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1일 서울여성조합원대회의 의의와 과제 오는 12월 11일 제1회 서울여성조합원대회가 열린다. 각기 다른 조건과 상황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여성조합원들이 모인다. 노동조합의 주변이 아닌 주체가 되기 위해, 여성이 당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노동현실을 바꾸기 위해 투쟁할 것임을 결의하는 자리다. 3.8 세계여성의 날 맞이 투쟁대회를 일회성 사업으로 끝내지 말자는 다짐이 이어진지도 몇 해째다. 하지만 각 노조마다 여성사업의 어려움으로 인해 3월 8일의 대회가 여성노동자들이 결집하는 유일한 자리가 되고 있다. 이번 서울여성조합원대회는 여성노동자들의 단결과 한마당의 자리임과 동시에 올해 이어진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총화하는 자리로 자리매김 되어야 할 것이다. 왜 여성조합원대회인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논란이 될 때마다 민주노총과 노동자운동은 페미니즘적으로 혁신할 것을 요구받아왔다. 여성억압의 현실을 타파하고 여성과 남성의 성적 차이를 인정하는 가운데 진정한 노동자 단결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반성폭력 규약이나 할당제와 같은 제도적 장치들이 만들어지고, 여성위원회를 중심으로 여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민주노조운동의 체질개선은 요원한 상태이다. 민주노총의 성폭력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노동자 조직률,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 대한 태도, 민주노총의 여성의제와 관련한 요구 등의 지표만 보더라도 긍정적인 평가를 얻기 힘든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는 ‘여성’노동자가 처하게 되는 특수한 현실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데에서 기인한다. 민주노총의 페미니즘적 개조는 몇 가지 사업이 늘어나는 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즉 가족을 매개로 한 성별분업과 여성의 재생산 노동에 대한 책임이 어떤 구조 속에 어떤 양상으로 드러나는가를 분석하고, 그에 입각한 투쟁을 기획해야 한다. 하지만 ‘여성’노동자의 특수성에 주목하지 않다보니 여성노동자의 저임금과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비정규직 일반의 문제로 여길 뿐이었다. 여성의 노동을 부차화하고 현재 가족의 성별분업 구조와 여성 억압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한 여성들의 저임금, 불안정 노동에 맞서는 투쟁은 민주노총의 중심과제가 될 수 없고,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운동의 일주체로 설 수 없다. 또 출산, 양육에 대해 일부를 지원하면서 여성에게 모성과 재생산 노동을 강요하고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여성을 착취하는 자본과 정부의 공세에 대응하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 내부의 단결을 강화한다는 민주노총의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성’노동자의 현실에 주목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여성노동자들이 모여 저마다의 삶과 고민을 공유하고, 단결을 이야기하는 자리인 서울여성조합원대회가 열린다. 지난 10월 20일에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건설연맹, 전교조 서울본부, 공무원노조 서울본부,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등이 참가한 ‘서울여성조합원대회 공감 워크샵’을 통해 문제의식 모아냈다. 또 워크샵 이후 서울에 있는 산별노조와 단위노조 차원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서울여성조합원대회를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취합된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리고, 노동조합 일주체로 여성노동자가 당당히 나서야 함을 독려하고 결의하는 자리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힘을 가진 여성노동자들의 투쟁 “시작이 있으니 끝이 있네요. 그것을 믿고 달려왔습니다. 이렇게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 100%는 아니지만 결론을 내었습니다. 살면서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구나 느꼈습니다. 함께 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저희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연대의 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가야할 길이 있습니다. 여전히 비정규직, 파견직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것이 연대의 고마움을 갚는 길입니다. 구로공단에 있는 노동자들과 더 많은 비정규직들의 투쟁에 연대하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갑시다.” - 기륭전자 김소연 분회장 불법파견 정규직화에 맞서 1895일이라는 시간동안 투쟁해 온 기륭전자 동지들의 투쟁 승리는 여성의 70%가 비정규직인 이 시대에 희망의 소식이었다. ‘여성노동자의 현실은 전체 노동자의 미래다’라는 말처럼 결혼과 가사노동의 일차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빌미로 여성노동자에게 가해져온 열악한 노동조건, 상시적 해고 위협이 이제는 전체 노동자들의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은 비단 여성노동자들만이 아닌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바꾸는 투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침체가 불안정하게 지속되고 있고, 저출산 고령 사회로 진입한다는 위기감 속에 정부와 자본은 전체 노동시장의 재편과 여성, 청년 등 취약계층 인력을 활용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데 분주하다. 각종 법, 제도 개편을 통해 노동시간과 임금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고, 이를 방해하는 노동조합의 투쟁을 말살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또 ‘일 ․ 가정 양립’ 정책을 통해 일 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 준다고 하지만 그 실상은 일하면서 집안일까지 잘 해내라는 것과 다름아니다. 정부와 자본의 분주함 덕택에 수많은 여성노동자는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으며,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이라도 하게 되면 바로 무자비한 탄압을 받는다. 하지만 이에 맞서기 위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 역시 꿋꿋하게 이어지고 있다. 기륭전자분회가 그러했듯이 KEC지회는 노조를 파괴하려는 자본과 정권에 맞서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파업을 6개월 째 이어나가고 있다. 또 저임금으로 노동자성도 인정받지 못하던 재능 학습지 교사들이 단체교섭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노조 탄압에 맞서 싸우기 시작한 것도 3년이 다 되었다. 노동자가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법과 공권력에 가로막히고, 짓밟히고 있는 암담한 상황 속에서도 투쟁의 끈을 놓지 않는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절망 속에서도 끈질기게 희망을 이야기 하는 그녀들은 그 자체로 희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각 단위 사업장만의 문제로 그치는 것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전체 여성노동자가 처한 특수한 현실을 짚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여성조합원대회에서부터 여성이 처한 현실을 확인하고, 공동의 힘을 모을 것을 결의하도록 하자. 여성이 자신의 삶의 주인이자 노동조합의 주인으로 당당해지기 위하여 “이 나이에 투쟁해야하나 생각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건 아니죠. 여성들도 노동조합에 당당히 가입하고 자기의 역할들을 해나가야 합니다. 또 여성들이 노동운동의 주체로 나서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고 싫어하면서 가족들과 멀어진다고 생각하는데, 그 생각을 깨야한다고 봅니다. 딸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내부 투쟁도 계속해야 합니다. 여성들이 깨달으면 입소문을 내야 합니다. 그게 힘이 큽니다.” - 이경옥 서비스연맹 사무처장 사회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그런 문제에 앞장 서 나서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남성에게 익숙한 것인 반면 여성은 앞에 나서지 않고, 가정에 충실하고, 누군가의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 익숙하다. 태생적으로 그러한 것이 아니라 ‘어디 여자가’ , ‘여자가 드세다’라는 말 속에 녹아나는 편견들로 그렇게 길러져 온 것이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가장 달라진 좋은 점은 나이어린 남자 반장이 막말하고 그래도 잘릴까봐 꾹 참았는데, 이제는 누구누구 씨라고 불러주며 함부로 대하지 않아요.’라는 어느 청소노동자의 고백처럼 여성에게 주어진 열악한 노동조건은 인간적 대우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낮은 임금에 비정규직으로 일한다고 해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아야 하고, 인격적 모독을 당해도 되거나 성폭력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런 현실을 참아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여성노동자들은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과 동시에 인간적으로도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중고령 여성노동자들이 하는 노동은 대부분 집에서 하던 가사노동, 돌봄노동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집에서 하던 일 밖에서 하는 것이 뭐가 어렵냐는 인식하에 저임금이 당연시 되고, 그 마저도 벌어야 하기 때문에 반장이나 사장에게 막말을 들어도 참을 수밖에 없다. 어느 지하철역에서 청소하는 중년의 여성노동자가 용역업체 직원으로부터 성폭력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도 자식들이 알게 될까 두려워 말도 못하고, 문제를 폭로한다고 해도 돌아오는 것은 명예훼손이라는 반격과 해고이기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상처와 모독을 개인이 감내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노동자들의 집단적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제, ‘여성’ 노동자의 권리를 이야기 할 때!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에 맞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되찾기 위해,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음에도 여성노동자를 둘러싼 현실은 쉽게 변하지 않고 있다. 노동운동이 진정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조건과 현실을 보다 면밀하게 바라보고, 변화를 위한 실천을 해야 한다. 여성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늘려주겠다지만, 막상 그 일들은 집에서 하던 것이라며 저평가하고 저임금을 당연시하는 자본과 정부의 태도를 단호히 거부하자. 그리고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왜 집안일의 일차적 책임이 여성에게 있는지, 왜 여성에게 적합하다는 일들을 그리 낮게 평가하는지, 왜 일상적인 성폭력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인간적으로 대우받기도 힘든 현실이 있는지 말이다. 한편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답을 내리는 것은, 노동운동을 하는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투쟁으로 한 걸음 더 나가기 위해서는 다시 뭉치고, 더 많이 연대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치지 않고 싸울 수 있어야 한다. 그 시작이 되기 위해 서울여성조합원대회는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들이 만나 한 판 힘 다지는 자리로 기획되고 있다. 각기 다른 직종의 여성노동자들이 서로 하는 일에 대해 이해하고, 서로의 어려움에 대해 다독여주고, 또 앞으로 여성노동자들이 가야 할 공동의 투쟁 전망을 그려보는 자리. 첫 출발로 모든 것을 완성할 수 없지만 탄탄한 징검다리를 놓아가는 기획들로 향후 여성노동자 간의 연대를 강화해보자!
돌봄노동의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고 돌봄노동자의 노동권을 쟁취하자 드디어 돌봄노동자들이 나섰다! 2010년 10월 16일 서울 보신각에서 <전국돌봄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이는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2010년 3월 6일 개최되었던 <돌봄노동자 희망대회>의 후속대회로 3월의 결의와 연대의 의지를 재확인하였다. 또 그간 개별적으로 진행되어온 제도 대응 투쟁과 노동권 보장 투쟁의 성과를 이어나가기 위한 자리였다. 사회서비스 제도는 저출산 고령 사회의 위기대응책이자 경제위기 시대의 일자리 정책으로 2006년부터 본격화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들은 노동자 민중의 재생산에 대한 권리보장과 돌봄노동자의 노동권 확보와는 거리가 멀었다. 또한 사회서비스 제도는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지불능력에 따라 제공함으로써 보편적 제도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야기한 재생산의 위기 부담이 또다시 노동자민중에게 떠넘겨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돌봄노동을 새롭게 인식시키고 돌봄노동의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돌봄노동자들이 나서게 된 것은 필연적인 일이자 고무적인 일이다. 이들의 투쟁이 당사자들이 모인 단 한 번 집회로 그치지 않으려면 <전국돌봄노동자대회>의 문제의식이 노동자운동과 사회운동 내에서 점차 더 확대되어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돌봄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 돌봄노동의 사회화를 위한 투쟁이 현재 어느 위치에 왔는지 정리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밝히고자 한다. 권리로 요구해 온 돌봄노동의 사회화 지금처럼 정부가 국가경쟁력 강화니 일자리 창출이니 하며 사회서비스라는 말을 남발하기 이전부터 돌봄노동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요구하는 여러 사회운동 단체의 투쟁이 있었다. 장애인들의 일상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활동보조 서비스의 대상제한 폐지, 생활시간보장, 자부담 폐지를 요구하는 투쟁을 벌여왔다. 또 아픈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제대로 된 간병서비스 제도 마련을 위한 투쟁도 있었다. 간병서비스를 환자와 가족의 부담으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에서 의료급여로 지급되도록 하고, 그동안 비공식부문으로만 존재했던 간병노동자 역시 병원에 직접 고용된 병원노동자로 공식화하도록 요구해왔다. 이 외에도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등과 같은 보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투쟁,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실천들이 있었다. 이러한 요구를 바탕으로 정부는 사회서비스 제도를 확충해 돌봄의 사회화를 이루겠다고 했다. 하지만 경제위기와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고용, 복지 정책 하에서 사회서비스는 시장화되고 돌봄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열악해졌다. 사회서비스 제도는 돌봄노동을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는 방식이 아니라,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또 정부는 ‘중고령 여성노동자에게 적합한 여성친화적 일자리’라든지, ‘경제위기시기 일자리 늘리기 정책’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을 하여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보다 못한 값싼 일자리 늘리기에만 급급하다. 이는 돌봄노동자의 노동권을 침해하고 우리 사회의 빈곤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또한 이는 돌봄노동자가 제대로 된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예를 들어, 활동보조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이 1시간의 서비스 신청을 한다고 했을 때 시급 6,000원의 비정규직 노동자인 활동보조인이 6,000원 벌이를 위해 왕복 2시간과 교통비를 지출하면서 서비스를 제공하기란 쉽지 않다. 이명박 정권의 사회서비스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돌봄노동자의 상황이 열악하고, 각 제도마다 문제점이 많음에도 이명박 정부는 이를 개선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경제위기하에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일자리 찍어내기에만 바쁘다. 일자리 늘리기의 내용을 보면 더 문제다. 단시간 노동, 비정규직, 파견 노동 등 노동의 형태를 다양화하는 노동유연화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임금과 고용을 유연화하여 불안정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새롭게 늘리겠다는 사회서비스 일자리도 불안정한 일자리일 수밖에 없다. 이는 정부가 지난 5월 6차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발표한 사회서비스 육성 및 선진화 방안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고용 없는 성장 추세 속에서 사회서비스 분야가 일자리 창출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 하에 간병, 보육 등 돌봄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하지만 사회서비스를 일자리 ‘수’ 늘리기로만 접근할 뿐,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제도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 비공식영역의 간병서비스를 제도화하지만 비급여 항목에 포함한다는 것, 돌봄서비스 제공기관 육성을 위해 제공기관 지정제를 등록제로 전환하여 진입규제를 완화한다는 것, 보육 바우처 지원방식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여 보육료 지원을 효율화한다는 것,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재정누수 방지를 위해 ‘재가요양서비스 자동청구 시스템 사업’(RFID)을 도입하여 서비스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겠다는 것이 각 분야별 주요 내용이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돌봄서비스의 육성이란 결국 노동자들의 노동통제를 강화하고 사회서비스 관련 민간 업체의 난립과 시장화를 부추기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더욱 후퇴할 것이다. ‘여성일자리 창출’이라는 구호를 넘어서기 위하여 전체 사회운동의 과제가 되지 못하고 있는 돌봄의 문제 정부는 저출산-고령 사회에 대한 위기감을 조성하며 사회서비스를 통해 여성인력을 활용할 조건을 만들고, 여성에게 일자리를 주겠다고 생색내고 있다. 그러나 사회서비스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정부에 비해 운동진영의 대응은 그리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다. 전체 노동자운동은 돌봄의 문제가 왜 중요한지 인식하지 못하고, 여전히 여성의 문제라거나 복지차원의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미조직된 돌봄노동자들을 왜, 어떻게 조직해야 하는지 계획조차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운동진영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공명하며 일자리 창출로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사회서비스 확충과 일자리 창출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왜 공적 영역에서 사회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제기하지 못한 채 일자리 창출 담론에만 그친다면, 오히려 불안정한 일자리 양산에 동조하거나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일자리를 요구하는 것일 뿐이다. 또한 돌봄노동의 사회화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도, 진정한 의미의 사회화가 아니라 시장화를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적 사회화로만 귀결될 것이다. 한편 주류 여성운동진영도 여전히 사회서비스 확충을 통한 ‘질 좋은’ 여성일자리 창출 구호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가사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육성을 통해 여성노동자를 파견하는 등 여성일자리를 알선하는 것으로 여성의 고용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성별이데올로기를 활용하여 여성을 저임금 불안정노동으로 내몰고 있는 국가 전략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격이다. 이러한 모습은 몇 가지 우려점이 있다. 먼저 여성이 저임금 불안정노동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간과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일자리를 일시적으로 늘릴 수는 있지만 여성일자리가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로 고착화되는 현실은 변화시킬 수 없다. 집안일의 연장이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저평가된 영역을 다시금 여성에게 적합한 일자리로 고정함으로써 열악한 노동조건을 유지시킬 뿐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여성인력활용방안을 수용하며 저임금의 파견노동을 확산하는데 암묵적으로 동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우선적용하자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여성노동자를 보호하자는 여성단체들의 주장 역시 한계적이다. 돌봄노동자의 상당수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처해 있기 때문에, 돌봄노동자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제도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 없이 일부를 개선하자는 것은 실현 불가능할 뿐더러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따라서 돌봄노동자의 건강권을 제기하더라도 보다 구조적인 부분에서 돌봄노동을 이해하고 국가와 자본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돌봄노동의 시장화와 이주화의 배경: 복지국가의 위기와 근대적 가족형태의 위기 현대 자본주의 발달과정에서 중심부 국가에서는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산업이 팽창되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남성생계부양자모델을 특징으로 한 핵가족이 정착했다. 하지만 미국 헤게모니가 위기에 놓인 1970년대 이래 국가는 더 이상 복지국가의 기능을 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이고, 중산층의 이상적 모델이었던 근대적 가족형태 역시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들어졌다. 수익성의 위기를 맞은 자본은 노동 비용을 삭감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가족임금을 제공하던 일자리를 축소하고, 임금과 고용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여성을 노동시장에 대대적으로 편입시켰다. 자연히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에 따라 발생한 재생산 노동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돌봄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동시에 그동안 자본에 포섭되지 않았던 재생산 관련 영역들을 이윤의 대상으로 삼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확산된다. 돌봄노동의 상품화와 시장화는 빠르게 진행되었고, 돌봄노동자가 위계화, 이주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중심부 여성들의 경우 경제활동 참가에 따른 재생산 노동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동력을 제공할 여성이 필요했고, 이주 여성노동자는 이러한 수요를 충족하는 노동력 집단이 되었다. 나아가 이주 여성노동자의 모국에서의 빈자리는 더욱 낮은 임금으로 현지 여성노동자가 채워나가게 되었다. 이런 과정은 여성 간의 위계와 성-인종 간의 불평등 문제를 동시에 안은 채로 국제적인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고, 위계체계의 하층으로 갈수록 가족 내 재생산 노동은 더욱 불안정한 상황에 노출된다. 세계 경제에서 작동하는 국제적 노동분업이 단지 생산에 국한되지 않고 재생산까지 포함한다는 것과 인종, 계급, 민족을 포괄하는 여성들 간의 위계화가 돌봄의 국제이전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한국에서도 유의미하게 주목할 부분이다. 한국의 상황: 서비스부문 육성을 통한 자본주의 위기관리 전략 미국자본주의의 형성과 서비스업의 발달과정은 다른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서 서비스 산업이 발달하는 과정이 미국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추진과 함께 서비스가 팽창하고, 공공서비스가 상품화되며, 여성노동력이 대거 투입되었다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 서비스 부문은 1990년대 이후 10여 년 사이 급속하게 팽창했다. 제조업에서 서비스 부문으로 급속히 중심이 이동하면서 고용구조가 변화되었다. 1990년대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고용 증가가 둔화되고,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슬림화와 아웃소싱이 이루어지며 비정규직 고용과 실업이 증가했다. 그리고 개인서비스부문은 확대되었다. 비공식부문이었던 사회서비스는 2000년대 들어 제도화 논의가 시작된다. 한국은 국가가 돌봄서비스 제공자의 역할을 한 역사도 없고, 재정책임도 매우 제한적으로 져왔다. 그러다가 돌봄서비스를 사회서비스로 제도화하는 시점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돌봄서비스의 제도화가 등장한 것은 2006년 노무현 정부가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초기에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은 여성과 노동, 복지정책을 혼합한 형태로 나타났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필연적으로 야기하는 불안정노동의 일반화, 사회의 위기, 가족 해체, 빈곤 심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가족의 해체와 사회 불안정을 막기 위한 복지 정책으로의 기능이 필수적이었다. 동시에 저출산, 고령화라는 조건 속에서 여성 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여성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도 중요했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 사회서비스 확충에 대한 민중들의 바람과는 달리 사회서비스는 시장화되고, 비용을 다시 민중들에게 전가, 저임금 불안정한 일자리 확산을 초래하고 있다. 또 여성들이 이중부담에서 전혀 자유로워지지 않는 상황에서 여전히 성별분업 구조와 이데올로기는 건드리지 않으며 여성노동력을 활용하고 있다. 결국 사회서비스는 경제위기와 재생산의 위기라는 이중의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국가와 자본의 전략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 그러므로 국가와 자본이 처한 위기 지점과 그 해결을 위해 내놓은 관리 정책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운동 전략을 세우는 데 매우 중요한 문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돌봄노동자들의 투쟁을 확대하기 위하여 지금까지 작은 규모로나마 이어져 온 돌봄노동자들의 투쟁의 성과를 이어가고, 자본과 국가에 맞선 투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다음의 과제를 제안한다. 첫째,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자. 생산과 재생산영역을 분리하고 너무 당연히 재생산 노동을 여성의 일이라 여겼던 인식을 바꿔야 한다. 유급이든 무급이든 누군가를 돌보는 일이 사회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일이고 가치 있는 일임을 확인해야 한다. 돌봄노동의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거나, 개별 가족이 알아서 능력에 맞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일로 인식해야 한다. 이 과정이 바로 ‘돌봄노동의 사회화’를 위한 기초다. 그렇지 않으면 그동안 운동진영이 주장해온 ‘사회화’의 구호는 추상적인 수준에서 멈추거나 국가를 상대로 법, 제도를 요구하는 실천에 한정될 수 있다. 한편 돌봄노동의 가치를 ‘사랑과 정성의 봉사’라거나 ‘여성이 모성을 발휘하는 일’의 범주에 두면서 노동자들이 노동의 권리를 주장하면 돌봄의 의미를 훼손시키는 것이라는 생각도 바꾸어야 한다. 돌봄이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회는 당연히 해당 노동자들의 권리와 노동조건을 상승시킬 것이다. 둘째, 돌봄노동자들의 주체화, 조직화에 힘쓰자. 돌봄노동에 대한 재인식과 사회서비스 정책 비판의 일차적 주체는 돌봄노동자들이다. 아직 많은 수가 조직되어 있지 못하지만, 각 분야별로 네트워크나 모임을 만들며 조금씩 주체화되는 모습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야 한다. 한편 한국에 이주해서 돌봄노동을 제공하고 있는 여성들과 연대를 도모해야 한다. 돌봄노동이 세계적 차원에서 재생산 노동의 전달(혹은 전가) 고리를 형성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변화시키고자 하는 지점이 돌봄노동에 대한 재인식과 노동자들의 권리보장이라면 돌봄의 이주 문제 역시 주목해야 한다. 셋째, 돌봄노동의 문제를 전체 노동자운동과 사회운동의 과제가 될 수 있도록 제기하자. 돌봄노동의 사회적 재인식, 보편적 권리로 사회서비스, 돌봄노동자들의 노동권 쟁취는 돌봄노동을 화두로 한 단일 이슈 투쟁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생산과 재생산 노동을 분리하고 재생산 노동을 여성에게 떠넘겼던 것과 재생산 노동의 가치를 저평가했던 역사 등 현재의 돌봄노동이 위치하게 된 구조 전반에 대한 이해와 비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노동자 간의 연대와 단결을 위해 싸우는 노동자운동과 사회운동이 사회변혁을 위해 주요 전제로 삼아야 하는 부분이 되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자본의 생산-재생을 둘러싼 전략에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노동자운동이 직면한 과제는 다음과 같다. △‘가정’ 영역의 노동, ‘여성에게 적합한 일’에 대한 사회적 재평가를 주도해야 한다. 가정관리사, 가내노동자, 요양, 간병 등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을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노동자성 개념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까지 돌봄노동이 주변적이고 하찮은 ‘비숙련’ 노동으로 여겨지며 저임금 불안정한 일자리로 고착화되었던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돌봄노동의 제공자와 이용자로 대립하는 여성노동자 간의 분할을 막고, 공동으로 돌봄노동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요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돌봄노동이 공식화된 맥락과 자본의 의도, 돌봄노동의 특성 등을 연구 분석하고 미조직된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는 흩어져 있는 돌봄노동자들을 민주노총 조합원으로 가입시킴과 동시에 돌봄노동자의 투쟁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여 돌봄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운동에서 적극적인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포함한다. 우리는 돌봄노동과 관련된 제도를 비판하고 돌봄노동자의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을 확장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창출 계획 속에, 지배계급들의 복지국가 담론 속에, 돌봄노동자의 노동의 권리가 삭제되고, 민중들의 보편적인 권리로의 돌봄에 대한 요구가 고스란히 포섭되어버리지 않도록 이후 투쟁의 방향을 세워야 한다. 이번 <전국돌봄노동자대회>를 시작으로 앞으로의 투쟁을 이어나가자. [%=박스2%]
여성의 현실과 권리를 외면한 ‘여성 활용’ 정책 정부는 지난 9월 14일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발표하는 공청회를 개최했다. 2006년부터 추진하던 1차 기본계획의 기조를 유지하되 한계지점을 보완하는 방향이다. 10월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기본계획은 최종 확정되었고 이후 입법절차를 밟아 실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기본계획이 출산과 양육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대다수 여성․노동 단체들은 정책이 실효성이 없거나 오히려 여성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저출산의 원인은 정부도 지적하고 있듯이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의 취약한 지위와 여성에게 집중되어 있는 양육의 부담이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여성 노동자의 비정규직 비율이 70%에 육박했고 성별임금 격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여성들은 노동시장에서의 퇴출이자 양육의 전담을 의미하는 출산과 경제활동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고용안정과 임금격차 축소, 돌봄노동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 중점을 두고 정책이 추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정반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일-가정 양립이라는 명분하에 여성들의 일자리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유연근무제의 도입이나 민간 보육시설 활성화 방안 등에서 정부 정책의 의도가 확인된다. 경제성장을 위해 여성이 출산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 신자유주의가 야기한 재생산의 위기를 여성에게 전가하며 여성노동력을 값싸게 활용하여 바닥을 향한 경쟁을 가속화시킬 구상이다. 저출산 대책은 정부의 이러한 구상의 일부를 수행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기본계획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가정 양립의 일상화, 결혼출산․양육부담 경감, 아동․청소년의 건전한 성장환경 조성이라는 기본방향으로 추진된다. 저출산 대책의 핵심적인 몇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문제점을 비판하고 정부의 의도를 분석해보자. [%=사진1%] 실효성 없는 육아휴직급여 정부는 일-가정 양립을 위해 첫째로 육아 휴직 급여 정률제 도입 및 복귀 인센티브 도입을 제시한다. 현재 육아휴직 급여는 정액제로 월 50만 원을 지급하고 있는데, 정률제를 도입해 통상임금의 40%를 육아휴직 급여로 지급하여(상한 100만 원 하한 50만 원) 육아휴직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그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정책은 지금과 같은 수준의 육아휴직 급여로는 양육과 생계가 불가능기 때문에 육아휴직 이용률이 10% 미만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정률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현실적인 필요수준에 턱없이 미달해 육아휴직이 확대되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원이 더 절실한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을 보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득에 따른 차등지급 방식은 계층별 격차를 낳는다. 그리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대상들은 그나마 고용이 안정된 여성이다. 대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으로 육아휴직을 쓸 수 없으며,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어 육아휴직 급여를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정률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여성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고용보험 가입률 증가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없다. 한편 복귀 인센티브 도입 역시 문제가 있다. 경력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육아휴직 급여의 15%를 복귀 후에 주겠다는 것인데 정부가 여성의 경력단절 원인을 한참 잘못짚고 있음을 반증한다. 경력단절은 기업에서 출산한 여성의 복귀를 원치 않거나 자녀 양육을 여성이 전담해야 하는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지 여성의 의욕이 부족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유연화 확대하는 유연근무제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으로 두 번째는 유연근무제와 육아기 근로시간 계좌제를 들 수 있다. 풀타임 위주의 경직적인 장시간 근로환경이 여성에게 경제활동과 자녀양육 간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며 이를 타개하기위한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유연근무제는 5개 분야 9개 유형으로 도입되고 있는데 그 중 시간제 근무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전일제 1인 담당 업무를 시간제 2인이 담당하는 직무공유제를 추진하는데, 단시간 비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하여 상시적인 고용규모 변동을 용이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시간제 업무가 가능한 업무는 주로 여성들이 담당하던 업무일 가능성이 크며 비핵심 업무로 분류되어 고용과 임금 인사제도의 차별로 이어질 것이다. 이 같은 유연근무제는 여성노동자의 고용불안과 비정규직화를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강도 역시 강화한다. 노동부 고용지원센터의 직업상담원 상용직 단시간 채용 사례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기존 정규직 2명이 하는 일을 5시간 근무하는 단시간 근로자 3인이 나눠 한다. 1일 16시간의 일을 1일 15시간(3*5)에 하는 것이다. 또한 육아기 근로시간 계좌제는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해 임금지급 대신, 육아기에 사용하도록 하자는 것으로 노동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임금을 빼앗는 정책에 다름 아니다. 결국 정부가 내세우는 일․가정 양립이란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여성에게 더욱 필요하고 적합하다는 사회 인식을 강화하고 이를 빌미로 노동시장에서 저임금 고용불안을 감내하라는 의도임이 드러난다. 현재 시간제노동자의 74%(2010년3월 통계청)가 여성이다. 이러한 고용형태를 선택한 주된 이유는 ‘생활비 등의 당장의 수입을 위해서’와 ‘육아 및 가사 등 병행’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근로조건에 만족하는 비율은 매우 저조하다고 조사되고 있다. 여성들이 단시간 일자리에 만족해서 선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육아의 책임을 홀로 떠맡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상황임에도, 정부는 여성의 현실을 악용하여 유연근무제를 정당화 하고 있다. 보육시장 활성화 정책, 자율형 어린이집 기본계획은 결혼출산․양육부담 경감을 위한 정책 가운데 다양하고 질 높은 육아지원 인프라 확충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부모의 보육시설 이용부담을 낮추고 품질을 높이기 위한 ‘자율형 어린이집’ 도입과 취약지역 내 국공립 보육시설 지속 확충을 골자로 한다. 국공립 보육시설은 취약지역에만 확충하고 나머지 지역에는 민간 중심의 자율형 어린이집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율’형 어린이집이란 보육료 상한선을 폐지하고 자율화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보육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양극화를 초래해 계층별 위화감을 조성하게 된다. 전국 보육시설 중 국공립 보육시설은 전체 보육시설의 5.4%이다. 보육시설 이용 아동의 11%만 이용가능하며, 평균대기자는 78명에 이른다.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에 대한 요구가 있지만 정부의 계획은 부모들의 바람을 외면하고 있다. 그리고 민간보육시설에 대한 부모들의 만족도가 국공립 시설에 비해 낮다며 서비스 개선을 위해 평가인증 지표를 고도화하고 결과를 공개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현장 보육교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평가인증이 보육서비스의 질을 보증하지 않으며 부풀려지는 경우가 허다하여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보육서비스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공립 시설의 확충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보육노동자의 노동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현재 보육교사들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기본계획은 보육노동자의 노동조건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수요자 중심의 육아지원 서비스 확대를 위해 보육시설 운영시간을 반일제와 종일제 등으로 다양화 한다는 계획이 제출하고 있는데, 이는 보육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더욱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정부가 개선하겠다던 민간 보육시설의 서비스질 개선은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 저출산 대책은 여성을 통해 위기를 지연하려는 자본의 전략 정부의 기본계획안이 담고 있는 저출산 대책은 여성이 떠안고 있는 이중부담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정부는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정책이나 생색내기에 그치는 사업들을 제출하고 있다. 대다수의 여성들은 비정규직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저임금을 받고 있어 임신과 출산이 고용과 생계를 위협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성의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어떠한 저출산 대책도 실효성을 가지기 어렵다. 그럼에도 정부는 도리어 일-가정 양립을 빌미로 노동유연화를 가속화하고 사회서비스 시장화를 활성화 하려한다. 그리고 저출산 현상이 발생한 원인에 대한 분석과 해결보다는 위기임을 강조해 여성에게 출산 의무를 강요하고 있다. 최근 낙태단속을 강화한 정부의 태도를 보더라도 여성의 출산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고 여성의 몸에 대한 국가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도를 확인할 수 있다.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자본주의가 만성적인 저성장과 경제위기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자본의 전략은 비용을 절감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다수의 산업예비군을 확보하고 이들이 실업과 취업을 반복하여 바닥을 향한 경쟁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적이다. 여성은 자본의 이 같은 전략에 중요한 고리가 된다. 미래의 산업예비군을 확보하기 위해 여성의 출산의무 강조가 필요하고, 지금 당장 여성인력을 값싸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가정에서 여성이 담당하던 돌봄노동의 공백은 시장화하는 방식으로 무마하는 것이 자본의 입장에서 사활적인 과제이기 때문이다. 저출산 대책뿐만 아니라 국가고용전략에서도 이 같은 구상이 확인된다. 국가고용 전략은 고용 없는 성장이 기정사실화 된 것을 전제로 기존의 일자리를 나누거나 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를 확충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자리를 나누기 위한 방법으로는 단시간 근로를 확대해 노동유연화를 가속화하는 것인데, 여성이 가사를 돌봐야 한다는 명분으로 여성 일자리부터 유연근무제를 실시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창출 계획 중 하나로 지목되는 사회서비스 분야에서는 저임금 여성일자리를 보다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돌봄노동은 여성이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로 평가하면서 저임금 노동을 정당화하고 노동자성마저도 부정하려는데 이 같은 일자리로 여성들을 대거 유인하겠다는 의미다. 신자유주의가 야기한 불안과 빈곤이 가정 내 돌봄의 공백을 초래하고 사회적인 위기로 가시화되자 시장화된 방식으로 여성을 값싸게 활용하면서 위기를 지연하기 위해서도 사회서비스 시장화는 자본의 필수적인 과제이다. 일․가정 양립은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노동력을 저평가하는 동시에 가사와 양육을 여성이 전담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면서 위기에 빠진 자본에게 마법 같은 해결책으로 활용되고 있다. 저출산 현상이 나타나게 된 원인은 지금의 사회가 실업을 해결하고, 고용을 안정화하며, 재생산 구조를 담보할 수 없는 무능력함에 빠졌기 때문이다. 자본은 누구보다도 이런 사실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여성을 위기극복의 도구로 삼으려한다. 이에 맞서는 운동전략 역시 여성 사안에 대한 파편적인 대응이 아니라 총체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의 기만성을 폭로하고 여성의 재생산에 대한 권리, 노동에 대한 권리를 옹호하는 투쟁을 강화하자. 여성에게 활용해 위기를 지연하려는 자본의 전략을 막아내자.
<서울지역여성조합원대회>를 조직하자 1. 들어가며 노동자 대표성이 남성을 넘어서지 못해 ‘여성’ 노동자들이 처하게 되는 특수한 현실과 반복되는 성폭력 사건은, 노동자운동 내외부에서 민주노총이 페미니즘적으로 혁신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민주노총 스스로 어렴풋이 여성의 권리를 사고하게 되었으나, 그 방향과 내용이 일관되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여성위원회는 여성조합원들의 결합경로가 부재한 채 상층 사업단위로 인식되면서 여성 조합원들을 조직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성별분업 이데올로기 아래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어떻게 배제되고 활용되는지를 투쟁을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하더라도 여성 노동자의 요구를 정식화하거나 성과로 이어가지 못했다. 노동조합의 페미니즘적인 혁신을 위해 여성노동자들의 집단적인 주체화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여성위원회는 주체화의 계기를 마련하고 관장하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여성조합원들과의 접촉면을 확대하고, 여성 노동자들의 요구를 정식화하여 이를 노동자 운동의 과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취지로 준비되고 있는 서울지역 여성조합원대회를 여성노동자 주체화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글은 페미니즘적 혁신을 위한 노동자운동의 실천 상황을 진단하고 과제를 도출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첫째로 노조 내 성주류화 전략에 대한 비판과 여성노동자들의 집단적 주체화에 주력한 사례를 비교하는 것을 통해 시사점을 도출한다. 두 번째로는 현재 민주노총의 여성관련 요구안과 여성사업 진단을 바탕으로 과제를 도출하고 정세 분석을 통한 투쟁 방향을 제시한다. 2. 노조 페미니즘 현황 진단과 평가 1) 노조의 페미니즘 수용, 두 가지 길 ① 노조 내 성주류화 전략 <노조 내 성주류화 전략> 성주류화 전략은 국가 정책에 성인지적 관점을 적용하는 체계적인 전략으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정책의 목표와 전략, 자원 분배에 영향을 미칠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가의 정책 안에서 실행 체계와 도구가 확대되어 왔다. 김대중 정부 이래로 성주류화 전략은 성별영향평가, 성인지 예산 제도화 등 일정한 실행 경로와 도구를 갖췄으며, 정당 공천 시 할당제, 공적 영역으로의 여성 진출 확대 등 일부 가시적인 성과도 낳았다. 성주류화 전략이 여성운동의 ‘성평등’을 위한 일반적인 방향으로 자리 잡고, 일정하게 체계를 갖춰감에 따라 성주류화 전략을 사회 각 분야로 확대하려는 흐름들이 나타났다. 이러한 영향 아래 노조 내에서도 성주류화 전략은 유력한 성평등 전략으로 고려되고 있다. 지금까지 노조 내에서 여성 문제 나아가 페미니즘이 다뤄지는 방식은 매우 제한적이었고, 일관된 이념이나 방향성이 존재하지 않았다. 여성 활동가들이 할당제나 성폭력 문제를 제기하면서 여성 의제가 다뤄지고 여성 사업이 시행되기 시작했지만, 어떤 노선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사안에 따라 여성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취사선택되어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암묵적으로 노조의 여성사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준점이 성주류화 전략이었고, 최근에는 이를 체계화해야 한다는 논의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성평등미래위원회> 내 <중장기사업계획전략수립팀>의 논의는 이런 상황을 반영해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성주류화 전략의 도구로는 성별영향평가, 성별통계, 성인지적 예산, 젠더 감사, 성평등 추진 기구 수립 등이 있다. 노조 내 성주류화 전략 모색은 대체로 위와 같은 도구들을 갖춰 노조 내에서 성주류화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럽노조연맹(ETUC)의 성주류화 전략> 해외의 여러 노조들은 성주류화 전략을 노조 내에서 여성노동자의 문제를 다루는 유효한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로서 유럽노조연맹의 성주류화 전략을 들 수 있다. 유럽노조연맹은 가맹 조직들에서 의사결정 단위 내 여성 비율을 조사한 1994년 연구(Women in Decision Making in Trade Unions)를 시작으로 4년마다 소속 노총을 대상으로 여성의 대표성 및 성주류화 실태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평등 사업계획을 수립하여 다음 조사 시기 전까지 이행 사항을 제시하는 메커니즘이다. 2006년 유럽노조연맹은 가입한 81개의 노총을 대상으로 ‘노동조합 내에서 남녀 격차 축소’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 연구(Women in Trade Unions: Bridging the Gap)를 수행했다. 여기에는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노총이 참여했고, 이를 바탕으로 2007년 유럽노조연맹 총회에서 성주류화 헌장(ETUC Charter on Gender Mainstreaming in Trade Unions)이 채택되었다. 유럽노조연맹의 성주류화 헌장은 남녀 간의 임금격차, 여성의 직업훈련에 대한 투자 부족, 직종 분리 심화, 일ㆍ생활 양립을 위한 제도 미비, 노조 내 조직률 및 대표성에서의 여성 과소 등이 성주류화 전략이 필요한 정치적 맥락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 유럽연합 수준에서 위와 같은 문제의 중요성을 다루고 있는 조치들을 언급하면서, 유럽 수준의 이러한 조치들이 경쟁력 있고 번영된 유럽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사업장, 노동시장, 사회 전반에 남녀의 동등한 참여가 가지는 중요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헌장은 이런 점에 있어서 유럽노조연맹과 그 가맹 조직들이 노력과 조치들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헌장에 언급된 구체적인 조치로는 유럽노조연맹과 가맹 조직들의 성주류화 실행 도구 마련, 단체교섭에서의 성주류화(교섭위원에 여성참여, 교섭위원들의 성인지적 관점 교육, 임금격차축소를 위한 직종분류 및 직무평가 개정 등), 성별영향평가 시행, 성별조사 통계(3ㆍ8 조사통계), 할당제, 젠더 감사, 여성에 대한 리더쉽 교육, 성평등 관련 기구 설치 등이 있다. 또한 유럽노조연맹은 헌장에 따라 매년 3월 8일 여성의 날 노조 내 여성조합원 수, 대표성, 단체교섭에서 성평등 가이드라인 준수 등의 항목에 대한 연례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평가> 우선 성주류화 전략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 영역에서 남성과 여성 사이의 평등을 이루고자 하는 ‘성평등’으로 집약된다. 이에 따라 공적 영역뿐만 아니라 사적 영역에서도 남녀의 동등한 책임과 참여를 제기하며(일과 사적 생활의 양립), 이를 위한 제도나 조치의 마련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구조화해 온 역사적 가족 형태를 전화하기 위한 전망과 여성의 독자적 권리로서 여성권에 대한 인식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한계적이다. 현존하는 제도와 체계 안에서 여성과 남성의 평등을 위해 취하는 변화와 조치들이 여성들의 현실에 약간의 개선을 가져다줄 수도 있겠지만, 여성해방이라는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경로가 되기는 어렵다. 또한 노동조합 내에서 페미니즘의 전략으로서 성주류화 전략의 근거는 무엇인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당위적인 차원이 아니라면 노동조합이 성평등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흔히 여성의 과소대표성이나 여성노동자의 낮은 조직률, 여성차별적인 노조의 문화 등이 근거로 제시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노조 내 여성노동자/여성조합원들의 현실이기는 하지만, 성주류화 전략은 노조가 이런 현실을 왜 극복해야 하는지, 왜 성주류화 전략이 노조운동의 과제가 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결국 성주류화 전략은 노조운동 전체의 노선이나 전망과 별개로 추진되어야 하는 과제가 된다. 그리고 노조 내 성주류화 전략이 제기하는 문제가 정부와 자본의 여성인력 활용방안인 일ㆍ가정 양립 정책과 맞물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성주류화 전략이 세계화될 수 있었던 것은 자본이 처한 구조적인 위기를 여성에게 전가하려는 신자유주의의 세계화라는 조건이 있었다. 이런 맥락에 대한 비판 없이 주류 여성운동은 성주류화 전략을 추구하면서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여성 정책의 하위파트너 역할을 하게 되었다. 유럽노조연맹의 예처럼, 노조의 성주류화 전략은 유럽 차원의 성주류화 전략의 목적과 궤를 같이하면서 ‘사회적 유럽’구상의 한 경로가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성주류화 전략이 그 실행 도구와 체계를 갖추는 것을 우선 과제로 추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조 내 성주류화 전략도 노조 내에서 체계를 갖추는 문제를 중요하게 사고한다. 여성들이 노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는 것은 유의미한 일이다. 그러나 여성들이 덜 조직되고, 덜 대표되어 있는 까닭은 성별분업 구조와 이데올로기, 이에 따른 여성들의 노동권 제약 및 여성권 부재 때문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현실의 문제를 제기하고 운동으로 만들어가는 여성들의 집단적 힘이 없이 체계만으로 여성들의 세력화를 이룬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② 노조 페미니즘의 다른 사례 우리가 제기하고자 하는 노조 페미니즘은 남녀 사이의 평등을 달성하기 위한 제도적 조치 마련만을 그 실행경로로 삼지 않는다. 성적 차이에 기반한 여성의 독자적 권리를 여성들의 집단적 힘을 통해 노조의 과제로 제기하는 것이며, 이것이 노조의 변혁지향성을 강화하는 것과 불가분의 관계임을 제기하는 것이다. 아래에서는 그동안 많이 인용해왔던 이탈리아 사례와 남아공 노총의 사례를 살펴본다. 이탈리아나 남아공의 몇 가지 조치를 현재 한국의 노조에 그대로 이식하는 것이 노조 페미니즘의 답은 아니다. 그 전반적인 맥락과 문제의식이 주는 시사점을 살피는 것이 목표다.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자유주의적 전통이 부재한 상태에서 1970년대 중반에 노조페미니즘이 전개되고 성적차이의 페미니즘이 발달하게 된다. 따라서 ‘남녀 사이의 (기회의) 평등’을 목표로 하는 자유주의 페미니즘과는 달리 평등의 요구가 가진 딜레마에 대한 고찰과 성적 차이에 기반을 둔 요구, 분석 등이 노조 페미니즘의 특징으로 보인다. 이러한 페미니즘적 문화는 노조의 전통적인 가치와 여성노동에 대한 분석을 접목하여 새로운 분석과 조직형태, 그리고 노조활동의 새로운 형태들을 생산하였다. 1970년대 후반 여성들의 자율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기본적인 요구들이 노조 내에서 관철되었다. 기층에서부터 건설된 네트워크들이 확산되면서 지역과 전국 수준의 여성위원회가 형성되었다. 이런 성장을 토대로 노조 내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인정되었고, 페미니즘적 담론들이 노조의 공식적인 담론으로 인정받았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1981년 이탈리아노총(CGIL)이 여성 직장대표 및 노조 대표들의 전국회의를 소집하기로 결정했고, 2,000명이 넘는 여성들이 전국회의에 참가했다. 이런 노조 페미니즘의 성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은 ‘150시간’ 협정에 의한 노조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이탈리아 노총은 1972년 단체교섭을 통해 임금손실 없이 노동자들이 공교육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협약을 맺었다. 이 교육은 여성들에게 특히 중요한 영향을 미쳤는데, 가족, 건강, 섹슈얼리티, 노동, 정치 등의 과정을 통해 여성조합원들이 여성으로서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긍지를 가짐으로써 강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교육은 다른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노조 여성교육에서 지배적인, 기술적 전문지식이나 적극성 고취 프로그램과 같은 여성들이 남성의 세계에 더 쉽게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리더쉽 교육’과는 정반대였다. 노조 외부의 지식인, 활동가, 페미니스트들과 연계한 이런 교육을 통해 여성 그룹들이 형성되었고, 이러한 성과는 노조 페미니즘의 영향력을 강화했다. 이탈리아의 사례가 바로 차용될 수는 없지만 몇 가지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우선 노조 내 여성조직들의 기반에 관한 문제다. 여성위원회와 같은 노조 내 여성조직들은 여성들의 조직적인 결집과 활동이 바탕이 될 때 노조 내에서 역할을 인정받을 수 있고 그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 또 하나는 교육에 관한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여성노동자들이 여성이자 노동자로서 자신의 현실과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통해 노조 활동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일관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남아공> 남아공 노총의 여성위원회 활동은 대략 다음과 같은 패턴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매년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위원회가 남아공 노총의 여성정책에 대한 평가와 제안을 제출하고, 남아공 노총 전국대회에서 이런 제안을 논의하여 필요한 사항을 결의한다. 이런 패턴은 1988년 남아공 노총 여성대회로부터 비롯되었다. 이 여성대회를 통해 기존 남아공 노총 및 소속 단위들에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과 성과를 평가하고, 노조 내에 여성 조직의 필요성과 형태를 도출했으며, 이런 여성대회의 결의에 따라 노조 내 여성위원회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1989년 전국대회에서는 매우 쟁점적인 논쟁이 진행되기도 했는데, 여성대회를 통해 제출된 ‘성별 행동 규약’ 결의를 둘러싼 논쟁이었다. 이 결의는 1988년 여성대회에서 노조 내부의 성희롱에 대한 투쟁으로 제안된 결의였는데, 조직 내 남녀 간의 성별 행동을 둘러싼 논의를 촉발했다. ‘성별 행동 규약’은 조직 내 여성과 남성의 관계가 여성의 활동과 자율성에 장애가 될 수도 있음을 제기했지만, 논란 끝에 결국 채택되지 못했다. 하지만 성폭력, 성희롱의 문제를 사건의 해결이 아니라 조직 전반의 문화와 남녀 관계 속에서 검토하고, 이를 조직 전반의 규약과 문화 쇄신의 차원으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남아공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여성 문제를 노조 내에서 제기하는 양태와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성위원회의 활동 방식이다. 여성위원회가 여성 관련 사업을 전담하면서 소수 담당자들의 활동으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반의 활동에 여성노동자들이 참여하고 발언력을 획득하는 관점에서 여성정책을 평가, 준비하고 이를 노조 전체의 결의와 과제로 만드는 과정을 밟는다는 점이다. 이런 과정을 뒷받침하는 힘은 여성조합원들의 존재와 집단적 결의다. 2) 민주노총의 현황 진단 및 평가 ① 여성조합원 비율 및 분포 양상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 수 627,274명, 여성조합원 156,395명. 비율 24.9%.(2006년) 최근 전체 조직의 성별 조합원 현황이 파악되지 않은 관계로 정확한 수치는 확인할 수 없으나, 민주노총 내 여성조합원 비율은 대체로 25~30% 수준으로 추측된다. 조사 및 통계의 미비로 인해 여성조합원의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고 고용형태, 임금격차, 평균 노동시간, 여성 관련 단협안 적용 현황 등 기초적인 자료도 없다. 민주노총이 여성노동자 및 여성조합원의 현실이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인식하지 못함을 평가할 수 있다. ② 여성관련 요구 및 단협 요구안 경제위기가 심각해진 2009년 단협 요구안 이래로 경제위기 시(구조조정 시) 여성우선해고 금지 조항이 포함된 것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비슷한 내용이 계속 제출되었다. 그러나 실제 단협에서 체결되고 적용되는가에 대한 확인은 어렵다. 더불어 단협 조항으로 체결된다고 해도 실제적으로 활용되고 있는지도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성의 노동 및 고용에 관한 단협 요구는 주로 차별 개선의 관점에서 접근되는데 남녀고용평등법 상 차별개선 조치가 그 근거이다. 전반적으로 단협 요구안 자체는 정부 정책이나 법령에 근거하며 그것을 상회하는 내용을 요구하기도 한다. 특히 모성보호 조항은 그 자체로는 꽤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문제는 실제 적용률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일ㆍ가정 양립 관련 조항은 여성‘만’을 그 대상으로 보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과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육아휴직 시 파파쿼터제, 배우자 출산휴가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제기가 있어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법률> 개정안에 이러한 조항들이 포함되었다. 현재는 이를 근거로 단협안에 모두 포함되었다. 산별 단협 요구안 및 지부/지회 요구안 현황은 총연맹의 단협 요구안과 큰 차이는 없다. ③ 총연맹 및 산별노조의 여성사업 현황 노조의 여성사업은 여성위원회가 하는 사업으로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다. 아래에서는 여성위원회의 사업 현황을 분석, 평가하도록 한다. 여성위원회 기본 사업은 조직사업, 정책사업, 교육사업, 연대사업 등으로 구성된다. 대체적으로 이런 사업들은 상층의 여성사업 담당자가 전담하는 실정이다. 정책사업의 경우 여성의 고용/임금 차별, 모성권, 할당제, 성폭력, 건강권 등 여성에 관한 다양한 의제를 포괄하고 있지만, 실제 사업은 연구프로젝트나 토론회, 설명회 등으로 진행된다. 이상에서 언급된 의제들이 여성조합원들의 현실에서 비롯된 것은 맞다. 하지만 정책사업이 외부 전문가나 연구자들의 작업을 통해 정리되고 실제 그 정책들을 사업화할 계기들을 잡지 못하면서, 정책과 요구가 민주노총의 노선, 투쟁방향에 적합한지 여성조합원들의 현실과 요구에 부합하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교육사업으로는 민주노총 내 여성사업 현황, 여성노동 관련 법률과 쟁점, 여성학 기본 등을 다루는 여성노동교실이나 성평등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참여자를 확대하려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내용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못하고 그때그때 외부 강사를 섭외하는 일회성 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교육내용에 대한 평가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참여자 확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참여자들은 여전히 여성사업 담당자나 여성 간부들로 한정된다. 총연맹이나 산별연맹의 여성위원회와 여성사업을 평가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위에서 언급한 사업들이 여성조합원들과의 결합 경로를 분명히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위원회는 여성조합원들의 자율적인 기구라는 위상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성조합원들의 결합 경로가 매우 제한적이거나 부재한 상황에서 상층 사업단위로 인식됨으로써, 결과적으로 그 위상이 매우 모호하다. 덧붙여 중요한 평가 지점은, 여성사업이나 여성위원회가 제기하는 페미니즘/여성운동의 방향이 전체 노조운동의 방향이나 노선과 관계를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노조 내 성주류화 전략에서 평가했듯 전체 노조운동의 이념이나 노선과 별개로 진행되는 여성사업은 여성조합원을 조직하는 데도 한계적일 뿐만 아니라, 노조운동 전체에서 그 위상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여전히도 여성위원회 사업 담당자들이 성폭력 사건 해결을 전담하고 있는 상황도 지적되어야 한다. ‘노조 내 여성운동 = 반성폭력 운동’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기도 하고, 기층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이 산별로 접수되고, 산별이나 지역본부의 여성사업 역량이 취약해 결국 총연맹으로 접수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성폭력 사건과 그 처리 과정을 둘러싼 논란은 그동안 민주노총 내에서 벌여왔던 반성폭력 운동을 근본적으로 돌아봐야 할 필요성을 점점 더 높여주고 있다. 노조 내 여성 활동가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던 반성폭력 운동이 과연 노조 내에서 성폭력이 여성의 권리를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을 만들어내었는가, 또한 올바른 사건 처리를 중심으로 펼쳐져 왔던 반성폭력 운동이 최소한의 수준에서 사건 처리의 원칙이나 방식을 노조 내에 안착시켰는가. 그간의 반성폭력 운동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통해 성폭력을 감축하기 위한 다른 모색(여성운동의 강화)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노조 내 여성사업이 강화되기란 어렵다. 반성폭력 운동과 더불어 노조 내 여성사업의 대표적인 사례인 할당제 또한 여성위원회 및 여성사업의 확대와 강화에 기여하고 있는지 평가가 필요하다. 할당제 시행 이후 여성임원 비율 증가 등의 가시적인 성과가 있다는 평가가 존재하기는 한다. 그러나 할당제를 통해 제고하려고 했던 여성 대표성의 실내용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성조합원들은 민주노총의 주체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으며, 여성들의 집단적인 요구도 분명하게 조직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할당제를 통해 선출된 여성 간부는 여성조합원들을 대표한다기보다는 개인으로 인식될 뿐이다. 여성대표로 선출되었으나 대표할 여성의 요구와 집단적 주체성이 부재한 현실은 한편에서는 여성위원회, 여성대표의 기반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다른 한편에서는 여성대표들의 활동이 개인의 성향, 정파 등을 근거로 진행되는 것을 제어할 수 없게 한다. 3. 정세와 쟁점 1) 경제위기를 통해 본 여성노동자의 현실 고용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인 2008년 1/4분기와, 고용위기가 본격화된 2009년 1/4분기, 그리고 회복기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2010년 1/4분기로 시기를 구분하여 취업자를 성별로 비교하면서 여성 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악해 보자. 2009년 1/4분기에 전체 취업자가 14만 7천 명이 감소한 가운데 여성 노동자는 12만 4천 명이 감소했고 남성노동자는 2만 2천 명 감소했다. 전체 취업자 감소분의 84%가 여성이다. 회복기로 접어들었다는 2010년 1/4분기에 전체 취업자가 13만 3천 명이 증가했는데 남성은 11만 7천 명, 여성은 1만 5천 명으로 취업자 증가분의 88%가 남성이다. 경제위기 시기 여성 일자리가 중점적으로 사라지고 회복 속도 역시 남성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 수치 상 실업률이 2009년 1/4분기 여성 3.1%, 남성 4.3%, 2010년 1/4분기 여성 4.5%, 남성 4.7%로 여성이 낮게 측정되는데, 여성이 일자리를 잃을 경우 비경제 활동인구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의미하며, 실업률 통계가 여성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여성 취업자 수가 많고 비정규직이 다수인 산업에서 취업자 증감을 살펴보면 여성들의 실태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의 취업자가 2009년 1/4분기에 전년 동기대비 32만 2천 명이 감소해 전체 취업자 감소분인 14만 6천 명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비정규직의 우선해고가 광범위하게 일어났음을 추측할 수 있다. 또한 같은 산업에서 성별 취업자 감소를 비교해 보면 남성은 10만 6천 명 감소하고 여성은 그 두 배인 21만 6천 명 감소하였다. 비정규직으로 고용된 다수의 여성노동자들이 해고되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회복 속도 역시 2010년 1/4분기 산업 전체 취업자가 증가로 돌아섰지만 이 분야는 여전히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여성 취업은 남성에 비해서 더욱 더딘 실정이다. 한편 2007년 월급여액 비교 남성 대비 여성임금 비율 66.3%에서 2009년 62.3%로 급격히 낮아졌다. 2009년 평균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는 여성 노동자 비율은 77.1%이고, 최저임금 미달자 중에서 여성 비율은 63.5%를 차지한다. 여성노동자의 대부분이 저임금 계층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남녀 임금격차가 급격히 확대된 것으로 보아 경제위기 시기에 남성에 비해 임금삭감이 컸음을 알 수 있다. 외환위기 당시 대규모 정리해고와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실업자가 급격하게 증가했고 특히 여성들이 우선해고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번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고용구조를 핵심인력 위주로 슬림화하고 아웃소싱과 비정규직 채용을 통해 고용조정이 상시적으로 가능하도록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전략을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비정규직의 규모가 지난 10년간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급증하였으며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 비율이 70%에 육박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위기에는 상용직 중심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아도 비정규직 규모 조정과 같은 다양한 수단을 활용할 수 있었다. 여성 우선해고처럼 직접적이고 가시적이지는 않지만 다수가 고용이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는 여성노동자가 (손쉽게 인력을 축소하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의) 경제위기 완충지로 활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 자본의 대응 전략 정부는 한국이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여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노령인구 부양 부담이 증가하는 위기가 발생했다고 진단한다. 그래서 출산 장려 정책을 추진하는 것과 더불어 여성과 노령인구를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차대한 과제로 대두하였다. 그러나 고용창출이 둔화된 상황에서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일자리를 나누거나 새로운 분야에서 고용을 창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새로운 분야로 떠오르는 것은 서비스업으로, 정부는 사회서비스 산업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저임금으로 여성인력을 활용하고 있다. 일자리를 나누는 대표적인 방식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고학력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의 문제로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것을 줄이고, 대체인력으로 단시간 근로자를 채용해 고용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여성이 육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므로 노동시장에서 부차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발상도 문제지만, 유연근무제의 확대는 노동유연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정규직의 과보호로 고용시장이 경직되어 비정규직과의 격차가 고착되었고, 이것이 고용률 증가의 걸림돌이라고 주장하던 자본이 정규직의 고용과 임금을 유연화하기 위해 여성 직무부터 치고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여성의 몸에 대한 규제와 더불어 이데올로기적 통제로 낙태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낙태 단속은 실질적으로 여성들에게 위협적인 조치임과 동시에 여성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의무라는 이데올로기를 강화한다. 이처럼 자본과 정권은 사회를 안정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은폐하며 여성에게 위기를 전가하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전 방위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노동자운동은 여성의제 문제로만 한정하여 산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① 유연근무제 정부는 국가고용 전략회의에서 10년 내 고용률 60% 달성을 목표로 설정하고, 중장기 일자리 창출 방안 중 하나로 유연근로제ㆍ단시간근로 등의 근로형태를 다양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여성 비경제활동인구 1,013만 4천 명 중 68%가 육아 가사 부담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여성이 경제활동에 쉽게 참여하도록 일ㆍ가정 양립형 유연근무제의 확산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겠다는 전략으로, 여성인력을 활용하고 전체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겠다는 것이다. 유연근무제가 여성을 일차적인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여성부에서 퍼플잡 도입을 발표했을 당시부터 남성도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남성 역시 가정의 책임자로서 근로시간을 조정하자는 취지라고 말하지만 노동유연화를 여성에서 시작해서 노동시장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국가고용 전략회의는 2009년 경제위기 시기에 획일적인 전일제 중심의 고용관행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 등 근무형태 다양화를 추진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대목에서도 유연근무제가 비단 여성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경제의 만성적 저성장과 반복되는 위기로 고용창출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 아래, 전일제 일자리를 나눠서 고용률을 높이고 단시간 근로자를 고용함으로써 기업의 비용을 절감하여 경기순환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시범 실시되고 있는 공무원의 사례를 보더라도 유연근무제는 공무원 노동자 전체를 겨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승진이나 평가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근무시간은 공직사회 내의 연공급적 임금 인사제도의 특성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유연근무제의 도입은 임금 인사제도의 개편을 동반할 수 밖에 없고, 성과주의 임금 인사제도 개편시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직무공유제를 확산함으로써 하나의 업무를 두 사람이 나누어 하게 한다는 것 역시 시간제 계약직 공무원 제도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으로서 유연화를 확대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럼에도 유연근무제가 여성을 위한 일자리로 선전되는 이유는 성별분업 이데올로기를 활용하여 노동자들의 저항을 줄이기 위함이자 실제로 여성인력을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 육아와 가사를 책임져야 한다는 전제 아래 유연근무제를 우선 도입해 여성직무를 분할하고 비정규직화와 외주화를 정당화한다. 그리고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그나마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학력 여성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유연화하여 비경제 활동인구 영역에 있던 경력 단절 여성들을 단시간 근로자로 고용하려는 계획이다. 따라서 유연근무제에 대한 대응이 여성 사안으로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자본의 전략은 전체 노동시장 유연화에 맞춰져 있는데 여성을 위한 일자리로 부적합하기 때문에 좋은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접근하게 되면 유연근무제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대응방향이 귀결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유연근무제가 여성 경력단절을 당연시하고 여성에 적합한 업무를 만든다는 이유로 남녀 간 성별 직업분리와 고용격차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또한 여성 고용정책의 우선순위는 질 좋은 여성 일자리 창출을 통해 여성의 비정규직화를 억제하고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성이 마땅히 가사를 책임져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활용하여 저임금 불안정노동을 강요하는 유연근무제에 대한 반대는 타당하지만 유연근무제를 여성일자리 문제로만 규정하는 것은 한계적이다. 노동자 운동은 유연근무제가 여성에 대한 공격을 시작으로 전체 노동시장 유연화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맞서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② 사회서비스 일자리 국가고용 전략회의는 서비스 산업이 일자리 창출과 내수기반을 확충하는 데 핵심적인 분야라고 지적하면서 고용창출 유망 서비스 분야로 보건ㆍ사회복지서비스, 전문자격사ㆍ과학기술서비스, 교육, 콘텐츠ㆍ미디어, 관광ㆍ레저 사업을 주목해야 한다고 한다. 이미 노무현 정부 때부터 고용창출의 유력한 분야로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며 2006년 정부가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을 발표한 다음 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회서비스 사업을 현재 이명박 정부가 이어서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지속적으로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확대하는 이유는 재생산의 위기에 따라 보육, 간병, 노인 돌봄과 같은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이 높아진 것과 저출산 고령화로 여성노동력을 적극 활용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저임금으로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여성 노동력은 자본의 입장으로서 매력적인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양육과 가사의 부담 때문에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여성들을 끌어들이고, 이를 보조하기 위한 사회서비스를 활성화하며 그 분야의 고용 창출로 여성노동력을 노동시장으로 더 많이 유인하자는 계획이다. 여성을 위한 정책으로 포장되어 추진되고 있지만 실상은 여성이 가족 내에서 재생산 노동을 전담하는 성별분업과 재생산 노동에 대한 평가절하를 전혀 문제 삼지 않고, 오히려 이를 활용하여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노동권을 제약하고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을 할당하고 있다. 공공노조의 2009년 워크샵 발표내용에 따르면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1인당 최소 월평균 20시간에서 최대 108시간으로 기관별 4배 이상으로 차이가 날 정도로 유동적이고,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으며, 가사 간병노동자들의 경우 일용직이 77.4%로 고용이 불안정하다. 시간급으로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서비스의 요청빈도에 따라 임금수준이 결정되는 문제를 안고 있으며, 고용의 지속성과 안정성 모두 불안정할 뿐만 아니라 상당수가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는다고 보고했다. 또한 작업환경의 열악함, 과도한 초과근무, 이동시간이나 보고서 기록노동에 대한 비인정, 계약과 다른 노동 강요, 일방적인 부당해고, 인권침해 등이 주요한 노동문제로 나타났다. 가정에서 여성들이 아내 딸 며느리로서 가족을 돌봐왔기 때문에 돌봄 노동 자체가 노동으로 인식되지 않거나 여성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여겨져 저임금을 당연시해온 결과 노동권의 침해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고, 노동자성 인정마저 논란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권과 자본의 전략은 여성들을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통해 저임금 불안정 노동으로 착취하는 동시에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 사회의 재생산을 보족하는 역할과, 또한 자신의 가족을 위해 이중부담을 감내하여 자본주의의 위기를 지연시키는 역할을 강요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여성을 위한 좋은 일자리로 만들 것을 요구하는 것은 재생산의 위기에 대응하는 자본의 전략을 간파하지 못하고 돌봄 노동에 관한 일차적 책임이 여성이라는 구조와 인식을 바꾸지 못한다. 노동자 운동은 돌봄 노동이 여성들에게 전가되는 현실에 문제 제기하며 해당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③ 재생산에 대한 통제 저출산 고령화 위기 담론이 대두되자 낙태 단속 강화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출산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신자유주의 경제위기가 야기한 불안정노동과 빈곤의 확대가 여성의 이중부담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실질임금의 하락과 실업으로 노동자계급의 가계는 커다란 소득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여성들은 이를 보충하기 위해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를 찾아야 했을 뿐만 아니라 가계유지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사노동을 더욱 늘려야 했다. 이처럼 가족의 경제적 결핍이 심화될수록 여성이 감내해야 할 몫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출산ㆍ양육이 노동조건의 차별로 직결되는 상황에서 빈곤층 여성에게 출산 기피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대다수 여성에게 출산ㆍ양육이냐, 노동이냐 하는 선택이 강요되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가 낙태를 범죄화하는 이유는 사회가 안정적인 재생산을 담보하지 못할 정도로 위기에 빠져서 출산율이 낮아졌음을 은폐하고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아서 국가가 위기에 처한 것처럼 호도하여 출산에 대한 의무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출산의 의무를 강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을 박탈하는 것이 핵심적이다. 피임은 임신을 통제하기 위한 일차적인 수단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임신을 했을 경우 사후적으로 낙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낙태 반대론자들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권리를 대립시키는데, 이 같은 주장은 낙태와 출산에서 발생하는 권력관계를 무시하는 것이다. 여성에게 원치 않는 성관계를 하지 않을 권리와 피임할 권리가 주어져 있는지, 여성이 출산을 강요당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로써 주어져 있는지, 현재의 성규범과 결혼제도 속에서 미혼여성에게 출산이 가능한지, 기혼 여성일지라도 아이를 낳았을 경우 양육과 돌봄에 대해 사회적 지원은 어떠하고 자신의 삶을 구성해 갈 여건이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외면하고 있다. 결국 자기 삶을 계획하는 독립적 여성이 되고 싶다면 금욕해야 하고, 남성과 성관계를 가지려면 임신과 출산을 각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성을 전제하지 않은 성욕을 추구하며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주체로서의 여성을 부정하고 임신과 출산 그리고 양육을 의무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노동자운동은 낙태불법화를 반대하는 운동을 자기 과제로 삼아야 한다. 낙태 불법화는 살기 어렵고 힘들어도 여성들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의무라는 이데올로기를 강화하여 재생산의 위기를 책임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성별분업 이데올로기를 통해 여성에게 저임금 노동을 강요하며 가정을 돌보는 일까지 책임지라는 자본의 요구에 맞서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와 노동에 대한 권리를 쟁취하는 투쟁에 나서야 한다. 이것은 재생산의 위기를 여성에게 전가해 위태로운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자본에 맞서는 싸움이자 노동자 운동이 여성의 권리를 인식하고 수용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4. 과제 1) 미조직 여성노동자 조직화 확대 여성의 조직률이 매우 낮고 미조직 노동자의 다수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여성노동자 조직화는 중요한 일이다.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노동자 대다수는 노동조건과 임금이 열악하고, 해고나 여타의 권리 침해에 대응조차 할 수 없거나 노동자성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무권리 상태에 놓여있다. 민주노총이 이런 무권리 상태의 여성노동자들을 조직하고 방어함으로써,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자신의 노동과 삶에 의미를 가지는 조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조직화 과정은 남성생계부양자-여성가사담당자라는 이데올로기와 현실이 여성을 어떻게 노동시장에서 배제하거나 활용하는지에 대한 분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여성권과 페미니즘을 민주노총의 과제로 받아들일 필요성을 실천적으로 제기한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사회서비스, 청소미화, 전자 산업의 여성노동자의 조직화를 고려할 수 있다. <사회서비스 노동자>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고용 없는 성장을 하면서 인적자본 활용을 핵심으로 하는 서비스 산업이 발전했는데, 저임금 고강도 노동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서비스영역의 다수가 여성 직종으로 구성된다. 최근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 사례를 보더라도 유통 영역의 이랜드 투쟁과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투쟁 등 서비스 영역에 집중되는 현상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리고 정권이 재생산 위기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사회서비스 시장을 창출해 여성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에 맞서기 위해 해당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쟁취하고 조직하는 것은 핵심적인 과제다. <청소미화 노동자> 미조직 여성노동자 조직화가 꾸준히 진행되는 분야다.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을 통해 사회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한편 각 단위 조직화도 추진되고 있다. 양적인 확대를 넘어 여성노동자들을 활동가로 양성하기 위한 교육 사업이 시도되고 있다. 여성노동자들의 조직화와 더불어 운동의 주체로 거듭나게 하는 과제가 중요한 만큼 향후 사업에 대한 평가를 통해 성과가 확산될 필요가 있다. <전자산업 노동자> 전자산업 생산직 노동자의 대부분은 여성 노동자이며 노동 조건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지만 자본의 필사적인 노동탄압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간접고용이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저임금 고강도 노동으로 인해 일자리를 자주 옮겨 다녀 취업기간이 3년에서 1년 사이가 대부분이다. 노동조합 조직률 역시 매우 낮은 상황인데 이마저도 대부분 한국노총 소속이다. 1990년대 이후 한국에서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른 산업이자 자동차 산업 보다 국내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고 노동자 규모도 큼에도 불구하고 조직화의 미개척지로 남아 있는 원인을 분석하면서 주목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여성조합원들의 주체화 2000년대 이후 비정규직 여성들의 투쟁이 터져 나왔고 대사회적으로도 여성 노동자의 현실이 상당한 이슈로 대두되었다. 그러나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노동조합 내에서 그 의미와 성과를 남길 수 있는 구조가 취약하거나 요구가 정식화되지 못해 축적되지 못하고 있다. 여성위원회는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의 성과와 의미를 노동자의 투쟁과제와 대사회적 요구안 등으로 정리하여 노조가 수용할 수 있는 단초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여성억압의 문제가 제기될 때, 또 이러한 문제가 노조 내에서 표출됐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전체 민주노총 운동의 과제로 제시하는 기구로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여성사업 담당 부문, 여성 간부들의 사업 단위로 인식되고 있는 여성위원회를 여성조합원의 힘을 바탕으로 한 여성들의 자율적인 조직으로 강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여성조합원과 접촉면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중요한데, 올해 하반기에 열릴 서울지역여성조합원대회 역시 같은 문제의식에서 제안되고 있다. 대회를 통해 여성노동자들을 조직하는 한편 기존의 여성사업 담당자들을 재조직 하고 새로운 여성주체를 발굴 양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또한 공동의 과제를 도출함으로써 향후 여성노동자들이 집단적인 유의미한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자. 처음 시도하는 것이지만 대회의 정형을 만들어 문제의식을 이어가고, 현재 역량 상 서울지역에서만 대회를 진행하지만 이후 각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하자.
세계경제 국가채무의 부도사례가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에 주는 시사점 세계정세 한미 FTA 한국경제 민선5기 지방재정 건전화 5대과제 한국정세 지자체 지방재정 위기(성남시 채무지급유예) 박근혜표 복지 노동 총연맹 – 민주노총, 7월 투쟁사업 계획 수립 – 타임오프제 분쇄 및 노동탄압 분쇄 산별연맹(노조) 투쟁 계획 – 민주노총 부위원장 실업급여 부정수급 관련 여성 <여성과 금융위기>(실비아 월비)_본문 주요내용 요약과 노조페미니즘 팀 토론
이화여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 이화여대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을 조직하겠다고 노동조합, 학생, 지역의 단체들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즈음이었다. 학교와 용역회사는 우리 활동을 알아 차렸는지 현장의 큰 바람이었던 주 5일제를 시행하겠다며 사람들을 흔들기 시작했고, 막판 조직화 사업은 탄력을 잃은 채 휘청거렸다. 그러나 2010년 1월 재계약을 앞둔 시점에서 관리자의 말이 ‘사탕발림’이었음이 드러나자 현장은 술렁였다. 그리고 더 이상 관리자와 학교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며 8명이 첫 주체모임에 참가하기로 했다.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곳에 모임장소를 잡았지만, 그녀들은 관리자의 눈을 피해, 퇴근하는 동료들의 눈을 피해, 빙글빙글 같은 길을 맴돌다 30분 늦게 모임장소에 나타났다. 반신반의하는 그녀들을 설득한 끝에 노동조합을 결성하기로 하고, 비밀리에 가입원서를 받기로 했다. 8명은 금세 2배로 늘어났고, 그 2배는 또 금세 배로 불어났다. 하지만 그 뒤로 주체모임을 두서너 차례하고, 가입자가 30명이 되자 더 이상 조합원은 늘지 않았다. 비밀리에 조직 확대가 어렵겠다는 판단 하에 우리는 1월 27일을 디데이로 잡고 출범 준비를 했다. 학교에 가입 통보와 함께 출범식 공문을 보냈다. 보통 ‘무시’로 일관하는 다른 학교와 달리 원청인 이화여대는 이례적으로 일일이 공문에 회신하며 “학교와 상관없는 용역회사 노동자들이기에 일체의 장소사용을 금하며 행사 강행 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출범식 당일 원래 실내 장소로 준비하고 있던 곳은 학교 측에 의해 이미 봉쇄됐고, 우리는 할 수 없이 야외 출범식을 준비했다. 학교는 교직원들을 총동원하여 음향 등의 집회 장비를 물리력으로 철수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격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용역회사 현장소장들은 퇴근 시간 이전부터 출범식 장소에 나와 매서운 눈초리로 행사에 참가하려고 하는 조합원들에게 무언의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날씨는 비가 오는 것도 모자라 급격한 기온 저하와 함께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조합원들은 주춤거렸다. 모든 상황이,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행사를 진행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궂은 날씨에도 서경지부 조합원들은 눈과 비를 뚫고 연대투쟁의 모범을 보여줬다. 출범 당시 이대 조합원들은 30여 명뿐이었지만 지부와 여러 연대 대오로 학생문화관 앞 광장은 300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연대대오의 규모에 자신감을 얻은 조합원들이 가장 앞자리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잠시도 앉아 있기 힘든 추위였지만, 1시간이 넘게 결연하게 그리고 절박하게 출범식을 진행했다. 출범식 이후 분회장님은 용역회사 소장의 태도가 하루아침에 달라졌다며 신이 났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많이 받았다. 조합원들은 궂은 날씨에 자신들을 야외로 내몬 학교와 용역회사에 점차 분노하기 시작했다. 교섭을 둘러싼 투쟁은 쉽지 않았다. 학교는 ‘용역회사와 협의할 문제’라며 책임을 회피했고, 용역회사는 ‘이미 학교와의 계약이 끝났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교섭은 전혀 진전이 없었다. 출범식 이후에도 학교는 계속해서 총회 장소를 불허했다. 우리는 할 수 없이 본관 앞 계단이나 학생문화관 로비에 앉아 총회를 진행했고, 총회는 매번 학교와 용역회사를 규탄하는 결의대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조직률이 취약했던 한 업체의 부당노동행위는 노동조합의 강력한 항의에도 멈출 줄 몰랐다. 교섭이 7차례쯤 진행되고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던 즈음 우리는 조금 더 잘 준비된 조합원 총회를 하기로 했다. 총회를 마치고, 학교를 한 바퀴 돌며 선전전도 진행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집회 때 볼 수 있는 빨간 조끼도 입었다. 구호도 더 많이, 더 열심히 외쳤다. 총회를 마치고 본관 앞으로 행진했다. 이화여대가 책임지고 우리 문제를 해결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번엔 현장소장실 앞으로 갔다. 부당노동행위를 일삼는 용역회사를 규탄한다고 소리쳤다. 원래 여기까지가 사전에 논의된 계획이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소장을 잡으러 가자고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당장에라도 쳐들어갈 기세였다. 잠시 당황했지만, 조합원들의 투쟁의 열기를 꺾을 수는 없었다. 결국 대오는 현장소장실로 들어갔고 이미 현장소장은 자리를 피한 뒤였다.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조합원들이 자리를 깔고 앉았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투쟁을 정리했다. 그다음 주, 교섭은 나아질 기미가 없었고, 현장소장의 부당노동행위도 계속됐다. 조합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우리는 이번에도 본관 앞을 거쳐 현장소장실로 항의방문을 갔다. 현장소장은 자리에 없었고, 조합원들 역시 이번엔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세였다. 우리는 현장소장실 옆 잔디밭에 앉아 노래도 부르고 구호도 외치며 현장소장을 기다렸다. 현장소장은 비조합원들과 밥을 먹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과를 받으려 했으나 현장소장은 목을 빳빳이 세우며 잘못한 게 없다는 식이었다. 분노에 찬 조합원들은 ‘이런 용역회사와는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며 본관으로 달려가자고 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조합원들은 앞다투어 본관 안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또 예정에 없던 본관 점거 농성이 됐다. 퇴근시간만 되면 가족들 밥해주러 가야 한다며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가던 그녀들이 퇴근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이 되도록 흐트러짐 없이 대오를 지키며 투쟁을 즐기고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구호를 외쳤고, 그동안 ‘너무 높으신 분들이라 눈 한번 못 마주쳤다’던 교직원들에게 호통을 치기도 했다. 그녀들에게 그 순간은 너무나 절박한 순간이었다. 이러한 몇 번의 투쟁은 적당한 선에서 투쟁전술을 고민하던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용역회사 이사와 현장소장에게 재발방지 약속을 받고 투쟁을 정리하는데, 한 조합원이 다가왔다. “다음에도 이 조끼 꼭 입어요. 희한하게 이 빨간 조끼를 입으니깐 구호도 더 크게 외쳐지고, 힘이 나네. 진짜 힘이 나!!!”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통쾌하고 신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껏 상기된 얼굴로 집에 돌아가는 조합원의 뒷모습을 보며 오히려 더 큰 반성을 하게 됐다. 얼마 전 청소노동자 행진 선포 기자회견에서 이화여대 분회장님은 이런 말을 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다 그래요. 유령이라는 말을 들으면 너무나 슬프다고. 노조 만들기 전에는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을 했어요. 유령처럼 살았지만 유령인지도 몰랐던 거죠. 근데 이렇게 알고 나서 보니깐 우린 진짜 유령이었고, 투명 인간 취급받았던 거예요. … 내가 10년만 젊었으면 이런 활동 진짜 열심히 할 텐데, 아직도 권리를 찾지 못하고 유령처럼 지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지금은 그게 너무 아쉬워요…” 미화 조합원들은 언제나 조직적인 투쟁에서 모범을 보인다. 어느 집회에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참가하기 때문이다. 당신들의 표현대로 가장 밑바닥 인생을 살며 노동조합을 만났고, 노동조합을 만나서 일하는 게 너무 즐겁다는 그녀들에게 노동조합은 삶의 활력소이다. 또한 가장 절박한 순간 노동조합을 만났기 때문에 누구보다 노동조합의 소중함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하기에 구구절절한 연설과 교육 없이도 몸소 연대투쟁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활동가들이 가끔 관성적인 태도로 그녀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자의적으로 재단하는 게 아닌가 싶다. 지부에서 미화 간부교육을 준비하며 이런 집중적이고 장기간의 교육 프로그램은 ‘아줌마들이라 안 된다, 힘들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실제로 생계를 책임지기도 하고, 가사도 도맡아 해야 하는 그녀들의 조건 속에서 8개월짜리 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익숙지 않은 토론과 발표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하는 데에도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교육은 한 회, 한 회 준비하는 사람들이 더 큰 감동을 얻어갈 만큼 생동감 있게 진행됐고, 교육을 이수한 간부들은 현장에서 훌륭히 자기 역할을 수행해내고 있다. 이제 그녀들을 동원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투쟁의 희망으로 바라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보다 능동적으로 우리의 투쟁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얼마 전 있었던 청소노동자행진에서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았다. 발언을 준비하고, 노래를 직접 개사해서 공연을 준비하고, 그 순간 누구보다 집회를 즐기고 있는 그녀들 하나하나 참으로 진정한 활동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대분회 간부들은 이번엔 어느 학교 조직하러 가냐며 우리가 할 일은 없냐며 항상 묻는다. 더 많은 청소노동자를 조직하여 제대로 된 싸움을 준비하자는 그녀들. 나에게 항상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지만, 나야말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을 배워 더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녀들로부터 우리 투쟁의 새로운 희망을 마음껏 상상해본다. 빨간 조끼를 입고,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투쟁을 외치는 그녀들과 함께 오늘도…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