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 2023-02-27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 규탄 세계시민 평화촛불집회

    러시아군은 즉각 군사행위를 멈추고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라! 우크라이나 민중의 저항에 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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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군은 즉각 군사행위를 멈추고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라! 우크라이나 민중의 저항에 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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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사회를 맡은 이아림 사회진보연대 정책교육국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운명의 날’ 시계가 100초에서 9초로 가장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면서,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 시민들이 이 자리에 모여 우크라이나 시민들과 연대하고 러시아 규탄의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고 집회의 취지를 전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간을 잠시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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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의 저항은 세계질서의 파괴를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재한 우크라이나 시민 안드레이 리트비노프 씨는 “학교 교사로서 경험해보건대, 학교폭력 문제를 방치하면 학교의 질서가 무너지게 되고 결국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면서, 마찬가지로 “러시아는 강자로서 법과 규칙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세계질서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고, “우크라이나가 저항을 포기한다면 전 세계의 질서가 무너지게 되며, 최근 대만 문제와 북한 문제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만큼, 이번 전쟁은 단순히 우크라이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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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거듭 촉구한다!

     
    다음 발언자로 나선 전남대학교 용봉 교지편집위원회 이솔 씨는 “지난해 대학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은 명백히 러시아에 있음을 알리고자 하는 활동을 이어왔다”면서, “오늘 침공 1주년을 맞아, 전남대 학생을 비롯한 청년들도 평화의 목소리를 보태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제법과 국제사회의 원칙을 어기고 세계평화와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 러시아의 즉각적인 철수를 촉구”하며 “우크라이나에 평화의 봄이 찾아오길 간절히 기원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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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시민과 중국 시민이 전해온 연대의 메시지

     
    이어서 2월 23일 도쿄 신주쿠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1년 침공 규탄, 우크라이나 연대 집회를 진행한 일본 ‘우크라이나 연대 네트워크’가 평화촛불집회에 보내온 연대 메시지와, 100명 이상의 중국 시민이 서명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 시민의 공동 성명’을 요약한 재한 중국인 그룹 ‘백지운동한국’ 활동가의 메시지를 사회진보연대 김진영 정책교육국장과 문설희 사무국장이 각각 대독했다. (각 연대 메시지 전문은 맨 아래에 첨부.)
     
    이러한 연대 메시지에 대해, 매주 열리는 재한 러시아인 반전시위에 자주 참가한다는 한 러시아인 참가자는 “일본 시민 연대 메시지가 인상 깊었다. 과거 침략을 저질렀던 일본의 시민들이 역사를 반성하고,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고 우크라이나에 연대하겠다고 하는 것을 듣고서, 언젠가는 러시아 시민들도 지금 벌어지는 침략을 반성할 수 있도록 활동해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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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에 반대하는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다음으로 충북노동자노래패 ‘호각’의 ‘힘내라 마음아’와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노래 공연이 이어졌다. 그리고 “전쟁은 끝나야 하지만, 전쟁에 맞선 우리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우크라이나 민중에게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 1년을 감히 짐작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이를 잊지 말아야 하며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끊이지 않게 계속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연대 공연에 서게 된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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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를 위한 투쟁은 국경과 인종과 종교를 초월하는 당연한 권리다!

     
    재한 이란인 네트워크 박씨마 목사는 “러시아에 전쟁 드론을 공급하는 이란 정부의 비인간적 행위를 규탄하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송구함과 위로를 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서게 되었다”면서 “자유를 위한 투쟁은 국경과 인종과 종교를 초월하는 당연한 권리이며, 이란인들은 점령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권리를 위해 연대하고, 단합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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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자유발언

     
    이후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송해건 씨는 러시아 밖의 러시아인들도 전쟁에 책임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재한 우크라이나 시민 볼로디미르 씨는 부모님을 잃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우크라이나 전체를 위해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SNS를 통해 소식을 꾸준히 알려달라고 참가자들에게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재한 러시아인 반전단체 ‘보이시스 인 코리아’와 ‘페미니스트 반전 저항’ 활동가 다냐 씨는 러시아 시민으로서 러시아가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우크라이나의 영토에서 모든 러시아 군대를 철수하기를 바라며,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우크라이나인들과 반전운동을 지지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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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부1: 일본 ‘우크라이나 연대 네트워크’로부터의 연대 메시지]

    한국의 여러분! 조국의 평화와 해방을 원하는 우크라이나인 여러분! 조국의 침략을 반대하는 용감한 러시아인 여러분!
     
    우리는 오늘(23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맞아 침공에 항의하고 우크라이나 민중에 대한 연대를 촉구하는 시위를 도쿄에서 진행했습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 푸틴 정권은 우크라이나 침략을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점령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폭력을 당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생활 기반을 파괴하는 폭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침략은 우크라이나 민중의 자결권을 빼앗고, 존엄성을 빼앗고, 다양성으로 가득 찬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과거 일본은 한국을 비롯한 이웃 나라들을 침략해 그들의 존엄성과 문화를 빼앗았습니다. 지금 러시아가 하고 있는 일은 바로 과거 일본이 했던 것과 똑같고, 우크라이나 민중의 저항은 과거 한국과 동아시아 민중의 저항과 똑같습니다.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에서의 파르티잔 투쟁은 과거 항일 파르티잔과 똑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 침략국인 일본의 진보 세력은 모든 침략을 용서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서야 합니다. 우리는 그러한 입장에서 우크라이나 민중의 자결권과 존엄성을 지지하며, 러시아 정부에 전쟁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합니다.
     
    서울의 촛불집회에 모인 여러분, 우크라이나 침략에 반대하면서,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함께 투쟁합시다. 투쟁!
     
    2023년 2월 23일 도쿄에서 연대를 담아. 우크라이나 연대 네트워크
     
     

    [첨부2: 중국 시민 연대메시지(중국 ‘백지운동한국’ 고진래)]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한국 내 중국 백지운동의 대표입니다. 중국공산당에 대항하는 동맹 그룹 인 백지혁명을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백지혁명의 구성원은 지난해 방역 정책운동에 참여한 생존자들과, 국내외 백지운동 지지자들을 포함하며, 이 조직의 최고 비전은 중국 공산당의 독재를 종식시키고 중국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백지혁명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 시민의 3개 항목 공동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의 세 가지 요점을 읽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사악하고 부끄러운 전쟁 범죄이며, 전 세계 중국 공민은 부당한 전쟁 행위에 반대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겪고 있는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해, 전 세계 중국 공민들은 깊은 애도를 표하며 계속해서 관심과 지지를 보낼 의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중국 공민과 중국 공산당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중국 공민은 정의와 인간성에 대한 인식에서 세계 다른 나라 시민들과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독재적이고 위헌적인 중국 공산당의 내정 외교는 모두 중국 공민의 의사에 반합니다. 전 세계 중국 공민은 비민주적이고 자유롭지 못한 중국 공산정부에 반대합니다.
    백지혁명은 이 공동성명에 참여한 전 세계의 모든 중국 공민들과 함께 이 성명을 실천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2023-02-10

    사회운동의 엇갈린 시대인식

    <신냉전 대결과 다극화로 향하는 세계, 한반도 평화의 과제>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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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냉전 대결과 다극화로 향하는 세계, 한반도 평화의 과제> 토론회

    “미국 패권이 몰락한 다극화된 세계는 인류사적 진보이고 호혜와 평등의 세계질서로 바뀐다는 뜻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변곡점인데, 러시아 입장에는 서방의 침략 위협에 대응한 주권국가 최초의 반격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손정목 통일시대연구원 부원장)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승리는 강대국은 유엔을 무시해도 벌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상을 받는다는 위험천만한 교훈만을 남길 것입니다. 침략전쟁을 개시한 러시아가 주도하는 ‘다극체제’가 어떻게 공존과 다양성이라는 말과 어울릴 수 있겠습니까.”(임필수 사회진보연대 정책교육실장)
     
    “2022년 한 해 동안 북한이 70여 발의 미사일을 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고 하는데,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켰나요?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4.27 판문점 선언,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서 북한은 전세계 비핵화를 위해서 싸워왔는데, 미국이 사전 합의를 번복한 것입니다.” (백철현 전국노동자정치협회 편집위원장)
     
    “최소한 1990년대 이후 북한의 행동은 미국에 반응적이라기보다는 핵보유 자체를 목표로 추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남한의 핵훈련이나 전술핵 배치 논의를 비판하고자 한다면,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나 전술핵운용부대 훈련을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필수 사회진보연대 정책교육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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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8일, 전국민중행동과 민주노총 통일위원회에서 주최한 토론회 <신냉전 대결과 다극화로 향하는 세계, 한반도 평화의 과제>에서 나왔던 발언이다. (☞ 토론회 자료집 보기) 손정목 부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인류사적 진보라고 평가하는 데 반해, 임필수 실장은 위험천만한 세계질서로 돌입하는 국면으로 이해한다. 백철현 편집장은 북한이 전쟁위기를 고조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세계 비핵화를 위해서 싸워왔다고 주장하는 반면, 임필수 실장은 북한이 핵보유를 추구하면서 평화를 위협해왔고 사회운동은 이를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월 7일에 열린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도, 2023년 정세전망에 대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경제제재에 동참하는 것을 단순히 미국 추종정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나”, “북한의 핵무장에 대한 비판이나 반대는 왜 서술되어있지 않는가”라는 질의가 있었다. 이에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전쟁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민주노총도 전쟁이 발발한 직후에 함께 (전쟁 반대) 공동 행동을 하기도 했다”고 답변했다. 또한 북한의 핵무장에 대해서도 “민주노총은 강령에서도 모든 핵문제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다만 미국에 의한 지배전략을 고려하여 복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결과적으로 핵무기 반대를 명확히 서술하자는 취지로 제출된 수정동의안은 해당 내용을 정세전망에 포함하는 것으로 통과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국제정세와 한반도 정세가 사회운동의 뜨거운 감자임을 방증한다. 실제 2월 8일 토론회의 토론자로 나왔던 백철현 편집장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제출된 수정동의안은 “사실상 이견안”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정세와 한반도 정세가 논란이 되는 직접적인 이유는 최근 들어 강력해진 북한의 연이은 무력시위와 핵 위협 때문이다. 북한은 작년 9월 ‘핵무력 법제화’를 선포했다. 게다가 남한에 투하할 수 있는 전술핵을 실전 배치하고 운용하기 위한 훈련을 하면서 동아시아 핵전쟁 위협이 가시화되고 있다. 오는 2월 24일 침공 1주년을 맞이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갈등적인데, “미 제국주의”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사회운동 진영은 침공한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을 주되게 규탄하고 있다.
     
    남조선 혁명론을 설파했던 60년 전의 북한과 “핵은 우리의 국체”라는 현재의 북한을 동일한 잣대로 바라볼 수 없을 것이다. 사회운동은 북한의 핵 위협을 비판할 수 있어야 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월 8일 토론회는 국제정세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사회운동 진영의 인식에 대해 점검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오늘날 정세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면 사회운동이 얼마나 현실과 괴리가 커질 수 있는지를 확인한 자리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이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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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 원인에서부터 주 발제자와 토론자의 시각이 갈렸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네오콘의 대리전쟁”으로 규정하고, 나토의 동진을 전쟁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나토가 계속해서 동쪽으로 가게 된다면 전쟁이 난다는 경고는 이미 20년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라는 입장이다. 손정목 부원장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이 처음부터 기획하고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의 패권이 위기에 처하자 러시아를 무너뜨리고 동맹경제력을 자국으로 이전시키기 위해 기획한 대리전”이라는 것이다.
     
    반면 임필수 실장은 그렇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미국 부시 행정부 당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를 나토에 가입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독일과, 프랑스가 반대하면서 실천적으로는 가입을 거부하는 결과가 나왔고, 그 후로도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가 나토에 가입하기 위한 절차가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쟁의 원인은 일차적으로는 러시아의 국내적 요인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푸틴은 권위주의적 통치와 경제위기에 따른 국내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에서 크림반도 점령에 나섰고, 바로 여기에 전쟁의 기원이 있다는 의미였다. 그는 “러시아가 느꼈던 외부적 위협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나토의 확대라기보다는, 러시아가 주변국 정치에 개입하는 현실에 저항하여 민주적 체제를 구축하려는 주변국 민중의 흐름이었다”고 보았다.
     
     
    러시아의 승리가 더 나은 미래인가
     
    이해영 교수는 “이미 루한스크주는 100% 러시아로 넘어왔기 때문에, 러시아군이 전략적 고지인 바흐무트를 점령하여 남은 두 도시를 장악하면 돈바스 해방이 완성된다”며 러시아의 전쟁 승리가 목전에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네오콘 프로젝트의 좌절은 미국의 패권적인 단극체제의 약화 혹은 균열의 다른 말이다. 이것이 내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이해영 교수의 주장대로 러시아가 전쟁에서 승리하거나 우세한 상황에서 전쟁이 마무리된다면 세계는 어떤 모습이 될까. 그는 “단극체제가 신자유주의, 네오콘,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해 온 만큼, 이와는 구분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당장은 공존과 다양성 이상을 말하기 어렵다”라고 전망했다.
     
    더 나아가 적극적인 의미에서 ‘다극화된 세계질서’를 환영하는 토론자도 있었다. 손정목 부원장에게 미 패권이 몰락하는 전환기는 “인류사적 진보이고 호혜와 평등의 세계질서”였다. 이는 자주와 예속의 대결인데, 왜냐하면 “예전 영미 패권 전환기와 달리, 패권 자체를 없애는 전환”이기 때문이다.
     
    반면, 임필수 실장은 상반된 평가를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유엔의 집단안보 시스템이 작동했어야 할 사례였다고 말했다. 또한 국제평화를 유지해야 할 일차적 책임을 지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도리어 명백히 국제평화라는 정신을 파괴하고 유엔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러시아는 강력한 규탄 대상이 되며, 이는 미국의 이라크전쟁과 비견할 만한 일이라고 보았다. 침략전쟁을 개시하는 국가가 주도력을 행사하는 세계가 어떻게 호혜와 평등, 공존과 다양성의 세계가 될 수 있겠냐는 지적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주권국가가 아니다?
     
    이해영 교수는 “흔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권을 침해했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렇다면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지켜주러 개입했다는 소리인가”라며 반문했다. 국가의 생존이 미국에 달렸는데 과연 우크라이나에 주권이 있냐는 물음이었다. 나아가 “우크라이나는 우리나라와 같은 민족국가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우크라이나는 1922년에 러시아에 의해 만들어진 국가라는 푸틴 대통령의 논리를 되풀이했다.
     
    한편 이해영 교수는 마지막 발언에서, “러시아가 주권 불가침을 어긴 것은 맞다. 그러나 돈바스 민중들의 자결권을 해친 것은 우크라이나 나치들이다. 주권 불가침이나, 민족자결권도 국제법이니 둘 다 지켜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주권국가인가? 그런 나라를 주권국가로 부를 수 있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소 모순되는 발언처럼 들리지만, 우크라이나는 주권국가로 볼 수 없고, 만약 주권국가라고 간주하더라도 그렇다면 돈바스의 두 공화국도 주권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두 공화국은 국제법상 국가로 승인된 적이 없으며, 러시아가 이들의 독립을 승인하며 전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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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필수 실장은 우크라이나 민중을 그저 서방의 대리인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그는 “예를 들어, 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둔 시점에 조선과 같은 식민지를 독립시킨다는 강대국의 합의를 순수한 의도로 보아서는 안 되고, 각국의 국익에 따른 냉철한 계산의 결과라고 주장한다면 그에 완전히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식민지 민중의 해방운동이 강대국의 대리인에 불과하다던가, 그래서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실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방이 되어서는 안 된다든가 하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을 제기했다. 우크라이나에 개입하는 서방의 의도에 대해서 냉철하게 분석하는 것과, ‘국제적 민중연대’의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민중의 저항운동을 지지하는 것은 서로 대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플로어 토론에서 우크라이나 사회운동의 상황을 설명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이해영 교수는 전쟁 전부터 우크라이나는 파쇼 일당 독재국가였기 때문에, 탄압이 극심해 젤렌스키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은 불가능해 보이고, 우크라이나 민중이 스스로 조직화해서 다른 대안을 제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발언했다.
     
    반면, 임필수 실장은 “여론조사를 보면 젤렌스키 정부의 전쟁 정책에 대해 찬성하는 여론이 70~80% 정도 나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물론 우크라이나의 사회운동 같은 경우도 전쟁을 빌미로 노동억압적 조치를 도입하는 데에 강력히 반대한다. 하지만 이와 분리해서 젤렌스키가 러시아에 취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지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소개했다. (우크라이나 사회운동의 현황에 대해서는 2022년 노동운동포럼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 사회운동의 과제> 지상중계강연 영상을 참고할 수 있다.)
     
     
    한반도 전쟁위기에 정녕 북한의 책임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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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회에서는 한반도 전쟁위기의 원인은 미국에 있으며, 오히려 북한의 행보는 그에 대한 대응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같은 군사적 조치에 대해서 반응적이다. 항상 선제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정목 부원장은 현재 전쟁위기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지속되는 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원진욱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은 ‘북핵’문제와 군축문제는 “미국의 한반도 지배전략이 초래한 자업자득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백철현 편집장은 한반도 위험의 책임이 남과 북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있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서 “진보진영이 제국주의의 프로파간다에 놀아난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임필수 실장만이 북한의 핵무장을 단순히 미국에 대한 반응으로만 봐서는 안 되고, 핵보유 자체를 목표로 했던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한에 핵무기 외에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있었겠냐는 토론회 참가자의 질문에 대해서도, “북한 체제 특성상 불가능했다”고 답변한 문장렬 교수와 달리, 임필수 실장은 다른 길이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남북기본합의서, 제네바합의, 9.19 공동성명에 대한 이행의 길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러한 합의 이행이 위기에 빠졌던 원인을 보았을 때,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으로 단순화할 수 없다. 제네바 합의가 이행되는 과정에 있어서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개연성이 사후적으로 드러났다. 북한이 핵 감축 단계에 대해서 기존의 합의를 부인하고 오바마 정부 때 난데없이 미사일, 핵실험을 했던 상황을 생각했을 때도 그러하다. 최소한 1990년대 이후의 국면에서 북한은 단순히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카드로 핵개발을 추진한 것이 아니라 핵보유 자체를 목표로 삼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임필수 실장은 사회운동이 북한의 행태에 대해서 비판해야 하며, 이제는 정말 그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임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한 이유
     
    문장렬 교수는 그간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해온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보수정부는 박정희의 ‘7.4 공동성명’, 노태우의 ‘남북기본합의서’, 김영삼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라는 업적을 무시했고, 진보정부는 이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보수세력의 눈치를 보며 과감한 실천을 주저하고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최은아 한국진보연대 자주통일위원장은 “2018년 북미, 남북 간의 합의 이행의 과정을 보더라도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모라토리엄을 4년간 유지했다. 반면, 한국과 미국정부는 한미훈련 중단 약속을 1년 만에 파기했다. 문재인 정부는 합의 이행에 공을 들이기보다 한미동맹 강화 정책을 선택해 왔다”고 평가했다. (소위 ‘북미 모라토리엄’, 즉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과 북한의 핵, 장거리 미사일 실험 중단이라는 암묵적 합의는 2022년 3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으로 인해 파기되었다. 최은아 자통위원장은 규모 불문 일체의 한미군사훈련을 하지 않는 것이 북미 간의 합의였다고 전제하는데, 2018년 싱가포르 선언과 2019년 하노이 회담 사이에도 소규모 훈련은 진행되었다.)
     
    그러나 임필수 실장은 1990년대 이후 남북관계의 흐름을 단순히 남한 정부의 성격이 보수적이냐, 진보적이냐에 따라 굴곡을 겪었다는 식으로 단순화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 ‘평화번영정책’이 실행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네바합의나 6자회담에 따라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가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존재한다. 즉 한반도 비핵화의 진척과 남북관계의 탈냉전화가 밀접히 연관되었다”고 설명한다. 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남북관계의 완전한 동결은 6자회담 프로세스의 좌초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거둔 성과가 미미한 이유는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가 진척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반도 비핵화 없이 전쟁위기 극복이 가능한가
     
    문장렬 교수는 북한의 선 비핵화는 불가능함을 전제한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은 비핵화를 먼저 해야 대규모의 지원을 하겠다는 것인데, 불가능한 것을 먼저 하면 가능한 것을 나중에 해준다는 말이 안 되는 소리”라며 비판했다. 동시에 한반도 전쟁위기를 해소할 해법으로 북한과 대화할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선 비핵화 조치를 과감하게 포기하는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손정목 부원장도 한미연합훈련부터 중단해야 새로운 협상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를 전제로 하여 군축협상에 들어가자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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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임필수 실장은 두 토론자의 해법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객관적으로 볼 때, 남북기본합의서가 서명, 발효될 수 있는 조건이 바로 ‘한반도비핵화선언’이다. 한반도비핵화선언이 함께 있어야만 남북기본합의서가 합의되고 작동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는 것이지, 한반도비핵화선언 없이 남북기본합의서만 합의, 작동될 수는 없었다는 게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이다. 또한, 북한식 ‘조선반도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노딜’을 통해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되었음을 짚었다. 그러면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단지 미국의 외교 원칙일 뿐만 아니라, 유엔과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원리”라고 강조했다. 비핵화는 현실에서 단계적으로 실행될 수밖에 없지만, 이는 북한이 비핵화를 수용하고, 핵무기와 핵물질, 핵시설을 신고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폐기해 나가기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는 과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임필수 실장은 이러한 과정을 생략한 핵동결이나 부분적 핵감축 협상은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를 수용한다면, 곧 NPT 체제가 붕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한이 독자적인 핵무장을 하게 되면 ‘불량국가’ 취급을 받을 것이고 경제가 망가져 ‘실패한 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문장렬 교수의 주장에 대해, 임필수 실장은 “동의한다. 그렇다면 북한 역시 비핵화의 길을 가지 않는다면 불량국가, 실패국가라는 처지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인지”를 물었다. 이에 문장렬 교수는, “북한이 궁극적으로 실패국가냐는 질문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인민들은 지금 지상낙원에서 잘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지표들을 보면 상당히 잘 버티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의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현재 상태에서 더 나은 대안을 찾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그에 반해 남한은 북한보다 경제적으로 버티기가 힘들 것 같다. 특히 대외의존성이 높기 때문이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임필수 실장은 “한국정부와 사회운동이 북한식 ‘조선반도 비핵화’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북에 보낸다는 자체가 너무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강하게 우려했다. 즉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를 북한이 실현할 수 있다는 북한의 그릇된 믿음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는 곧 북한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불량국가, 실패한 국가로 남아있게 할 효과만을 발휘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흔들리는 국제질서는 호기가 아니다
     
    토론회는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조금씩 다른 말을 했음에도, 고조되는 전쟁위기는 다 같이 느끼고 있는 것 같다”는 사회자의 말로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사회운동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북한의 실질적인 핵보유를 진정 위기라고 여기는지 심히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오히려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몰락하는 호기로 파악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사회운동은 국제정세의 변동을 엄밀하게 인식하고, 한반도를 둘러싸고 고조되는 전쟁위기를 직시해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 전세계 평화운동이 견지해온 대원칙을 잊지 않아야 한다. 임필수 실장의 발표 내용을 상기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핵무기는 명백히도 불특정 대중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남한 대중의 관점에서는 현실적 위협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반핵운동은 핵무기가 어떤 식으로든 ‘정의의 무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비핵지대를 연결하는 전망만이 반핵과 평화를 향한 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2022-12-21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우크라이나의 저항과 세계의 미래②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 사회운동의 과제> 2022년 노동운동포럼 지상중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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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 사회운동의 과제> 2022년 노동운동포럼 지상중계(3)

     
    2022년 노동운동포럼이 지난 12월 10일 강북노동자복지관 5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노동자운동 평가”라는 주제로 두 분의 패널을 초청해 토론회를 진행하였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 사회운동의 과제”라는 주제로 우크라이나 좌파단체 ‘사회운동’(Sotsialnyi Rukh) 활동가 블라디슬라프 스타로두브체프 씨를 모시고 강연을 들어보았다. 참석자들은 우크라이나 ‘사회운동’ 연대기금 모금활동에도 많은 후원을 약속하였다. 《사회운동포커스》에서는 세 차례에 걸쳐서 2022년 노동운동포럼 지상중계를 싣고자 한다. 지면 관계상 본 글에 담기지 못한 자세한 내용은 2022노동운동포럼 자료집과 2022노동운동포럼 실시간 중계를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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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시민사회와 전쟁의 역설
     
    2013년 11월부터 2014년 2월까지 3개월 동안 우크라이나에서는 EU(유럽연합) 가입을 공약으로 추진하다 철회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정부의 강경한 탄압과 유혈진압으로 100여 명의 사망자, 2,000여 명이 부상자, 200여 명의 구금자가 속출하는 가운데에도 시위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5만 명에서 시작된 인파는 80만 명까지 늘어났다. 시위는 점점 우크라이나 사회 전반의 개혁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급진화되었고, 야누코비치 정권의 퇴진과 조기 대선을 이끌어냈다. 유로마이단 혁명이라 이름 지어진 이 운동은 ‘뜨거운 겨울’ ‘존엄의 혁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마이단 혁명에 참여하거나 마이단 혁명 이후 윤곽이 드러난 우크라이나 시민사회 조직들의 스펙트럼은 좌파에서 우파까지 넓게 분포해 있다. ‘사회운동(SR)’ 또한 마이단 혁명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이제 우크라이나 시민사회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형성해가고 있는지 말하려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마이단 혁명이 미국 중앙정보국, 즉 CIA의 공작에 의한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마이단은 야누코비치와 같은 친러시아 정치인으로 대표되는 권위주의 체제, 친러시아 엘리트와 올리가르히를 통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을 반대하고 유럽으로의 통합을 지지한 민주적인 대중혁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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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자는 마이단 운동이 남긴 혁명적 경험이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자기 조직화 역량이나 새로운 좌파의 형성에 분명히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마이단 혁명 이전까지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자기 조직화한 경험이 거의 없었으며, 구래의 좌파 또한 친러 성향의 우크라이나 공산당과 결부되어 러시아 제국주의의 대리인이라는 경멸을 받았을 뿐 대안적인 사회세력으로 부상하지 못했다. (구래의 친러시아 좌파와 구별된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좌파가 마이단 혁명에 참여하여 마이단 운동에 사회적 차원의 의제를 포함했지만 세력이 미약한 상황에서, 2014년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시민들이 러시아에 경계심을 보이면서 마이단에 참여한 세력 중 우파를 더 선호하게 되자 개입이 어려웠다고도 회상한다.
     
    “마이단 혁명 당시 우리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바리케이트를 쌓아서 경찰의 공격을 막고, 서로 돕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굉장히 혁명적인 경험이었어요. 사회 전체가 서로 돕는 경험을 했고, 이전에는 없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모든 구성원이 시위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습니다. 발전기 등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시민들이 나서서 가져다주었습니다. 정부의 유혈진압으로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있으면 약품을 가져다주기도 했고요. 이게 마이단 혁명의 한 부분들입니다. 마이단 운동에서 새로운 좌파의 영향력은 크지 않았지만, 마이단 운동에 사회적 차원의 의제를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러시아에 대한 저항뿐 아니라 올리가르히에 대한 저항을 포함할 수 있었죠. 한편 2014년 3월 러시아가 크림반도에 무력으로 개입하고 합병을 시도하면서 이런 사회적 열망과 에너지는 얼어붙었습니다.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우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로 쟁점이 집중됐기 때문이죠. 당시 정규군이 미약했던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무력개입에 대한 저항은 민병대들이 전담했습니다. 극우파는 러시아가 무력으로 침공하고 불법적인 영토합병을 감행한 상황의 덕을 톡톡히 보았습니다. 더 민주화된 우크라이나 사회를 만들어 가고자 했던 마이단의 성과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을 계기로 중단되었어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상황은 변화했다. 국내 언론에서는 극우 세력의 전투 참여를 부각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SR과 같은 좌파, 페미니스트, 퀴어, LGBTQ+(성소수자) 단체, 아나키스트, 소수민족 저항단체 등 우크라이나의 사회조직 전반이 모두 전선에 참여한다. 성격과 지향이 다르더라도 러시아가 지배하는 우크라이나에는 미래가 없다는 판단은 동일하기에 ‘러시아로부터의 독립’은 이들이 전선에서 싸우는 공동 목표가 되었다. “모든 우크라이나인들이 방위전에 참여하면서 극우의 영향력도 2014년에 비교해 낮아졌어요. 애국주의가 더 이상 극우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죠. 러시아 제국주의의 대리인이라 경멸받던 좌파에 대한 낙인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좌파조직들이 전선에서 싸우고 있고, 시민들은 점점 더 좌파를 자신의 옆에서 자신을 대변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낙인이 남아 있지만요. LGBTQ나 페미니즘 단체들 또한 항전에 참여하면서, 기존 우크라이나 사회의 보수적인 시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LGBTQ 단체들도 휘장을 휘날리며 전선에서 싸우고 있어요. 가부장적인 우크라이나에서는 군대에서 여성에게 허용되지 않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전장에서는 여성 장교들이 병사들을 지휘하고 방위작전을 수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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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자는 이번 전쟁에서 노동조합과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서로 돕기 위해 결성한 인도적 지원단체들의 역할을 강조하며 전쟁이 역설적으로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자기 조직화 역량을 성장시키고 있음에 주목한다. “노동조합은 인도적 지원에도 적극적입니다. 그동안의 신자유주의화로 인해 취약한 우크라이나의 사회적 보장을 노동조합의 지원이 메꾸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식량이나 물을 조달받기 어려운 지역에 물건을 조달합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자발적인 인도적 지원단체 결성 흐름도 중요합니다. 우크라이나의 많은 시민이 어떤 식으로든 군인, 난민을 돕기 위한 단체에 참가하고 전쟁 중에 파괴된 의료, 음식, 주거지를 제공하기 위한 실천을 조직합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시민들이 대신하고 있는 것인데, 마이단 혁명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민들의 전조직화 경험입니다. 우리 시민사회의 활동은 더욱 조직화 되었고, 서로를 돕기 위한 규율 잡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전장에서는 기존 시민사회조직과 노동조합뿐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소수민족의 참여도 활발하다. 연사는 푸틴의 주장대로 우크라이나가 나치 국가라면 소수민족이 자유를 위해 항전에 참여하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냐고 질문한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패배하면 이들의 자치권도 사라지기 때문에 여러 소수민족은 우크라이나 방위전에 참여합니다. 러시아가 체첸공화국을 얼마나 잔혹하게 탄압했는지 목격했기에, 우크라이나의 소수민족들은 이번 방위전이 자신의 운명과 어떻게 직결되는지 알고 있습니다. 크림반도의 타타르인도 자신의 땅을 회복하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나치 국가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치 국가에 소수민족이 공존하고 자유를 위해 함께 싸우는 게 말이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는 러시아인 연대도 있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자유, 우리의 자유를 위해 함께 투쟁합니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점령지 탈환에는 해당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조직된 파르티잔(빨치산 운동)의 역할이 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해방되었다’고 주장하는 점령지에서 러시아를 몰아내기 위해 저항하는 산발적이고 조직된 활동들이 우크라이나의 항전에 기여하고 있다. “점령지에서 많은 사람이 파르티잔이 되었습니다. 파르티잔들은 러시아 정부 관료를 잡거나, 관료, 군대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에 주둔했는지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어요. 점령지에서 러시아군이 편안히 있지 못하게 하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산발적인 활동이 조직되고 수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 덕분에 우크라이나가 점령지를 탈환할 수 있었습니다. 점령지 파르티잔들과의 협력을 통해서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지원하며, 러시아의 침략공격에 강하게 반발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우크라이나가 저항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과거 러시아가 주변국에 행한 저강도 군사행동과 그에 대한 국제사회의 미온적인 대응은 러시아의 자신감을 키웠다. 이번 침공에 대해 국제사회가 지금과 같은 수준의 대응을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러시아도, 국제사회도 예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결연한 항전이 이어지면서 국제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침략국에 대한 제재와 피침략국에 대한 인도적·군사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와 비교했을 때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자원은 절대적으로 열악합니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없었다면 우크라이나는 저항을 시작조차 못 했을 거예요. 국제사회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군사적 지원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기 위한 국제적 캠페인이 앞으로도 중요합니다.”
     
     
    세계 사회운동과 좌파, 진영논리(campism)의 우물이 아니라 민중해방을 향한 단결과 연대의 바다에서 만나자
     
    마지막으로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청중과 연사는 까다롭지만, 결코 피해 갈 수 없는 이번 전쟁의 쟁점과 딜레마를 이야기했다. 러시아로부터의 경제자립과 유럽식 신자유주의에 대한 거부가 공존할 수 있는가, 군비경쟁 축소라는 좌파의 전통적인 지향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 사이의 긴장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미국과 서유럽 좌파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동유럽 민중의 저항과 좌파의 존재에 대한 부정과 무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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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로부터의 경제자립과 유럽식 신자유주의에 대한 거부가 공존할 수 있는가. 기존 우크라이나 경제는 에너지를 중심으로 러시아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다. 따라서 러시아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길과 유럽식 신자유주의를 거부하는 길을 동시에 채택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사회운동’의 다수 회원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좌파의 일부는 이러한 모순을 인지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질서로의 종속이 아닌 ‘더 열려있는’ 유럽으로의 편입을 지지한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사회운동이 함께 더 사회화된 우크라이나, 더 사회화된 유럽을 만들어 갈 수 있고 가야 한다고 전망한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사회운동이 함께 더 사회화된 우크라이나, 더 사회화된 유럽을 만들어 갈 수 있고 가야 한다고 전망한다. “유럽연합이 신자유주의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유럽연합은 ILO(국제노동기구) 기준 준수 등 여러 사회정책 들을 회원국에 권고하죠,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는 EU에 가입하기를 원하면서도 EU가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이나 사회적인 보호 정책은 채택하지 않겠다는 입장에 가깝습니다. 문제가 있어요. EU 가입에 대해 저희 단체의 입장이 정리되어 있지는 않아요. 다만 저를 포함한 많은 회원은 더 사회적인 EU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EU 내 좌파들과 함께 EU 자체를 개혁하는 운동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가 이런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비경쟁 축소라는 좌파의 전통적인 지향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 사이의 긴장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연사는 복잡한 질문임을 인정하면서도, 현재 전쟁의 양상이 상대적 약소국인 우크라이나가 강대국에 의해 침략당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 즉각적인 탈군사화를 주장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답한다. “복잡한 질문인데요, 답변도 복잡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미국의 녹색당에서 활동하는 동료는 미국의 군비를 75% 이상 축소하는 걸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만약 그러한 요구가 관철된다면 현재 우크라이나는 매우 위험해집니다. 우크라이나 혼자만으로는 러시아의 침략공격을 방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즉각적인 탈군사화보다는, 상대적 약소국이 강대국에 의한 군사적 위협을 막아내는 것, 단지 이윤을 위한 무기생산을 축소하고 군비 전반이 민주적인 통제 속에 놓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현재 노동자, 사회운동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입니다. 침략공격을 받아 항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 즉각적인 군비축소를 우리의 요구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아직 탈군사화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미국의 무기지원이 없으면 우크라이나가 저항할 수단이 없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딜레마를 고려하더라도 지금 요구할 수 있는 최선은 무기지원이 더 많은 민주적 통제하에 있도록 하는 것 정도가 아닐까, 조금 더 상황이 안정되었을 때 탈군사화나 군비축소라는 요구도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국과 서유럽 좌파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동유럽 민중의 저항과 좌파의 존재에 대한 부정과 무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동유럽에서 좌파와 민중의 저항이 존재하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치부하는 이러한 시각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번 침략전쟁의 핵심을 러시아와 서방의 대리전으로 보는 시각이 대표적이다.
     
    연사는 이러한 시각이 오히려 미국중심의 시각이고 진영논리에 갇혀 사람들에게 왜곡된 현실인식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에 비자이 프라샤드가 한국 시민단체의 초청을 받아 한국을 방문해 토론회에 참여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12월 한국의 국제전략센터, 정의당 배진교 의원실, 진보정의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국제포럼에 대한 언급이다.) 그런 사람들이 방금 말씀하신 견해를 가지고 있지요. 저는 이들이 현재 우크라이나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채로 자신들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상황을 전파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들은 미국의 영향력이 다른 권위주의 정부에 의해 도전받고 있고 그런 시도들이 진보적 영향력을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이는 미국 중심적 인식이고 현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도착적 견해입니다. 미국이 전 세계 모든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미국이 모든 상황을 주도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주체성은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주장을 하는 지식인들은 러시아, 중국 정부로부터 직접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의심을 받기도 합니다. 이들은 국제주의를 지정학으로 대체하고 민중의 견해를 단순히 국가의 견해로 대체하는데, 이들이 자신을 ‘좌파’라고 지칭하는 현실을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좌파라면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진영주의적 견해, 역설적으로 더욱더 미국 중심적인 그런 시각이 아니라 민중의 해방이라는 관점,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전쟁을 바라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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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사와 같은 단체 '사회운동'(SR)에서 활동하는 우크라이나 활동가 타라스 빌로우스는 2022년 2월 25일 침공 직후 발간한 <키이우로부터 서구 좌파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글에서 서구 좌파 일각이 반서방 ‘진영주의’에 빠져 러시아의 보수주의, 민족주의, 권위주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꺼릴 뿐 아니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리아 활동가 알 샤미가 2018년에 쓴 ‘바보들의 반제국주의’라는 표현을 인용하기도 했는데, 알 샤미는 서방의 시리아 내전 개입을 반대하지만, 러시아와 이란의 개입은 무시하거나 심지어 지지한 서구 사회운동 일각의 활동은, 결국 시리아에서의 전쟁을 멈추지 못했다는 의미에서 이 표현을 썼다. 사회진보연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주제로 발간한 여러 글에서 진영주의에 입각하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옹호하거나, 심지어 ‘미제국주의의 본질을 폭로할 기회’로 여기는 국내 좌파 일각의 시각이 매우 도착적이며 진보적 사회운동의 존재 이유를 근본에서 뒤흔드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오늘날 세계 사회운동과 좌파의 과제는 무엇이어야 할까. 러시아는 여전히 ‘러시아 제국의 영토적 온전성 회복’과 ‘러시아 중심의 유라시아 세력권 확보’를 이유로 우크라이나를 지배하고자 한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점점 더 러시아를 대안으로 여기지 않고 러시아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원한다. 학살과 파괴 위에서 형제애가 싹트리라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다. 오늘날 좌파의 과제를 시계바늘을 과거로 되돌리는 러시아의 시대착오적 야욕과 우크라이나 시민이 결사코 거부하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로의 종속을 옹호하는 것이라 주장한다면 그 또한 부질없다.
     
    “이 자리에 참가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우크라이나 그리고 키이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크라이나의 사회와 경제적 상황은 어떤지 여러분께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는 사실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핵심은 연대입니다. 자유의 쟁취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함께 합시다. 모든 노동조합과 좌파들이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전 세계 민중들, 이란에서 투쟁하는, 중국 정부의 독재에 맞서 투쟁하는,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민중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단결하는 게 좌파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단결과 연대로 함께 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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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저문 오후 여섯시 삼십분, 키이우 시각으로 열한 시 삼십분, 블라디슬라프 스타로두브체프 씨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오늘날 우크라이나 민중의 저항과 세계는 연결되어 있다. 진영논리의 우물이 아니라 민중해방을 향한 단결과 연대의 바다에서 만나자. 그게 바로 지금 세계 사회운동과 좌파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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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이나 ‘사회운동’ 연대기금 모금활동(<-참여방법 클릭)은 12월 31일까지 진행됩니다. 많은 관심과 후원 부탁드립니다.
     
     

  • 2022-12-20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우크라이나의 저항과 세계의 미래①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 사회운동의 과제> 2022년 노동운동포럼 지상중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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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 사회운동의 과제> 2022년 노동운동포럼 지상중계(2)

     
    2022년 노동운동포럼이 지난 12월 10일 강북노동자복지관 5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노동자운동 평가”라는 주제로 두 분의 패널을 초청해 토론회를 진행하였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 사회운동의 과제”라는 주제로 우크라이나 좌파단체 ‘사회운동’(Sotsialnyi Rukh) 활동가 블라디슬라프 스타로두브체프 씨를 모시고 강연을 들어보았다. 참석자들은 우크라이나 ‘사회운동’ 연대기금 모금활동에도 많은 후원을 약속하였다. 《사회운동포커스》에서는 세 차례에 걸쳐서 2022년 노동운동포럼 지상중계를 싣는다. 지면 관계상 본 글에 담기지 못한 자세한 내용은 2022노동운동포럼 자료집과 2022노동운동포럼 실시간 중계를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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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키이우는 전기가 일주일에 30~40시간밖에 들어오지 않아요. 그래서 포럼 당일 온라인 접속이 불안정할 수 있어요. 백업 계획이 필요할 겁니다.” 12월 3일, 2022 노동운동포럼 행사를 일주일 앞두고 두 번째 세션 강연자 블라디슬라프 스타로두브체프 씨로부터 다급한 연락이 왔다.
     
    11월 초부터 매주 한 번꼴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기간시설을 대대적으로 공격했다. 미사일이 뭉개버린 건물과 관계의 폐허 위에서 전기와 물, 난방이 끊긴 채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이번 겨울은 매우 혹독하다. 동부 도네츠크주와 남부 헤르손주에서도 전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는 지역이 각각 90곳에 이르며, 동부의 루한스크주, 중남부의 자포리자주와 미콜라이우주도 전력이 끊긴 지역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내가 접속할 수 없으면 우리 단체의 다른 활동가가 강연하는 방법도 있지만, 정전 리스크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있어요.”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로, 전 세계 미디어의 기사목록으로 매일매일 쏟아져 내리는 ‘러시아의 폭격’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행사 준비팀에게 너무나 구체적인 ‘우리의 일’로 다가왔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로부터 300여 일이 지났다.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점령지에서는 고문의 흔적과 집합수용소, 학살당한 시체들을 묻기 위한 대규모 무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키이우, 오데사 등 후방도시에도 로켓을 쏟아부으며 민간시설과 발전소, 상수도원 같은 기간시설을 파괴했어요.”
     
    하루아침에 세계 군사력 2위 강대국의 침략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신음은 그저 신음으로 끝날 것이리라. 세계는 그렇게 전망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항전이 이어지고, 전쟁이 길어질수록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항전 의지가 강해졌다. 고통에 의한 신음은 원인을 향한 외침으로 변모했다. “이번 전쟁은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야심과 우크라이나의 독립되고 해방된 민중들 사이의 투쟁입니다.”
     
    우리에게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러시아로부터의 독립 의지는 매우 낯설다. 한국에서 우크라이나,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목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매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렇게 비춘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의 행위, 이어지는 러시아의 평가절하, 우크라이나 본토를 향한 폭격과 참상,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규탄과 러시아의 부정 혹은 합리화, 미국과 유럽 각국 정부의 행위와 발언, 이어지는 러시아의 반박. 그러한 서사 속에서 우크라이나 시민은 ‘잔혹한 전쟁범죄의 피해자’ 혹은 ‘서방의 꼭두각시’로 구성된다.
     
    그래서 우리는 모른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이번 전쟁을 무엇이라고 평가하고, 전쟁의 한복판에서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왜 저항하고 어떤 미래를 지향하는지. 어떻게 저항해 왔고 저항하고자 하는지. 모든 파괴와 살상행위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지만 우리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알지 못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이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시민들은 서방의 꼭두각시이기 때문에 주체성이 없다.’ ‘우크라이나가 침공받은 건 우크라이나의 잘못이다.’ ‘우크라이나가 항복하더라도 전쟁을 빨리 끝내는 편이 낫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널리 퍼져있는 통념은 진영논리의 극단적인 전개일 뿐 아니라 단절된 현실의 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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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진보연대는 우크라이나 시민들, 특히 사회운동을 일궈가는 주체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만나고, 연결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안녕하세요, 제 말이 들리나요?” 그렇게 12월 10일 토요일 오후 4시, 우크라이나 시각으로 오전 9시, 거리와 상황의 한계를 뚫고 키이우로부터 연결된 우크라이나 좌파조직 ‘사회운동’ 활동가 블라디슬라프 스타로두브체프 씨의 음성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러시아의 무력침공과 세계의 불안
     
    “러시아 미디어는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러시아의 팽창주의적 의지의 실현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번 전쟁은 분명히 러시아의 제국주의, 팽창주의적 야욕의 실현입니다.” 전쟁초기 푸틴은 나토의 동진저지,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를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강연자는 푸틴이 내세우는 명분은 과장되어 있거나 실체가 없는 핑계에 불과하며 1991년 우크라이나의 독립 이전 러시아의 통제력과 지배를 되찾으려는 푸틴의 의지, 우크라이나의 탈러시아·유럽통합지향이라는 체제개혁 요구에 대한 견제가 전쟁을 감행한 핵심이유라고 지적한다. “러시아의 이번 침공 핵심 목적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를 종속시키고, 우크라이나 영토를 복속시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 시도를 러시아의 안보위협 측면에서 이해하는 시각에 익숙하지만, 문제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느껴 온 안보위협을 이해해야 한다. 1994년 우크라이나 영토 내의 구소련 핵무기를 소련으로 폐기하는 대가로 맺었던 ‘부다페스트 안전보장각서’, 1997년 크림반도의 우크라이나 영토 인정을 담은 양국간 우호협력조약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무력개입과 합병으로 파기되었다. 2014~2015년 상호 간의 국제법 준수를 핵심으로 하는 두 차례의 ‘민스크 협정’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침공으로 인해 파기되었다. 두 차례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인 주권침해는 모두 우크라이나 정부가 친러시아 정부가 아닐 때 감행되었다.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무력으로 주권을 침해하며, 모든 약속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 버리는 강대국을 이웃으로 둔 우크라이나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무엇이었을까.
     
    나토의 동진으로 인한 러시아의 안보위협은 과장되어 있고, 과장이 아니더라도 안보위협을 근거로 침공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강대국인 러시아가 안보위협을 다른 국가에 대한 침공으로 표출하는 게 정당하다면, 약소국인 우크라이나의 안보위협은 어떻게 표출되어야 했는가.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은 2008년 부시 미국 대통령의 ‘조지아‧우크라이나 나토가입 찬성’ 발언 이후 물망에 올랐다가, 프랑스와 독일의 즉각적인 반대와 영국의 중재로 실질적인 가입 절차가 전면 중단되었다. 이후 나토는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에 관한 어떠한 구체적 이행도 하지 않아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을 배제하였다. 바로 이러한 미온적 대응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행동의 자신감을 키웠다는 비판도 있다. 나토는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의 대규모 군사훈련에 대해서도 어떠한 직접적 조처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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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는 이번 전쟁초기 나토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협상안을 제시하였으나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지 않은 쪽은 러시아였다. 이 무렵 러시아의 전쟁 정당화 프로파간다는 ‘나토의 동진 저지’에서 ‘러시아 영토의 온전성 회복’으로 변화하였다. “우크라이나는 항상 러시아의 일부였다. 우크라이나는 결코 진정한 국가 지위의 전통을 가진 적이 없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를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러시아의 부흥을 가로막는 유일한 장애물은 우크라이나다.” 서방에 맞서 러시아를 중심으로 유라시아 세력권을 강화하여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는 ‘유라시아주의’의 주창자이자, 푸틴의 정신적 스승으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두긴의 말이다. 1, 2차 세계 대전 이후, 독립 국가들의 자결권을 인정하고 무력에 의한 국경의 변경을 금지한 현대의 규범과 결코 공존할 수 없는 시각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스웨덴과 핀란드는 나토가입을 선언했다. 독일과 일본도 재무장에 나섰다. 이로써 러시아가 침공 당시 내세운 ‘나토의 동진 저지’라는 목표는 허구적일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이 전쟁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승리하고, 우크라이나가 패배한다면 어떻게 될까? 연사는 세계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각국의 무력행동으로의 유혹은 커지리라 전망한다. “러시아의 무력침공이 성공하여 우크라이나에 양보를 얻어내게 된다면, 다른 어떤 나라에도 전쟁을 일으켜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국제적인 군사분쟁과 군비경쟁이 늘어나고 전 세계의 불안은 심화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가 패배한다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 명확합니다.”
     
     
    전 세계 민중들의 권위독재 정권에의 저항과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란, 북한, 미얀마,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시리아 등 제국주의, 권위주의 국가들의 연대와 동맹의 형성을 불러오고 있어요. 러시아 군대는 시리아의 민간인을 학살하고, 이란의 드론이 우크라이나 시민을 학살합니다. 이번 침략전쟁에서 러시아가 승리한다면 모든 권위주의 체제와 극우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러시아가 국제 규범을 전면으로 부정하고 일으킨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란, 북한, 중국, 미얀마, 인도 등 권위주의 통치체계로 분류되는 국가들 사이의 밀월을 강화했다. 미얀마 군부는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무기를 쿠데타에 저항하는 자국민 학살에 사용한다. 인도와 중국은 2022년 3월,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러시아 철군 결의안에 기권을 던졌다. 두 나라는 대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러시아산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수입하는 러시아의 든든한 지원군이기도 했다.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가 빠르게 항복하는 푸틴의 시나리오대로 전쟁이 끝났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다. “지금은 전쟁의 시대가 아니다.” 2022년 9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양자 회담에서 인도 모디 총리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건넨 한마디는 전쟁이 길어지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주변국의 판단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줬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인정한다.” 푸틴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 회담 이후 중국이 전쟁에 대해 의문과 우려를 전했음을 인정했다.
     
    미얀마에서도 “미얀마는 우크라이나다. 우크라이나는 미얀마다”, 시리아에서도 “우크라이나 형제들이여 굴복하지 마세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작은 행동에도 목숨이라는 대가를 요구하는 두 나라의 시민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고 우크라이나 시민을 지지한 대가로 무엇을 걸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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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지지 않는 진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저항이 전 세계, 특히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하는 민중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우크라이나 민중을 돕는 것은 다른 나라의 민중을 돕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 전쟁이 러시아가 현대의 국제규범을 거슬러 과거 제국주의 열강의 그것을 닮은 팽창주의적 야욕으로 시작한 침략전쟁이자, 전 세계에서 권위독재 권력에 저항하는 민중들의 저항과 궤를 같이하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결사 항전이라면, 전 세계 사회운동과 좌파들의 입장은 무엇이어야 할까. 강연자는 제국주의, 점령, 테러, 집단학살에 맞서 싸우고 민중의 해방을 지지해온 좌파의 본령을 강조한다. “우크라이나는 지금 반제국주의, 민족해방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힘을 가진 러시아를 상대로 말이에요. 제국주의, 점령, 테러, 집단학살에 맞서 싸우는 것은 언제나 좌파의 의제였습니다. 해방을 향한 민중의 투쟁과 열망을 지정학적 이해로 대체한다면 좌파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요. 우리는 민중의 해방이라는 과제를 지켜가야 합니다. 바로 그것이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우크라이나 시민 저항의 핵심입니다.”
     
     
    우크라이나 경제의 갈림길과 전시 긴축정책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시경제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적 의제를 채택합니다. 오히려 전쟁이라는 계기를 통해 더 공격적으로 추진하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는 2008년 7월 유셴코 정부의 WTO(국제무역기구) 가입 추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신자유주의화가 진행되었다. 정부예산 삭감, 자본시장 자유화, 외환시장 개방, 관세인화, 민영화, 노동시장 유연화, 외국자본에 의한 M&A허용, 금융·산업·노동규제완화가 이루어졌다. 유셴코 대통령은 소련 잔재 청산과 러시아로부터의 자립을 위해 경제개방을 통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동시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우크라이나는 정부부패와 무능한 관료집단이라는 고질적인 정치 리스크를 해결하지 못했고, 제대로 된 산업 기반도 갖추지 못했다. 우크라이나는 갑작스러운 신자유주의화를 감당할 수 없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우크라이나에서는 외화 유출, 환율 폭락, 은행의 대량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우크라이나는 CIS(소련이 해체되며 독립한 국가들의 ‘독립국가연합’)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여 165억 달러의 긴급대출을 받았다. WTO 가입 후 3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후 우크라이나 경제는 급속히 하락했다.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막대한 대외부채와 무역적자라는 문제를 겪고 있다.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전쟁으로 인해 최소한의 경제기반마저 붕괴했다.
     
    강연자는 젤렌스키 정부가 전쟁 이후 기업을 대상으로 한 감세 등 규제완화, 노동자들에 대한 권리 제한, 국유시설의 민영화, 공공 부문 축소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더욱 급진적으로 추진하려는 계기로 삼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사용자들의 권한은 강화하고 노동자들의 권한은 축소했습니다. 정부는 전쟁으로 인해 경제가 붕괴한 상황에도 기업에 대한 모든 규제를 철폐하면 자동으로 투자를 유도할 수 있고, 강한 경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완전히 바보 같은 생각이죠. 심지어 우크라이나에는 제대로 된 산업정책도 부재한 상황인데 말이에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도입된 반사회적 법안들>
     
    5471호 노동권 보장에 대한 규제 완화
    5161호 최소노동시간 규제 완화 ('0시간 계약'도입)
    2352호 동원노동에 대한 임금보장 없음
    3663호 사회보장과 연금기금 통합
     
     
    노동자들의 권리를 축소하는 법안의 채택 이후 우크라이나 노동자들은 파업과 시위로 저항했다. 공공 문화센터 민영화에 반대하는 시위, 대학 통폐합을 반대하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민중은 전시에도 신자유주의를 강화하는 정권에 맞서 투쟁합니다. 이번 가을에는 광산파업도 일어났어요. 그 결과 부패한 경영진이 쫓겨나고 좀 더 나은 사람이 왔죠. 전쟁도 파업을 막을 순 없습니다. ‘도브젠코 영화 아카이브 문화센터’를 민영화하고 고급 주거지를 지으려는 계획에 저항하는 시위도 있었어요. 정부의 세금 감면 정책으로 인해 통폐합 위기에 놓인 대학생들은 저항했고, 성공했습니다.”
     
    전후 재건의 전망에도 우크라이나 경제의 갈림길이 있다. “재건을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외채 탕감 운동을 조직하고 있습니다. 향후 몇 년 동안 외채 상환 일정을 동결하는 것은 이미 이뤄졌지만, 이것은 탕감이 아니고 우크라이나가 결국에는 갚아야 하는 빚입니다." 우크라이나 전국의 노동조합과 폴란드의 진보정당 ‘라젬’이 함께 외채 탕감 운동을 벌이고 있어요.” 우크라이나의 대외부채가 2008년 WTO 가입과 IMF 구제금융으로부터 본격화되었음을 고려하면 전후 재건에 대한 이러한 제안은 신자유주의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지향을 의미하기도 한다. “부채만이 문제가 아니라, 재건이 사회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중요합니다. 인간을 존중하는 접근, 정부로부터 시민들에게 수직적으로 내려가는 구조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경제 재건이 필요합니다. 난민, 저임금 노동자 등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시민들의 필요에 맞출 수 있어야 해요. 재건에 관한 우리의 관점은 조금 더 국가 주도적인, 공동체와 시민사회에 바탕을 둔 포괄적·분권적인 방식의 재건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일원인 노동조합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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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중에도, 전후 재건의 전망에도 기존에 실패한 신자유주의적 전망을 제출하는 젤렌스키 정부를 신뢰할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 시민사회가 정부에 대항해 ‘더 사회적인 우크라이나’를 건설할 수 있을까? 강연자는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가 유지되는 한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현재 정부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약화하고 의견을 잘 수렴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젤렌스키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사회정책을 반대하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는 민주적 선거로 선출된 정부이고, 우크라이나는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정부의 지지율이 낮아지면 정부가 물러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시민들이 미디어를 통해 사회문제에 대해 말할 수 있고, 시위를 할 수 있으며, 투쟁을 조직 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민주주의가 존재하고 보장되는 사회에서 시민들이 움직이면, 부분적으로라도 성공할 수 있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그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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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이나 ‘사회운동’ 연대기금 모금활동(<-참여방법 클릭)은 12월 31일까지 진행됩니다. 많은 관심과 후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