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8·15 방북대표단을 즉각 석방하고, 남북간 완전한 자주교류를 보장하라!


2001년 민족통일대축전 평양대회에 참석한 방북대표단이 남한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은 동국대 강정구 교수를 비롯한 방북대표단 16명을 공항에서 긴급체포하여 보안수사대와 국가정보원으로 연행하였으며,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에서 열린 통일축전 개·폐막식에 참석한 100여 명의 방북대표단 모두를 순차적으로 소환, 조사하겠다고 한다.

우리는 방북대표단의 평양에서의 활동과 정권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판단한다.

첫째, 경제협력, 정부중심의 남북간 교류에 국한되지 않는 노동자 민중이 중심이 된 정치적, 사상적 자유왕래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동안 재벌과 자본가가 중심이 된 민간교류는 그 성격상 정권의 경제특사의 역할을 해왔다. 또한, 식량지원, 학술, 문화, 체육교류 등의 민간교류도 정부를 대신한 준정부 차원의 교류였다는 점에서 완전한 자주교류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번 방북대표단은 완전한 자주교류 실현의 출발로서, 현재의 남북관계가 더 진보된 형태로 나아가는 첫 걸음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므로 이들의 자주적 활동은 지지되어야 한다. 또한, 앞으로의 민간교류를 기본권차원에서 보장되도록 남북 당국은 필요한 제도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 조치에는 국가보안법 폐기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둘째, 방북대표단이 민간대표의 자격으로 참석하였고, 기왕에 정부에서 방북허가를 내어 준 바에는 이들의 활동이 정부의 기준과 잣대에 의해서 제약되어서는 안되며, 방북단의 양심의 자유와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정부대표단을 파견할 일이지 민간대표단에게 정부대표단과 같은 활동의 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셋째, 이번 방북단에 대한 정권의 태도는 햇볕정책의 근본한계와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위에서 지적한 바, 그동안 정권은 경제협력 중심의 남북간 교류를 추진하고 정부의 테두리내에서 자본가 중심의 남북교류를 시행해 왔다. 남북간의 교류가 어떠한 형태를 띠더라도 정치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방북단에 대한 김대중 정권의 태도는 친정부적이지 않은 정치, 사상적 교류에 대한 탄압이며, 그것이 햇볕정책의 본질인 것이다.

넷째, 사상과 양심의 자유는 논의의 대상일 수는 있으나, 사법처리의 대상일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통일 문제에 있어서도 올바른 실천방향을 둘러싼 문제는 논의의 대상일 수 있으나 사법처리의 대상일 수 없다. 비록 남한의 운동진영 내부에서 통일문제에 대한 정치적 견해가 차이가 있고, 이에 따라 민간대표의 방북활동에 대해 남한 진보운동과 사회변혁의 방향에서,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지향의 방향에서 평가되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정권과 공안당국의 마녀사냥적이고 냉전지향적 기준으로 대표단의 활동에 사법적 처리를 가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이번 조국통일 3대헌장 앞 행사에 참석한 방북대표단이 개인의 영달과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 참석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정치적 소신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따라서, 평양행사의 개막식과 폐막식에 참석한 방북대표단의 행동은 사법적인 판단의 대상일 수는 없으며,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 역시도 사법적인 판단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려스러운 것은 방북대표단의 활동을 놓고 보수언론과 한나당 등 보수집단은 냉전적, 편파적 인식에 기초해 여론몰이를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이들은 방북대표단이 3대헌장 기념탑 앞에 얼씬거리기만 해도 큰일날 것처럼 떠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이 공방을 통해 바라는 것은 민족주의적인 입장에서의 통일도 아니며, 민주주의에 대한 옹호는 더욱 아니며, 단지 소란 그 자체에 있다. 이를 통해 그들이 노리는 것은 구시대의 퇴물에 불과한 국가보안법과 냉전논리의 부활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들의 행태는 남북한 민족의 상호이해증진을 저해할 뿐아니라 지난 분단세월에서 생겨났을 수 있는 피해의식이나 적대감
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또한, 김대중 정권은 방북단의 활동에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여 사법처리한 다는 입장을 통해 보수집단의 광기에 부화뇌동하면서 이들과 다를 바 없는 작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파탄내고 민주주의에 대한 말살을 일삼아 왔던 김대중정권이 이를 뉘우치기는커녕, 이제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마저 억압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은 방북대표단을 조건없이 석방해야 하며, 구래의 반민주악법인 국가보안법을 즉각 폐지해야 할 것이다. 또한, 남북 민중이 자율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남북 당국은 제도적인 장애를 개폐하고 적극적인 촉진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그것을 정치·사상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말살하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반동적인 폭거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김대중 정권은 남북이 역사적으로 해결해 가야 할 민족통일의 대장정을 저해하는 반민중적인 정권으로 남게 될 것이다. 남북의 통일과 정은 정치적 기본권인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더욱 진보적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이어야 할 것이다.

사회진보연대
200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