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2.1 TRILLION MARKET TUMBLE 미국 증시 대추락 2조 달러가 꺼졌다 신경제 거품 논란속에 지난주 사상 최악의 폭락 기록, 장세 비관·낙관 혼조 Allan Sloan 월스트리트 전문 기자 ---------------------------------------------------------------------- 지난주 미국 증시에 또 하나의 기록이 수립됐다. 그러나 이번 기록은 그동안 미국 투자자들이 보아오던 것과는 달랐다. 상승을 거듭하던 나스닥 시장이 무려 25.3%나 급락한 것이다. 미국의 종합 주가지수 사상 한 주간 최대의 낙폭이었다. 전설적인 1929년의 검은 금요일 주간보다 컸고 다우지수가 하룻만에 22.6%나 떨어진 1987년의 대폭락이 있던 주보다도 컸다. 특히 한 주의 장을 마감하는 지난주 금요일에는 무려 1조 달러가 주식시장에서 증발했다. 윌셔 어소시에이츠社에 따르면 화폐가 등장한 이후 하루 최대의 손실액이었다. 그것을 포함한 지난 한 주간의 총 손실액은 2조1천억 달러에 달했다. 광란의 금요일에는 나스닥·다우지수·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500 지수(S&P 500) 모두 하루 최대 포인트 하락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금요일 장 마감 시점에서 나스닥 지수가 다소 손실을 만회했고 이번주에 반등할 수도 있지만 지난주에는 공황 분위기가 역력했다. 뮤추얼 펀드들은 주식을 무더기로 투매했다. 증권사들은 신용투자에 대한 추가담보 요구에 응하지 못하는 고객들의 주식을 내다팔았다. 누가 ‘대폭락’은 없다고 그랬던가. 누가 세상을 뒤바꾸고 있는 첨단기술 회사들의 주식을 살 때는 주가가 문제되지 않는다고 큰소리쳤던가. 이번 투매사태를 관심있게 지켜본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회사 주식이라도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매입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물며 아이디어만 거창할 뿐 실속은 전혀 없는 회사 주식은 말할 필요도 없다. ‘신경제’와 조금이라도 관계된 것은 무엇이든지 좋은 투자고 ‘구경제’ 기업은 모두 망조가 들었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신경제’기업 중 다수가 수익 전망이 전혀 없는 반면 자동차·철강·화학 등 구경제 기업의 태반이 급속도로 인터넷 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주 나스닥이 연일 하락한 점과 수요일에는 하락세가 다우 지수로 확산된 점을 감안하면 최근 월스트리트에서‘주가’가 오르고 있는 상품은 쓸데없는 말들 뿐이다. 아마 지금쯤 뉴스·논평, 그리고 속쓰림을 유발하는 온갖 잡설이 난무할 것이다. 그저 쓰린 위를 꼭 틀어쥐고 싶은 마음뿐이지만 사람들은 과거의 유례를 들먹이며 지금이 매수나 매도, 또는 관망해야 할 때라고 계속 떠들어댄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가 매도해야 하느냐, 관망해야 하느냐, 매수하느냐에 대해서는 아무도 속 쉬원히 답해줄 수 없다. 아무도 답을 모르는 또 한 가지 의문은 ‘이제 활황은 끝났는가’라는 것이다. 주식시장은 지난 5년간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돈을 벌어다주면서 경제의 ‘마약’이 됐다. 주식시장에서 수조 달러의 부가 창출되면서 소비자·기업 지출이 증가했고 불로소득세 수입 증가로 연방예산(그리고 다수의 州 예산)이 흑자로 돌아섰으며 미국 인터넷망 구축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했다. 지금 많은 기업들이 두툼한 월급봉투 대신 스톡 옵션을 제공하면서 증시를 통해 인건비 부담을 덜고 있다. 만일 주가가 하락해 가령 1년 정도 그대로 침체될 경우 미국이 고주가 중독에서 빠져 나오기란 마약 중독자가 마약을 끊는 것만큼 어려울 것이다. 모든 것을 예상보다 좋게 만든 주가상승의 선순환이 모든 것을 예상보다 나쁘게 만드는 주가하락의 악순환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과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지난 3일 마이크로소프트社의 독점을 인정한 토머스 펜필드 잭슨 판사의 판결을 이번 폭락사태의 시발점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즉시 15% 이상 하락, 시가총액을 약 8백억 달러나 깎아먹으면서 나스닥 붕괴에 불을 댕겼다. 마이크로소프트 주가가 하락하면서 경쟁사들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하락세는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시장에 확산돼 모든 첨단기술주를 감염시켰다. 첨단기술주에 의해 좌우되는 나스닥은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충분히 알려진 사건에 대해 시장이 그처럼 비이성적인 듯한 반응을 보인 것은 시장 분위기가 얼마나 불안했는지, 그리고 불안한지 말해준다. 나스닥이 지난해 무려 86%나 상승한 뒤 올들어 지난 3월10일까지 또 다시 24% 상승하는 동안에는 모든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외계인들이 레이저 광선으로 실리콘 밸리를 파괴했다고 해도 나스닥은 재건 호경기 전망으로 상승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분위기가 바뀌었다. 기대에 못미치는 수익 증가, 뮤추얼 펀드 매니저 마크 모비우스의 비관적 장세 전망, 그렇게 나쁘지 않은 인플레 보고서,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의 통상적인 모호한 발언 등 모든 것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언젠가, 아니 어쩌면 이번주에라도 모든 것이 다시 호재가 될지도 모른다. 시장은 극단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특히 나스닥 같은 시장이 그렇다. 투자자가 저울질할 만한 이익이나 자산이 거의 또는 전혀 없기 때문에 주로 희망·포부·과대선전·추세를 근거로 거래되는 인기 주식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시장은 조그만 호재에 과대 상승하고 조그만 악재에도 과대 하락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리노 침체’(反독점 소송을 제기한 재닛 리노 美 법무장관을 가리키는 말)나 ‘클라인 조정’(反독점 담당 美 법무차관보 조엘 클라인을 가리킴) 같은 용어가 일반화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 소송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스스로 갈 길을 가는 데 대한 구실에 불과하다. 나스닥이 그렇게 빨리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사실은 시장이 얼마나 취약했는지 말해준다. 마이크로소프트 뉴스가 악재로 떠오르지 않았다면 다른 악재가 출현했을 것이다. 나스닥의 손실(지난 3월 10일의 최고점 이후 시가총액 2조3천억 달러, 다시 말해 34% 하락)에 대한 한탄과 통곡의 소리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나스닥의 폭락이 세상의 종말은 아니다. 지난해의 상승세가 그 좋은 예다. 나스닥의 지난주 금요일 주가는 지난해 추수감사절(11월 25일)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S&P 500은 3월 10일 수준에 비해 하락폭이 4%에도 못미쳤고 다우지수는 4% 가량 올랐다. 그리고 나스닥 시장에서 거액이 증발한 것은 사실이지만 1998년 연말 종가에 비하면 50%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분위기는 심상찮다. VA 리눅스 시스템스·인터넷 캐피털 그룹·인포시스·레드 햇 등 많은 인터넷 기업의 주식들이 최고가에서 70∼80%나 하락했고 앞으로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사상 최고로 인기있는 신주공모 가운데 하나였던 팜社의 주가는 공모 첫날의 최고가 대비 80%나 하락했다. 재무상태와 수익성이 좋은 알짜배기 신경제 기업의 주식도 과대평가됐을 수 있다. 한때 잠깐이나마 자산가치가 세계 최고에 달했던 시스코 시스템스가 좋은 예다. 시스코는 인터넷 관련 하드웨어를 판매해 수천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러나 그런 시스코 주식도 지난주 24%나 하락했다. 그러나 아직도 주가가 낮다고 볼 수 없다. 최근 연도 주당 수익의 1백 배가 넘기 때문이다. 이론상으로는 지난달 주당 82달러라는 최고가에도 시스코 주를 좋아했던 증권 분석가들이라면 지난주 금요일 57달러였을 때는 더욱 좋아했을 것이다. 회사는 변함없는데 주가는 많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석가들의 보고서를 수집하는 퍼스트 콜/톰슨社의 척 힐 조사부장은 2주 전 기술주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이래 시스코 주의 주가상승을 전망하는 분석가들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웃으며 “아무도 없다”고 대답했다. 힐은 “지금 시장에서는 주가 폭락 이후 주가의 하향조정이 대세”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주가를 30% 정도 높게 생각하면서도 가격이 하락한 상태에서 주가를 더 낮게 전망하는 이유는 절대 다수는 아니더라도 많은 분석가들이 시장이 원하는 바를 반영하기 위해 자신들의 의견을 조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을 이제 막 공개해 기반이 취약한 수많은 인터넷사들이 약삭빠른 개인 투자자들에게서 사업자금을 얻는 벤처기업 수준에 있는 상황에 비하면 시스코의 주식은 美 재무부 채권만큼이나 안정적으로 보인다. 수익을 내지도 못하고 구체적인 자산도 없는 경우 기댈 곳이라곤 조회수·‘월별 방문자수’·‘고정도’(사이트에 머무는 평균 시간) 등 수익과 별 상관없는 모호한 수치들과 믿음뿐이다. 디즈니판 ‘피터 팬’의 팅커벨과 같다. 모두가 환영해주고 믿어줄 때는 살아나지만 반대로 믿어주지 않으면 죽어 간다.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실체 있는 기업들도 시장의 마법에 의존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은 1986년 기업 공개 이래 연봉보다 스톡 옵션 수익으로 더 많은 돈을 벌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현금이 가장 많이 지출되는 부문은 연구나 설비투자가 아니다. 직원용 옵션주 발행에 따른 주가 하락을 상쇄하기 위해 투자자들로부터 주식을 되사는 데 가장 많은 돈을 쓴다.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더 좋은 옵션을 제시하면서 인재들을 빼앗아간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 하락폭에 비해 25% 주가 하락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라고 자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최고의 부자’ 타이틀을 놓고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벌이고 있는 선의의 경쟁을 살펴보자. 인사이더 리서치 서비스의 자료에 따르면 나스닥의 주가가 정점에 오른 반면 구경제 주식은 폭락했던 지난 3월 10일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의 가치는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보다 5백53억 달러나 높았다. 게이츠가 포브스誌 선정 미국 최고의 부자 리스트에서 버핏을 처음 추월한 1994년 이래 가장 큰 격차였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 버크셔의 주가가 5주 동안 40% 상승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가 25% 하락해 그 격차는 2백75억달러로 좁혀졌다. 뉴스위크의 모회사인 워싱턴 포스트와 버크셔의 관계(기자를 포함한 일부 워싱턴 포스트 직원은 연금 계획의 일환으로 버크셔의 주주다) 때문에 버크셔를 치켜세우고 있다고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버핏과 게이츠를 굳이 예로 든 것은 증시가 얼마나 예측불허인가를 설명하고, 버핏과 버크셔 같은 구경제 거물이 인터넷 시대에도 때로는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예증하기 위해서다. 시장의 마법이 끝났다고 선언하기는 아직 너무 이르다. 그러나 지난주 나스닥의 악몽은 시장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또 증시가 언제나 상승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든가, 주가 상승분으로 사회보장제도의 부족액을 충당하는 등 시장이 만병통치제가 되리라는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보여줬다. 신중함이 고지식한 것으로 인식되기 전부터 지금까지 월스트리트에는 주식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금언이 있다. 종이조각인 주식이 당신을 사랑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With Kevin Peraino and Victoria Scanlan Stefanakos ---------------------------------------------------------------------- 악몽의 시나리오 유비무환! 있을 수 있는 최악의 사태는 어떤 것일까. 시장침체가 지속되면 경제에도 여파가 미쳐 경기침체·감원·인플레를 유발할 수 있다. 1. 조정이 폭락으로: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반등하지 않는다. 고용창출 역할을 하는 신생 기업의 자금원인 주식시장의 자금이 고갈된다. 2. 소비심리가 급랭한다: 미실현 주식 평가익이 증발한다. ‘富의 효과’는 옛말. 새로 자동차와 집을 장만한 소비자들은 지출을 중단한다. 3. 구조조정을 기억하나요: 매출 급감으로 PC 메이커·자동차 회사·소매업체 등의 대기업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대대적인 감원을 단행한다. 4. 부동산 가격 폭락: 주택이 안 팔리고 사무실 공간이 남아돈다. 대미(對美) 투자 메리트가 사라지면서 외국 자본이 더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다. 5. 경기침체의 시작: 미국채에 대한 외국인들의 수요가 사라지면서 금리가 급등한다. 高실업률과 高인플레의 2高 시대가 시작된다. HIGH ANXIETY IN THE VALLEY 실리콘밸리는 지금 우울하다 주가 폭락으로 닷컴들 타격, 투자자들은 매수·매도 놓고 저울질 Brad Stone 기자 ---------------------------------------------------------------------- 미국 텍사스州 댈러스의 온라인 리베이트 및 보증 취급 기업인 하우투.컴(How2.com)의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솔로몬은 지난주 곤경에 처했음을 깨달았다. 그는 지난달 주식시장이 대규모의 지각 변동을 시작했을 때 1억2천5백만 달러 규모로 예상했던 주식 상장을 취소해야만 했다. 사설 자금을 끌어들여 겨우 회사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상장과 동시에 스톡 옵션을 팔아 현금을 손에 쥐려 했던 직원들의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솔로몬은 그런 곤경 속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본다. 그는 “주가가 폭락한 회사들은 참 안 됐지만 우리 회사가 그 축에 끼이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미국인들은 술집이나 거실에서 인터넷 주식 거래 사이트를 보며 변덕스런 주식시장에 초조해 했다. 그러나 가장 당황한 사람들은 엄청난 주가 상승으로 전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신생 첨단기업과 실리콘 밸리 사람들이었다. 지난주 금요일 주식시장이 수직 하강한 직후 인터넷 기업인들과 투자자들은 샌프란시스코의 술집과 식당으로 몰려들어 술잔을 노려보며 손실액에 대한 넋두리를 나눴다. 직장에서 일하는 도중에 주식투자를 하는 한 온라인 단타 투자자는 “지난주에 아마 20만 달러는 잃었을 것”이라며 “서른이 넘으면 직장에 다니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미칠 노릇”이라고 말했다. 첨단기업에서 일하며 역시 직장에서 주식 거래를 하는 브라이언 드리스(23)는 “천덕꾸러기 의붓자식처럼 얻어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 5천 달러를 잃었다. 급류에 휘말린 시장 때문에 주식 상장을 위해 대기중이던 신생 기업들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안개가 밀려들 때의 비행기들처럼 뒷걸음질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주식 상장을 위해 증시가 안정되기를 기다리는 기업은 3백 개가 넘는다. 로버트슨 스티븐스社의 투자은행 부문 이사인 토드 카터는 인터넷 기업으로 떠났다가 되돌아오고 싶어하는 옛 직원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 것이 실리콘 밸리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척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힘든 시기를 겨우 2주 정도 겪었을 뿐이지만 역전 현상은 뚜렷하다”고 말했다. 스톡 옵션의 가치도 재평가받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스톡 옵션은 직원을 끌어올 때뿐 아니라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지급할 때나 광고 회사를 고용할 때, 친구들과 가족들의 재산을 늘려줄 때도 사용됐다. 디즈니社의 중역을 지냈고 지금은 샌프란시스코의 푸드.컴(레스토랑 음식 온라인 주문·배달)을 운영하는 리치 프랭크는 현금 선호로 되돌아가는 추세를 예견한다. 그는 “앞으로는 사람들이 스톡 옵션에 근거한 채용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주식시장의 대변동을 보다 냉정하게 파악하려면 실리콘 밸리와 월스트리트보다는 예금을 주식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을 살펴봐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들이 초조해 하며 컴퓨터 주위만 빙글빙글 돌고 있으리라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들은 지금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고 주가 하락 때 주식을 사라’는 오랜 철학을 신봉하는 편이다. 그들은 여전히 매수 기회가 포착되면 다시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말한다. 코네티컷州 스탬퍼드의 석수(石手)인 존 크리민스는 “세계 경제에 불황을 예고하는 어떤 요인도 찾아볼 수 없다”며 “시장이 바닥을 쳤다고 생각되면 그때가 다시 시장에 뛰어들 기회”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가 보편화되면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안정시키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의 변호사인 제임스 모렐(44)이 좋은 예다. 그는 “특히 장기 투자자에게는 지금이 아주 좋은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모렐도 다른 미국인처럼 아침 저녁으로 경제전문 방송 CNBC를 시청하고 사무실에서는 인터넷으로 매시간 주가를 확인하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 모렐은 싸다고 생각한 첨단기술주를 매입했다. 주식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다음주에도 같은 식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한편 다른 투자자들은 오랫동안 주식 투자에서 보이지 않던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바로 겸손함이다. TV 광고 제작자인 토니 리처즈는 쉬는 날에는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랩톱으로 주식을 거래한다. 주가가 계속 올라가던 시기에 이것은 큰 돈벌이가 되는 취미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리처즈가 친구와 공유하는 거래계좌의 금액은 30%나 떨어졌다. 이제 리처즈는 과거의 두자릿수 수익증가가 투자 재능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그는 “우리 스스로 투자의 천재라고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주식시장이 호황이라 그럴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주가 폭락을 고소한 듯이 바라보고 있는 사람도 곳곳에 있다. 특히 실리콘 밸리 근처가 그렇다. 미술가 빈센트 앨보스(38)는 최신식으로 꾸며진 미션 지구에 있는 작업실을 지난해 인터넷 기업 사무실 자리로 내줘야 했다. 그의 친구들과 이웃들도 모두 그 곳을 떠나야 했다. 그는 “주가 폭락이 그렇게 나쁜 것 만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증시침체가 계속되면 어떤 기업들은 대출을 갚지 못해 담보물을 잃게 되고 그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낮아지면 과거 그 지역에 모여 살던 사람들이 그 자리를 다시 메우게 될 수 있다. 물론 헛된 공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스로 인정하든 않든 실리콘 밸리 사람들이 주식시장을 지켜보며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With Keith Naughton in Detroit and Ana Figueroa in Los Angeles HOW MUCH DOES ALAN GREENSPAN MATTER? 그린스펀이 무슨 수를 둘까 고어의 가슴은 조마조마 주가폭락이 선거에 악영향줄까 우려, 내달 금리회의에 촉각 Michael Hirsh 기자 --------------------------------------------------------------------- 앨런 그린스펀 美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주 미국 증시 대폭락 사태 이후 흡족한 주말을 보낸 몇 안 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일 것이다. 그는 최근 몇 달 동안 나스닥을 비롯한 미국 증시와 신경전을 벌여 왔다. 그는 지난 1996년 주식 과대평가 현상을 경고한 후 단속적으로 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 왔으며 경기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1999년 6월 이후 금리인상을 다섯 차례나 단행했다. 그러나 노후 기업들만 타격을 입었을 뿐 첨단기술 부문에는 경제의 ‘중력 법칙’도 적용되지 않는 것 같았다. 재계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인물로 추앙받던 그린스펀도 더 이상 시장을 움직일 수 없는 인물로 보였다. 뉴욕타임스紙의 한 칼럼니스트는 지난 3월 16일 “월스트리트에 대한 그린스펀의 영향력도 이제 한물 갔다”고 비웃었다. 현재로서는 월스트리트에 대한 그린스펀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회복됐을지 모른다. 그러나 첨단기술 관련 주식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자 증시 관측통들은 주가 폭락이 지속될 경우 그린스펀이 사태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을 품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주요 인사들은 ‘富효과의 역류’를 염려한다. 증시활황 덕에 부자가 됐다고 느끼면서 기록적인 장기 경제팽창에 불을 붙였던 바로 그 사람들이 갑자기 소비를 외면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절제 충동은 적당한 선을 유지할 경우 경기를 필요한 만큼 진정시킬 수 있지만 지나칠 경우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5월과 6월에 있을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연방준비은행의 통화 및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기구) 회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주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FRB는 0.25%포인트의 추가 금리인상 이상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과열 경기의 진정에 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해온 그린스펀에게 경기침체 방지 또한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증시 폭락은 또 빌 클린턴 대통령과 앨 고어 부통령에게도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철통같은 경제(클린턴의 업적과 고어의 대통령 선거전략의 핵심을 이룬다)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위험요소다. 경제가 흔들릴 경우 조지 W.부시 공화당 후보는 손쉽게 그것을 이슈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는 지난 금요일의 증시 폭락 사태 이후에도 여전히 미국 경제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보이고 있다. 클린턴은 지난주 금요일 오후 3시쯤 그 소식을 듣고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렌스 서머스 재무장관과 백악관 경제 수석 보좌관 진 스펄링은 약간의 인플레 상승 기미를 제외하곤 미국 경제가 반석처럼 탄탄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앨런 그린스펀의 마음이 어떤 쪽으로 움직이느냐 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린스펀은 첨단기술 사업을 찬양하면서도 지난 1월 이후부터는 주가의 상승 속도가 미국인의 수입 증가 속도를 앞지르는 현상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는 없다고 말해 왔다. 그린스펀은 보다 큰 폭의 주가 하락을 원할지도 모르지만 백악관측은 그가 그러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들은 11월 이전 추가 금리인상을 막을 수만 있다면 약간의 주가 하락은 고어의 선거전에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1991년 높은 금리 정책을 고수한 그린스펀의 조치는 조지 W.부시 후보의 아버지인 부시 前 대통령의 재선 실패에 일조했을지도 모른다. 고어는 이번주 캘리포니아州 선거유세에 나선다. 실리콘 밸리의 지지자들은 과거처럼 부유하지 않을지 모르며 후하지 않을 수 있다. 유권자들이 누구에게 책임을 돌리는가에 따라 선거의 향방이 결정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