열어가는 운동으로서 민주노조 운동의 정신을 굳게 세워야한다. 또한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를 고취하기 위한 부단한 현장 활동의 혁신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으뜸 과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가 민주노조 운동의 주체로 성장하는 것이다. 학교비정규직보육노동자들의 투쟁 서경지부가 건설되면서 세웠던 초기업 초업종 지역지부의 전망은 여러 과정을 겪으며, 현실적인 난관에 봉착해있다. 서경지부는 초업종 지역지부를 지향한다. 하지만 조직 내외적으로 서경지부는 주로 청소노동자들이 가입하는 노조, 혹은 시설관리 업종산별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서경지부에 보육교사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등 다른 업종의 노동자들이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중소영세사업장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의 5인 미만 사업장이 다수인데다가, 뚜렷하게 눈에 띄는 투쟁이 많았던 것도 아닌 어려운 조건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중소영세사업장 조직의 강화발전을 위한 조직적인 노력 또한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서울지역에서 일하는 공공부문의 노동자 그 누구라 하더라도 지역지부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이 원칙이지만 여러 현실 조건 속에서 그러한 원칙이 올곧게 지켜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서경지부가 애초에 지향했던 조직적 전망을 되 새기지 않으면 안된다. 어느 정도의 투쟁으로 돌파 가능할 것 같거나 경험이 있는 업종의 사업장 조직에만 열을 올리게 되고, 어려운 투쟁을 회피하려는 관성적인 경향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서경지부는 이러한 관성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아래에서 서술할 두 가지 투쟁의 경우 서경지부가 건설되면서 지금껏 책임져왔던 업종의 노동자들의 투쟁이며, 올해 들어서 새롭게 전망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투쟁이다. 그리고 이들의 투쟁이 생산적으로 건설될 때 또 다른 조직적 전망 역시 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비정규직 독산고 특수보조 해고 투쟁 새학기가 다가오면 초중고등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안하다. 새학기 시작과 함께 실직자가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마음이 이어진다. 2007년 비정규악법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오히려 무기계약 전환을 시키지 않기 위한 학교 측의 해고를 일상화시키는 효과를 낳았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 가장 큰 피해자들이었다. 이번 2012년에도 수많은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이 해고의 칼바람을 맞았다. 그 중 서경지부 산하에 학교비정규직분회 조합원 2인이 학교와 교육청에 맞서 계속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독산고등학교 특수보조원 노동자 2인이 그들이다. 이들 중 1인은 무기계약 대상자였지만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고, 1인은 5년 동안 5번의 해고를 감수해야만 했었다. 특수보조는 특수교사와 함께 장애학생을 돌보고 교육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노동자다. 오히려 특수교사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학생과 보낼 수밖에 없는 위치이기 때문에 장애학생을 받는 학교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물론 장애학생이 전혀 없는 학교라면 특수보조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독산고등학교는 해마다 장애학생의 숫자는 별반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특수보조원 노동자의 인원을 감축하면서 1년 마다 해고시키는 관행에 의거하여 무차별 해고를 자행했다. 이는 장애학생들을 돌보는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해고를 강행한 것으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학교비정규직의 대량해고 사태는 개별 학교 차원에서 막을 수 없는 일이다.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학교는 교육청에서 예산을 받아 운영하는 하청기관에 불과하며,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임금 자체가 교육청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에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용자가 시도 교육청이라는 고용노동부의 지침이 떨어지면서 기존의 학교를 상대로 하는 투쟁 방식에서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교육청과 공공운수노조는 면담을 진행한 후 정례협의회를 꾸리기로 한 상황이다. 이번 독산고의 해고 투쟁은 물론 서경지부 차원의 단사 현장 투쟁이기는 하지만, 이제껏 숨죽여 살아왔던 특수보조 비정규노동자들을 대변하는 투쟁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특히 특수보조는 장애아동이 해당 학교에 존재하느냐의 여부에 따라서 근무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더욱이 학교 차원에서의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설사 복직한다 하더라도 이는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독산고 투쟁은 현장의 특수보조노동자의 실태를 사회에 고발하는 투쟁임과 동시에, 특수보조를 포함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만성적 고용불안을 교육청이 책임지고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체계를 만들어가는 투쟁의 일익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공공운수노조 산하 전회련 본부 서울지부와 서경지부 학교비정규직분회는 조직 통합을 포함하여, 이후 사업적으로도 통합적 흐름을 가져가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단시일 내에 조직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서경지부 학교비정규직분회의 투쟁과 조직화는 그 동안은 서경지부의 몫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투쟁이 교육청을 상대로 한 흐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서경지부 역시도 최선을 다해 복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임금동결에 맞서는 보육노동자 투쟁, 조직화로 나아가자! 보건복지부는 2012년 보육교사 임금 동결 지침을 내놓았다. 2009년, 2010년 2년 간 동결했고 2011년에 고작 3% 인상을 했었지만 이는 물가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액수였다. 보육교사는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태반이며, 교사 1인당 20명에 달하는 아이를 볼 수도 있는 초과보육 지침 등에 의해서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감수하고 있다. 눈앞에 시설 비리를 보면서도, 해고되거나 왕따 당할까봐 무서워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바른 소리라도 한마디 하면, 아이들을 팔아서 자기 밥그릇이나 채우려고 하는 나쁜 교사로 몰리기 십상이다. 이런 마당에 임금수준도 최저임금인지라 보육교사들이 당연히 자신들의 직업에 자존감을 갖기 어려운 처지다. 보건복지부의 임금동결지침은 이런 처지의 보육교사들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 2월 8일, 보육교사 500여명이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가 개최한 보건복지부 앞의 임금동결저지 집회에 참여한 것이다. 이 집회 이후로 보육교사들이 노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는 2월 25일에 2차 집회를 개최했다. 2차 집회에도 만만치 않은 숫자의 보육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집회에 참여했다. 처음 나오는 집회인지라 앞자리에 앉기는 부담스러워 했지만 뒤풀이까지 함께 하면서 열의 있는 모습을 보이는 교사들의 모습은 이후의 희망을 갖기에 충분했다. 현재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는 총대선 대응과 맞물려서 이후 조직화 사업까지를 검토하고 있다. 선거와 함께 보육정책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에 보육교사들의 불만을 조직화하고, 정책에도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차원에서도 보육노동자들의 요구를 조직화하기 위한 전망을 제시하고, 지역지부가 이를 함께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보육노동자들의 분출 자체가 쉽게 오지 않는 정세라는 점은 누구라도 인식하고 있는 바다. 그리고 이번의 보육노동자 조직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서 지역지부의 미래의 모습이 달라질 수도 있다. 대학교 청소경비노동자들만이 서경지부의 미래일 수는 없다. 보육노동자 조직화의 성공은 그들 스스로만이 아니라 곧 지부 내의 여러 다양한 주체들에게 가능성과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공공운수노조 전체의 운동 전망에도 발전적일 것이다. 2012년에 이렇게 분출되고 있는 보육노동자들의 투쟁은 단지 노동조건의 개선만이 아니라 이후의 조직화를 예비한다는 점에서 보육노동자 스스로에게도 중요하지만, 서경지부가 포함된 지역지부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단일 업종지부를 건설하면서 현 시점에서는 지역지부 건설전망과는 매우 멀어진 측면이 있다. 이러한 현실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조직난립 사태와 연관이 깊다. 여러 개의 다른 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들이 만들어져서 서로 경쟁하고 분열했다. 물론 보육노동자 조직화가 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전철을 그대로 밟지는 않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러한 우를 범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투쟁의 승리를 시작으로 새로운 조직적 전망을 건설해야 여기까지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합원들의 3월 투쟁을 소개했고, 그 투쟁들의 각각의 의미에 대해서도 서술하였다. 그 의미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하고, 글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대학 사업장 집단교섭 투쟁은 최저임금 투쟁의 포문을 여는 전국적 투쟁이자 작년의 3.8 총파업 이후 청소노동자들의 조직을 파괴하기 위한 원하청자본의 공세를 돌파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투쟁이다. 이번 투쟁에 승리한 성과를 바탕으로 청소노동자들의 조직을 안정화하고, 민주노조답게 기풍을 새롭게 정립해나가야 한다. 더군다나 집단교섭이라는 공동투쟁의 힘을 다시 한 번 노동자들에게 각인시키고, 노동자들 스스로 그 힘을 더욱 키우기 위한 조직의 확대강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만이 노동자들이 직접 민주노조 운동의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독산고등학교 특수보조 노동자 투쟁은 사업장의 해고 투쟁이기도 하지만 매년 초만 되면 해고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대변한다. 더군다나 장애학생의 존재 여부에 따라서 유독 고용이 더욱 불안한 특수보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투쟁인 것이다. 보육교사들의 임금동결저지 투쟁은 올해 총선과 대선을 경유하면서 조직화의 성과를 만들어 가기 위한 첫 포문이다. 이렇듯 다양한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올해를 기점으로 분출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이 투쟁들의 성과는 서경지부의 초업종 초기업 지역지부의 전망을 실질화 시키기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물론 이제껏 서경지부는 사업장과 업종을 초월한 단결이라는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단 1명의 조합원도 포기하지 않고 투쟁한다는 것이 서경지부의 정신” 이라는 것을 조직적으로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는 대학교 미화 사업장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의 투쟁의 경우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에게 당위적인 주제로 접근될 뿐이었다. 대학교 청소경비 사업장의 경우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집단교섭 투쟁을 성과 있게 마무리 할 경우 조직의 안정화 국면이 서서히 이루어지고, 미조직된 사업장에서도 조직화가 일정 수준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고 전망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을 주체로 세워나가는 과정이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지역에서 더욱 밀착하여 단결할 수 있는 조직적 전망을 건설하는 데 있어서 대학교 청소경비 사업장들은 중심축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반면 보육노동자들의 조직화가 올 한해의 정세를 관통하며 일정 수준의 성과를 거두게 될 경우, 서경지부 내에서도 이 분출하는 조직화를 지부에 실질적으로 융합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고민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는 이제껏 소수의 어려운 노동자와의 연대를 강조하는 당위적 접근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를 통해 업종 간 융합을 꾀하는 것으로, 지역에서부터 사업장과 업종을 초월한 단결과 연대를 조직하고 미래의 주체를 형성하는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이제 하나의 투쟁의 승리를 넘어서, 더 많은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더 많은 주체를 형성해야 할 주요한 길에 서경지부 조합원들의 투쟁이 놓여져 있다. 물론 가시밭길이겠지만, 더 당당하고 힘차게 걸어 나가야 한다. 다시 한 번 여성비정규직 노동자 모두의 승리를 위한 힘찬 진군을 시작하자!
민주노총 충북본부에서 활동하면서 두 번째 3.8 여성의 날을 맞이한다. 사회단체, 정당, 여성단체와 함께 기획단을 꾸려 여러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기념하는 여성의 날이 아닌 투쟁하는 여성의 날, 투쟁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주인공이 되는 여성의 날 사업을 고민 중이다. 여성의 날을 앞두고, 민주노총 충북본부에서 그동안 진행한 여성사업을 돌아보며 성과와 과제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처음 여성사업을 맡게 되면서 느낀 점은 막막함이었다. 민주노총 충북본부 여성위원회가 없고, 여성사업 담당이 있는 사업장도 거의 없다. 그나마 몇 명 되지 않는 산별이나 단위노조의 여성위원장, 여성부장도 전임이 아니라 활동이 어렵고 여성사업도 사업장 내 여성조합원 대상의 복지사업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3.8 여성의 날을 빼면 여성사업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산별연맹 지역조직은 몇 명 되지 않는 상근자들이 조직, 총무, 선전 등 대부분의 실무를 맡아야 하기 때문에 상근자가 여성사업까지 고민할 여력이 많지 않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여성사업을 함께 고민하고 같이 실행할 ‘주체’가 없다는 점이 가장 막막했다. 신자유주의가 몰고 온 비정규직의 증가와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압박으로 인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많이 벌어져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많은 것이 그나마 여성사업의 출발점이 됐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대부분인 공공운수노조 충북지역평등지부와 함께, 여성사업에 의지가 있는 몇몇 여성 간부들과 발맞춰 소박하게 여성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2011년 여성사업, 활기찬 시작 2011년 3.8여성의 날 투쟁은 이전에 여성의 날 투쟁을 진행해왔던 노동조합, 사회단체 동지들의 도움을 받아 준비를 시작했다. 사전행사로 현장의 조합원들이 직접 자기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여성노동자 이야기마당’을 진행했다. 총장실 점거 투쟁의 ‘원조’인 청주대 청소노동자, 특수고용의 대표적인 직종인 간병노동자, 각종 수당휴가도 챙기지 못하는 학교비정규직, 끈질긴 투쟁으로 시설폐쇄를 막아낸 충북희망원 사회복지사 등이 참여해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노동조건 뿐 아니라 노조활동에 대한 가족들의 태도, 최초로 출산휴가를 사용한 이야기, 노동조합을 만들게 된 계기와 투쟁 에피소드 등을 나눴다. 여성의 저임금과 비정규직화의 원인에 대해 분석하고, 민주노총 충북본부의 여성사업 현황과 실태도 점검했다. 여성의 과소대표성과, 권위적가부장적인 노동조합 내 문화, 성희롱 예방교육에 그치는 천편일률적 교육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3월 8일 당일에는 기자회견과 문화제를 진행했다. 청소노동자들의 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 공연과 충북희망원 조합원들의 몸짓공연, 빵과 장미를 상품으로 건 퀴즈 코너, 희망나무 만들기 등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여성의 날의 의의를 공유할 수 있었다. 여성의 날을 전후로 몇몇 사업장에서 기조와 주요 요구에 관한 교육을 진행했다. 여성의 날 사업을 진행한 이후, 이 성과를 놓치고 가지 말고 ‘뭐라도 하자’는 의지로 릴레이 여성사업을 기획했다. 4개의 릴레이 사업을 기획했으나 실제로는 2개 밖에 진행되지 못했다. 첫 번째 사업은 YH노조 투쟁 당시 지부장이었던 최순영 동지의 강연. 노조 결성에서부터 신민당사 점거까지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으며 여성노동자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사업은 괴산 산막이 옛길 야유회. 당시 투쟁 중이었던 청주시노인전문병원 간병노동자들과 함께 산길을 걷고, 막걸리에 젓가락 두드리고 노래도 곁들이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여성조합원 간의 친목과 단결을 다지는 좋은 계기였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 해고 투쟁이 벌어졌을 때, 여성노동자 투쟁의 의미를 부각시키고 여성들 간의 연대를 도모하기 위해 ‘화이팅! 여성노동자’ 사업을 기획했다. 시립 병원이라 청주시청 앞에서 매일 출근 선전전을 했는데, 여성노동자 간 연대를 만들고 여성노동권 투쟁의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화요일마다 여성활동가들이 출근선전전에 결합했다. 해고 투쟁이었기 때문에 원직복직을 목표로 수탁업체와 하청업체의 비도덕성을 지적하는 가운데 여성노동권을 강조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다. 대부분 고령의 여성인 간병노동자들이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처하게 되는 사회구조를 분석하고, 사회적으로 저평가되는 돌봄노동, 여성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를 풀어내고자 소식지를 발행했다. 출근선전전에 결합하는 소소한 사업이었지만, 여성사업이 투쟁사업과 분리되어 여성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 되기 쉬운데, 여성노동자 투쟁과 함께 가는 형태의 사업을 진행했다는 점이 뜻 깊었다. 또한 여성단체들과 함께 청주시 공무원 성추행 사건에 대응했다. 가해자는 평소에도 성희롱성추행을 일삼았고 과거에도 문제가 된 적이 있었음에도 요직에 오를 수 있었던 점, 조사과정에서 나타난 조사관의 2차 가해성 발언, 청주시 공무원들의 가해자 구제 서명운동 등 공직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가 드러났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뿐 아니라 공직사회의 전반적인 문제가 지적되어야 했지만, 가해자가 워낙 상습범(?)이었기 때문에 공직사회에 돌아오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징계 요구가 우선의 목표가 됐다. 민주노총은 여성 공무원들에게 성희롱은 노동권의 침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투쟁에 결합했다. 그 밖에도 지역본부의 주요 교육사업인 ‘현장활동가 맞춤교육’에서 여성노동권을 주제로 한 강좌를 열었고, 전국 동시다발로 진행된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자 원직복직 촉구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여성사업, 쉽지 않다 1년 동안 여러 여성사업을 진행하면서 아쉬움도 남고 뿌듯하기도 하다. 함께 했던 동지 중 한 명이 ‘여성사업은 의지 있는 2-3명만 있으면 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바꿔 말하면 현재 노동조합에서 여성사업이 잘 되지 않는 것은 의지 있는 2-3명이 모이기가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노동조합이 여성의제를 주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있다. 이는 남녀를 불문하고 인식 개선이 되어야 할 부분이다. 남성간부들은 여성사업을 여성조합원 대상의 사업으로 인식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여성이 많은 사업장에서는 ‘우리는 다 여성이라 별도의 여성사업은 필요 없다’는 인식이 드러나곤 한다. 지금까지 여성사업을 진행하는 데 임원들의 인식과 의지가 크게 도움이 되었던 점을 상기하면서 임원, 간부들의 공감대를 얻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겠다. ‘여성노동자 이야기마당’ 때 지적되었던 것 중 하나는 여성의 과소대표성이었다. 여성이 많은 사업장에서도 절반가량은 대표가 남성이었고, 남성이 많은 사업장에서 여성이 대표인 경우는 그야말로 손에 꼽았다. ‘여성들이 잘 나서지 않는다,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 평가는 일면 맞을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부당하다. 퇴근 후에 가사와 육아를 책임져야 하는 여성노동자들은 가족의 협조가 없으면 간부를 맡기 쉽지 않고, 여성이 대표성을 갖기 힘든 조직 문화가 존재한다. 여성간부로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결혼을 하면서 직장을 그만두거나, 노동조합 활동을 잘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여성간부 육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남성들은 술자리에서 인맥이나 친분을 쌓는데, 여성들에게는 쉽지 않다. 그래서 여성조합원들끼리 자주 만나 친목을 쌓고, 교류하는 것을 주요한 목표로 삼았는데, 여기서 생기는 딜레마는 ‘여성조합원’을 강조하다보면 남성들이 참여하기 어색해지고 여성사업은 여성들만 참여하는 사업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점이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 진행되는 동시에, 노동조합의 전체적인 흐름과 같이 가도록 임단협, 투쟁, 일상적인 사업에서 여성노동권의 문제의식을 녹여낼 기획이 필요하다. 총연맹 여성위원회에서 각 노동조합의 여성노동권 관련 임단협 내용을 검토한 바에 따르면, 힘 있는 노동조합을 제외한 신규사업장이나 비정규직사업장 노동자들은 법에 보장된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성희롱 등 여성들이 겪는 문제가 제기되더라도 임단협에서는 후순위로 밀려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부분들을 개선해나감과 동시에, 각종 투쟁과 발맞춰 가는 ‘화이팅! 여성노동자’와 같은 기획도 계속해서 만들어 가야겠다. 부담, 하지만 희망은 있다! 얼마 전 공공운수노조 사회보험지부 충북지회 여성조합원 교육을 진행하는 도중, 타임오프제로 인해 힘들게 확보한 여성조합원 교육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 총연맹 여성위원회에서도 타임오프 때문에 전임이 줄어들면서 여성사업 담당자들이 복귀하게 되어 여성사업을 진행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오간다. 노조탄압으로 노조활동 전반이 위축되고, 투쟁으로 얻은 성과마저 빼앗기는 와중에 여성사업도 더욱 위축되기 쉬운 조건이다. 작년에는 첫 발을 떼면서 “일단 모여보자, 뭐라도 해보자”라는 마음이었다면, 올해는 보다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착실하게 성과를 쌓아야 한다는 부담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부담만큼 희망도 분명히 있다. “에휴, 마이크 잡으면 떨려서 말 못해”라고 뒤로 빼던 여성조합원들이 정작 마이크만 잡으면 봇물 터지 듯 청산유수 이야기를 풀어내던 순간을 기억한다. 가부장적인 한국에서 여성으로, 노동자로 살아오면서 쌓인 게 퍽 많았을 것이다. 올해 여성의 날 사전행사로 진행된 ‘여성노동자 이야기마당’에서 여러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한 순간을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다. 여성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이, 투쟁이 여성노동자로서 자부심을 갖게 해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여성사업을 시작하는 희망의 첫 발걸음이다.
우리의 삶은 행복한가? 여성노동자의 노동과 삶 정규직에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는 명랑한 친구 하나가 어느 날 심각한 표정으로 “너네는 삶이 행복해?”라고 물었다. 그 친구는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한 선배 때문에 직장 생활이 너무나 괴로워 밤마다 마음을 다잡고 출근을 하기 위한 기도를 할 정도란다. 몇 년간의 고생스런 공부 끝에 합격하여 얻은 자랑스러운 직장이었는데, 이제는 출근하는 것 자체가 곤욕이고 심지어는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를 우울하게 자문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의 시작은 다름 아닌 커피 심부름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 친구를 괴롭게 하는 직장 선배는 남자 과장님도 아닌, 남자 부장님도 아닌 같은 여직원 선배였다. 둘 간의 갈등의 시작은 사무실 내 커피심부름을 두고 “젊고 어린 네가 해야지!”와 “내가 왜 이런 걸해야 해? 업무도 별로 없는 아줌마가 해야지!”로 요약되는데 그 갈등의 골은 이미 너무 깊어지고 다른 것에까지 확장되어 버려서 “왜 커피 심부름은 여자만 하느냐”는 식상한 질문조차도 던져보기 난감한 상황이라 그저 씁쓸한 마음으로 그 친구의 심난함에 동참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이보다 더 확장되고 다양한 버전으로 여성 노동자 사이의 이해가 서로 상충되거나 갈등 관계에 놓인 것처럼 보이는 여러 관계들이 존재하고 얽혀있다. 간병비를 아끼기 위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직접 할머니 수발을 하고 있는 어머니께 간병 노동자의 저임금과 노동권 문제를 대화의 주제로 꺼내보기는 쉽지 않다. 또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긴 우리 언니는 어린이집에 CCTV가 설치되어 보육 교사와 아이들을 감시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 생각할 수 있고, 퇴근 이후 늦게 장을 봐야 하는 내 친구는 영업시간 연장을 반대하는 마트나 백화점의 여성 노동자를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렇게 각자의 상황에 따라 권리를 요구할 때 그것이 마치 서로 대립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 결국 이 모든 여성들의 해방을 만들어내기 위한 답은 바로 여성 노동자의 연대와 투쟁이다. 그리고 이번 서울 여성조합원 대회는 여성 노동자의 연대와 투쟁을 만들어가기 위해 다른 위치에서 다른 고민을 안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를 이루어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준비되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치러진 서울여성조합원대회는 지난 12월 17일 이화여대 학생 회관에서 막을 열었다. 이화여대 학생들의 여는 공연과 이재웅 민주노총 서울본부 본부장의 대회사, 그리고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의 감동적인 연대 공연 이후 여성 노동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만든 기획 공연이 이어졌다. 기획공연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말하다] 여성 노동자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든 이 집체극에서는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환자복을 입고 만난 보육노동자, 마트 노동자, 청소 노동자, 급식실 노동자와 간병 노동자, 그리고 그녀들을 간호하는 간호사가 직접 자신의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노래하는 순서로 이어졌다. 보육 노동자는 “하루 12시간 노동에 월100만원…”, 마트 노동자는 “24시간 영업에 하루 종일 서서 일해 하지정맥류에 불면증…”을 노래했고, 그 때 대걸레로 바닥청소를 하며 등장한 청소 노동자는 읊조리던 대사가 어느새 진짜 울분이 되어 “우리가 없으면 쓰레기가 넘치고 병균이 득실득실 할 텐데 왜 우릴 유령 취급하냐! 아주 몹쓸 놈의 세상이다!”라고 내질러 청중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각기 다른 노동을 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마주치고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이 오늘은 환자복을 입고 병원에서 만나는 모습이었지만 내일은 그녀들이 노동조합 조끼를 입고 연대 투쟁 속에서 만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현장노동자들의 발언 다음으로는 현장 노동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한 부모 가장으로서 장애를 가진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다는 한 학교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는 생계와 안정적인 일자리를 위해 “노동부에서 하는 여성가장 대상 전문 직업 교육을 받아 몬테소리 아동 지도사, 미용사, 텔레마케터 과정을 수료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안정적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사회복지사 2급, 보육교사 2급, 장애인활동보조원, 특수아동지도사, 요양보호사, 미술심리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여전히 12월만 되면 해고 통지가 날아 올까봐 두려움에 떤다”고 했다. 큰 자리에서 발언하는 것이 낯선 그녀는 종이에 미리 하고픈 말을 적어와 차분히 읽어내려 갔는데 그 가운데 그녀가 살기 위해 취득한 수많은 각종 자격증 이름들이 언급되었다. 언젠가 우리 어머니께서 “너도 결혼하고도 일하고 먹고 살려면 이런 거라도 따 놔라”며 몇 번씩 훈계하셨던, 동네 아주머니들과 새댁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그 자격증 이름들이 그녀의 발언 속에서 줄줄이 흘러나왔지만 그 모든 것을 취득하고 아둥바둥 살아온 후 지금 발언대에 선 그녀가 마지막으로 찾은 것은 노동조합이었다. ‘더 이상 해고되지 않고 두려움에 떨지 않겠다, 나와 내 아이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권리를 이제는 스스로 찾아나가겠다’는 그녀와 같이 다른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자격증의 자리를 노동조합과 연대투쟁이 대신하고 어머니에게서 “너도 제대로 먹고 살고 일하고 싶으면 노동조합 가입해라”라는 잔소리를 듣게 될 날은 이미 그러한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이 있어왔기 때문에 멀지 않았으리라는 희망도 가져봄직하다. 이어서 발언한 윤명순 공공노조 서경지부 부지부장은 “우리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정말 생활할 수 있고, 먹고 살 수 있는 생활 임금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집단 교섭과 투쟁으로 시급 인상을 쟁취해가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쥐어주지 않는다”며 여성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만이 여성 노동자들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는 길이며 이미 그러한 길에 서있다고 자신했다. 유령처럼 존재감 없는 청소 아줌마가 아니라 사회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당당한 여성 노동자로서 그녀들의 목소리가 자신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곳곳을 깨끗이 청소해버리고 있는 것처럼 “여성을 값싸게 부려먹는 자본에 맞서, 노동자로서의 권리와 여성으로서의 존엄성과 권리 침해에 맞서, 우리의 권리를 우리 손으로 되찾기 위해 나설 때” 여성 노동자의 삶은 더욱 살맛나게 될 것이다. 스피드 게임 참여마당과 노래가사 바꿔 부르기 발언 이후 선물 마구주는 스피드 게임이 참여마당으로 진행됐다. 이어진 노가바(노래가사바꿔부르기)의 가사처럼 “이 세상에 엄마들은 다같은 마음~♪”인가보다. 게임에 참여해 받은 작은 선물 하나로 살림 하나 보탰다며 환하게 퍼지는 웃음꽃이 모두들 귀엽다. “이 세상의 엄마들은 다 같은 마음 한푼 두푼 벌어서 가정 지키자고 사람으로 알아주는 노조가 있다 힘없는 여성이라 얕보지 마라 세상을 바꾸는 건 여성들이다 얼씨구 절씨구 엄마의 청춘! 단결 투쟁 여성노동자 만세!“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여자, 애정녀 다음 이어진 애정녀(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여자) 코너에서는 “다음 중 성폭력 당해도 되는 여성은 누구냐”면서 ‘① MT에서 술취한 여자, ② 밤길에 만난 섹시한 여자, ③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④ 장애인 여성/아동’의 보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다음중 성희롱, 성폭력해도 되는 남성은 누구냐”며 ‘① 용역업체 사장이나 관리자, ② 국회의원, ③ 장애인 학교 교직원, ④ 믿었던 학교 친구’를 보기로 들어 2011년 한해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성희롱, 성폭력 사건들을 재치 있게 조망했다. 애정녀가 말한 대로 이 보기에는 답이 없는 게 답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아직 풀지 못한 문제다. 직장성희롱 생산직 노동자로 일하는 한 후배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어느 날 한 직장 남자 동료가 끈적한 손길로 일에 열중하고 있던 자신의 엉덩이를 만지고 지나갔단다. 충격을 받은 이 후배는 며칠 고민 끝에 용기를 내서 평소 자신이 신뢰하던 직장 상사에게 이 일을 이야기했는데 기대와 달리 그녀에게 돌아온 이야기는 “이 사람이 왜 이래. 사회생활하려면 이러면(그 정도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면) 안돼!”였단다. 또 어느 이른 아침에는 그 후배에게서 분노와 고민이 가득담긴 장문의 문자 메시지가 한통 왔다. 야간 노동을 끝낸 아침 퇴근시간이 되어 통근 버스에 올라타 피곤한 몸을 누이려는데 버스 기사님이 버스 출발 전에 너무도 자연스레 버스 안에서 포르노 비디오를 틀어주더란다. 민망한 건 둘 째 치고 그 내용도 단순히 야한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 성적 폭력을 행사하는 끔찍한 내용이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그 시간이 너무나 괴로웠단다. 그날은 토요일 아침이었고 이제 퇴근하고 주말에 쉴 생각을 하며 퇴근하는 노동자들에게 포르노를 틀어주는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그 순간과 현실이 충격적이고 괴로워 고민에 휩싸인 그녀가 보낸 그 문자 메세지를 보고나니 나 역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면서도 노동조합이나 다른 어떤 안전장치도 없는 현장에 있는 그녀에게 어떤 위로도 섣불리 하기 어려웠었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 현대차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성희롱 사건이 승리로 일단락 됐다는 소식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서울 여성 조합원대회에 참석한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금양물류 성희롱 피해자 대리인(권수정)은 “197일 여성 가족부 앞 농성 투쟁 이후 가해자 해고, 피해자 복직이라는 성과를 내고 피해자는 2월 1일부터 출근하기로 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면서 “이 싸움은 미친 또라이 같은 남자 하나, 문란하고 나대는 여자 한명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확인했다는 게 가장 큰 의미인 것 같다”고 발언하며 이 사건은 바로 여성 노동자 모두의 문제임을 시사했다. “정부도, 자본도 모두 외면할 때 정의로운 시민들과 다른 여성노동자들이 우리를 지지해주었다”면서 “심지어 단 한명의 여성 노동자가 현대자동차와 싸워서 이겼는데 못 이길 다른 싸움이 어디 있겠습니까”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전달했다. 여성 노동자 권리 선언문 마지막으로 서울여성조합원대회 공동 기획단과 재능 지부가 함께 여성 노동자 권리 선언문을 낭독하며 이 날의 막을 내렸다. 그녀들이 선언한 것처럼 여성 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변화시키는 투쟁에 함께 하며, 여성들의 집단적인 힘과 목소리로 노동조합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해 나갈 때 간병 노동자가 노동자로 인정받고 각종 간염과 산업재해로부터 안전을 지킬 수 있으며 식탁에 앉아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고, 마트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화장실에 가고, 의자에 앉아서 일할 수 있으며, 청소 노동자가 당당한 여성 노동자로서 생활 임금을 받으며, 반도체 산업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가 충분한 보호구와 안전장치 속에서 유해한 화학약품에 노출되지 않으며 이 모든 여성들이 하루 8시간 노동만으로도 온전히 먹고 살고 생활할 수 있고 성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날이 만들어질 것이다.
제2회 서울여성조합원대회 권리선언 해설서입니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대기업들의 성장은 멈출 줄 모른다. 오히려 창사 이후 최대 경영성과를 자랑할 정도다. 그러나 이들 대기업과 중소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삼성전자에서는 생산직 노동자들이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불법파견으로 고용되어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허덕인다. 원청대기업의 위기비용 전가와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중소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한국경제성장을 이끌어 간다는 전자 대기업이 승승장구할 수 있던 배경이고, 그 중심에 생산직 여성노동자들이 있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가 전자산업에 종사하고 있고, 한국경제에서 전자산업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그동안 전자산업 여성노동자의 실태는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다. 전자산업 노동자의 조직률도 매우 낮다. 금속노조 역시 남성노동자의 비중이 높은 중공업을 주된 조직 대상으로 삼아오면서 상대적으로 주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전자산업 여성노동자를 조직하려는 시도는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는 투쟁이자, 금속노조의 편향을 바꿔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전자산업의 전반적인 특징과 노동자들의 실태를 분석하면서 조직화를 위한 단초를 모색하고자 한다. 전자산업의 특징 전자산업은 기술개발이 빠르고 제품의 수명이 짧다. 신제품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면 급속히 팽창한 뒤 과잉공급으로 이어지는 패턴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아 물량변동이 잦다. 이에 따라 전자산업은 위기비용을 전가하고 생산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로 생산을 외주화하는 특성을 가진다. 외주화 생산방식은 크게 일본식과 미국식으로 나눌 수 있다. 일본식은 핵심 공정은 자체 생산하고 주변 공정을 외주화하는 방식으로 대표적 기업은 노키아, 삼성 등이다. 반면 미국식은 본사가 설계와 디자인만 담당하고 생산 일체는 전자제품 수탁제조 서비스업체(EMS)에 생산을 위탁하는 탈(脫) 생산방식이다. 대표적 기업으로는 애플, 시스코 등이 있다. 전자산업의 특성인 유연생산방식은 전자제품 생산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불안을 야기한다. 탈 생산방식이든 일부 하청생산을 통한 방식이든 외주화는 경기변동에 따른 설비투자 및 고용유지 부담을 하청업체에 전가하고, 최종적으로 노동자에게 전가하기 때문이다. 시장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른 단가인하 압력과 경기변화에 따른 물량변동은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물량이 넘쳐날 때에는 초과노동을 강요당하고, 물량이 적을 때에는 계약해지 위기에 놓일 뿐만 아니라 초과노동수당 감소로 임금 역시 감소한다. 이것이 바로 대규모 EMS 기업 생산시설이 있는 중국, 말레시아, 필리핀 등의 전자산업 노동자들이 일반적으로 겪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제품제조를 위탁한 초국적 전자산업 기업들은 자사의 제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을 부정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EMS 기업인 폭스콘에서 드러났다. 폭스콘이 노동자들을 군대와 같은 방식으로 통제하고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혹사시키자 견디지 못한 노동자들의 자살이 잇달아 발생했다. 그러나 애플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으며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만을 반복했을 뿐이다. 이처럼 외주화는 복잡한 하청사슬구조 속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할 주체가 모호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편 외주화된 생산시설은 이동이 자유로워 저임금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외주화 초기에는 대만이나 싱가폴에 있던 생산시설이 말레시아나 필리핀, 태국 등으로 확산되었으며 최근에는 중국으로 대거 몰려들고 있다. 이 같은 이동은 저임금 경쟁을 유발하고 노동자들의 저항을 봉쇄하는 효과를 낳는다. 생산시설이 이주한 이들 지역에서는 전자산업 생산직으로 여성과 이주노동자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회적 지위가 취약하고 이데올로기적 통제 아래 두기 쉽다는 점을 활용하여 노동자들의 집단적 저항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생산의 유연성을 확보하는데 노동조합의 존재는 가장 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들로 인해 전자산업 생산직 노동자들의 조직률은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국 전자산업의 특징 한국에서 전자산업은 가장 큰 수출 산업이자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을 인정받는 몇 안 되는 산업 중 하나다. 전자산업이 생산한 부가가치는 2009년 기준 76조로 국내 총부가가치의 8.6%를 차지한다. 수출액은 2010년 기준으로 184조 9천억 원으로 전체 수출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제품별로 살펴봤을 때, 전자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분야 세계시장 50%를 점유하고 있다. 휴대폰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통신기기 생산국가의 지위를 점하고 있으며, 디스플레이는 LCD패널 세계시장 점유율 55% 내외일 정도다. 이처럼 한국경제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전자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의해 좌우된다. 두 기업과 관련 계열사의 생산액 비중은 전체 전자산업의 86%를 차지하고 있다. 대다수의 전자산업 기업들은 대기업을 정점으로 수직하청 계열화되어있는 시스템 내에 위치한다. 삼성과 LG가 미국처럼 탈 생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본과 같이 핵심공정을 그룹 내부화 하고 주변공정을 하청에게 맡기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탈생산 방식은 불황 시 생산리스크를 외부화할 수 있으나, 생산에 대한 통제 능력 역시 외부화된다는 특징을 갖는다. 예를 들어 상품이 잘 안 팔려 생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유휴설비와 고용유지에 별도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 위탁생산업체와 계약을 해지하면 된다. 반면 탈제조 업체들은 자체설비와 숙련기술을 활용한 신속한 생산통제가 어렵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체 생산을 통해 생산과정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하청시스템을 이용해 리스크를 외부화하면서 탈생산 방식의 이점을 동시에 누리고 있다. 이러한 방식이 가능한 것은 대기업 생산직 노동자들에게 고강도 노동을 강요하고,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착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를 통해 본 전자산업 여성노동자의 실태 제조업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 중에서 전자산업 여성노동자가 가장 많다. 2009년 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 상용 종사자 266만 명 가운데 여성노동자는 64만 명이고 이중 전자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이 13만 명으로 제조업 여성노동자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그림] 전자산업 노동자 임금, 근속, 노동시간, 근무일 수 성별비교 전자산업 여성노동자의 실태를 남성노동자와 비교해 보면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여성노동자들은 남성노동자들에 비해 임금이 낮고 근속연수가 짧다. 전자산업 여성노동자들은 전자산업 남성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인 322만 6천원의 49%인 157만 9천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근속년수 역시 여성이 57.1개월로 86.9개월인 남성에 비해 짧다. 이처럼 전자산업 여성과 남성 간 임금격차가 큰 원인은 성별직종분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여성들의 경우 숙련도가 낮은 단순업무를 수행하는 생산직이 많고, 남성들은 연구개발 및 엔지니어 같은 전문직이 많다. 한국직업능력 개발원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 공정은 연구개발을 맡은 엔지니어, 개발된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는 제조공정 엔지니어, 장비를 관리하는 기술자, 생산을 담당하는 작업자 등의 인력으로 구성된다. 작업자를 제외한 모든 인력은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을 갖춰야 하며 주로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 생산을 담당하는 작업자는 고졸 여성이 다수를 이룬다. 휴대폰 생산도 유사하게 숙련도가 낮은 조립생산 공정 여성생산직이 많다. 전자산업에서 생산직으로 여성을 선호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경향이다. 전자제품 생산 공정의 특징이 단순반복 작업이면서 섬세한 손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또한 생산유연성을 통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저항을 봉쇄하는 것이 사활적이기 때문에 이데올로기적 통제 아래 두기 쉽고 순종적이라고 여겨지는 여성이 선호된다. [그림] 전자산업 노동자의 성별 연령분포 남성과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특징은 연령별 분포에서도 드러난다. 여성의 연령별 분포를 분석해 보면 25세~29세가 23%로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30대 초반에 규모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통계청은 2010년 여성의 초혼 연령이 28.9세라고 발표하고 있는데, 30대 초반 여성들은 출산 및 육아 과정에 있을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한 경력 단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출산 양육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는 시기부터 50세 이전까지 연령에서 여성노동자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40세에서 49세까지 규모는 33%로 20~30대 보다 높은 수치이며, 남성과 비교해 보았을 때에도 40대 이상 연령대 여성노동자 분포 비중은 높은 편이다. 전자산업 생산직이 특별한 숙련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40대 이상의 여성들이 생산직으로 대거 유입되는 것이다. 경력단절 이후 여성들이 전자제품 단순 조립공으로 취업하는 경우 고용이 불안정하고 임금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패턴은 경제활동 인구조사를 통해 전 산업 여성의 연령대별 취업자와 근로형태를 분석한 결과와 유사하다. 분석에 따르면, 출산시기 경력 단절이 발생해 연령대별 취업자는 M자형 곡선을 그리며 재취업 과정에서 비정규직의 비중이 급격히 상승한다. [그림] 전자산업 사업체 규모별 연령대분포 성별비교 전자산업 노동자의 연령대 분포를 사업체 규모별, 성별로 비교해보면 여성의 경우 대기업은 20대 여성이 절반 이상이며, 중소기업은 40대 이상이 57%를 차지한다. 반면 남성의 경우에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연령별 편차가 크지 않다. 대기업은 채용과정에서 젊은 여성들을 선호하나, 30대 이상의 여성들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보아 근속이 길지 않음을 확인 할 수 있다. 특별한 기술이 없고 경력 단절을 경험한 40대 이상의 여성들은 중소기업에 고용된다. 40대 여성들이 저임금 노동을 강요하는 중소업체에 대거 몰리는 이유는 기혼여성 노동력의 저평가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한국사회에 지배적인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가 여성을 가계수입의 보조자 지위로 고정시키면서 기혼여성의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전자산업 사업체 규모별 노동조건 기업의 규모에 상관없이 전자산업 생산직 여성노동자들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임금에서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생산직 여성의 기본급은 최저임금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고 중소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기본급으로 받는다. 임금격차는 성과급 등의 변동급에서 벌어진다. 이에 따라 전자산업 생산직 여성노동자들은 잔업특근 수당으로 수입을 보충해야 하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을 할 수 밖에 없고, 임금이 물량에 좌우되므로 안정성이 낮다. 노동안전에 있어서도 사업체 규모별로 제품과 공정이 달라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등의 조건은 다르지만, 보호 장비가 불충분하다거나 안전교육을 진행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삼성반도체공장에서 일한 노동자들이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백혈병, 뇌종양 등 희귀병에 걸려 숨졌다는 사실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활동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는 특별하게 사회쟁점이 되지는 않았지만 납땜이나 세정작업 등의 공정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된다거나, 단순반복 작업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 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차이점은 기업 규모별 노동자의 연령대이다. 대기업은 고강도 노동을 견뎌낼 체력이 있는 젊은 여성을 선호하는 한편, 중소하청업체들은 30대 이상의 여성들이 다수 분포하고 있다. 기혼여성들은 우선적으로 가정을 돌봐야 하고 가계수입의 일부를 보충한다는 성별이데올로기가 기혼여성들의 저임금 고용불안을 정당화하고 있다. 때문에 노동조건이 열악한 중소하청업체로 기혼여성들이 대거 유입되는 것이다. 고용형태 역시 차이가 있다. 대기업에 비해 중소하청업체는 파견업체를 통해 노동자들은 간접적으로 고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소하청업체가 원청으로부터 전가받은 위기비용이나 단가인하 압력 등을 파견노동자에게 다시 전가하면서 수익을 남기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최근 전자대기업에서도 사내하청 비중이 상당하다는 보도가 있다. 생산유연성 극대화와 위기비용을 보다 용이하게 전가하기 위해 대기업들은 정규직 비율을 줄이고 사내하청을 확대하는 것이다. 전자산업 생산직 여성노동자들은 공통적으로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어 근속년수가 길지 않은 편이다. 견디기 어려운 생산현장을 노조를 통해 집단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다. 그러나 연령대에 따라 양상이 다르게 드러난다. 대기업 젊은 여성들은 결혼을 통해 생산현장을 탈출하는 경우가 다수다. 중소하청업체 여성들은 대다수가 기혼이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생산현장을 떠날 수가 없는 처지다. 다만 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로 옮겨다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 인근 공단지역을 떠돌게 된다. 이처럼 한국 전자기업들이 국내 생산과 해외생산을 조절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여성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착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탈제조 전기기업들의 제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EMS 업체들은 주로 노동자의 권리보장이 취약하거나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한 지역에 선택적으로 진출한다. 이러한 지역은 법적 제재를 피하고, 성별 이데올로기를 활용하여 여성노동자들에게 유순하게 일할 것을 강요하거나 저임금을 정당화하기 쉽기 때문에 EMS 업체들이 선호한다. 한국의 전자기업들 역시 다르지 않다. 성차별 이데올로기를 활용하여 저임금을 정당화할 수 있었으며, 불법파견을 도급으로 위장하고 있음에도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지 않아 법적인 규제를 피할 수 있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을 활용한 착취와, 탈법을 방치하는 정부의 친자본적 행태가 전자산업 대기업 성장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노동실태에 기반한 조직화의 매개를 찾아보자 한국 전자산업은 대기업을 정점으로 하여 하청업체들이 원청대기업에 종속된 형태로 공급사슬이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노동자 조직화 방안으로는 삼성과 LG같은 대기업 현장을 조직하고 노조 민주화 투쟁을 하는 것, 공급사슬에서 중요한 지위를 점하고 있는 대형 부품 하청업체를 조직하는 것, 공단지역의 하청노동자를 조직하는 것 등으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주요부품 하청업체나, 공단지역 노동자들의 노동실태에 기반 한 조직화의 매개 고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공급사슬의 하위에 위치한 중소부품업체들은 상위기업들에 종속되어 있어 협상력이 약하고 노동자들 역시 교섭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개별사업장 조직화방식이 봉착하게 되는 물량협박과 폐업이라는 위협을 넘어서기 위해 다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사회적인 이슈를 제기하거나 다양한 연대를 조직하는 것, 공단지역의 집단적 투쟁을 기획하는 것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전자산업의 유명 기업들은 깨끗한 첨단산업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전자제품 생산과정의 가혹한 노동현실은 은폐되고 있는 것이다. 생산시설이 중심부 국가에서 주변부 국가로 대거 이전해버린 전자산업의 특성이 은폐를 더욱 쉽게 만들기도 했다. 때문에 전자산업의 초국적 기업들을 규제하고 감시하기 위한 캠페인이 국제적인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삼성과 LG전자는 국가경제성장에 커다란 기여를 하는 대기업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크다. 그러나 삼성과 LG가 이룩한 경영성과의 원천이 사실상 대기업 생산직 노동자들의 건강을 담보로 한 것이자 중소하청업체 노동자를 출혈적으로 착취한 결과임을 폭로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자 건강권 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하는 반올림 활동을 주목하면서 중소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 문제, 간접고용 문제 등도 사회쟁점화 할 기획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공단밀집 지역은 온갖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 법제도를 활용하여 공단지역의 여론을 환기하고 노동자들의 집단적 움직임을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래에서는 전자산업 여성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상황에 기반하여 조직화의 매개가 될 수 있는 단초를 살펴보겠다. ①고용- 불법파견 공단지역의 중소하청업체 대다수가 불법적으로 파견업체를 통해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도급의 형태를 취하지만 중소하청업체가 파견노동자에 대한 작업지시를 행사하고 있어 사실상 사용사업주이기 때문에 위장도급이다. 그나마 규모가 큰 업체들은 정규직과 파견노동자의 작업을 분리하고 파견업체별로 라인 작업을 시키는 등의 법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도급으로 위장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파견업체들은 직업알선소 수준이다. 파견노동자는 항상적인 고용위협에 놓여 있어 권리를 요구하기 어렵고, 파견업체가 챙기고 있는 수수료는 사용사업주가 지불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파견노동자의 임금 몫에서 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임금을 고정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이런 실태에 기반해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기획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불법파견 투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하나의 사업장에서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법원판결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며, 불법파견이라 하더라도 현행법상 파견계약 기간이 2년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더욱 그러하다. 또한 같은 회사임에도 부서별 라인별 법인을 분리한 경우가 있어 불법파견 판정을 받으면 폐업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불법파견을 공단지역에서 집단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집단 진정, 중요 거점 업체를 대상으로 동시다발 투쟁 기획 등을 통해 지역차원의 이슈를 제기하면서 해결책을 요구하는 방법 등이다. ②임금- 무료노동, 포괄임금제, 통상임금 소송 공단지역 중소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기본급은 최저임금에 고정된 경우가 대부분이라 잔업특근으로 부족분을 보충하는 상황이다. 근로기준법에 초과수당 할증률 조항을 두는 이유는 사용자가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매우 낮은 시급이 노동자들에게 초과근로수당을 통한 소득보전을 위해 연장근로를 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이처럼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일반화되어 있음에도 업주들은 임금지급에서 탈법적인 행태를 자행하고 있다. 특히 공단의 중소하청업체들에서 무급으로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일이 빈번하다. 규정 노동시간 외 조회, 교육, 정리정돈 등이 존재하며, 규정 노동시간 종료 이후에도 5~10분, 많게는 20분에서 30분까지 짜투리 노동을 강제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는 명백한 근로기준법위반이다. 그리고 최근 공단지역의 상당수 업체들에서 포괄임금제 형식으로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실제로 연장근무를 한 만큼 수당을 받는 것이 아니라 미리 일정금액을 정해놓고 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포괄임금제로 포장되어있을 뿐 실 근로시간을 따지면 최저임금을 위반한 사업장이 다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대법원에서는 업무 성격상 연장근로 시간을 계산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면 근무시간을 따져 수당을 줘야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임금삭감을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행되는 포괄임금제의 문제를 제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2010년 1월 대법원에서 잔업, 특근수당 등을 계산할 때 기본급과 함께 통상적인 수당도 포함시켜야 하는데 이를 빼고 지급해온 것을 소송으로 제기한 호남여객 퇴직자들에게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공단지역 전자업체들을 대상으로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무료노동, 임금삭감을 포괄임금제로 은폐, 통상임금 소송 등의 임금과 관련된 쟁점을 매개로 투쟁을 기획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개별 대응을 했을 때 위험부담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서, 단순히 법원의 판결에 기대 체불성 임금을 되찾는 것을 넘어 노동조합으로 조직될 수 있도록 투쟁을 기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③노동안전 공단지역 중소하청업체들은 원청대기업의 전자제품을 조립하는 일이 많아 작업자체가 단순반복적이다. 또한 영세한 기업들이 수익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적은 인원으로 짧은 시간 안에 물량을 소화하려 하기 때문에 노동 강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장시간 동안 고강도 노동으로 골병이 든 노동자들과 함께 근골격계 투쟁을 기획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001년 대우조선에서 시작된 근골격계질환 직업병 인정 투쟁은 노동강도 강화로 인한 노동자들의 건강권 침해를 개별적인 산재 보상을 넘어 집단요양을 통해 자본을 압박하면서 노동자들이 조직되었던 사례이다. 한편 중소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대기업 청정실(클린룸) 작업에서 발생하는 안전문제와 같은 위험에 처해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해물질을 다루는 작업공정이 상당수 존재한다. 납땜을 한다거나 유기용제 성분의 세척액을 사용한 작업 등이 있으나 노동안전 교육이나 충분한 보호장비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실태를 사회적인 문제로 제기하면서 건강하게 노동할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④성폭력 및 비인격적 대우 중소하청업체의 경우 생산직 여성노동자들의 연령은 평균 30~40대이다. 그러나 여성들은 근속이 길어져도 관리자로 승진하는 일이 드물고, 관리직은 처음부터 젊은 남성을 고용하는 일이 많다. 여성노동자들은 젊은 남성 관리자로부터 반말을 듣는다거나, 비하하는 발언 등 비인격적인 대우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상사로서의 권력과 기혼여성은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사한 사례로 청소노동자를 조직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로 제기되었던 것이 관리자의 태도였다. 청소라는 업무 자체가 여성들이 가정에서 하던 일로 여겨져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로 저평가 되고, 따라서 해당업무를 하는 여성들 역시 무시했던 것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을 결성한 후부터 관리자들이 함부로 굴지 못하게 되었고, 본인들도 당당하게 맞설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후련한 일’ 중 하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비인격적인 대우뿐만이 아니라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요구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여성일수록 성폭력적에 처하기 쉽다. 어느 지하철역에서 청소하는 중년의 여성노동자가 용역업체 직원으로부터 성폭력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도 자식들이 알게 될까 두려워 말도 못하고, 문제를 폭로한다고 해도 돌아오는 것은 명예훼손이라는 반격과 해고이기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었던 사례도 있었다. 최근에는 현대아산 사내하청 노동자가 관리자로부터 일상적인 성적 괴롭힘을 당해, 이를 해결해달라고 제기하자 부당해고 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성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비인격적인 대우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님을 사회적 쟁점으로 제기하는 기획을 구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여성노동에 대한 저평가가 저임금 노동으로 이어지고 직장에서의 비인격적인 대우와 성폭력적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청소노동을 낮게 평가하는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청소노동자가 보이지 않는 ‘유령’으로 취급되고 이는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이어졌음을 사회적으로 고발한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은 좋은 참고사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