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르조아 경제학자들의 비관론들이 텨져나오기 시작하고있습니다. 크루그만교수가 무역수지 적자를 우려하며 달러화 약세 가능성을 지적했고, 낙관파 애널리스트들의 대모(代母)역할을 해온 골드만삭스의 애비 조셉 코언 이 현금비중 확대(주식매도)를 추천하기도했습니다. 템플턴의 모비우스는 뒤질세라 기술주 거품론을 새삼스레 제기하기도합니다. 그리고 모건스탠리의 수석애널리스트인 스티븐 코비는 지난 3월 28일, 30일에 'Global:The Next Crisis-Ⅰ,Ⅱ’이란 글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코비는 소위 '금융위기 법칙론’과 ‘미국발 금융위기론’을 이야기하고있습니다. 스티븐 코비는 지난주에 폐막된 APEC 서울포럼에도 초청되었던 인물로 세계증권가에서는 꽤 영향력 있는 애널리스트(주식분석가)이자 스트래티지스트(투자전략가)입니다. ## 원문은 모건스탠리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고, 이글은 동아일보 e-conomy에서 갈무리한 번역본입니다. --------------------------------------------------------------------- ‘Global:The Next Crisis-Ⅰ’(미국시간 3.28) 세계경제는 1930년대 이래 최악의 금융위기를 벗어난 데 대해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3월 31∼4월 1일에 열리는 ‘APEC의 새로운 번영과 화합을 위한 포럼’은 아시아 및 세계 경제의 급격한 회복세를 축하하기 위한 자리다. 포럼이 가장 극적인 위기 탈출 드라마를 연출한 한국에서 열린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이런 축하무드에는 불안한 자기만족의 요소들이 끼어 있다. 이번 포럼에는 위기 재발을 경고하는 내용이 거의 없다. 지난 90년대만 하더라도 세가지 중대한 위기, 즉 92,93년 유럽환율시스템(ERM)의 위기, 94,95년 멕시코 페소화 위기, 그리고 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IMF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75∼97년에 국가별 통화위기는 모두 158회, 은행 부도위기는 54회, 그리고 이 두가지가 모두 발생한 것은 32회나 된다. 이 위기를 수습하는데 해당국 GDP의 10% 이상이 비용으로 소요된 경우도 무려 12회나 된다. 80년대말 미국의 저축대부조합사태 정리비용이 GDP의 2∼3%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불행하게도 이제 세계경제의 금융위기는 예외가 아니라 하나의 법칙이 됐다. 따라서 다음번 위기의 도래는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나 세계는 이런 위기의 가능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위기 발생빈도 증가와 금융시스템의 급격한 통합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 전체를 관장하는 정책단위는 없다. 오로지 극단적인 위기의 시점에서만 정책협조가 이뤄진다. 이 또한 국가별 정책의 조합에 불과하다 무역자유화도 서로 다른 국가별 이해관계로 질척거리고 있으며 국제금융시스템의 개혁도 힘을 잃고 있다. IMF총재 후보 선정도 지정학적 논쟁의 대상이 돼 버렸다. 개혁의 필요성은 거품투성이 금융시장과 세계경제 회복세의 뒷전에 밀려나 있다. 아시아는 표면적으로는 이번 위기의 교훈을 체득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불행하게도 아시아 구조개혁의 내용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그런데도 이런 실상이 급격한 경기회복으로 가리워지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경우 지난 80년대 역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현재 매우 건설한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브라질의 개혁은 기대 이상이며 최근 멕시코 국채 신용등급의 상향조정 작업은 이 나라의 개혁문화와 건전한 정책 운용에 대한 훌륭한 증거다. 중부유럽의 상황도 개선되고 있으며 러시아의 정치 경제적 개혁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중국의 경제위기가 없다면 세계는 당분간 위기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기로부터 멀어지면서 다른 한편 자기만족 상태가 고양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완벽한 호황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도 미국의 신화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유럽경제통화동맹의 구조개혁도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일본도 구조조정 노력이 후퇴하고 있긴 하지만 역시 최악의 시기는 지나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자기만족과 오만에도 불구하고 다음번 위기는 불가피하다. 그리고 이 위기의 진원지는 항상 가장 그럴 법하지 않은 곳이 된다. 80년대 일본은 세계경제의 진정한 승리자처럼 보였다. 90년대 초반 멕시코 경제는 두각을 나타냈다. 그리고 90년대 전반기는 동아시아의 기적의 역사다. 이런 변화무쌍한 역사가 의미하는 바는 바로 다음번 차례는 미국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 위기는 지나갔다. 이전의 위기와 마찬가지로 개혁에 대한 요구와 약속이 나타났으며 대책반이 구성됐고 각종 위원회가 명멸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실망스럽다. 개혁에 걸맞는 정치적 후원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위기는 또다른 위기를 낳을 수밖에 없다. 유감스럽지만 세계경제는, 그것이 신경제든 아니든 간에, 과거의 고통스런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 ---------------------------------------------------------------------- ‘Global:The Next Crisis-Ⅱ’(미국시간 3.30.) 28일자에 나는 위험한 자기만족감이 세계를 에워싸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금융시장의 거품과 급격한 세계경제 회복세에 가리워져 급박한 개혁 조치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역사가 가르쳐주는 바에 따르면 자기만족감과 오만은 또다른 위기를 배태하고 있다. 발전도상국에서 위기가 가라앉고 있는 동안 선진국은 다음번 위기의 발화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다. 놀랍게도 미국이 감시목록의 제일 윗자리에 올라가 있다. 겉으로는 완벽해보이는 미국경제의 이면에는 불안한 조짐들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기록적인 경상수지 적자는 올해 GDP의 4.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금융위기 이전 아시아국가들을 빼닮은 모습이다.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소비자들의 부(富)를 증가시켜 총수요를 총공급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밀어올리고 있다. 그리고 미국 노동시장은 점점 타이트해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쌓여가고 있다. 다들 인플레이션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말이다. 이같은 불균형이 미국 중심의 오만함에 도전하고 있다. 오랫동안 세계경제의 리더로 군림해온 미국이 빠른 속도로 세계경제의 약한고리로 전락해갈지도 모른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다음번 위기는 틀림없이 정책 혼선에서 빚어지게 될 것이다.위기를 해결한 처방전은 선진 7개국에 의한 엄청난 유동성 공급이었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것은 터무니없는 실수로 세계금융시장에 위기 재발을 가져올 수 있는 주요인이다. 이유는 뭐냐고? 과도한 유동성이 세계금융시장을 떡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 3개국(G-3)의 단기실질금리의 움직임은 경제가 위기의 한복판에 있을 때와 다를 바가 없다.눈에 띄게 적응적(accomotive)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이 점에서 정책실패를 거듭했다. 금리 타깃팅이라는 시장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정책수단(blunt instrument)에 의존함으로써 연준리는 자신의 핵심관심사인 주식시장 과열을 다루는 데 엉터리 전략을 사용한 셈이다. 그러나 G-3 중앙은행에 공통적인 문제점이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없다는 사실에 만족해 급격한 경제회복을 추진해 나가고 있는 점이다. 그러나 세계경제는 2000년에 4.5%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13년만의 최고치다. 이런 상황에서 적응적 통화정책은 부적절할 뿐만아니라 위험하다. 이글거리는 불꽃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자기만족과 정책오류는 간과할 수 없는 위기 경보 신호다. 금융시장 거품은 위기재발에 충분한 수준이다. 세계금융시장에서 분야별투자의 세계화는 마지막 결정타가 될 수 있다. 투자자가 국가별투자로 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시대는 가버렸다. 옛날에는 한 나라에서 죽을 쒀도 다른 나라에서 만회할 수 있었다. 분산투자가 일종의 안전장치 역할을 한 것이다. 이젠 달라졌다. 기술주 강세는 미국의 나스닥에서, 유로랜드의 유로 테크 인덱스, 일본의 자스닥, 한국의 코스닥까지 견조한 흐름이 돼버렸다. 경기관련주(cyclicals) , 금융주, 건강의료종목, 비내구재종목 등등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발견된다. 이같은 상황은 기술주와 관련, 불길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기술,미디어,통신 등 TMT주는 이제 세계주식시장 시가총액의 41%를 차지한다. 이처럼 세계각국의 투자자들이 보트의 한쪽으로만 쏠려앉아있는 형세에서는 나스닥의 지속적 하락은 세계경제처럼 분야별로 긴밀하게 연관돼 있는 세계금융시장에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은 이같은 위험의 한복판에 놓여있다. 나스닥의 지속적 하락은 주식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미국경제에서 비대칭적인 부 효과(wealth effect)를 촉발할 수 있다. 그리하여 1930년대의 대공황 이래 처음으로 자산감소에 따른 불황에 불을 붙일 수도 있다. 세계는 그렇게 한바퀴 돌아가고 있다. 위기에서 회복으로, 이제 다시 점점 더 취약한 상황으로. 좋은 소식은 다음번 위기가 임박해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투자자의 자기만족과 주식의 과대평가라는 위기의 고전적인 전제조건이 무르익어 있다는 점은 나쁜 소식이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다음번 위기는 예기치 않은 충격에서 시작될 것이다. 기술주 거품, 특히 나스닥의 붕락이 가장 우려된다. 그러나 다른 가능성도 많다. 중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적인 사건, 일본 경제의 후퇴, 유로화 폭락 등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