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당국의 4.16 1주기 추모 탄압 규탄 및 시민 피해상황 발표

 기자회견문

 

 

대통령은 가족들이 차마 추모조차 할 수 없도록 만들고 혼자 해외로 나가더니, 경찰은 국민들이 아예 추모를 할 수 없도록 폭력을 휘둘렀다. 이것이 세월호 참사 1년 대한민국의 풍경이다.

 

 

지난 16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실종자 가족을 포함하여 수많은 시민들이 서울광장에 모였다. 전국적으로 11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각자의 지역에서 한마음으로 모였다. 정부의 공식 추모행사조차 없는 국가에서 서울광장의 '약속의 밤' 행사는 국민의 마음을 모두 모은 공식행사인 셈이었다. 행사를 마친 후 가까운 광화문광장의 분향소에 헌화를 하기 위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순서였다. 이미 헌화를 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는 시민들만도 수천 명이었다.

 

 

그러나 행사를 마친 후 가족과 국민이 꽃 한 송이씩 들고 광장을 나서자마자 경찰은 차벽을 설치했다. 태평로만이 아니었다. 광화문광장으로 아예 들어갈 수 없도록 광화문 사거리를 비롯해, 청계천변, 종로 일대를 모두 막았다. 삼삼오오 흩어져 가려는 것조차 경찰은 강하게 막아섰고 이 과정에서 가족 한 명이 갈비뼈 골절을 입는 등 부상도 발생했다.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더니, 헌화를 하는 것조차 목숨을 걸어야 한단 말인가.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대통령의 대답을 듣고 싶다며 경복궁 앞에 닿았던 가족들이 겪어야 했던 수모는 더욱 심각하다. 길에서 모포 한 장을 덮고 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던 가족들에게 따뜻한 음료와 간식을 전해주려는 시민들의 발길을 가로막았고, 맞은편 광장에서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을 통제했다. 17일 오전에 함께 하려고 안산에서 올라오는 가족들의 버스를 아예 돌려보내고, 다시 삼삼오오 찾아오는 가족들의 길을 막았다. 안에 있던 가족들이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조차 막아서는 등 경찰의 비인도적 처우는 심각했다.

 

 

18일 오전부터는 아예 가족들을 연행하기 시작했다. 가족들의 존재를 가리기 위해 차벽을 설치하려고 시도했고 이에 항의하는 가족들을 연행한 것이다. 연행 과정에서 유가족의 목을 조르며 제압하는 경찰의 모습은 마치 테러진압에 나선 특공대를 연상하게 했다. 경찰은 가족들이 인도에 앉아있는 것조차 범죄시하고, 진상규명을 가로막는 대통령령을 폐기하라는 절규가 보이지 않게, 들리지 않게 만들려고 안간힘을 썼다. 세월호참사 1년을 맞아 참사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정부는 아예 고통을 겪는 피해자들을 보이지 않게 하려는 데에만 골몰했다. 국민들은 이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 오후 3시로 예정되어있던 범국민대회는 가족들과 함께 하기 위해 중단되었고 많은 국민들이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경찰은 미리 대기시켜놓은 차벽을 재빠르게 설치하여 광화문으로 가는 모든 길목을 막아섰다. 무리한 진압으로 부딪치고 넘어지면서 다친 시민들이 계속 생겼으며 연행도 이루어졌다. 경복궁 앞에서의 가족과 시민들 연행 상황에 항의하기 위해 긴급하게 이루어진 이동이었으나 경찰은 미리 준비한 병력과 수단을 활용해 철저하게 막아섰다. 차벽 설치를 위해 트럭 18대를 비롯해 차량 470여 대를 동원하여 주요 도심을 모두 막았으며, 경복궁 앞과 광화문 일대에 겹겹이 저지선을 쳤다. 172개 부대, 1만 3,700여 명을 배치하여 시민들을 제압하였다. 캡사이신 사용과 최루액이 섞인 물포를 발사하는 등 공격적인 대응을 했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을 포함하여 시민들 100명이 연행됐으며 심각한 부상도 발생했다.

 

 

19일 경찰은 주말의 집회를 '불법 폭력 집회'로 규졍하고 엄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집회 현장에서 경찰관과 의무경찰이 다수 다치고 경찰버스 등 장비가 파손"됐다며 국민에게 엄포를 놓았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누가 경찰버스를 시민들의 통행을 가로막는 차벽으로 쓰라고 했는가. 누가 광장 안에서조차 저지선을 쳐서 이동의 자유를 짓밟았는가. 심지어 경찰 안내 방송에서는 명령을 받고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던 경찰들에게 호통을 치고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다그치기도 하는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 경찰의 부상과 장비의 파손은 경찰 지휘부의 반인권적 진압 계획이 낳은 결과임을 분명히 밝힌다. 이미 위헌 결정이 난 차벽에 맞서는 것은 국민의 정당한 권리일 뿐이다.

 

 

경찰의 부당한 탄압 때문에 18일 범국민대회 이후 예정되어 있던 청와대 인간띠잇기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경찰은 광화문으로 가는 것조차도 과잉 대응하여 가족과 시민들에게 수많은 피해를 입혔다. 그것은 개개인의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말하고 모이고 행동할 권리는 불가침의 인권이다. 경찰은 우리 사회의 인권을 가로막은 것이며 진실을 제압하고 목 조른 것이다. 무엇이 그리 두려운가. 진실이 두려운 대통령은 대통령령을 폐기하라는 요구에 침묵한 채 나라를 떠났고, 진실보다 권력이 소중한 경찰은 폭력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경찰의 대응 역시 대통령의 책임을 가중시킬 뿐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경고한다.

 

 

참사 1년이 되도록 진실에 한걸음도 다가서지 못하고 억울한 죽음들을 차마 위로할 수 없는 비통함을 '불법'으로 규정한다면, 국민은 그 법이야말로 법이 되지 못하는 '불법'임을 선언할 것이다. 진상규명 방해하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 추모와 애도조차 방해하는 경찰 역시 필요 없다. 진실을 가로막으려는 어떤 시도도, 권력이 무너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뿐이다. 우리는 두려움 없이 계속 나아갈 것이다.

 

 

2015년 4월 20일

4.16가족협의회,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