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학살자' 무인공습기
미, 아프팍 전쟁서 2008년이후 80차례 무인기 공격
오폭논란 가열…“민간인 사망 최대 98%” 분석도

* 출처: 한겨레 (기사등록: 2010-01-25 오후 02:00:39)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아프팍) 전쟁의 주역은 이제 미군·나토군이 아니라 프레더터 같은 무인기(무인공격기)다. 무인기 활용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2009년 이후엔 더욱 빈번해졌다. 새로운 전쟁 트렌드라고도 하지만, 민간인 오폭으로 인한 반미감정 격화, 효율성 논란 등 부작용이 끊이지 않는다.

새해 들어 파키스탄의 남와지리스탄 지역은 1.5일에 한번꼴로 무인기의 공습을 받고 있다. 지난 19일 무인기 공격으로 5명이 숨졌고, 지난 17일에는 2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도된다. 올해 들어서만 이 지역에 12차례의 무인기 공격이 집중됐다. 지난해 말 아프간 주둔 미국 기지 내의 중앙정보국(CIA) 요원 7명을 숨지게 한 탈레반 테러에 대한 보복이다.

외신들은 아프팍 지역에서 2008년 8월 이후 약 80여 차례의 무인기 공습이 감행돼, 모두 7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도한다. 무인기의 주요 활동지역은 남와지리스탄·북와지리스탄 등 아프간-파키스탄 접경 연방부족자치지역이다. 미군의 무인기 공습은 엄연히 파키스탄에 대한 주권 침해이나, 파키스탄 당국은 암묵적인 동의를 한 상태이다. 미군의 무인기가 파키스탄 영내에서 발진한다는 정황도 있다. 파키스탄 내 반미감정의 주요 도화선이 되고 있지만, 미국은 지난해 파키스탄 탈레반 지도자 바이툴라 마흐수드를 사망시키는 등 탈레반에 주는 타격이 크다며 이를 확대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민간인 오폭이다. 군사전문지인 <롱워저널>의 편집장 빌 로지오는 무인기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 중 10%만이 민간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군사전문가인 데이비드 킬컬런과 앤드루 엑숨은 지난 2006년 <뉴욕 타임스>에 2004년부터 시작된 무인기 공격으로 모두 700명의 민간인이 숨졌으며, 이는 “탈레반 무장대원 1명을 죽이는 데 민간인 50명이 사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엔인권특별보고관 필립 올스턴도 지난해 무인기의 공격 목표를 설정하는 법적 기준을 미국 정부가 공개하지 않는다면, 이는 국제법을 위반한 무차별적인 학살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비난했다. 비교적 중립적인 뉴아메리카재단의 피터 버건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10월 <포린 폴리시>에서 오바마 행정부 들어 무인기 공습으로 사망한 약 450명 가운데 3분의 2가 무장대원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도 탈레반 무장대원의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무인기 활용은 전쟁을 더욱 혼란으로 밀어넣을 수도 있다. 무인기 공격에선 사전 정보 획득이 필수적이다. 지난해 연말 중앙정보국 요원 테러 사건도 미군 쪽이 결국 이와 관련된 정보를 얻으려다가, 탈레반의 역공작에 걸려 당한 것이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미군의 무인기 공격이 강화되고, 다시 지난 18일 카불 도심에선 탈레반이 시가전을 방불케 한 테러를 벌이는 등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조지타운대의 평화안보센터 소장인 대니얼 비먼은 <포린어페어스>에서 “2000~2008년 이스라엘군의 무인기 공격으로 숨진 팔레스타인 주민 가운데 40%가 애초 공격 대상이 아니었다”며 “가자 지역에 촘촘한 정보망을 가진 이스라엘이 이럴진대, 광대한 지역에다 정보망도 부실한 아프팍에서 무인기의 성과는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